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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까마귀의 노래에 석양빛

do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5 18: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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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히카와 사요는 지금 19년 인생 최고의 난관에 봉착해있다.
난관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라, 나와 현재 연인 관계에 있는 Afterglow의 하자와 츠구미 씨가.
 
"시, 실례하겠습니다..."
 
가방 가득히 이불과 잠옷, 그 외 물건들을 들고 현관에 서 있는 지금 이 상황을 말한다.
 
어째서 이 곳에, 그것도 이런 비까지 오는 늦은 시간에. 
묻고 싶은 게 산더미인 내 표정을 읽었는지,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연 하자와 씨의 사정 설명에 따르면.
 
'부탁할게 츠구짱!'
 
자신은 오늘 파스텔 팔레트의 일이 있어 집에 들어갈 수 없는데, 오늘 저녁 언니를 저얼~대 혼자 두면 안 된다는 히나의 푸념 겸 고민을 들어주던 하자와 씨가, 얼떨결에 히나의 부탁으로 하룻밤 나와 같이 자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쉰다.
이것도 히나의 장난 중 하나일까? 아무리 괴짜인 히나여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하자와 씨에게 이렇게나 폐가 될 장난을 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진심이었던 걸까? 그렇지만 애초에 나를 밤에 혼자 두면 안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마침 오늘은 부모님이 모두 집을 비워 홀로 밤을 보내야 하긴 한다만, 딱히 그런 적이 처음도 아니거니와 홀로 잠드는 밤을 무서워할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오만 가지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릿속을 고개를 흔들어 정리한다.
히나를 혼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폐를 끼치게 된 하자와 씨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 
 
"히나가 또 장난을 친 모양이군요.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말은 제가 먼저 꺼내기도 했고..."
 
얼굴이 조금 붉어진 하자와 씨가 손사래까지 치며 히나를 변호한다.
아아. 어쩜 이리도 마음까지 아름다운 사람일까. 열이 조금 올랐던 머리가 평온해지는 게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나를 위해서 이 가을 밤에 비를 뚫고 와 준 하자와 씨를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 좋아진다.
 
하다못해 바래다 드려야만-
 
"저, 사, 사요 씨...?"
"네?"
"그, 저... 장난이었단 건 알겠지만, 그러니까...하, 하룻밤만...묵고 가도 괜찮을까요...?"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용기를 내려는 듯 꼭 맞잡은 두 손.
그리고 잘 익은 사과처럼 잔뜩 빨개진 얼굴까지.
 
아, 귀엽다. 너무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존재해도 되는 것일까? 사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에 내 이성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워낙 늦은 시간이어서, 저녁을 대접할 기회도 없이 곧장 잘 시간이 되었다.
히나의 방은 다행히도 잘 정리되어 있으니, 이곳에서 주무시도록 말씀 드려야겠다...
 
"...하자와 씨? 왜 제 방에 이불을 깔고 계시는."
"여기서 자려고요."
"예?"
"네?"
 
네?
 
"그, 그치만 히나 선배가 꼭 선배 대신 옆에서 자야 한다고 하셨어요."
"히나는 제 옆에서 잔 적이 없습니다만."
"어라? 그치만 이럴 땐 언제나 옆에 꼭 붙어 잤다고 하셔..... "
"......"
"...이 말을 언니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던 것도 같네요..."
 
즉 내가 잘 때 몰래 들어왔다는 것인가. 
 
"하아아, 히나...."
"호, 혼내지 말아 주세요! 제 잘못이니까..."
 
천사다.
내 연인은 천사임이 분명하다. 
 
"하자와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보다, 정말 여기서 주무실 건가요?"
 
동침이라니. 같은 침대는 아니지만, 같은 방 안에서 단 둘이?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생 둘에게 이건 부적절한-
 
"안되...나요?"
 
-한번쯤은 괜찮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츠구미 씨의 저런 간절한 표정 앞에서 어떻게 거절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연애 시작 후 급격히 횟수가 늘어난 자기합리화와 함께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눕는다.
 
불이 꺼지고 고요한 방 안이 빗소리로 가득 찬다.
 

 
"...히...안해..."
 
밤중에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에 츠구미의 잠이 깬다.
본래라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작은 소리지만, 사요 씨의 방에서 잔다는 사실만으로 한계까지 긴장해 잠이 오지 않았던 츠구미였는지라 들을 수 있었다. 
 
"우웅...사요 씨...?"
"...나...미..."
 
잠에서 깨신 걸까? 뒤척이며 일어나 옆을 돌아본 츠구미가 본 것은.
 
"미...안해..."
 
식은땀에 젖은 채 뒤척이는 사요의 모습이었다. 
 
"...사요 씨?"
"히나...미안해..."
 
악몽. 
사요 씨가 악몽을 꾸고 있다. 
어릴 적, 악몽을 꾸는 란을 자주 달래주었던 츠구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무슨 악몽일까? 원래 자주 꾸시는 걸까? 매일 밤마다? 아니면...
 
"...비가 올 때마다...?"
 
히나 선배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오늘 저녁은 언니를 절대 혼자 두면 안 된다는 말.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고 더욱 가까워진 사요 씨에게 들었던, 가을비 내리는 그 날의 이야기.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또, 혼자서 끌어안고 고통스러워 하고 계셨구나.
 
츠구미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 어린다. 
 
"히나..."
 
울먹이는 듯한 사요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겹쳐 더욱 서글프게 울린다.
 

 
꿈을 꾼다.
슬픔이, 고통이, 죄책감이, 후회가, 비처럼 내려와 눈물과 함께 흐르는 꿈.
어두운 비는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칠흑의 바다 아래로 서서히 잠겨간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마다 꿈을 꾼다는 것을.
마음속에 응어리진 죄책감과 후회가 기억을 일그러뜨려 악몽을 보여준다는 것을.
 
하지만 히나를, 하자와 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런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네 곁으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언젠가 너와 나란히 서서 걸을 수 있도록. 언젠가 나의 소리를 좋아할 수 있게 되도록. 
앞으로,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로 약속했는데.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후회만을 거듭하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히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한심한 내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다. 귀를 막는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떨쳐내지 못한 과거를 그림자처럼 끌며 오늘도 악몽 속에 잠긴다.
 
빗소리와 함께 꿈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공허함과, 아릿한 마음의 흉터뿐.
 
하지만...오늘은 조금 다르다.
별안간 온기가 느껴진다. 
춥고 외로운 심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따스한 별빛.
 
어째서 내게 닿은 건지 모를 상냥한 빛에, 손을 들어 보면 이끌리듯 몸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손으로부터 온 몸으로, 모든 걸 용서해주듯이 편안하게 온기가 스며들어- 
 

 
-눈을 떠보면 창문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방을 은은히 비춘다.
조금 눈부신 빛에 눈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려다, 손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고개를 돌려 본다.
 
"...하자와 씨?"
"우웅..."
 
그곳에는 하자와 씨가, 내 손을 잡은 채 침대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신다. 
하자와 씨의 손이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서 얼굴이 헤실 헤실 풀린다...아니, 이게 아니고. 
 
"어째서...?"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하자와 씨에게 묻자,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날 쳐다보던 하자와 씨가-정말 천사가 아닐까?-잠긴 목소리로 답한다.
 
"어젯밤에...악몽을 꾸셔서..."
 
아.
결국 들켜 버렸구나.
 
아니, 사실 예전부터 히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숨기고 싶어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비가 내리는 밤마다 몰래 내 들어와, 지금의 하자와 씨처럼 내 옆에 앉아 걱정하며 밤을 지새웠겠지.
 
나는 또 그 아이의 상냥함에 의지해 버렸구나.
죄책감에 마음이 아파온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사과하지 말아 주세요."
 
내 말을 끊어내듯 단호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보면, 방금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눈빛이 나를 마주한다.
분명, 저런 얼굴이 히나가 말하는 '츠구하는' 하자와 씨의 모습이겠지. 머릿속 한 구석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사요 씨가 괴로워하고 계신다면 제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연인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히나 선배도. 다른 분들도 사요 씨를 도와드리고 싶을 거에요."
 
"그러니까... 혼자 끌어안지 말아 주세요."
 
단호한 목소리 사이에 햇살처럼 스며들어 있는 다정함이 느껴져, 마음 속 깊이 하자와 씨의 말이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
 
"...그런가요."
 
어쩌면, 이런 모습을 숨기려는 나의 약함도, 하자와 씨라면 모두 끌어안아 줄 수 있을까.
조금 더 이 따스함에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걸까.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듯한 편안한 온기에 기대듯 몸을 움직여, 정신을 차려 보니 하자와 씨를 살며시 껴안고 있었다.
 
"사, 사사사요씨??"
"감사합니다, 하자와 씨."
"에..."
"하자와 씨가 덕분에, 조금 내려놓고 갈 수 있겠어요."
 
진심을 담아 그렇게 속삭이면, 아무 말 없이 내 등에 얹어져 쓰다듬는 하자와 씨의 손이 느껴진다.
 
오늘은 히나와 제대로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제대로 고맙다고 말을 해야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당신에게 기대고 싶어요.
나를 이끌어준 나의 별빛. 나의 사랑. 
 
"사랑합니다, 츠구미 씨."
 




제목은 요루시카의 사상범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따옴

노래 좋으니까 한번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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