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점에서 ‘이상적인 보석 패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했으면 시즌3 시작할 때 나왔어야 했다. 이미 늦었고, 유저 신뢰는 한참 전에 깨졌다.

지금 논의되는 모든 패치는 ‘이상’이 아니라 ‘차악’을 고르는 선택지일 뿐이다.

1막) 나이스단은 왜 생겼는가?

근본적으로 나이스단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보석 세팅 비용이 지나치게 비쌌고, 자유로운 세팅 변경도 불가능했고,

직변은 막혀 있었으며, 유저들은 과도한 세팅비에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유저들은 살아남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고, 그게 나이스단이었다.

별개로 나도 나이스단인데, 위의 이유도 있겠지만 그 캐릭터가 재밌어서 여러개 키운 사람도 다수이다.

2막) 나이스단은 정말 문제인가?

실제로도 나이스단은 흔하다. 원정대 내 동일캐릭 2개는 흔하고 3개인 경우 특히 폿이라면 그보다 더 많이 존재한다.

이건 악용이 아니다. 그냥 스마게가 만든 환경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근데 이걸 이제 와서 막겠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은 제약부터 걸었다는 데 있다.

3월 라방에서 전재학 디렉터는 “효율 때문에 나이스단을 선택하게 되는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4월엔 나이스단에 대한 제약을 걸어버렸다.

개선하겠다며 꺼낸 건 제약이고, 자유로운 세팅을 말하면서 내건 조건은 ‘귀속 + 3% + 해제 1주일 쿨타임’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다.

이게 과연 보석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작용한건진 모르겠다.

유저들이 진짜 화난 건, 효율을 빼앗겨서가 아니다.

그동안 게임사 말 믿고 따라왔고,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걸 나중에 와서 “그건 잘못된 거였음. 제재할게요” 하는 식으로 대하니까 화가 나는 거다.

3막) 그렇다면 이상적인 보석 패치 방향은 존재하긴 할까?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유저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존재한다.

핵심은 단순한 제약이 아니라, 선택지와 보상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기에 그 방향성에 부합하는 방안이다.

1. 보석 조화 시스템 (원정대 단위 보석 연계 보상)

   
   

이 시스템은 원정대 전체 보석 보유량에 따라 추가 공격력을 원정대 전체에 적용하는 구조다.

최대 6캐릭터 기준, 각 캐릭이 보석을 장착한 수량과 레벨에 따라 공격력 보너스가 적용되며,

단순히 나이스단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 다캐릭을 꾸준히 육성하는 유저에게 점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모든 캐릭터가 7레벨 보석을 착용하면 최대 4%의 공증 효과를 받을 수 있으며,

뉴비나 단일 캐릭터 유저도 조화 단계를 조절해 적정한 바운드를 설정할 수 있다.

보석 공유를 완전히 막지 않으면서도, 실제 다캐릭 운영 유저들이 보유한 보석 수량과 구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시)

1단계 (캐릭터 1명, 보석 11개): 원정대 공증 2%

2단계 (2명, 22개): 공증 2.5%

3단계 (3명, 33개): 공증 3%

4단계 (4명, 44개): 공증 3.3%

5단계 (5명, 55개): 공증 3.6%

6단계 (6명, 66개): 공증 4%

이 시스템은 나이스단이 여전히 효율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다캐릭 운영 유저가 점차 우위를 점하게 되는 구조다.

2. 개선된 보석 조율 시스템 (보석 = 스킬 전용 구조화)

   
   

기존처럼 단순히 ‘공증/쿨감 보석’을 착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11개의 슬롯을 스킬과 직접 연결시켜 보석칸을 스킬별 커스터마이징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예컨대 "종말의 날"에 대해 공격력 증가, 쿨감을 특정 슬롯에 연결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보석의 레벨에 따라 강화 효과가 자동 적용된다.

이는 스킬 우선 설계 기반 보석 구조로 바뀌는 것이며, 결국 보석 변환이 자유롭고, 세팅 유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조율 시스템은 단순히 보석을 돌려 끼우는 것보다 보다 자유로운 세팅이 가능하다.

종막) 지금 이 시점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보석 패치는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나이스단이 사실상 유일한 효율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던 지금의 게임 환경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제약’이라는 수단에만 의존했다는 점이 핵심적인 문제다.

유저가 제약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그 전에 반드시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단순한 수치 조정이나 ‘귀속 보석 3% 보너스’처럼 조건부의 제한된 보상이어선 안 된다.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제한된 대안’이며, 유저의 선택지를 오히려 줄여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시기적 문제까지 겹쳤다. 이미 나이스단이 고착화되고 원정대 단위의 구조가 완성된 시점에서 뒤늦게 보석 귀속과 조율 시스템을 밀어 넣은 것은, 유저들에게는 단순한 ‘운영의 유연성 부족’을 넘어 “지금껏 게임사가 설계한 환경 안에서 효율을 추구해온 유저들을 일방적으로 제재했다”는 감정으로 전이된다.

결국 이번 패치는 시스템의 논리적 완결성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유저와의 신뢰 관계를 파괴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보석은 단순한 인게임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플레이어의 시간, 자원, 전략, 그리고 선택이 축적된 결과물이자 자산이다. 그 자산에 대해 갑작스럽게 제약을 걸고, 제약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크리스탈 지불'을 요구하거나, 조율이라는 이름의 제한된 변환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은, 사실상 유저의 플레이 방식을 통제하고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유저는 언제든지 효율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그것이 왜 잘못된지에 대한 설득과 함께 더 나은 선택지가 병렬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번 보석 패치에는 그 과정이 없다. 대안 없이 제약만 있다. 소통 없이 통보만 있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유저다.

운영의 책임은 게임사에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이번 패치는 책임을 유저에게 전가한 방식이었다. 그 결과로 현재 유저 간 갈등, 게임 내 자산 하락, 신뢰도 하락과 불신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단기적인 수치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에 훨씬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고자 했다면, 먼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고, 선택지를 확장한 뒤, 마지막으로 기존 방식의 효율을 낮추는 순서여야 했다. 그랬다면 유저는 “그동안의 방식이 더 이상 최적은 아니구나”라고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지를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어떤 구조적 보완도 없이, 그 어떤 신뢰 회복의 움직임도 없이, 패널티만 먼저 온 상황에서 유저가 느끼는 건 딱 하나다.

“이 게임은 내가 열심히 플레이한 방식조차 틀렸다고 말하는구나.”

이것이 이번 패치의 가장 근본적인 실패이자, 게임이 회복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