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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5 19: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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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미 렌렌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은 적지않다. 신세를 진 시험관에게 그런 말을 듣고, 속으로는 반발했지만 말로는 내뱉지 않았다.

코이미즈 레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치원이나 학교의 친구와 대화 속에서 엿볼수 있는 친구의 가족이나, 실제로 놀러가서 본 친구의 엄마-다들 약속한듯이 상냥해 보였다-를 보더라도, 우리 엄마랑은 다르구나 정도 밖에 생각이 들지않았다. 엄마가 둘도 없는 존재라거나, 그 누구보다도 중요하다던가 그런건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엄마가 엄마라는 사실, 레이에게는 그것만이 중요한 일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갔을 무렵, 아니, 그보다 좀 더 이전, 레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아빠가 있었던것 같지만, 희미해서 잘 기억이 나지않는다. 등이 넓다던가, 크고 굵은 목소리로 웃고 있었다던가, 그런것 밖에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이마저도 나중에 학습을 통하여 【아빠】라는 존재를 알게되었을때 품게 된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즉, 아빠는 기억에 없다. 레이가 기억하는것은 엄마 뿐이다.

발판을 가져와 싱크대에 올라가, 식칼에 체중을 실어서 야채를 썬다. 자그만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서 쌀을 씻고, 전기 포트는 정기적으로 안쪽을 씻어낸다. 귀찮다거나 쓸데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밤 늦게 돌아와 레이가 일어나기 전에 일을 나간다. 얼굴을 보는 경우는 한달에 몇번 정도 밖에 없었지만, 만날때마다 졸린 눈을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실제로도 졸렸을거라고 생각한다. 피곤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변기를 닦고, 마루를 닦아 조금이라도 집 안을 깨끗하게 한다. 카레도 단맛보다는 엄마의 취향에 맞추어 상당히 맵게 만든다. 레이의 입에는 상당히 맵지만 참는다. 빨래가 쌓이지 않도록 매일 같이 세탁기롤 돌리고, 세탁기를 돌릴때는 욕조의 남은 물을 써서 물을 아낀다.

이런 생활은 레이에게는 보람이있는 생활이었지만 엄마에게는 아니었던것 같다. 그 사실을 알수있었는 것은 '이제 거기로는 돌아가지 않아' 라는 엄마로 부터의 전화를 받은 후 였다. 그 말은 레이에게 이제것 겪은적 없는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충격을 뒤따라 몰려오는 슬픔과 괴로움만큼, 엄마가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레이의 곁에 있어주었다. 근래에는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지만,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자고, 같이 TV를 보거나, 가끔씩 농담을 하거나,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이제 엄마는 없다.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가 왜 다시 돌아오지 않는것인지, 레이는 막연하게 알수있었기 때문에 더욱 슬펐다. 엄마는 레이와 달랐다. 자신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잔뜩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레이 때문일 것이라고, 레이가 없다면 손에 넣을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것이다. 그 생각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건 그 통보 이후 엄마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레이는 이미 초등학생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도 슬프고 슬퍼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하지만 엄마를 찾자라던가, 돌아와줬으면 한다던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은 했을지만, 이를 악물고 그런 자신을 억눌렀다. 자유를 되찾은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머지않아 문제가 발각되고, 엄마는 자식을 버렸다는 꼬리표가 달려, 불행하게 될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되도록 놨두지 않았다. 레이는 이미 어느 시험관에게 스카웃되어 마법소녀 【러브미 렌렌】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돈을 버는 삶의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으며, 보호자의 역할을 연기해줄 사람을 찾아내어 의뢰할수도 있었다. 시간이 나는대로 마법소녀로서 돈을 버는 나날은 바쁘기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레이는 아파트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학교에 다닌다. 청소와 빨래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엄마가 두고 간 물건은 모두 그대로, 하지만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보존하여, 엄마가 언제 돌아오더라도 좋도록, 언제라도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수있도록 대비를 하고있었다.

여러모로 도움을 준 시험관은 렌렌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재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 재능을... 그 특징을 살릴수있는 무대를 찾으세요.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입니다' 라고

러브미 렌렌은 마법의 화살을 쏘아 사랑이라는 현상을 일으킨다. 러브미 렌렌의 화살이 있다면 끊어질려는 유대도 다시 이어줄수 있다.

러브미 렌렌이라는 마법소녀는 사람과 사람의 연을 중시하였다. 레이는 생각했다.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가 아빠를 좋아했기에, 레이가, 러브미 렌렌이 있다고.

레이는 생각했다. 러브미 렌렌이 있었기 때문에 라고 말할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훌륭한 일일 것이라고, 레이는 생각했다. 미소를 늘리고 눈물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랑과 인연이 필요하다.

불륜에 의해 무너져내리던 가정에 평온을 되찾고, 유산 상속문제로 사이가 나빠진 형제의 관계를 되돌리고, 화해하고 싶은데도 스스로 말을 꺼내지 못하던 커플들을 화해시키는 등, 그러한 사람과 사람의 인연과 관련된 일을 받았다.

때때로는 자신의 입장이나 손익을 집어 던지고 업무에 몰두하여 끊어지려는 연을 이었다. 그러한 렌렌의 소문은 업계에 퍼져나가, 스스로 영업활동을 하지않아도, 고용주 측에서부터 일을 들고 찾아오는, 시험관이 말하던 얼마없는 '축복받은 프리랜서'가 될수있었다.


◇◇◇


의뢰자의 집에 찾아가게 된 경험은 거의 없다. 렌렌에게 의뢰하는 사람은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는 이번 의뢰자는 마음을 열어줬다고 해도될지도 모르지만, 그런걸 기쁘게 생각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았다.

마법사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마법소녀의 동행을 필요로 하고있다. 단지 그것뿐인 얘기일 뿐인데, 자택으로 불렀다. 그 자택은 대충 둘러본것 만으로도 그 집의 경제사정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한 사실이 렌렌의 머릿 속에 그럴듯하고 흔한 스토리를 연상시켰다.

준공 30년은 넘었을듯한 건물은, 평범한 사람은 체감할수 없겠지만, 마법소녀라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건물이 전체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수 있을것이다. 벽지는 원래라면 옅은 크림색이었겠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산화하여 누런빛이 감돌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원형의 형광등은 수명이 거의 다 했다는 것을 알리는 듯이, 빛이 약하고 검게 변한 부위가 눈에 띄었다. 그러한 광경은 철거 되기 전까지 살고있었던 아파트와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비슷하다고 한들 전체적인 인상 뿐이며, 역시 세세한 부분은 차이가 났다. 주방의 바닥은 청소가 되질않아 약간 끈적였고, 테이블의 다리는 너무 높았다.

테이블은 반대편에 앉아있는 마법소녀가, 들고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받침 접시도 없이-꿍얼꿍얼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일본어인지 아니면 주문일지 잘 모르겠는 수준의 불명확한 발음과 작은 성량에 의한, 올바른 '꿍얼꿍얼 거리는 중얼거림'이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저어... 무슨일이죠?"

마법소녀는 눈을 깔은채로, 한두마디 더 중얼거렸다. 역시 전혀들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검은 코스튬과 음울한 분위기, 동태처럼 죽어있는 눈동자, 멍한 얼굴의 조합은, 타인의 간섭을 사절하는 듯이 보였다.

렌렌은 프리랜서로서 오랜 세월동안 일을 맡아왔지만, 맡은 일은 편중되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 인관관계에 관련된 일 만을 받아서 수행하다보니, 어느새 의뢰자들은 그런 종류의 의뢰만을 가지고 찾아오게 된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다른 마법소녀와의 협력이 필요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마법소녀와 함께 의뢰를 맡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마법소녀와 손발을 맞춰서 능숙하게 일을 수행할수 있을지 어떨지 불안감이 있었다.

렌렌은 곤란한듯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마법소녀 【네필리아】는 귀신의 집의 해골장식이 이를 달달거리는 듯이 '크히히히힉' 하고 웃어-아마도-보였다.

"러, 러, 러브미... 렌렌... 이라... 거 같..."

중간 중간 끊기고 발음이 불명확했지만, 어떻게든 알아들을수 있었다.

"렌렌으로 괜찮아요. 네필리아씨"

"네피...."

네필리아라는 마법소녀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낫을 가진 사신과 같은 느낌의 마법소녀였다. 금속 특유의 광택을 숨기지 않는 대낫은, 원래 농기구인 것을 알고있는 렌렌에게도 강한 임팩트를 주는 무장이었지만, 네필리아의 태도는 그러한 무기를 앞세워 위압을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폭력에서 거리가 먼 침울한 태도였다.

"그래서 말야, 두 분"

두명의 마법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네필리아는 오른쪽, 렌렌에게는 왼쪽에 위치한 목소리의 주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얘기할거라면 나도 끼워줘"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었다. 적갈색의 머리는 어깨에 스칠정도며, 화장은 전체적으로 엷었지만, 루즈의 붉은 색만은 진하게 강조되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어 거의 누운듯한 자세이기에, 테이블이 방해되어 명치 아래쪽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무릎을 꼬고 있을 거라는 것을 분위기에서 알수있었다. 캐미솔의 왼쪽 스트랩이 쇄골의 위에, 오른쪽의 스트랩은 어깨에 걸려서 당장이라도 떨어질듯이 보이는 것이, 그녀의 칠칠치 못함을 상징하는듯이 보였다.

네필리아는 감정을 느낄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끄덕이면서도 눈은 상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서, 서툴다... 얘기..."

"아아, 얘기하는 것이 서툴구나. 그건 어쩔수 없네"

"유산... 상속... 법률... 사무..."

"그렇구나, 전문이 아니기에 그 화제는 서툴다는 거구나"

네필리아는 대답하는 대신 마법소녀답게 반듯한 치열을 내보이며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긍정하는듯 하다. 렌렌은 더욱 더 표정을 부드럽게 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가족이나 연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마법소녀와 의뢰를 같이 수행한 경우가 적어요"

네필리아가 손등으로 이마를 닦고는, 렌렌에게도 치열을 보이면서 웃어보였다.

"이쪽... 긴장... 마찬가지.."

"긴장한건 이쪽도야. 어쨌든 싫은 얘기니까"

의뢰인의 말에 네필리아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아...?"

"그야 그럴게, 애인의 사생아가 부고를 듣고, 어슬렁 어슬렁 유산만 받으러 간다니, 어떻게 봐도 귀찮아질것 같잖아?"

발언자의 외견이나 자세로 인해 언뜻보면 매우 가볍게 말하는 듯 했지만, 찻잔의 손잡이를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손톱 끝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렌렌은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말을 받아넘겼다.

"귀찮은 일이 없다면 저희가 해결할 일이 사라져버린답니다. 아그리엘레임에이드 쿼키씨"

"아그리로 괜찮아. 아무리 뭐라해도 너무 길잖아... 그보다 당신 잘도 기억하고 있었네"

둘은 말을 주고받은후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웃기 시작했으며, 네필리아도 이를 달달거리면서 따라 웃었다.

"아.. 아그..."

"아니, 아그도 괜찮지만, 될수있으면 아그리 쪽이 익숙해서 말야"

"리..."

"아아, 미안해. 아직 부르는 도중이었구나"

아그리와 네필리아가 동시에 웃고, 이번에는 렌렌이 뒤따라 웃었다.

아그리는 잠시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렌렌은 자그맣게 숨을 토했다. 네필리아는 눈만을 움직여 렌렌을 보고, 렌렌은 그걸 깨닫지 못한척 하면서 찻잔을 쥐고 입에 대었다. 입안에 차의 따스함이 번져나간다.

"네피는 유산이나 상속 전문입니까?"

"주, 죽은사람... 시체.. 싫어.."

"저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네요"

"싸우는건... 서툴어..."

"싸우는 일은 없겠지요. 그러면 저도 곤란하고요"

렌렌은 쓴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다시 들어올리지만, 이미 비어있었다. 네필리아는 더욱 더 목소리를 떨어트리고는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소리를 내었다.

"고용주... 생각..."

렌렌은 얼굴을 굳히고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될수있는한 아그리 씨를 돕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 벌어... 움직이는...?

테이블 위에서 깎지를 꼈다. 어디까지 얘기할지 잠시 고민하고, 솔직하게 얘기해봤자 자신이 웃음을 사고 끝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리 씨는 돌아가신 아버님에게 반감을 안고있습니다. 마법사의 사정같은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그리 씨의 말대로 애인의 사생아 같은 느낌인것 같으니까요"

"아, 아"

"저는.. 아그리 씨가 아버님을 조금이라도 좋아하게 되도록 돕고싶습니다"

네필리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가 천천히 풀어졌다.

"하아...."

"딸이 부친을 미워하는 것은 슬프지 않습니까"

3초 정도의 정적을 가지고, 네필리아는 목소리를 죽이고 어깨를 떨었다. 우는 것은 아니었다. 배를 붙잡고는 전혀 견딜수가 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렌렌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것을 얘기하고 웃음을 사는것은 언제나의 일이다. 하지만 오해는 받고싶지 않았다.

"네피, 저는 거짓말을 한것이 아닙니다"

"아, 알고.. 거짓말이... 아ㄴ.."

네필리아는 웃음을 그치고, 테이블의 위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들어올려, 렌렌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멍하게 반쯤 감은 눈이 아닌, 확실하게 눈을 뜨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렌렌은 압도당하고 있는 것을 얼굴에 들어내지않고 그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였다.

"이상... 합니까?"

"아, 니... 미안..."

"별로 사과받을 일은... 웃음을 사는건 익숙하기 때문에"

"굳은... 자아... 마법소녀... 다워..."

칭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소로 되돌려주었다. 네필리아는 스르륵 손을 뻗어 렌렌의 손 위에 겹쳤다. 차가운 손이었다.

"곧 바른... 쓰레기... 취향.."

그것만을 입에 담고는 히죽 웃었다. 역시 칭찬은 아닐지도 모른다.



◇ 7753


마나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 눈치가 없는걸로는 자신이 있는 7753도 그녀가 바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건 7753의 통찰력이 늘었다기 보다는, 통찰력이 부족한 7753이라도 알수있을 정도로 마나가 알기쉬웠기 때문이었다. 사적인 부탁을 할수있는 마법소녀는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달리 부탁할만한 마법소녀가 없다고 7753에게 섬에 동행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하는 것은 부끄럽다. 그런 앞으로 나아갈수도 뒤로 물러날수도 없는 상황을 호소하여 동정을 사고 싶지않다. 하지만 7753이 같이 가주었으면 한다.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을 아플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녀를 도와주고 싶기는 했다. 원래 마나에게는 의지할만한 마법소녀가 있었다. 7753은 그 마법소녀 【게코쿠죠 하나】에 대해 떠올릴 때, 가슴이 쥐어뜯고 싶어지는 기분이 치솟았다. 자매나 마찬가지였던 마나라면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정도로 끝날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미력하더라도, 7753에게 가능한 것이라면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7753에게는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휴가를 요청서를 제출해 보았더니, 어느새 일정이 비어버리고 7753이 맡고있던 마법소녀 【프린세스 데류지】는 【있어야 마땅할 장소】로 옮겨져,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7753은 섬에 왔다.

기온이 높아, 모래사장은 강한 햇빛에 조금씩 달구어져 있으며, 간간히 날카로운 돌맹이나 조개 껍질의 파편이 섞여있는 것도 있어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맨발로 걸을수도 없었을 것이다. 7753은 마법소녀이기 때문에 맨발로 걸을려고 한다면 걸을수는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맨발로 걷고싶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고작해야 파도에 젖지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바다에 다가가,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에 그쳤다. 너무 들떠있으면 테프세케메이에게 얼굴을 보일수가 없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위험한 짓을 하면 안된다고 약속하고 데려왔다는 것은,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7753은 기억하고 있다.

정작 테프세케메이는 해변을 돌아다니기보다 상공에서 바닷바람에 휩쓸리며 유영하고 있었다. 너무 위로 올라가면 결계에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마나의 충고에 '그건 이미 당해봤다'고 대답한 것은, 믿음직스럽다 해야할지, 아니면 미덥지 못하다고 해야할지...

"테프세케메이는 즐거워보이네"

뒤돌아보면 마나가 피곤해보이는 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마나는 바람에 휩쓸려 흩날리는 망토와 날아갈려고 하는 마법사의 모자를 붙잡고 있었다. 바람에 의해 펄럭이는 망토의 사이로 보이는 것은 마법학교의 교복으로, 격식을 차린듯 해보이지만 시원해보이지는 않았다.

"덥네요"

"그러게 말야"

"그.. 망토 정도는 벗는것이?"

"문을 두드릴때 까지는 정장으로 가야하는 법이다"

후우, 하고 무거운 숨을 내쉬면서,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몸을 지탱한다.

"하나 말해두자면, 더위를 먹어서 지친 것은 아니다"

"어라? 그런가요?"

"여기에 연결된 【문】, 그건 어딘가의 아마추어가 제작한 어설픈 물건이다. 저런걸 사용한다면 멀미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7753은, 그리고 아마도 테프 세케메이도 '이런 장치 하나로 텔레포트가 가능하다니 대단하구나' 정도의 감상 밖에 없었으며, 멀미를 하는 등의 섬세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너무 태연하게 있었던 것이 어쩐지 미안해져서, 눈썹 만을 찡그렸다.

"그쪽은 어떻지?"

"그저 그래요. 원래부터 멀미같은건 안하는지라"

"아니, 더위말이야"

교복과 같은 7753의 코스튬은 보기만 해도 더워보인다. 이런 남국이라는 인상을 그대로 옮긴듯한 섬에는 전혀 어울리지는 않기는 하지만, 마법소녀라면 방한구로 둘둘말은 코스튬이든, 속옷이나 마찬가지의 코스튬이든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일본에 비하여 기온이 높고 습도도 높은 편이기에 기분이 좋다고는 할수없겠지만.

"문제 없어요. 저희는. 저는 둘째치고 테프세케메이는 저런 모습으로도 겨울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원래는 추위를 잘 타는 생물인데도 말이지요"

"부럽네... 마법소녀의 강건함은.."

칭찬하는듯 하기도 하고, 섬세함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 같기도 한 한마디를 내뱉고, 마나는 몰아치는 파도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나가고, 7753은 '테프세케메이, 가죠' 하고 큰소리로 부른 다음,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마나의 팔을 붙잡고 부축해주려고 했지만 '병자 취급하지마라' 하고 털어내기에, 어쩔수 없이 반걸음 정도 뒤에서 언제 쓰러지더라도 대응할수 있도록 태세를 갖추었다.

"웨딘"

"저는 웨딘이 아니지만, 무슨일 있었나요?"

뒤에서 걸어오는 말에,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테프세케메이의 답이 없었기에 슬쩍 뒤를 돌아보면, 어째선지 당혹스러워 하는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슨일인가요?"

"모르겠다"

테프세케메이치고는 멍한 대답이었다. 둥실둥실 하늘을 떠다니면서 어려운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7753은 자신이 정신을 차리고 남을 챙겨주는 타입이 아니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이런 상태라고 한다면 자신이라도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섬에는 마법사와 마법소녀라는 방심못할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특히 온지 얼마 안되는 7753들에게는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두려움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소녀와 그 보다는 수가 적기는 해도 수많은 마법사들을 보아온 7753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 사이에 한명이라도 나쁜 사람이 섞여있다면, 생명의 위기에 직결하는 사태를 일으킬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있었다.

기렇기에 7753은 더욱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하며, 마나가 짜증을 부리거나, 테프세케메이가 숨쉬듯이 무례를 벌이는것을 어떻게든 잘 구슬려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 이번에 7753에게 맡겨진 일이었다.

7753은 우선 다른 손님들께 실례가 되지 않도록 고글을 풀어 목에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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