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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마왕숙 지옥 서바이벌 게임 4

1(121.131) 2024.02.29 1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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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저문 지 몇 시간이 지났다. 풀벌레 울음소리, 바람 소리, 마법소녀의 단말마, 파괴음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행사는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참가자 수가 4분의 1로 줄었고, 깃발이 소수에게 몰렸다. 한 사람이 여러개의 깃발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누군가를 때려눕힌 사람이 곧장 톱의 자리로 직행하는 일이 빈번했다.

  "예전 행사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파미가 말했다. "싸움이 더욱 격렬해지는 시점입니다. 또한 마지막까지 몸을 사리던 마법소녀들이 싸움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깃발이 한데 모이는 시점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하이에나 같다고나 할까요."

  "글쎄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 사실... 마왕 팜, 당신은 그들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기를 바라시는 거죠. 뭐랄까... 영악한 수단을요?"

  "이기기 위해 허용된 규칙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운동회잖아요? 몰랐던 약점을 밝혀내고 자신을 담금질할 발판으로 삼자는게 이 게임의 개최 명분 아니었나요? 교육용 행사가 맞긴 한거죠? 그렇다면 그 완고하게 효율성만 따진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가 관건이군요." 

  "뭐, 그렇겠죠."

  사실 마왕 팜은 마왕숙 인원들에게 마왕숙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으나 외부인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할 권한이 없었기에 불문율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강제할 수 없었다. 종반부까지 수풀 속에 엎드려있든 말든 자기 마음이었다.

  "그 말은 즉슨 하이에나들이 직접 정면승부에 나서기를 바라신다 이거죠?" 파미가 물었다. "팀을 짜서 싸우는걸 반기지도 않고요."

  "팀을 이루는 것도 딱히 문제되지 않습니다. 마법소녀 여럿이 마법을 합치면 열 배, 백 배, 천 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호, 방금 팀 결성에 대해 얘기하신 겁니까? 그 말은 팀을 짜는것과는 별개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가요?" 

  "...노코멘트."

  화면이 전환되면서 나무를 차서 쓰러트리며 전진하는 마법소녀가 비춰졌다.

  "아!" 마왕 팜이 짧은 탄성을 질렀다.

  "마왕숙 출신인가요?"

  "아뇨."

  "반응을 보아하니 아는 사이인가 보군요."

  "외교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동료로군요."

  "...네. 동료입니다."

  팜은 고민 끝에 레이디 프로우드와의 관계를 '동료' 로 정했다. 실제로는 동료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웠지만, 적어도 팜 자신은 그렇다고 여겼다. 마왕 팜과 대등한 자는 거의 없었다. 마왕숙의 모든 사람은 그녀의 제자였으니 그중 누구와도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부문조차도, 마왕숙 졸업생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뒤부터 팜의 제자로만 채워져 대등한 사람이 사라졌다. 마법소녀 업계에 몸담은 사람 중 팜과 동년배인 사람은 이제 없었다. 동갑은 고사하고 다섯 살 이상 연하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후쿠로이 마리카가 팜을 노부인 대하듯 하는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외교 부문이 어떻든 간에 세상 모두가 마왕숙 출신은 아니다. 비마왕숙 사람과는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이 자료에 따르면." 파미가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디 프로우드입니다. 자신의 피를 원하는 액체로 바꾸는 마법을 가졌습니다. 외교 부문 부장 자리에 있고, 마왕 팜으로부터 일을 잘한다는 보증을 받았습니다. 싸울줄만 아는 다른 마법소녀들과 다르게 높은 전투력에 더해 부장으로서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합니다. 이거 칭찬입니까? 명불허전 최고 엘리트들이 모이는 재능의 극점인 외교 부문답군요!"

  "진짜로 최고 엘리트들만 모인건 아닙니다."

  "지금 그녀는 깃발 한 개...? 를 갖고있습니다."

  "고작 한 개? 이상한데요."

  "계산이 틀렸을 겁니다."

  "틀렸을 리 없다퐁." 파브가 끼어들었다.

  "아, 죄송해요. 음, 다시 보니 안 틀렸네요." 파미가 말을 정정했다. "그게 뭘 의미할까요? 레이디 프로우드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겁니까? 하이에나처럼?"

  "아뇨,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러지 않을 사람입니다."

  마왕 팜은 레이디 프로우드의 행동양식을 알고있었다. 두 사람이 업무교육 연수의 사전점검을 하러 함께 여행을 떠난적이 한번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살펴볼 무술도장으로 가서 거기서 하룻밤 묵었다. 그들은 레이디 프로우드의 피로 된 술을 나눠마시며 부문의 상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마법소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팜은 굳게 다문 입술과 완고함과 지나친 진지함이 레이디 프로우드의 근본이라고 생각했으나 거나하게 취하자-그녀의 피로 된 알코올은 마법에 기반했기에 기본적으로 독이 먹히지 않는 마법소녀에게도 통했다-입에 걸린 자물쇠가 놀랍도록 헐거워지더니, 뺨이 발그레해져서는 외교 부문에 대한 푸념과 불평을 좔좔 쏟아냈다. 한술 더 떠서 그녀는 언젠가 너를 꺾고 부문 톱의 자리에 오르겠노라고 마왕 팜의 면전에다 대고 선언했다. 아무도 이런 적 없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즐거웠었다. 여행을 즐긴 것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이래로 처음이었다. 

  다음날이 되자 레이디 프로우드는 평소의 예의바른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법소녀다움' 스위치를 딱딱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이 더더욱 마왕 팜의 마음에 들었다. 그날 레이디 프로우드는 자제력을 잃었었지만, 그녀는 '스위치 올리기'의 화신이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당당한 자세로 성큼성큼 숲을 거닐었다. 나무 그루터기를 밟아뭉갰다. 커다란 바위를 걷어차 산산조각냈다. 땅속 깊이 얽힌 굵은 뿌리를 찢어발겼다. 팔을 휘둘러 앞에 우뚝 선 아름드리 나무를 날려버렸다. 불도저처럼 전진하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 하나 온전하지 못했다. 굉장히 소란스러운 전진이었다.

  참가자들은 적들이 경계태세에 돌입하거나 자기 쪽으로 이끌리지 않도록 될수있는한 이목을 끌지 않으려 했다. 나는 적의 위치를 모르는데, 적은 내가 어디있는지 알고 지속적으로 따라붙는다면 설령 단련된 전사라도 적잖은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다. 

  "적이 나타났습니다!" 파미가 말했다.

  "흠. 숫자가 상당하군요?" 팜이 논평했다.

  예상대로 레이디 프로우드에게 공격이 집중되었다. 나무 뒤에 매복한 마법소녀가 레이디 프로우드가 지나가길 기다리다 나무채로 걷어차였고, 가지에서 뛰어내린 나뭇잎에 덮인 마법소녀들이 공중에서 반격당해 양발 킥, 펀치, 킥, 업어치기에 하나씩 쓰러졌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거뜬히 수적 열세를 극복했다. 고개를 까딱여 뒤에서 날아온 파괴광선을 피하고,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뒤로 풀쩍 뛰어 명치에 뒤차기를 꽂아 일격에 쓰러트렸다. 던져진 올가미를 홱 당겨 주인을 끌고와서 손꿈치로 턱을 때려 기절시켰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침이 빗발치자 나무를 뽑아 붕붕 휘둘러 막고, 그 기세 그대로 적에게 집어던져 쓰러트렸다. 나무를 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뒤에서 엔진음, 분쇄음, 충돌음이 들려왔고, 레이디 프로우드는 몸을 돌려 돌진하는 차량을 멈춰세웠다. 찢어진 손바닥에서 피가 솟았다. 고대 로마의 전차를 연상시키는, 무수한 칼날로 무장한 미니어처 탱크였다. 그 위에 탄 레버를 쥔 정원사 모티브의 마법소녀가 광소했다. 탱크가 밀어붙이자 레이디 프로우드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발이 흙바닥에 깊은 고랑을 남겼다. 회전하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고있었기에 상처가 벌어져 출혈이 심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나무뿌리든 흙이든 바위든 뭐든 닥치는대로 빨아들여 잘게 부숴 흙먼지와 조각난 이파리를 흩뿌리는 미니어처 탱크의 진격을 버텼으나, 서서히 압도당했다.

  "으음, 여기 제가 가진 기록에 의하면 저자는 마왕숙 사람이 아닙니다. 미나 에이커, 일명 매드가드너. 마법의 쾌속 살인 잔디깎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아, 저게 잔디깎이였군요."

  "'평상시에는 예의바르고 내성적이지만, 잔디깎이에 타면 강한 파괴욕구에 사로잡혀 광전사처럼 멈출줄 모르고 싸운다'... 참가를 허용해야 합니까?"

  "그게, 인터뷰할 때는 예의발라 보였습니다만..."

  미나의 새된 웃음소리가 야심한 숲속에 울려퍼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광기에 찬 미나가 침묵했다. 운전하던 잔디깎이처럼. 레버를 거칠게 내리고 또 내렸으나 잔디깎이는 삐걱대다가 작동을 정지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나의 잔디깎이가 어떤 이유로 작동을 멈췄습니다!"

  "보세요. 바퀴와 회전날에."

  희고 불투명한 물질이 잔디깎이의 바퀴와 회전날에 잔뜩 낀 채로 굳어져있었다.

  "저게 뭐죠...?" 파미가 물었다.

  "접착제입니다. 주성분은 아마 에폭시의 일종일 겁니다. 두 가지 액체의 혼합물에 경화제를 첨가했습니다."

  "그 말인즉..."

  "레이디 프로우드의 손바닥이 찢어져 바퀴와 회전날에 피가 튀었었죠. 그 피를 강력접착제로 바꾼듯합니다."

  "차량이 더는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나가 새된 고함을 지르며 레버를 당겼으나 잔디깎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량이 듣기싫게 덜컥거리며 검은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올렸다. 레이디 프로우드의 팔에 검푸른 정맥이 불거졌다. 미나의 새된 고함이 비명으로 바뀌었다. 살인 잔디깎이가 바닥에서 들려올라가고 있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허리를 홱 젖혀 수플렉스로 잔디깎이를 운전자채 등뒤로 집어던졌다. 잔디깎이가 나무를 우수수 부러뜨리며 날아가 미나의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밤의 장막 너머로 사라졌다.

  "살인 잔디깎이마저도 상대가 안됩니다! 강합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정말로 강합니다!"

  살인 잔디깎이와 교대하듯 나타난 마법소녀는 이전까지의 상대들과는 달랐다. 가식 없이, 전의 없이 산책 나온듯 한가로운 태도로 접근해왔다. 금속성 광택이 흐르는 코스튬이 온몸을 감싸고있어 일종의 위압감을 풍겼다. 감이 좋은 자가 본다면 아아 하고 알아챌, 그런 기운이 서려있었다.

  "새 적이 출현했습니다. 역시 마왕숙 출신이 아닙니다. 음, 이름은 메탈리. 28개의 깃발을 보유했습니다." 

  "...강적이군요."

  메탈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성큼성큼 나무, 풀, 바위, 레이디 프로우드에게 패한 마법소녀들을 넘어왔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자리를 지켰다. 손바닥의 출혈은 이미 멎었다. 계속된 전투에도 레이디 프로우드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쭉 일정하게 고요한 호흡을 유지했다. 숨결에 소리없는 희열이 담겨있었다. 몸에서 피어오른 김이 어른어른 그녀를 휩쌌다. 그것의 정체는 마법소녀답지 않은 대량의 땀이었다. 머리가 마구 헝클어져 마치 동화 속 마귀할멈 같은 몰골이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장신구인 마늘 머리장식은 전투중에 삐뚤어졌다. 간간이 입속에서 송곳니가 번득였고, 그럴 때마다 입술 사이로 말이 흘러나왔다. "마법소녀는,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한다..."

  마왕 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황이 재밌어졌다.

  "레이디 프로우드의 상태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안그렇습니까?" 파미가 말했다.

  "강적과 마주쳤을 때만 사용하는 비장의 수입니다."

  "비장의 수라니 무슨 뜻이죠?"

  "레이디 프로우드는 자신의 피를 원하는 액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마법으로 신경에-"

  "아하, 그렇군요! 신경전달물질과 뇌내마약을 완전히 조작하여 전투기술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이는 통증 감소, 오감의 강화, 근력 향상 등 각종 부가효과를 제공합니다. 아, 네. 손바닥의 출혈이 멎었습니다. 저것도 혈액 성분 조작의 효과겠지요?"

  양자 모두 서로의 능력을 파악했다. 금속빛으로 번쩍번쩍 광이 나는 메탈리가 오른손에 전퇴를, 왼손에 투창을 만들어냈다. 그걸 본 레이디 프로우드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근처에서 가장 두꺼운 가지를 발판 삼아 적을 덮쳤다. 찔러져오는 투창에 망토를 감아 비껴낸 다음 발차기를 날렸으나 대방패에 막혔다.

  "메탈리의 마법은 체내에서 금속 무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빠릅니다. 경이적인 생성속도입니다."

  레이디 프로우드가 망토를 펄럭이며 지면에 내려앉았다. 망토 밑에 시험관이 한줄로 매여있었다. 전부 레이디 프로우드의 혈액이 담겨있었다.

  "혈액을 휘발유, 니트로글리세린, 액체질소, 용암, 합성마약, 사린 등 어떤 위험한 액체로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저,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제없는 거 맞나요?"

  "안전 대책이 전부 건재합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손가락으로 시험관 세 개를 뽑아 내용물을 뿌렸다. 공기와 접촉한 붉은 피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마법의 액체질소입니다." 팜이 말했다. "닿으면 동상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럼 메탈리는 어찌 대응할까요?!"

  메탈리는 피하기 힘든 액체공격에 정면돌격으로 맞섰다. 움직이면서, 몸 형태를 바꾸었다. 전신에 중갑 기사복을 둘러 액체질소가 닿는순간 털어내 갑옷 내부를 단단히 지키며, 레이디 프로우드의 반걸음 안쪽까지 다다랐다. 이렇게 가까우면 시험관 투척이 의미가 없다. 꺼낼 시간조차 없을 테니까. 레이디 프로우드는 손톱을 세워 할퀴었고, 메탈리는 방어를 위해 긴 금속 꼬챙이를 꺼내 레이디 프로우드의 손바닥을 찔러 손등까지 관통시켰다.

  "으으으으! 아파 보입니다!"

  "통증보다도, 움직임이 제한되는게 더 큽니다."

  메탈리는 점점 커지는 주먹으로 후속타를 가했다. 주먹이 닿는 순간 표면을 황동으로 덮었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옆구리를 노린 짧은 훅을 쳐낸 다음 가슴을 노린 일격을 비껴내고, 손바닥을 관통한 꼬챙이를 오른손으로 꽉 쥐어 부러트렸다. 메탈리가 바로 뺨을 후려갈기는 연속 동작으로 넘어가자 입을 크게 벌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송곳니가 내질러진 황동 너클을 과자 먹듯 씹어부쉈다. 이미 주먹을 뺀 뒤였기에 산산조각난건 황동 너클뿐이었다. 금속 조각을 퉷 하고 도로 뱉자 메탈리는 노성을 지르며 오른손 손등으로 쳐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투검과 동시에 장검을 휘둘렀으나 전부 튕겨나갔다. 

  메탈리가 휘리릭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나 무언가를 공중에 뿌렸다. 예리한 가시가 사방에 돋친 것들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흠. 마름쇠라?" 팜이 말했다. "끝에 미늘까지 붙어있습니다."

  "레이디 프로우드가 마름쇠 위로 발을 뻗었습니다! 그냥 전진하려는 걸까요?!"

  "그녀는 지금 공격 최우선 상태입니다."

  "즉, 공중제비같은 쓸데없이 현란한 동작을 취하느라 생긴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마름쇠를 밟으면 어떻게 될지 상황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발부터 나가는 겁니까? 다리를 절게 되어도 후회는 없다 이거겠지요?"

  "그 공중제비는... 도발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레이디 프로우드가 마름쇠에 아랑곳않고 전진하려는 그순간, 막대 모양의 무언가에 발이 미끄러졌다. 레이디 프로우드는 놀라느라 시간낭비하지 않고 막대처럼 생긴 그것을 살짝 차버리고 전진하여 메탈리가 착지하기 전에 앞차기로 가격했다. 너무 빨라서 방패를 생성할 시간도 없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방어를 뚫고 속살에 충격이 가해졌다. 메탈리가 몸을 옆으로 돌려 수풀 속으로 뛰어들자 레이디 프로우드는 그녀를 뒤쫓아갔다.

  "지, 직격! 굉장한 소리가 났습니다! 아플 겁니다! 엄청나게 아플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다."

  "으음, 영상 되감기. 되감기... 죄송합니다. 화면 전환 이외의 복잡한 카메라 조작은 저희에게는 좀 어렵습니다. 함부로 다뤘다간 부서질 테니까요. 아! 파브, 귀찮게 해서 죄송하지만 이것 좀 해주실래요?"

  잔뜩 투덜거린 끝에, 파브는 영상을 되감았다. 리플레이에 슬로모션을 추가하여 레이디 프로우드의 발치에 던져진 막대의 정체를 확인했다.

  "...저거 우산입니까?"

  "우산입니다."

  되감기와 슬로모션을 취소하고 생방송으로 돌아온 그곳에, 마법소녀가 있었다... 메탈리와 레이디 프로우드가 사라진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란 우비를 입은 마법소녀가 "아, 저깄다." 라고 읊조리며 풀밭에서 막대기같은 것을 집어들었다. 접힌 우산이었다. "좀더 이기게 해야 해." 우비 소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레이디 프로우드에게로 달려갔다.

  "저 마법소녀는... 엄브렌? 현재 21개의 깃발을 보유했습니다." 파미가 말했다.

  "그녀는 외교 부문 출신입니다."

  "오호? 그럼 팜 씨의 또다른 동료입니까?"

  "레이디 프로우드의 부하들 중 한명인데... 대체 뭘 하는거죠?"  

  "여기 적힌 내용에 의하면, 엄브렌의 마법 우산은 아무리 빠르고 무거운 물체라도 간단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 우산을 발아래 던져 레이디 프로우드가 마름쇠를 밟는걸 저지했습니다. 그녀를 돕는 걸까요?" 팜이 궁금해했다.

  "파브, 죄송하지만 엄브렌이 있던 장면으로 되돌려 주실래요?"

  카메라를 여러차례 전환했다. 엄브렌은 쓰러진 마법소녀를 뒤지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접힌 깃발을 끄집어내 우비 속에 넣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방금 레이디 프로우드에게 패한, 올가미를 휘두르던 마법소녀였다. 마왕 팜은 레이디 프로우드가 깃발을 달랑 하나만 갖고있었던 점과 방금 엄브렌이 한 말을 되새겨보았다.

  "이래도 됩니까?" 파미가 물었다.

  "...금지사항은 아닙니다." 팜이 말했다.

  "부하가 상급자를 원호하는 거라고 보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레이디 프로우드는 깃발을 회수하려 하지 않는 겁니까? 이런 식이면 아무리 이겨도 하위권에 머무를 텐데..."

  마왕 팜은 레이디 프로우드가 굉음을 일으키며 숲에 길을 내던 일을 떠올렸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를 자처한 것일까? 레이디 프로우드가 미끼와 전위를, 엄브렌이 노획과 원호를 맡은 분업이었다. 그런 식의 분업은 레이디 프로우드를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무엇보다, 결국 깃발을 갖는쪽은 엄브렌이었다. 레이디 프로우드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 하지만 손익계산 없이 부하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게 과연 그녀다웠다. 마왕 팜의 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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