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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마왕숙 지옥 서바이벌 게임 3

1(121.131) 2024.02.29 15: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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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가 움직였다. 10미터가 넘는 거리를 한순간에 좁혀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 끼운 면도칼 세 개를 휘둘렀다. 예리한 궤적이 하나가 있던 자리를 갈랐으나 그녀는 벌써 자리를 옮긴 뒤였다.

  "빠릅니다! 마법의 동작감지센서가 탑재된 카메라가 간신히 포착할 정도입니다!"

  "빠르기만 한게 아닙니다. 칼을 휘두르는 상대와의 전투에 익숙합니다."

  하나가 등뒤에서 발차기를 날리자 미미는 몸을 돌려 큼지막한 미용가위로 맞섰다. 하나는 가위날이 닿기 전에 다리를 거두고 흙을 차올려 상대의 눈을 가리면서 물러났다. 미미는 흙가루를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갔으나 하나는 이미 후속타가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민첩하군요." 팜이 말했다. "계산적이기도 하고요."

  "스타일러 미미의 무기를 경계하여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주먹 교환을 즐기는게 아닌 신속하게 무력화시켜 사로잡는게 목적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전투광 소굴인 마왕숙에 드문 부류입니다."

  "전투광 소굴이라고 한 적 없-"

  "하지만 마왕숙에 드문 부류라고 한건 맞지요?"

  "네... 맞습니다."

  "범죄에 맞서는 일을 하는 직업 특성상 이러한 전투법을 익혔다고 추측됩니다. 게코쿠죠 하나가 소속된 강력반은 그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적이 말썽을 일으키기 전에 체포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더럽고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범죄자가 달아나도록 놔두면 더 많은 범죄를 일으킬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상황이지요."

  미미는 나지막이 혀를 찬 뒤 손에 가위와 면도날을 쥐고 적 주위를 도는 호(弧)를 그렸다. 거목이 둘 사이를 가린 그순간, 미미가 사라졌다. 게코쿠죠 하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라졌다?! 스타일러 미미가 나무 뒤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어디 간 거죠...?"

  "미미는 마법으로 자신에게 완벽한 코디를 입힐 수 있습니다." 

  "도시 생활을 위한 패션뿐 아니라 야외활동용 변장에도 정통하단 말씀이십니까? 변장... 변장이라고요...? 그 수준을 한참 넘어서지 않았습니까?"

  "뭐, 마법이니까요."

  "그렇군요. 마법... 시각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은폐술로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어지는 것이라. 그럼 속아넘어가지 않으려면 특별한 감각이 필요하겠군요. 심장 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예리한 청각이나, 체온 감지 능력이나, 생명력을 시각화하는 마법 같은것 말이죠."

  "맞습니다."

  "그럼 카메라를 적외선 모드로 설정하겠습니다. 아, 미미가 저깄네요."

  아나운서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가 모드를 변경했다. 겉모습을 바꾼 스타일러 미미가 덤불 앞을 지나 크게 한바퀴 돌아 하나에게 접근했다.

  "덤불로 의태한것 때문에 자세를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미가 말했다. "게코쿠죠 하나의 시야각에 주의하면서 자세를 낮추고, 언제나 수풀을 등지고 움직입니다."

  "자신의 마법에 대해 완벽하게 꿰고있는 움직임입니다."

  천천히, 깃털처럼 가볍게 스타일러 미미는 두꺼운 나무뿌리를 따라 움직였다.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거나 발자국을 남기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착실히 적과의 거리를 좁혔다. 한발짝 뒤로 다가서서 면도날을 머리 위로 쳐든 순간, 하나가 움직였다. 돌아서서 즉각 은신한 미미가 있는 쪽 하단에 발차기를 날렸다. 무기를 머리높이 들고있던 미미는 제때 반응하지 못하고 발목을 걷어차였다. 안락사 희망자같은 얼굴이 된 미미의 목 안쪽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간파당했습니다! 위치와 공격 시점 모두를요!"

  "저건 마치..."

  "여기 제 서류에 의하면, 그녀의 마법은 감각의 민감화입니다. 앞서 말한 예시들처럼 의태에 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후각이나 청각 등을 강화시켰을 겁니다."

  "흐으음."

  "로우킥 역시 무시무시하게 강력합니다."

  "아뇨, 위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것도 마법의 효과일 겁니다."

  아주 가벼운 로우킥 같았지만 미미는 강펀치에 얻어맞은듯이 반응했다. 하나가 다시 로우킥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정강이로 어떻게인가 받아넘겼다. 그럼에도 격통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미미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듯 무릎을 떨며 뒷걸음질쳤으나, 하나는 도주를 용납하지 않고 전진하여 미미를 끝장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했다. 로우킥, 로우킥, 하단을 노리는 척 중단차기. 미미는 무릎으로, 팔로 연타를 흘려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실제로 입은 것보다 더한 고통에 유린당했다.

  "게코쿠죠 하나의 마법은 오감의 강화입니다." 마왕 팜이 말했다. "그게 본인에게만 적용될까요?"

  "무슨 뜻이죠?" 파미가 물었다.

  "타인에게도 적용되는 마법이라면 미미의 반응이 설명됩니다. 하나의 빠르고 날렵한 공격은 타격이 아닌 신체접촉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몸에 손대는 것 하나만을 노린 움직임입니다. 공격이 닿는 순간 통각을 증폭시켜 격통을 유발하는 겁니다." 

  "타인의 고통을 증폭시킨다... 그럴수도 있는 겁니까?

  "생각보다 마법의 효과범위가 넓은듯합니다."

  미미는 면도날을 앞으로 뿌렸다. 달과 별의 광채를 받아 반짝이는 면도날이 둘 사이의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미미는 칼날의 무도회가 끝나기 전에 반대쪽으로 도주했다. 하나는 칼날이 다 떨어지고나서야 추격에 나섰다.

  "움직임이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파미가 말했다. "몸에 닿기만 하면 되는 하나의 공격은 피하기 극히 어렵습니다. 애초에 맞아서는 안되는게 정답이었을 겁니다. 스타일러 미미는 면도날로 탄막을 형성하여 상대의 행동을 저지했습니다."

  "칼날을 깔아두면 적이 쫓아오지 못하니 시간과 거리를 벌 수 있습니다."

  "시간과 거리요?"

  "게코쿠죠 하나의 마법은 거리에 상관없이 발동하는 게 아닌듯합니다. 어느정도 범위 제한이 있을겁니다. 방금 전의 주먹교환으로 미미도 눈치챘겠고요."

  미미는 유리병을 꺼내 양손으로 잡고 코앞까지 다가온 하나에게 내용물을 확 뿌렸다. 향수병이었다.

  "향수를 뿌리려는 겁니까?" 파미가 골똘히 생각했다. "아니면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려고?"

  "마법 위장이 적의 후각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거 좀 이상합니다? 왜 후각이 특출난 거라고 판단했을까요? 저런 토끼귀를 보면 자연스레 청각을 떠올리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보이는 게 맞습니다만..."

  미미는 수풀 속으로 뛰어드는 동시에 몸단장 마법을 걸어 모습을 감추었다. 하나가 그 뒤를 바싹 쫓았다.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토끼귀가 무슨 수로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지 짐작케 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팜이 말했다. "덤불 속을 헤치며 달리면 필연적으로 소음이 발생합니다."

  "그럴수록 뒤쫓기 쉬워진다는 말씀이시죠? 점점 따라잡히는 것 같습니다."

  사냥감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며 하나는 나무를 지나쳤고, 앞에 놓인 바위를 뛰어넘는 순간 경악하여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바위 뒤에 일곱 개의 미용가위가 가위날이 위로 향하게 바닥에 꽂혀있었다.

  "함정입니다! 가위로 덫을 놓았습니다!" 파미가 고함을 질렀다.

  "제법이군요." 팜이 논평했다.

  하나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소매자락에서 기모노 허리끈을 뽑아 바위 너머에 건 다음 팽팽하게 당겨진 끈을 발판삼아 한번 더 도약했다. 그동안 결코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면도날 세 개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자 손가락 사이로 낚아챈 뒤 사뿐히 착지하여 추격을 재개했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투명망토를 뒤집어쓴 적이 달아나는 도중에 덫을 놓을거란걸 예상치 못한 기색이었다.

  "멋지게 함정을 피했습니다!" 파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게코쿠죠 하나의 강점은 체력보다 속도입니다. 다리를 완전히 못쓰게되는 사태를 피하더라도 부상을 입으면 전투력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아슬아슬했군요?"

  "미미가 뭘 하는지 알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냄새로 추적당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라니 무슨 의미죠?"

  "게코쿠죠는 의태를 꿰뚫어보았고, 일반적으로 불가능할 격통을 안겼습니다. 미미는 이 두 가지에서 그녀의 마법이 감각의 민감화일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 가설을 토대로 향수를 뿌려 후각에의 의지를 차단한 겁니다."

  "그렇군요! 청각만이었다면 함정을 간파하지 못했을 겁니다. 후각으로 금속 냄새를 맡고 함정의 존재를 눈치챈 겁니다."

  "하지만 하나는 함정을 통과했습니다. 미미에게 힘겨운 상황이 될 겁니다." 

  미미는 숲을 헤치고 탁 트인 곳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하나는 옆으로 한발짝 움직인 다음 추격을 재개했다.

  "게코쿠죠 하나의 행동이 이상하지 않았나요?"

  "나무를 피한 겁니다."

  "나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몸을 피하는것 같았는데요."

  "미미는 지나가면서 나무에 몸단장 마법을 걸어 모습을 숨겼습니다." 

  "그 말인즉슨 게코쿠죠 하나의 진로상에 나무가 숨겨져 있었다는 겁니까? 그대로 쭉 달렸으면 부딪혔을 거고요? 미미는 나무에도 화장을 입힐 수 있습니까?"

  "미미의 마법은 모든 생명체에 적용됩니다."

  "그렇군요! 그걸 피하다니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좀 전의 함정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아마 반사음 때문일 겁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피하는 데 어떤 감각을 사용했을 겁니다. 

  공들여 판 함정이 평정심을 살짝 흔드는 정도밖에 이루지 못했다. 마왕 팜은 확신했다. 게코쿠죠 하나는 강했다. 그녀를 이 게임에 보낸 감사 부문의 판단이 옳았다고 해야 마땅했다. 하나는 신체능력, 전투경험, 침착함, 마법의 강력함까지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카메라가 두 마법소녀를 따라 앞으로 향했다. 한 차례 미미의 흔적을 놓쳤으나 1분도 안되어 다시 찾았다. 그녀는 경계선 바깥임을 표시하는 빨간 선 바로 앞에서 자세를 잡은 채로 추격자를 마주했다. 해당 경계선을 5초간 넘어가면 즉시 실격 처리되며 모든 깃발을 몰수당한다.

  "스타일러 미미가 궁지에 몰렸습니다!"

  "더이상 갈 곳이 없군요."

  "여우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달아날 곳이 없어요! 지금 쫓는 쪽은 토끼지만요!"

  미미는 가위와 면도날을 투척하며 하나에게 돌격했다. 칼날은 모두 빗나가거나 튕겨나갔지만 미미는 어찌어찌 자리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경계선을 따라 전력질주하는 내내 피하고 공격하기를 거듭했다. 미미가 지나가면서 발차기를 날렸으나 빗나갔고, 하나는 이어진 가위 투척을 침착하게 피했다. 미미의 손이 쉼없이 칼날을 흩뿌리고 염료 가루를 살포하여 시야를 가렸다. 손에 잡히는 특수 아이템은 뭐든 사용해서 접근을 저지했으나 하나는 기민한 발놀림으로 모조리 피하거나 쳐냈다. 경계선 가장자리에서의 싸움은 500미터를 더 나아갔다가 방향을 돌렸다. 칼날을 휘두르고, 걷어차고, 주먹질하며 원위치로 돌아온 미미는 경계선 근처를 벗어나 숲 쪽으로 물러나다가 멈춰서서 가위와 면도날을 쳐들었다. 경계선을 등뒤에 둔 채로 하나는 자세를 낮췄다가, 달려들어 덮치려 했다. 하지만 하나가 땅을 박차기 전에 미미가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펼쳐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하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펄쩍 뛰어 물러났다. 조금의 방심도 엿보이지 않는 표정과 몸짓이었었다. 경계선으로부터 반 발짝 떨어진 곳에서 자세를 잡고 미미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미미는 손을 활짝 편 채로 말했다. 

  "내가 깃발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항복이라... 포기했군요? 솔직히 지금까지의 싸움을 보면 미미가 이길 것 같지 않습니다."

  "흐음."

  "음, 하지만... 의외입니다. 협상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인 겁니까?"

  "그렇습니다."

  "게임에 남아있는다면 재기할 희망이 있지만 탈락하면 그걸로 끝이다. 스타일러 미미의 입장에서는 깃발만 잃고 끝나는게 탈락보단 낫다는 뜻이라 보면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게코쿠죠 하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미가 끝까지 저항할 경우 설령 쓰러트리더라도 본인도 다칠 겁니다. 서바이벌 게임은 장기전이므로 초반부에서의 부상은 패배로 직결됩니다. 양자 모두에게 이득이 있는 겁니다. 녹화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맥빠지는 결말이지만요."

  "승리의 순간도 중요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게 최우선입니다.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 또한 본 서바이벌 게임에 필수적입니다."

  "크람베리와 마리카는 시작부터 거세게 치고나갔는데 그건 뭐죠?"

  "그 둘은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특이 케이스입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한 하나가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자세를 풀고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넘길 거라면 모조리 다 내놓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알았어. 근데말야, 난 깃발을 넘길 생각이 추호도 없거든."

  하나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미미에게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미미가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근거렸다. "이제 마법을 해제한다?"

  하나의 표정이 의문에서 충격으로 바뀌었다. 경계선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반걸음 뒤에 있어야 할 경계선이 하나의 1.5미터 앞으로 이동했다. 즉, 이제 하나는 경계선 밖에 서있었다.

  "어떻게 된거죠?! 경계선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아아... 당했군요."

  "무슨 뜻이죠?"

  "스타일러 미미는 몸단장 마법으로 인간이든 마법소녀든 할것없이 겉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물의 외형에도 손댈 수 있죠. 나무라든가, 꽃이라든가... 혹은 경계선이 그려진 잔디라든가요."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경계선을 지운다음 가짜 경계선을 진짜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말이시죠? 가짜 선이 진짜보다 더 바깥쪽에 위치했었으니... 게코쿠죠 하나는 자기가 장외가 되었다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사전에 깔아둔 함정으로 살짝 거리를 벌렸고, 그사이 경계선에 몸단장 마법을 걸어 그어진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마지막의 항복도 다 계획의 일부였군요? 마법소녀들 간의 싸움에서 5초는 영원이나 다름없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협상을 제안하기 전에 상대를 딱 좋은 위치로 이동시킴으로써 그녀는 귀중한 5초를 벌었습니다."

  스타일러 미미가 하나를 보고 코웃음쳤다. 마리카에게서 옮은게 틀림없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미미는 초면인 사람에게 겸손하게 구는 법이 없었다. '내가 더 세니, 주인공은 나야.' 라고 여기는듯 건방지게 굴었다. 마왕 팜은 미미가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패하면 유순해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미미는 패배의 쓴맛을 전혀 모르는 채로 여기까지 왔다. 그녀는 그정도로 강했다. 

  하나의 충격에 휩싸인 얼굴이 낭패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축 처진 토끼귀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보기좋게 당했네요. 좋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 아냐... 정말 고마워." 미미가 가식적으로 예의를 차려 말했다. 진심이라곤 티끌만큼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달려가버렸다. 거만하긴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췄으니 마리카보다는 사회성이 있다.

  "미미에게도 뼈아픈 결과입니다." 팜이 말했다.

  "그렇습니까? 멋지게 해낸 것 같습니다만."

  "경계선 밖으로 나가 탈락한 참가자의 깃발은 몰수됩니다."

  "그렇다면 스타일러 미미가 게코쿠죠 하나를 탈락시킨 장본인임에도, 규칙상 그녀는 스스로 기권한 것이고... 대결에서 이겼지만 아무런 깃발도 얻지 못하겠군요."

  "으흐음."

  "그 고생을 했는데 단 한 개의 깃발도 얻지 못했습니다... 흠, 그다지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네요. 심지어 게코쿠죠 하나는 톱의 자리를 다툴 정도로 깃발을 많이 모았는데 말입니다. 아아, 곤란하겠어요. 스타일러 미미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 강적을 거꾸러트려서 기쁘기보다는 허탈해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카메라가 뒤에 남겨진 게코쿠죠 하나를 확대했다. 막다른 곳까지 몰아넣은 사냥감에게 보기좋게 농락당하고, 규칙에 걸려 탈락한 뒤인데 이상하게 후련해 보였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뭐라고 웅얼거리면서 검지손가락을 좌우,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미미와의 싸움과 그전까지의 모든 일을 곱씹어보는 중일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일, 그게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지 사색에 잠겼다. 게코쿠죠 하나는 노련한 베테랑이었지만 이런 방면에서는 풋내나는 어린 투사였다. 그녀를 지켜보며 마왕 팜은 성장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



  마왕 팜이 내 눈앞에서 자아도취된 표정으로 논평하고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지만 아직이다. 지금은 행동을 개시할 순간이 아니다. 나는 기다리는데 능하다. 젖은 낙엽 아래 누워 잔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고 사흘 동안 기다린 적도 있다. 강인하지 않으면 못할 짓이다. 지금 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나는 더더욱 강인해져야 한다. 

  마왕 팜의 힘의 원천인 날개 두 개가 자리를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날개가 있는 한 그녀는 '초토화가 가능한 마법소녀' 로서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 날개가 없으니 약할 거라고는 하지 않았다. 날개가 있든 없든 그녀는 변함없이 무섭도록 강하다. 나는 프로니까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우쭐하지도, 겁먹지도 않는다. 나 자신의 힘은 물론 적의 힘까지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이길 수 있는 순간에 달려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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