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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마왕숙 지옥 서바이벌 게임 1

1(121.131) 2024.02.29 15:36:24
조회 150 추천 4 댓글 1
														

  말쑥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마법소녀가 마이크를 집어들었고, 그 옆에 앉은 똑같이 검정 일색의 복장을 한, 노출이 굉장히 심한 마법소녀가 조용히 목을 가다듬었다. 

  "자, 지금!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정장 마법소녀가 말했다. "제 36회 마왕숙 서바이벌 게임! 현장 생중계 담당자는 바로 저, 여러분의 아나운서 파미입니다! 그리고 해설자는 모두가 아는 그분, 마왕숙 총사령관인 마왕 팜! 팜 씨, 오늘 함께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마왕 팜이 말했다. "소개는 됐고, 마왕숙에 총사령관이라는 지위는 없-."

  "악마조차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는 그 유명한 마왕숙 지옥 서바이벌 게임! 이번 36회 게임은 아주 색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악마 얘기는 없었-"

 "네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강약을 알고 개선하는 교육적인 행사가 될겁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러한 대회를 더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험악한 자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야만적인 난투극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행사가 그저 야만적인 폭력의 향연이 아님을 강조해야 하는겁니다."

  "맞아요. 그리고-"

  "네, 맞습니다! 평소의 대회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마왕숙 외부 인원의 참가를 받아들였습니다. 둘째로, 늘어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혔습니다. 일반적인 경기장은 작은 마을 크기지만 이번에는 대도시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입니다. 모든 참가자가 한꺼번에 입장하여 서로 차고 때리며 최강의 자리에 오를 자를 정하는 겁니다. 세 번째 변경사항은 게임화면이 녹화된다는 것이고, 네 번째로 해설과 중계가 추가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가장 중요한 점으로 우승자에게 주어질 상이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이전 게임까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련의 일환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우승 상금을 노리고 온 참가자가 많다는... 어머, 죄송합니다. 영광을 노리고요."

  "그건-"

  "게임 중 녹화된 영상은 대회가 끝난 뒤 편집을 거쳐 판매될 예정입니다. 모든 참가자분들, 그리고 참가를 희망했으나 개인사정으로 빠지신 분들, 강함을 동경하시는 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초회 한정판 특전으로 대회 시작 전에 촬영한 참가자 인터뷰 모음집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야, 부록까지 알차네요!"

  "...좋은 거래군요."

  "규칙은 간단합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깃발을 하나씩 갖고 시작하며, 제한시간동안 각자 서로에게서 깃발을 될수있는한 많이 빼앗으면 됩니다. 그게 끝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마왕숙, 귀신이 비명을 지르고 악마가 울부짖는 마굴이죠. 학생과 졸업생들은 신사적인 방법으로 깃발을 모으지 않을겁니다. 당대의 콜로세움이라 칭할만한 지옥도가 현장에 도래하겠지요."

  "안전 대책을 마련해뒀습니다."

  "시작 신호가 울린지 10분이 지난 지금, 벌써 몇명이 싸우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



  마왕숙의 생존훈련은 가혹하기로 유명하다. 가장 강한 투사들조차 울며 달아나고, 운이 좋은 자들은 탈출에 성공하고, 일부는 그것조차 실패하여 목숨을 잃는다는 진위여부가 불분명한 소문을 들은적이 있다. 참가하고 싶다면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당하든 모든 것은 본인 책임 어쩌고 저쩌고' 라고 쓰여있는듯하다. 그렇게 위험한 대회인만큼 주최측도 굉장히 긴장해있다. 가까운 곳에 강자들이 무더기로 있다. 방심한 순간 등에 칼을 꽂는 암살자의 행동수칙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다. 하지만 나는 이날 이곳을 골랐다.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방송하는 동안 마왕 팜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다. 내게 유리한 점이다.

  나는 이미 1단계를 통과했다. 등뒤에서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로 마왕 팜이 논평한다. 엄밀히 말하면 말을 별로 하지 않은것같다. 딱히 상관없다. 고개만 까딱거리든 일장연설을 늘어놓든 내가 할일은 변하지 않는다. 좀더 기다려야겠다. 나는 기다리기를 잘한다. 멸시받는 사람은 참을성있게 기다리는데 익숙하다. 잘못 움직였다가 발각되면 슬리퍼나 돌돌 만 신문지로 얻어맞을 것이다. 세상은 항상 검은 옷의 왕따에게 냉혹하다. 뭐 글쎄, 나는 쓰레기니 별로 놀랍지 않다.



◇◇◇



  "...저 둘은." 마왕 팜이 말했다.

  "오오, 저 두 명은!" 파미가 뒤따라 말했다. "마왕숙의 초 유명인사 한 쌍이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럼 카메라를 자동으로 전환할까요... 이 카메라 맞죠?"

  "하나는 꽃 파는 소녀, 후쿠로이 마리카입니다."

  "이쪽... 머리에 꽃을 얹은 마법소녀 말이시죠? 거침없이 주먹을 날리고 입이 싸서 적이 많지만, 그녀가 강하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라고들 합니다. 여기 제가 가진 자료에 다른 무시무시한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일단 넘어가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쪽은..."

  "숲의 음악가 크람베리입니다. 마왕숙을 졸업하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요. 마왕 팜에게 인정받거나, 마왕 팜에게 일격을 먹이거나. 그리고 그녀는 후자에 성공한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왕 팜 씨,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대단한것 아닙니까?"

단 한 번도 다듬지 않은듯한 초목이 사방에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크고, 믿둥이 두꺼우며, 단단한 나무껍질이 수직으로 늘어선 상록수의 바늘같은 이파리가 활짝 편 야구장갑처럼 넓고 길게 뻗쳤다. 울창한 수풀 속에 크고작은 수십 종의 식물이 자랐다. 가장 높이 뻗은 것은 겁쟁이를 밑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컸고, 꼭대기에 자리한 나뭇잎의 차양에 가려 햇살이 기묘한 모양으로 흩어졌다. 새의 지저귐도, 짐승의 울음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숲속에서 두 마법소녀가 9미터의 거리를 두고 자세를 잡았다.

  "오랜만이야, 숲의 음악가."

  후쿠로이 마리카는 절대 예의상 미소짓지 않는다. 자기가 즐거울 때만, 진심을 담아 웃는다. 사냥감을 덮치려는 야수의 이죽거림이라고 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건강해 보이는군요, 후쿠로이." 크람베리가 대답했다.

  모든 마법소녀는 예외없이 절세미인이다. 크람베리의 외모나이는 20대, 나이든 축에 속하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로 예쁘고 균형잡힌 얼굴에 아주 단아한 미소를 지녔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그렇게 웃고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무지막지한 강함을 짐작할 수 있다. 후쿠로이 마리카의 위협적인 시선을 미소로 받아넘길 수 있는 마법소녀가 몇이나 될까?

  "경의를 담아 상대해드리죠." 크람베리가 말했다.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마리카가 대답했다.

  마리카가 덤불 속으로 오른발을 한발짝 내딛는 동시에, 크람베리가 앞으로 나왔다. 산에서 내려온 싸늘한 바람이 나뭇잎을 간질이고 덤불을 어루만졌다. 크람베리의 어깨에 핀 장미가 살랑거리고 마리카의 머리에 얹힌 장미가 흔들렸다. 해설자가 놀라움과 감동에 오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요?"

  "아니-"

  "네네, 압니다. 별로 사이좋아 보이지 않죠? 마왕숙에서 작성한 기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 둘은 직업상 별로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크람베리가 마왕숙에 몸담았던 시간은 아주 짧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두 사람은 꽤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람베리는 인사 부문에서 일했기에 남과 친해지는 법을 잘 아는 모양이군요."

  "너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건 내 잘못이야." 마리카가 말했다. "몇가지 의무 때문에 자리를 비웠거든. 그렇게 빨리 졸업한 사람이 있을줄 몰랐어."

  "의무요?"

  "미래의 남편과의 상견례 때문에."

  "결혼 상견례라니! 어머머..."

  "대화가 사적인 영역으로 흘러가는군요." 파미가 말했다.

  "으음." 마왕 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카가 그럴 나이대의 젊은 여성이라는 것입니까?"

  결혼 상견례.

  마법소녀였지만 그녀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있었다. 마왕 팜은 과거를 회상했다. 그것은 예전에, 어떤 변덕으로 마리카가 마왕숙에 치즈케이크를 선물로 가져왔던 일이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그 케이크가 자신의 마법으로 창조한 식물에게서 정제한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했고, 마왕 팜도 그것을 살짝 맛보았다. 팜은 그 환상적인 맛을 기억했다. 전투의 본고장인 마왕숙 내에서조차도 미친개라며 남들의 두려움을 사는, 노골적인 호전성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터뜨리는 마리카에게 가정적인 면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 마법소녀였든간에, 99퍼센트의 시간을 변신하지 않은채로 살았으니 결혼 상견례를 하는것도 별로 이상한일이 아니었다. 잘 됐을까, 잘 안됐을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상대는 어떤 남자일까?

  "뭐, 사정이 어떻든간에 적어도 졸업식은 치러야겠지요?"

  "멋진 졸업식이 되도록 하죠."

  그들이 결혼 상견례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마리카와 크람베리는 서로를 향해 점점 다가갔다. 마왕 팜은 제자의 연애사에 대해 그처럼 저속한 호기심을 품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곳은 서바이벌 게임장이고, 필요한건 잡담이 아니라 전투다.

  "좋아요. 그럼 이제." 크람베리가 말했다.

  "오호라." 마리카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크람베리가 두 팔을 가슴 앞에 올리고 한쪽 다리를 들었다. 수풀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가, 심장이 한 번 뛸 시간 뒤에, 지면 위 모든 것이 날아갔다. 귀청이 찢어질듯한 대음향이 망치가 되어 일대를 강타했다. 소리를 조종하는 마법으로 충격파를 발산한 것이다. 전달 가능 범위를 넘어선 음파에 마이크에서 우지직우지직거리는 요란한 파열음이 들렸다. 팜과 파미는 손으로 귀를 탁탁 두드렸고, 소음이 사라지고 나서야 실황중계와 해설이 재개되었다.

  "크람베리의 선공입니다! 이명답게 소리를 이용한 공격이군요! 꽤 강력해 보입니다, 마왕 팜."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안좋다고요? 정말요?"

  "기술명을 외치지 않았잖습니까."

  "그렇습니까? 아, 맞군요. 마왕숙의 모든 마법소녀는 기술을 쓸 때 반드시 기술명을 외친다던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마법소녀의 육체와 마법은 강렬한 감정을 통해 강해진다. 기술에 이름을 붙여 크게 외치는 것은 상상을 더 선명하게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라는 이유였죠?"

  "맞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크람베리는 기술명을 외치지 않은겁니까?"

  "머릿속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기 전에 졸업했거든요..."

  "아아, 마왕숙에 몸담은 시간이 아주 짧았던 거군요? 그럴수도 있죠."

  크람베리가 양손을 펼쳤다. 마이크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모두의 귀청을 찌르는 동시에, 그녀 주변의 땅이 폭발했다. 흙과 잔디는 고사하고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조차도 버틸 수 없는 소리의 격류에 뿌리가 뜯기고, 가지가 날아가고, 어른 팔로도 감싸안을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줄기가 뚝 부러졌다. 크람베리의 마법으로 발생한 음파는 물체, 사람, 마법소녀 할것없이 뭐든 박살낸다. 소리라는 특성상 파괴는 점이 아닌 면에 이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마법이 음속으로, 광역으로 퍼져나갔다. 평범한 마법소녀라면 단체로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질 파괴력이었다. 잘게 분쇄된 흙과 풀의 반죽이 풀썩 내려앉았고, 부러지고 꺾인 나무가 줄줄이 쓰러졌다. 후쿠로이 마리카는 엎드린 채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리카가 부상으로 행동불능이 된 겁니까...?"

  "아뇨..."

  마리카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머리에 핀 장미가 십자 도끼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몸을 지탱했고, 억센 꽃잎이 공격을 막을 방패가 되었다. 그러나 소리가 부딪힐 때의 충격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코스튬이 일부 찢어졌고, 노출된 피부에 타박상을 입었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적시자 마리카는 고개를 기울였다.

  "기술명은 뭐야?"

  "...아, 죄송합니다." 크람베리가 대답했다. "그래야됐었지요? 다음부터 신경쓰도록 하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

  "선배에게 혼났군요?"

  "마리카는 뭐든 제멋대로인듯 보이지만, 사실 규범에 충실합니다."

  "우와, 마리카가 돌진합니다!"

  "포르테."

  "로젠크로이츠!"(독일어로 '장미 십자가')

  맹렬히 회전하는 꽃잎 도끼가 휩쓸고 지나가자 분수처럼 튄 흙과 풀이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충격에 대비하며 마리카는 눈 깜짝할 새에 크람베리와의 거리를 좁혔다. 날아온 첫 포르테가 직전까지 마리카가 있던 자리에 작렬하여 땅이 음푹 패였다. 등뒤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었으나 마리카를 저지하기엔 모자랐고, 세 번째 공격을 가하기 전에 크람베리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크람베리의 포르테는 범위 공격이기에 피하기 어려우나 밀착한 상태에서 쏘면 자신도 피해를 입는 양날의 검이 된다. 장미 크로스엑스가 크람베리의 어깨를 베자 선혈이 솟구쳤으나 뼈까지 닿지는 못했다. 낮은 자세로, 반쯤 미끄러지듯이 크람베리는 마리카를 붙잡았고, 이에 맞서 날아온 무릎을 옆으로 쳐냈다. 붙잡은 손을 걷어차려던 마리카가 아래쪽에서의 공격에 대응하느라 중심을 잃자 곧바로 하단을 가격했다. 축이 되는 다리가 무너져 균형을 잃은 마리카의 몸이 가볍게 허공에 떴다. 크람베리는 공중에서 요격하려고 손끝을 세웠으나, 찌르기 직전 멈칫했다. 마리카가 공중에서 정지했다. 머리에서 피어난 장미 덩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부러진 나무줄기를 휘감거나 가시로 바위 표면을 뚫어 몸을 지지했다. 추락하는 타이밍을 한 호흡 늦춘 마리카가 착지하면서 주먹을 휘둘러 뒤늦은 손날을 쳐냈다. 크람베리는 약간의 버벅거림조차 없이 매끄럽게 돌려차기로 전환했고, 마리카는 팔꿈치로 방어했다.

  "마리카는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져 회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왕 팜이 설명했다.

  "그래서 장미덩굴로 주변 사물을 붙잡아 착지하는 타이밍을 바꾸어 크람베리의 공격을 피했다, 라는 말씀이십니까?"

  "장미 덩굴로 정면에서 공격해봤자 막혔을 겁니다. 빈틈을 찌른다해도-"

  "두 사람이 근접전에 돌입했습니다! 정말이지 '꽃다운' 격투입니다!"

  마리카는 크람베리의 다리를 감싸안으려 했으나 가볍게 밀려났다. 이어지는 백핸드 블로우를 몸을 비틀어 피하고 장미 도끼를 휘둘렀다. 따뜻한 핏방울이 이슬처럼 흩뿌려졌다. 오른손으로 무릎을 꽉 움켜쥐고 다리를 잡아채 끌어당겼다. 깔린 쪽과 깔고앉은 쪽이 현기증나는 속도로 뒤집혔다. 둘이 한 덩어리가 되어 덤불을 굴렀다. 크람베리는 왼다리를 마리카의 우반신에 감고 자유로운 손으로 도끼를 잡아눌렀다. 마리카의 주의가 장미 도끼에 쏠린 틈을 타 얽혀있던 다리를 이용해 몸을 홱 뒤집어 양 허벅지로 마리카의 상반신을 붙잡아 올라탔다.

  "크람베리가 우세합니다! 육박전에 더 능한 걸까요?!"

  "체격 차이를 이용하는군요."

  둘 다 마법소녀였지만, 마리카는 외관상 20대 언저리인 크람베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어렸다. 크람베리가 더 리치가 길었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다음 머리의 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마리카의 공격은 일절 닿지 않는다. 크람베리의 주먹이 턱을 향해 쇄도했으나 마리카가 몸을 트는 바람에 뺨과 어깨를 스쳤다. 마리카는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으나 크람베리의 다리에 단단히 못박힌 채였다. 크람베리의 왼손이 장미 도끼의 움직임을 막았다. 마리카의 두 손은 자유로웠으나 몸 위에 자리잡은 크람베리에게 닿지 않았다. 크람베리는 팔을 잡거나 반격하지 못할만큼 빠르게 주먹을 퍼부었다.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마리카가 두 팔로 안면을 가리자 크람베리는 가드를 올린 팔을 부주의하게 후려쳤다. 주먹을 내지르자, 피가 튀었다.

  "퍼스트 블러드! 마리카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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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람베리의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마리카에게서 튄 게 아닌 크람베리 자신의 피였다.

  "로젠슐랭어!"(독일어로 '장미 뱀')
  마리카의 머리에서 뻗어나온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돋은 장미 덩굴이 그녀의 팔을 휘감았다. 방어하는 순간 팔에 덩굴을 감아 크람베리의 주먹에 상처를 입혔다. 자신의 출혈에 크람베리가 일순간 멈칫했고, 마리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짓누르는 크람베리의 등판에 니킥을 꽂았다. 크람베리가 비틀거리는 사이 장미 덩굴이 스멀스멀 팔을 타고올라가 둘을 한데 옭아맸다. 
  크람베리의 덩치가 더 컸다. 그렇다고 힘도 더 셀까? 마왕숙 내에서조차도 순수한 근력 대결로 후쿠로이 마리카를 능가할 수 있는 마법소녀는 거의 없었다. 큰 체격은 더 긴 팔다리를 의미할 뿐 힘과는 별 연관이 없다. 어린애 크기임에도 스모 경기를 벌일 수 있을정도의 마법 용량을 가진 마법소녀도 있다. 
  그러나 크람베리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마리카를 자기 앞으로 끌고오려고 장미 덩굴을 잡아당겼으나 자세가 무너졌다. 마리카의 두 번째 니킥에 우아한 미소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세 번째 공격이 채 닿기도 전에 장미 덩굴이 크람베리의 가슴까지 다다랐다.
  "이건 꽤 뼈아프겠군요! 숲의 음악가 크람베리는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상반신에 휘감긴 가시 채찍에 속수무책으로 앞으로 끌려갑니다!"
  "...온다."
  덩굴에 사로잡힌 크람베리가 질질 끌려오자 아까와는 위치가 반대가 되었다. 이제 마리카가 깔고앉은 쪽이었다. 마리카의 히죽거림이 점점 더 커졌다. 웃음기가 사그라든 크람베리의 입가에 고통이 번졌다.
  "포르테."
  폭발음이 일었다. 거센 충격에 나무가 우수수 쓸려나갔다. 마리카가 크람베리 위로 몸을 날리자 크람베리가 벌떡 일어나 마리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엄지손가락을 눈구멍에 쑤셔넣으려 했으나, 마리카는 이마로 손가락을 내리찍었고-
  "포르테."
  두 마법소녀가 격돌하는 순간 두 번째 폭발이 일었다. 크람베리는 다시 눈을 노렸고, 손끝이 몸을 뒤로 뺀 마리카의 오른쪽 안구를 쓸었다. 몸에 감긴 로젠슐랭어를 뜯어낸 크람베리는 여기저기 다 찢어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마리카는 그녀를 걷어찼고, 도망치려 했으나 넝쿨 하나가 서로의 양 팔에 휘감겨있었다.
  "포르테."
  세 번째 타격.
  "자폭 공격입니다!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자기 마법에 자기까지 말려들게 했습니다!"
  "아뇨, 그게 아닙니다. 이건-"
  "그러니까 이런 거군요! 크람베리는 포르테를 마리카의 등뒤에만 쏘아왔다. 자신이 피해 범위 내에 있다해도 마리카가 방벽이 될테니 여파가 직접 닿지 않는다. 따라서 무모하고 필사적인 게 아닌 계산된 움직임이다. 라는 말이십니까?"
  마리카는 더이상 방패가 되는걸 버틸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충격을 견뎠지만 고통스러운 기색이 뚜렷했다. 크람베리를 붙잡은 로젠슐랭어가 그녀 자신의 족쇄가 되어 세 번째 포르테가 무방비한 등을 난도질하는걸 피하지도 막지도 못하게 했다. 등 부분이 갈가리 찢어진 코스튬과 너덜너덜한 피부 사이로 근육이 엿보였다. 
  "어우, 아프겠네요. 안전 대책을 세워놓은 거 맞으시죠?"
  "대책은 있습니다만, 각자에게 달렸죠. 저 둘이라면 문제없습니다."
  마리카는 마지막 남은 장미넝쿨을 손으로 잡아뜯어 크람베리에게 차날렸다. 
  "마지막 덩굴이 마리카가 뜯은 유일한 덩굴입니다." 팜이 말했다. "그건 로젠슐랭어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뜻이죠?" 파미가 물었다.
  "그건 즉-"
  "그렇게 된 거군요! 크람베리의 코스튬은 어깨 부분에 큼지막한 장미가 달렸으며, 장미덩굴이 다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덩굴을 이용했습니다. 덩굴 하나를 마리카의 로젠슐랭어 속에 숨겼고, 숨긴 덩굴은 사용되지 않고 남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리카의 탈출을 반걸음 늦춘 겁니다...! 중계석에서 지켜봤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마리카가 물러서려 하자 크람베리가 밑에서 붙잡았다. 희고 길쭉하며 우아한 손가락이 마리카의 뺨을 쓰다듬었다.
  "스포르찬도."
  마리카의 머리가 경련하듯 흔들렸다.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푸확 하고 쏟아졌다.
  "저 기술은 뭐죠?!"
  "지향성 파괴음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지향성이니 포르테만큼 위력적이지는 않겠죠. 하지만 직접 닿으면 상대의 체내에 음파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리카가 달아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쫓아가 한방 먹여줬습니다. 참으로 고약하고 악랄한 전투법입니다."
  마리카가 주정뱅이처럼 비틀거리며 머리에 난 모든 구멍에서 피를 철철 쏟았다. 그녀는 크람베리의 배를 차려 했으나 두 팔에 막혔다. 둘은 서로에게서 펄쩍 뛰어 물러나 거리를 두고 다음 충돌에 대비했다. 마리카가 피를 토했다. 카메라가 각도를 바꾸어 바닥을 짚은 크람베리의 오른손을 비추었다. 검지와 중지가 부러져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다.
  "손가락! 크람베리의 손가락이!"
  "마리카의 머리에 손을 대고 마법을 사용하는 데는 저런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포르테와 연계하여 눈을 노릴때는 잘되는 것 같았지만, 매번 통하는건 아닙니다." 팜이 설명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마리카는 머리를 마구 흔들어 광대뼈로 크람베리의 손가락을 부쉈습니다. 그냥 박치기라 보면 됩니다. 물어뜯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눈을 찌르거나, 입을 찢거나, 코를 뭉개는 등의 머리를 노린 공격에 대응하는 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람베리는 그 기술로 끝장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랬을 겁니다. 마리카는 아직 싸울 여력이 남은듯합니다."
  "평범한 마법소녀라면 피를 토하며 바닥에 나자빠졌을 겁니다."
  "그렇죠? 고막이 터지면 웬만큼 튼튼한 마법소녀라도 자기 다리로 서있기 어려울 겁니다."
  오른눈이 떠지지 않은 채로 마리카는 자세를 낮추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땅에 짚은 크람베리가 상체를 세웠다. 둘 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왕 팜은 자신의 뺨에 손을 얹었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재밌지, 응?" 마리카가 말했다.
  "네, 그렇군요." 크람베리가 동의했다.
  "좀 더 즐겨보는게 어때?"
  "이렇게 멋진 선배님이 계시다니 영광이에요."
  마리카의 눈코입귀 모든 곳에서 피가 넘쳐흘렀다. 듣기는커녕 앞을 볼수라도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크람베리는 로젠슐랭어에 막혀 찢어진 상처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마리카의 머리위에 크로스엑스된 장미가 회전하며 땅을 파고들었다. 크람베리는 몸을 굴려 피했다가 다시 일어나 회전하는 장미를 손날로 내리쳤다. 그 충격에 마리카가 휘청거렸다. 크람베리는 피가 철철 쏟아지는 손에 신경쓰지 않고 발뒤꿈치로 무릎을 내리쳐 마리카를 앞으로 고꾸라지게 했고, 후속타를 가하기 위해 땅이 패일 기세로 전진했다. 그순간 마리카의 장미가 푸웁 하고 부풀어오르더니-
  "로젠자이프처!"(독일어로 '장미 숨결')
  빵빵하게 부푼 크로스엑스된 장미가 하얀 분말을 살포하자 주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말라비틀어졌다. 회전하는 칼날만 주시하던 크람베리는 깜짝 놀랐다. 얼굴을 뒤덮은 가루에 당혹한 크람베리가 콜록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치자 눈물 방울이 마구 흩날렸다. 마리카는 크람베리를 체중을 실어 쓰러트렸다. 그녀는 상대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고 뒤통수를 바위에 찧는 동시에 이마로 코를 들이받았고, 고개를 들어 다시한번 머리를 내리찍었다. 동시에 장미 덩굴이 크람베리의 몸 주변으로 미끄러졌다. 앞선 타격으로 망가진 크람베리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고통과 공포가 아닌 즐거움이었다.
  "포르티시모."
  화면이 꺼졌다.
  "어라?" 팜이 말했다.
  "아." 파미가 대답했다. "마법 공격의 범위가 넓어서 카메라가 휘말렸나봐요. 맙소사. 자율 모드로 둔다고 했었죠."
  "카메라가 공격을 피하면서 마법소녀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건 무리일 거예요."
  "최고로 재미있어지려는 순간에! 이러면 안돼요. 상공 카메라로 전환하죠... 우와, 방금 운석이라도 떨어졌는지 어마어마한 크레이터가 생긴 곳이 있네요. 저곳이 틀림없어요."
  "둘 다 사라진것 같지만요..."
  "아, 이런. 그리고 위에서 촬영하면 나무가 방해되네요... 죄송하지만 다른 카메라로 전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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