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란 인물이 사이코 패스가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음.
이순신 관련한 그의 생각이 궁금하여, 조선왕조실록에서 신화와 대화를 나눈 부분을 계속 읽어보았는데,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여러번 있었음. 아무래도 텍스트로 읽다 보니, 그 사람의 감정이 읽히지가 않아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음.
그럼에도 세종이든 태종이든, 정조든 다른 왕의 경우에는 그 텍스트에서 캐릭터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그 캐릭터가 비교적 일관적인데 반해,
선조란 인물은 굉장히 복합적인 인물 같았음. 다중성이 있고, 다소 T같은 면도 있다랄까?
요동으로 도망치려고 했을 때는 신하들에게 꾸중(?)까지 먹고 볼멘소리나 하는 세상 찌질한 위인 같은데,
빨리 전투 치르라고 몇몇 무관들 독촉할 때나
아들(광해군)을 괴롭힐 때는 지 짜증을 아들에게 화풀이나 하는 세상 감정적인 인물 같은데,
정무적인 목적이나 신하들을 한번 떠보는 대화를 할 때는 말투도 상당히 달라지고,
그 속내를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결론도 차분히 내리는 인내심 강한 사람이 됨.
선조의 특징이 주위 신하들에게 일이나 사람에 관해 굉장히 많이 물어본다는 거임.
그중 하나가 이순신이었는데,
"만약 수군으로 적들의 군량 보급로를 끊으면 적이 반드시 두려워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순신(李舜臣)이 혹시 일을 게으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만약 이순신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수·륙(水陸)의 모든 장수 중에 순신이 가장 우수합니다."
-선조 27년-
상이 이르기를,
"통제사 이순신은 힘써 종사하고 있던가?"
하니, 이원익이 아뢰기를,
"그 사람은 미욱스럽지 않아 힘써 종사하고 있을 뿐더러 한산도(閑山島)에는 군량이 많이 쌓였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당초에는 왜적들을 부지런히 사로잡았다던데, 그후에 들으니 태만한 마음이 없지 않다 하였다. 사람 됨됨이가 어떠하던가?"
하니, 이원익이 아뢰기를,
"소신의 소견으로는 많은 장수들 가운데 가장 쟁쟁한 자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전쟁을 치르는 동안 처음과는 달리 태만하였다는 일에 대해서는 신이 알지 못하는 바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절제(節制)할 만한 재질이 있던가?"
하니, 이원익이 아뢰기를,
"소신의 생각으로는 경상도에 있는 많은 장수들 가운데 순신이 제일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중략)
-선조 29년-
두 대화를 읽다 보면, 적어도 선조가 이순신에 대해 어떤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보기에 따라서 못 미더워 하거나 질투를 한다고 여길 수도 있는 대목임.
그러면 선조 성격 상 이미 자르고 벌 주고도 남을 인물인데,
어떤 액션도 없고, 오히려 지원 잘 해주라고 함.
신하들 눈치 때문일 수도 있지 않느냐? 아니, 뭐에 꽂히면 신하들 눈치 보는 인물도 아니거니와
선조 27년에는 사헌부, 사간원의 양사가 모종의 이유로 권율과 이순신의 나국(죄인을 잡아다 신문함)을 청했는데,
선조가 아예 거부함. 진짜 나쁜 감정이 있었다면 좋은 기회였을 테지.
그리고 이때의 배경 몇 가지를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1. 이순신이 태만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빈틈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는 거.
2. 왜 수군이 이순신을 피해 다녀 과거에 비해 전투가 줄었다는 거.
3.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이간질, 험담 상소가 빗발쳤다는 거.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면서, 왕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권력을 가져 난 같은 거 일으킬까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인물이 되었는데,
또 그걸 질투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 게으르다, 욕심이 많다, 불충하다, 흑심이 있다, 방탕하다, 딴 생각 품었다...
등등 각종 험담이 날아든다고 생각해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을 선조가 다 커버 치고 있었던 셈. 이순신에 대해 속으로는 어떤 마음을 품었던 간에 말이야.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지. 1597년 선조 30년이 되어서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데...
자, 다음 회는 내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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