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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에게...

ㅇㅇ(220.85) 2018.12.07 20:56:15
조회 405 추천 0 댓글 0

사랑하는 기생충

 

대학을 졸업한 뒤에 지방의 작은 시스템 개발회사에 취업한 코사카 켄고는 입사 후 딱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누구나가 고개를 갸웃할 만한 이유로 퇴사했다. 그 뒤로 거의 1년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직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중,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그렇지만 본인에게는 병에 대한 자각이 없어서 심할 때는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아질 정도의 우울함도, 한순간 머리를 스치는 죽음의 유혹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득 흘러넘치는 눈물도 전부 겨울의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물일곱 살의 겨울의 일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묘한 겨울이었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고, 헤어짐이 있었다. 행복한 우연이 있었고,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크게 변화한 것이 있었고,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겨울, 그는 너무 늦은 첫사랑을 경험했다. 상대는 열 살 남짓 어린 소녀였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실업 중인 청년과 벌레를 사랑하는 등교 거부 소녀. 하나부터 열ᄁᆞ지 제대로 된 것이 없었고, 그렇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사랑이었다.

 

종생교미?”

 

코사카가 되물었다.

 

그래, 종생 교미.” 소녀가 끄덕였다. “쌍자흡충은 그 반생을 파트너와 결합한 상태로 보내.”

소녀가 키홀더를 꺼내서 코사카 앞에 들어 올려 보였다.

 

이게 쌍자흡충이야.”

 

코사카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키홀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디자인은 단순했지만, 그것이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생물을 본뜬 물건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앞뒤의 날개형태가 달랐는데, 앞날개는 뒷날개의 3배 정도 크기였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나비 같았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편형동물문 단생강에 속한 번듯한 기생충이야.”

 

그냥 나비처럼 보여

 

잘 봐, 더듬이가 없잖아?”

 

소녀의 말대로 그 생물은 더듬이가 없었다. 단순히 디자인상의 문제로 생략된 것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중요한 차이인 듯했다.

 

이건 두 마리의 쌍자흡충이 X자 형태로 응착한 모습이야.”

소녀가 두 손의 검지를 교차시켜서 그 모습을 표현했다.

종생교미라면.” 코사카가 적절한 표현을 고르며 말했다. “응착한 뒤에는 항상 교접 상태에 있다는 소리야?”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지, 각각의 웅성 생식 기관을 상대의 자성 생식 기관과 연결하고 있는 상태.”

 

각각의?”

 

, 쌍자흡충은 한 개체가 수컷 생식 기관과 암컷 생식 기관을 다 가지고 있어. 자웅 동체야.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교미 상대가 없어도 자가 수정을 할 수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그렇게 하지 않아. 고생고생해서 파트너를 찾아낸 뒤에 서로의 정자를 교환하지.”

 

아주 게을러 빠졌네.”

 

코사카가 쓴웃음을 지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 둘이서 한다는 게 아주 얄밉지.” 소녀가 동의했다. “하지만 배워야 할 부분도 있어, 예를 들면 쌍자흡충은 파트너를 가리지 않아. 마치 첫눈에 반하는 것이 숙명인 것처럼, 태어나서 처음 본 상대와 아무런 의심 없이 결합해. 게다가 쌍자흡충은 두 번 다시 서로를 놓지 않는 거야. 억지로 떼어 놓으면 죽고 말아.”

 

그래서 종생교미라고 하는구나. 굉장하네. 비익조(比翼鳥)같아.”

 

코사카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지, 그야말로 비익연리(比翼連理). 참고로 이 기생충은 잉어에 기생해.”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칭찬하는 말이라도 들은 듯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잉어?”

 

, 일본어 사랑’()하고 발음이 똑같아. ‘사랑에 기생 한다라고도 들리는, 멋진 우연이지?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잉어에 기생하는데 성공한 쌍자흡충은 24시간 이내에 눈알을 버린대. 사랑에 빠지면 장님이 된다는 얘기지.”

 

사랑에 빠지면 장님이 된다…….” 코사카가 그렇게 소리 내어 되뇌었다. “네 입에서 그런 로맨틱한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어.”

 

소녀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정신을 차린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잠시 후에 고개를 숙였다.

 

왜 그래?”

 

……생각해 보니까 생식 기관이 어떻다느니 교미가 어떻다느니 하는 건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네. 바보 같아.”

 

그녀의 뺨이 살짝 홍조를 띠고 있었다.

 

아니, 재미있었어.” 코사카는 소녀가 당황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저도 모르게 숨을 뿜었다. “계속해, 기생충 얘기.”

 

소녀는 잠시 침묵했지만, 이윽고 조용히 이야기를 재개했다. 코사카는 그녀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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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서문 바로 다음에 나오면서 1장 바로 전에 있는... 0장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것이다.


이거 보고 나면 살 수 밖에 없다;;;


ㄹㅇ루다가... 갠적으론 제목말고 다 전에 비해 별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했따.


꼭 사라.


그래야 너의 이야기도 정발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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