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괴소소설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1995년 작품이다.

내 생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필력이 1996년쯤 완성되었다고 보는데 그럼 그 직전 작품이다.

단편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재미있는건 아닌데 소설은 진짜 슬슬 읽힌다.

이 단편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하고는 완전히 결이 달라서 한번 읽어볼만 하다.

히기시노 게이고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일본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일본스토리가 많다.

착한 사람들이 어울리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고 악인 조차도 마지막에는 감화가 되는 스토리.

그래서 범죄를 다루는 추리소설에서도 그다지 어두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단편집은 마치 인간의 내면은 추악하다는 가정 하에서 그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단편들 하나하나가 읽다보면 인간이란 이다지도 한심한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단편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내가 제일 마음에 든건 "어느 할아버지의 무덤에 향"을이었다.

스토리는 단순해서 할아버지가 현대의학 도움으로 다시 20대 초반 젊은이가 되는 내용이다.

이 할아버지가 중간에 40대쯤으로 젊어지자 43살 먹은 간호사와 데이트하고 모텔까지 간다.

하지만 간호사는 할아버지가 더 젊어지면 변할거라고 하면서 단 한번 뿐이라고 말한다.

그 후로 간호사는 할아버지를 피한다. 근데 간호사 말대로 할아버지는 간호사에게 관심이 없어진다.

할아버지는 점점 더 젊어져서 20대 초반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몸이 변하면서 마음도 변한거지.

20대 초반이 된 할아버지는 평소 동경하던 서점 여직원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여직원은 데이트를 받아들이고 꿈결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 시간은 두달 남짓.

할아버지는 다시 늙어가고 쓸쓸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젊어지는 기간이 두달에 불과한게 핵심이다.

이 기간 동안 할아버지가 한건 두 여자하고 데이트한게 거의 전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이들면 도저히 할 수 없는게 연애란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