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본 단간론파라는 게임이었어

직접 모든 시리즈와 팬 게임까지 클리어 하고, 역전재판 시리즈, 쓰르라미 울 적에까지 하니 추리물을 게임쪽에서는 더 이상 찾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된 게 소설쪽이었고, 예전에 유튜브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된 '봉제인형 살인사건' 을 읽게 됐어

내가 가장 처음 읽었던 추리소설은 예전 중학교 시절 때 접하게 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고,

이 작품은 그 이후로 거의 10년만에 다시 읽게 된 두 번째 추리물인데,

추리물에 대한 면식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히 별로라고 생각되더라

가장 별로였던 점은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에서 진범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게 359페이지 라는 점이었어

아니 보통 추리물이라고 하면 초중반에 등장인물들을 소개시켜주고 이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재미로 읽는 거잖아

근데 이 작품은 진짜 아무런 정보 없이 359페이지까지 진범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더라.. 게다가 이것도 어떤 복선도 없이 진짜 개 뜬금없이 나와

물론 도중도중에 진범이 사건현장에 나타나긴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소개해줬던 인물 중에 한 명이 진범으로 위장했다는 생각을 했지

지금까지 소개해줬던 인물과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게 추리 소설에서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니 세상에 어떤 소설이 지금까지 소개했던 넘쳐나는 등장인물들을 제쳐두고 짜잔 사실 범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라고 전개하겠어

근데 이 작품은 그러더라 미친

진짜 내내 범인이 누굴까 생각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나가던 내 생각을 가루처럼 뭉개버리는 느낌이었어

'이딴게 추리물?' 이라는 생각이 그 이후로 내내 들더라.. 300페이지 중반부터 슬슬 결말로 치닫음에도 점점 화만 치밀었음

게다가 범인의 살해동기도 이 작품의 개연성에 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그냥 아주 나락으로 떨어뜨렸어

3년 전에 주인공이 같은 병원에 신세지던 정신병자의 종이조각에 써있던 전화번호에 전화 걸어서 이름 읊었다고 살인을 하네 ㅋㅋ 이딴게 개연성?

사이코패스의 연쇄 살인을 이렇게 매력없게 풀어내는 것도 능력인 것 같음

게다가 이 작품, 트릭이 전혀 없고 진범이 범행을 진행한 과정, 흐름 같은 건 전혀 나오지 않아 진짜 미친 것 같음 진짜 이게 추리물이 맞나?

어떤 방식으로 주인공 옆 건물, 그것도 주인공 층의 바로 아래층에 시체를 메달았는지, 애초에 그 전에 어떤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6개의 시체를 실로 꿰매 이어 붙혔는지에 대한 과정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그 이후에 살해당하는 인물들에 대한 범행 과정도 전혀 묘사되지 않아

범인이 처음 언급되는 게 소설이 90% 진행될 때인데 나올 리가 있나 ㅋㅋ

결국에는 마지막 10페이지동안 정말 급전개로 주인공이 범인이랑 치고받고 싸운다음 주인공이 경찰이 뜨기 전에 그 곳을 뜨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

내가 진짜 이딴 결말 보려고 이 책을 읽었나 싶더라. 뭐 이딴 용두사미 급전개 엔딩이 다 있어;

어떠한 여운도, 카타르시스도, 재미, 추리요소도 없었어. 나쁜의미로 철저하게 작가한테 뇌가 농락당하고, 유튜브 광고 마케팅에 속아버린 기분이야.

다행인 건 이 작품을 추리소설 갤럼들이 그렇게 추천하지 않았다는 거야

저번에 당근마켓에서 잔뜩 사온 추리소설 중 뭐 읽을지 추천받았었는데 대부분이 이 소설은 추천하지 않더라

근데 그 글을 쓰기 전에 이미 이 작품을 읽고 있었어서 그냥 계속 읽었어..

모든 추리물 소설이 이랬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아

처음 스타트를 유튜브 광고에 속아 이 작품으로 끊은 게 너무 후회된다

다음으로는 갤럼들이 많이 추천해줬던 '살육에 이르는 병' 을 읽어보려고 해. 이게 그렇게 명작이라매

다 읽고 또 글 쓰러 올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