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의 트릭, 플롯, 발상, 구성, 설계가 정말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엘러리 퀸 작품은 '소설' 그 자체로서의 재미가 떨어진다.

물 흐르듯 전개가 되지 않으니 글도 잘 안 읽히고, 너무 딱딱하고 지루해.

추리소설도 '소설'이기 때문에 활자를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데

엘러리 퀸은 확실히 그 부분이 약한 것 같다.

읽다 보면 이게 뭔 수학문제를 푸는 건지, 퀴즈를 푸는 건지, 신문을 읽는 건지...

머리만 아프고 원초적인 재미가 확실히 떨어져.

그래서 한 번 보고 나면 도저히 두 번 읽고 싶지가 않네.

고전 소설이라 재미없는 거 아니냐고? 아님.

엘러리 퀸보다 더 먼저 활동했던

에드거 앨런 포, 코난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 등의 작품을 보면

소설적으로 훨씬 더 재밌고 술술 읽힌다.

엘러리 퀸이나 SS 반 다인 같은 작가들은

일본 애들이 환장하는 본격 추리물에 가깝고, 문학적인 재미는 떨어짐.

그래서 서양에서는 인기와 평가가 모두 다 낮은 편인데,

일본에서만 유난히 인기가 높은듯. 우리나라는 그런 일본 영향 받은 거고.

서양의 수많은 고전 추리소설 중에서

100년이 지난 지금

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만 살아남았는지,

엘러리 퀸 작품을 읽다보니 확실히 알겠다.

정답은 '원초적인 재미'였어.

트릭이고 나발이고, 소설이면 일단 글을 재밌게 잘 써야

독자가 읽는 즐거움을 느낄 거 아니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해도 막상 보면 따분하듯,

나한테는 엘러리 퀸 소설이 딱 그렇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이거 대단한 건 알겠는데, 소설이 너무 재미가 없어.

한국이나 일본에서 역대 최고 추리소설 꼽을 때는 무조건 Top 3 안에 들고, 1위도 자주 차지하는데

영미권에서 뽑은 랭킹마다 엘러리 퀸 작품은 100위 안에 하나도 못 들어서 대체 왜 그런가 했더니

그냥 문학적으로 재미가 없어서였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얘기는 안 하겠지만,

글을 훨씬 더 맛깔나게 잘 쓰니까.

'소설가'로서의 역량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