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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ㅇㅇ(210.115) 2022.10.26 12:34:44
조회 256 추천 6 댓글 0
														




(직접적인 스포는 없지만 책을 읽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두 가지의 우려와 한 가지의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세 가지는 모두 빗나갔다.


1. 첫 번째 우려

꽤 읽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일본 역사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무사들이 자기 이름을 수시로 바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의외로 술술 읽혔다. 이건 순전히 작가의 능력인 것 같다. 캐릭터들을 잘 구축해서인지 적당히 읽다보면 주요 등장인물과 그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평균적인 독자들이라면 책을 읽다 길을 잃지는 않을 듯 하다.


2. 두 번째 우려

역사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역사 소설이라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없다. 이 역시 내가 일본 역사에 관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간 첫 날 사 두었지만 지금까지 다른 책들에 순서가 밀려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대단한 추리 소설이었다. 물론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트릭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그저 그렇다. 이런 류의 연작 단편이 그러하지만 각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흑막이 있을 거라는 예상도 했었다. (그게 누구인지 왜인지는 몰랐지만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던 건 '간베에가 추리하는 이유'였다. 그 동안 내가 아는 탐정은 지적 호기심에, 누명을 벗기 위해, 혹은 직업적인 의무감에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간베에는 추리를 통해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사건의 마침표로 탐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탐정이 사건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신성한 추리 행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장르의 전복이다. 진짜 탐정과 범인은 누구인가? 무라시게? 간베에? 아니면 지요호? 탐정과 왓슨과 범인이 뒤섞인 추리소설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3. 그럼에도 한 가지의 기대했던 점

책을 읽기 전 두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대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어찌되었 건 책은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그런데 앞선 두 가지 우려가 반전으로 다가 온 것처럼 재미있을 거란 기대도 배신했다. 생각보다 '친절하고', 생각 외로 대단했던 '추리와 탐정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전율, 감동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건 아마 작가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인 거 같다. 난 '장르의 전복'이 좀 더 소설 전면에 나섰으면 했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런 전복에서 나타나는 '인과'라는 주제를 더 보여주고 싶었던 듯 하다. 내가 보기에 지요호의 이야기는 다소 뻔하게 교훈적이다. '보지 못했던 형태의 추리소설' + '그저 그런 평범한 역사소설'이 결합되는 바람에 도발적인 추리소설의 색이 다소 희미해졌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의문인 건, 그런 형태의 추리 구조이기 때문에 역사소설을 끌어들인 것인가, 역사소설의 주제를 위해 전복적인 추리 구조를 이용했냐이다. 이래저래 요네자와 호노부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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