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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장문, 스포) 유리탑의 살인 - 치넨 미키토

시리우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09 20:57:15
조회 1135 추천 1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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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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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읽은지 한달 다 됐는데 귀찮아서 이제서야 끄적이는 리뷰

솔직히 이미 리뷰가 차고 넘치는 책이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일단 두괄식으로 평가를 쓰고 들어가자면


"훌륭하지만 갤에서 빠는 정도로 쩔진 않았음"





# 작품의 테마


이 작품의 테마 두 가지를 꼽자면 "오마주"와 "메타 픽션"


시도 때도 없이

"이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나오는 ~"

"마치 오리엔탈 특급 살인 같은 ~" 식의


대놓고 현실의 작가와 작품을 언급해서

오마주와 메타 발언을 동시에 보임




문제는 이건 어떤 작품에서든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거


오마주를 남발하다보면

말만 오마주지 표절작에 가까운 불쏘시개가 되고


메타 픽션의 경우 이걸 감상하고 있는 독자한테 상당히 불쾌한 느낌을 줄 수 있음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 메타 연출의 대표적인 예시. "밥은 먹고 다니냐?"



메타픽션적 연출, 즉 등장인물이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


관객은 등장인물이 작품을 넘어 나한테 도전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음

영화에서 스크린 정면으로 바라보는 연출이 잘 안 나오는 이유.



아무튼 핵심은 이 둘을 잘못 섞어서 남용하면

작품이 그냥 진부하고 불쾌하다는 느낌을 준다는거.


결론만 말하면 이 작품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함.

단지 이로 인해 생기는 서술 난이도의 상승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는데





바로 대놓고 망가진다고 선언하는거임.










데드풀] 속편에 보고 싶은 데드풀의 악당들 : 네이버 블로그

<< 메타 픽션을 활용한 가장 유명한 예시, 대놓고 B급 선언을 하면서 기대치를 낮춤



이게 소설 후반 유리탑 사건의 진짜 진상을 밝히는 방식임.

"애초에 졸작이었는데 뭘 기대함?"


유리관 사건의 트릭들이 모두 허접한 이유에 대한 가장 명쾌한 설명이자

동시에 <유리탑의 살인>의 개연성을 보조하는 장치이기도 함.


관 시리즈를 통채로 베낀 뻔한 전개가 용납이 된 이유


탐정역이 자꾸 메타적 언급을 하면서 독자를 불편하게 했던 이유


이 때까지 열심히 머리 굴리던 독자들이

허탈하지만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모든 사건 자체가 의도된 가짜에 조잡한 퀄리티를 가진

하나의 방탈출 게임이었다는 사실.


"애초에 졸작이었는데 뭘 기대함?"


애초에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는 설정이었다는 설명으로

부족한 개연성에 대한 비판에서 이탈해버림.



재밌는건 이 말은 작품 내의 기획 <유리관의 살인>뿐 아니라

우리가 읽는 <유리탑의 살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라는거


빠른 진행을 위해 날려버린 디테일들이 굉장히 많음


마치 게임 NPC처럼 정석적인 대사를 뱉는 캐릭터.

밀실 살인 같다니까 진짜 하나 둘씩 픽픽 죽는 사람들


후반의 진짜 하이라이트를 위한 중반의 날림 추리

(특히 시체 6층에서 2층으로 미끄럼틀 태운다는건 대놓고 웃음벨)


중후반을 넘으면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조연들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진범의 불우한 과거.


작품 내의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기획한

코즈시마의 작품 <유리관의 살인>을 허접하다고 까는 서술은


이 모든걸 진짜로 집필한 치넨 미키토 본인의 작품 구성을

스스로 셀프디스하는 메타 연출이라고 볼 수 있음





# 캐릭터성과 라노벨향


고전부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비블리아, 영매탐정 조즈카 등등등

최근 추리물은 너무 씹덕 캐빨물 위주 아니냐는 평이 많음


캐빨물, 라노벨향의 정의가 뭐냐면 말이 많지만 보통


스토리에 의미없는 요소들을

오직 상업성을 위해 한 사람한테 다 때려박아 넣고

(미소녀, 혼혈, 금발, 호기심 많은 아가씨, 천재, 괴짜, 초능력자)


스토리, 작품성은 뒷전이고 캐릭터로만 승부 보는 작품을 통칭함.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 많았는데 실제로


<유리탑의 살인>의 탐정 츠키요 아오이라는 캐릭터는

명탐정을 자칭하는 수다쟁이 괴짜 4차원 미녀 (중요)

라는 씹덕 템플릿에 가까움


다만 캐빨물의 충분조건인 "굳이 이런 묘사가 필요없는데도 넣었는가?"

(순전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넣었는가)


를 생각한다면 같은 부류라고 생각되지는 않음


애초에 오마주와 메타픽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정석적인 전개의 추리물로 갈 생각이 없었음.


뒤틀린 스토리에는 뒤틀린 인물이 걸맞고

주연 인물이 평범하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함


(물론 잘 먹혀서 그런 것도 무시 못하지만)




# 작품의 테마 2



How The Duality of Leadership Works - Lolly Daskal | Leadership


후반에 드러나는 작품의 두번째 테마는 쌍대성 (Duality).


후반의 밝혀지는 사건 뒤의 진상처럼

작품 내의 대부분이 서로 대응되는 쌍으로 묶임


DNA의 구조를 모티브로 한 유리탑의 이중 나선 구조의 비밀 계단


죽은 척하고 살았다가 정말 죽어버린 설계자 코즈시마 타로

진짜 같은 가짜를 의도했지만 진짜가 되어버린 유리관의 살인


츠키요가 했던 탐정의 도전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이치죠

명탐정의 존재를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명범인


유리관의 이중나선으로 드러나지 않은 작품의 이면을 표현하는 연출은

건축물을 주제로 한 관 시리즈에 부합하는 탁월한 오마주였다고 생각함.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탐정과 범인의 대칭쌍이 되는 구도는

결말부 두 주인공이 서로 호감을 가지는 장면에 개연성을 부여했음.


아니 얘네 나 몰래 언제 사귐? 왜 갑자기 로맨틱함?

이런 반응도 봤는데


이성적 호감보다도 탐정과 범인의 역할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필요했고


또 서로의 생각을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동질감에 가깝지 않나 싶음


애초에 작중 내내 붙어다녔으니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님




# 총평


작품 프롤로그부터 마치 "우리 서로 알건 다 알잖아"를 외치는듯

수많은 미스터리 명작들을 언급하며 클리셰를 따라가는 빠른 전개


클리셰를 대놓고 섞어 쓰면서 마지막 반전까지 오마주로 끝내는

매니아를 위한 팬서비스 작품


알건 다 아는 매니아들을 위해 사소한 디테일들은 버리고

큰 줄기를 살려서 임팩트를 극대화했다는 점은 훌륭했으나


순수한 본격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볼륨이 모자람


첫번째 도전은 앞서 말했듯 허점이 너무 많고,

두번째 도전은 단서가 너무 많아짐.


작품 내 수없이 언급된 십각관의 살인의 진상과

추리를 틀린 탐정이 뭐가 되는가를 따져본다면


이미 진행된 스토리의 흐름상

범인이 두 명 정도로 좁혀질 수 밖에 없기 때문


"이렇게 책이 끝날리가 없다"는걸 중후반에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반전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점도 아쉬움


어딘가 뻔했지만 그래도 탁월한 연출로 호평을 받는다는 면에서

탑건 매버릭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음


나올걸 뻔히 알고 식상하다 식상해 하면서도

막상 나오면 크 이거지..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그런 장면들.


그게 오마주의 묘미 아닐까.


추리물 좀 읽어봤다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수작


평점 :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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