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에서 얘기 좀 나오길래 읽어봄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실 용의자X 이후로 실망만 거듭하게 한 작가라

이번에도 별 기대 안했는데 예상외로 정말 재밌게 봤음

추리에 대한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이야기로만 승부하니 오히려 빛이 나는 느낌

물론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범인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너무 흔하고 뻔하지만 몇 가지 변주를 준 것 만으로도 입체감이 확 살아나

그 동안의 비슷한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주더라.

다양한 관점과 복잡한 관계설정을 술술 풀어내는 필력은 봐도봐도 감탄만 나옴.

나가미네에게 협력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생각이 다른 와카코.


경찰에게 협력하면서도 경찰에게 쫒기는 나가미네에게도 역시 힘을 보태야 하는 마코토.

공범인 동시에 서로를 어떻게든 처리할 생각인 가이지, 마코토

피해자인 나가미네와 약자인 마코토를 위험에 빠뜨리며 악인인 가이지를 지켜주게 되는 경찰들


그 외 기자나 피해자 아버지 등등

역설적이고 상충되는 복잡한 입장들이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짐.

물론 반전이 좀 억지스럽고 맥빠진다는 점이나 작품 성격 자체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는 건 아쉽긴 하지만..

그건 작가특이니 넘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