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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이웃집 개가 너무 빨리 배우는 것 같아요

고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7 16:57:04
조회 2746 추천 59 댓글 11
														


1.

이런 글은 처음 써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쓰는 내내 제정신인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누구에게든 꼭 털어놔야 할 것 같아서요.


5개월 전에 서울 근교 신도시 쪽으로 이사 왔어요.


한창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단독주택 단지인데, 조용하고 공기도 맑고, 주변 이웃들도 대부분 가족 단위여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해요. 


복잡한 연애 끝에 혼자 살 집을 마련하려고 꽤 오래 돈을 모았고, 이 집은 그 결실 같은 존재였죠. 나름대로 성공한 기분도 들었고요.


제가 이사 온 집은 양쪽으로 단독 주택이 붙어 있는 ‘세미타운하우스’ 구조인데, 옆집엔 ‘배노인’이라고 불리는 70대 어르신이 혼자 살고 계십니다. 


허리도 약간 굽었고, 계절 상관없이 늘 베이지색 조끼를 입고 나오세요. 


평소엔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동네 주민이랑도 큰 교류는 없으시더라고요. 


제가 처음 그분과 인사한 건 이사 오고 사흘 뒤였어요. 


직접 만든 식혜 한 병을 들고 오셔서 “혼자 산다니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한다”며 건네셨어요. 


필요하면 언제든 벨 누르라고 하셨고요.


“나랑 맥스는 늘 집에 있으니까.”


맥스는 그분이 키우는 저먼 셰퍼드입니다. 


체격이 아주 크고, 털빛이 짙은 갈색인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귀도 늘 바짝 서 있고요. 


처음엔 그저 훈련이 잘 된 노견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면... 묘하게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협적인 건 아니지만, 분명히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개였어요.


한번은 친구한테 “개가 주인보다 더 사람 같아”라고 농담처럼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점점 진담이 되어가고 있어요.


어르신은 맥스에게 마치 사람 대하듯 말해요.


“맥스야, 안방 서랍장 열면 파란 공 있을 거야. 그거 가져와 봐.”


그리고 맥스는 정말로 집 안으로 들어가서, 그 서랍을 앞발로 밀어 열고 공을 입에 물고 나왔습니다.


그게 첫 주의 일입니다.




2.

한 2주쯤 지나고 나서예요. 


야근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길이었는데, 밤 11시 반쯤이었죠. 


어르신이 마당에 서 있었고, 그 옆에 맥스도 조용히 앉아 있더군요. 


가로등 불빛도 희미한데, 그 둘은 그 어둠 속에서 조용히 서 있었어요.


제가 멀리서 인사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어르신이 맥스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맥스가, 제 쪽을 슥하고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믿기지 않았지만, 진짜 사람처럼요. 제가 그때 본 걸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러고는 둘은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날 밤, 거의 잠을 못 잤어요. 


그냥 착각이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봤지만, 맥스의 그 눈빛이 계속 떠올랐어요. 


살면서 동물에게서 그런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무언가 의도를 가진 존재 같았어요.


이후로도 아주 작은 일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창문 바깥에서 누가 움직이는 소리, 벽면을 긁는 듯한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낮은 숨소리. 


처음엔 길고양이겠거니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소리엔, 뭔가 지켜본다는 기척이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아침, 현관 앞에 진흙 묻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발자국 한 쌍뿐이었고, 어디로 되돌아간 자국은 없었어요.


그날 이후로 현관에 CCTV를 설치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도 가능하니까요.


설치하고 이틀간은 별일 없었어요. 


그런데 셋째 날 새벽 2시 16분, 영상이 정확히 12초간 끊겼습니다. 


다시 화면이 돌아왔을 땐, 문 앞에 누런 테니스공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전 테니스를 하지 않아요.




3.

며칠 후, 어르신이 마당에서 정원 일을 하고 계시길래 일부러 말을 걸었어요. 


요즘 밤에 이상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말이죠.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어요.


“맥스가 동네 순찰을 잘 돌아.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알려주거든.”


“그래도 밤에는 목줄을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어르신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말했어요.


“걘 허락된 곳만 가. 그런데 요즘 보니, 자네가 너무 많은 것을 허락해놨더구먼.”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날 이후, 창문이랑 문은 꼭 두 번씩 확인하고 자요.


그리고 그날 밤, 정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새벽녘이었어요. 잠결에 ‘드르륵, 드르륵’ 문을 긁는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조심히 도어뷰로 내다봤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그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분명히 들렸어요.


“맥스. 앉아.”


그건 분명 어르신의 목소리였어요. 그 특유의 낮고 침착한 말투요.


전 그날 밤, 부엌에서 식칼을 손에 쥔 채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CCTV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테니스공은 다시 있었어요. 


이번엔, 신발장 안에 있었습니다.




4.

일주일 전, 밤에 거실에 드러누워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이나 보다가, 어딘가에서 속삭임이 들렸어요. 


처음엔 폰에서 나는 소리인가 했는데, 아니었어요.


그 속삭임은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마치 주문 같이 들리는 소리였어요.


“믁스... 카흐... 눈크... 기다려.”


그 소리는 반복적으로 들리더니 어느 순간 뚝 하고 끊겼습니다.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맥스가 울타리 너머에 서 있었어요.


앞서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눈빛이... 그건 그냥 동물의 눈이 아니었어요.


사실, 하루는 너무 찝찝해서 경찰에 전화했었어요. 


이상한 낌새가 계속된다고요.


그랬더니 출동은 안 하고 “동네 쪽으로 순찰 한번 더 돌겠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개가 자꾸 집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더니, 경찰은 웃으면서 말했어요.


“선생님, 개가 테니스공 들고 집에 침입하진 않죠.”


전 꿈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자꾸 낯선 언어로 악몽을 꿔요. 


자고 일어나면 혀끝에 쇠 맛이 돌고, 꼭 잠가둔 방문이 다음 날 아침엔 살짝 열려 있어요.





5.

이틀 전, 새벽에 눈을 떴는데, 맥스가 방 안에 서 있었어요.


움직이지도 않고, 제 발치에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몸이 굳어서, 소리도 못 내고 바라만 봤어요.


한참을 그러고 쳐다보더니, 사라졌습니다.


현관문, 창문, 다 그대로였어요. 잠긴 채로요.


그리고 다음 날인 어제, 어르신이 집에 찾아왔어요.


표지가 검은색인 작은 책자를 주시면서 말씀 하시더군요.


“훈련 매뉴얼이야. 맥스는 똑똑한 녀석이야. 하지만 복습이 중요하다네.”


전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저었고, 어르신은 고요하게 말했어요.


“자네도 이제 일부라는 거야. 모르는 척 해도, 이미 들어왔잖아.”


어르신이 돌아간 뒤, 전 바로 책을 펼쳐보았어요.


모든 페이지는 하얗게 비어 있었어요.


단 한 장,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마지막 장에는 낯선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우린 기다려. 그는 네 두려움을 기억해.”





6.

오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 안에 진흙 발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부엌부터 시작해 침대 발치까지 이어져 있었고,


베개 위엔 테니스공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전 테니스를 하지 않아요.





7.

이제,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맥스는 아주 똑똑한 개예요.


그리고, 아직도 계속, 배우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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