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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 마스커레이드 오브 닌자 (Masquerade of Ninja) #4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20 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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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커레이드 오브 닌자 (Masquerade of Ninja) #4




여름날, 그는 나지막한 언덕에 앉아 불꽃놀이를 방불케하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에 피어 오른 극채색 불꽃놀이가 아닌, 거대 장갑 불도저에 의해 뭉개지는 가옥이나 방치된 UNIX가 파직파직 피어올리는 불꽃이었다. 누구도 저항하는 사람 하나 없이, 그 일은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진행되었다.



어린 야마가타의 옆에는 아버지가, 주변에는 마을의 주민들이 있었다. 오무라 사(社)의 억지 부지 매수에 의해 그들은 돈을 받고 퇴거하기로 한 것이다. 근방 일대는 레저 랜드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그 밤이 스트리트와 작별하는 날이었다. 야마가타는 아직 어렸고, 어째서 이사를 가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TV 방송에서 봤던 히어로는 도와주러 오기는 커녕 레저 랜드의 마스코트 중 하나가 되어 부지 주변을 감싼 높은 철망 펜스에 거대하게 인쇄된 '기대 중점!' 이라는 대사와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옆에는 야마가타도 본 적 있는 어떤 마크가 있었다. 방송 제공 스폰서가 오무라였던 것이다.



"나쁜 놈을 카라테로 두들겨 팬다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다" 아버지는 싸구려 브랜디를 들이키며 조용히 말했다. "히어로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법이지." "......" 야마가타는 어째선지 울고 있었다. 땅투기의 의미도 주식의 의미도 모른다. 다만, 그가 좋아하는 히어로가 바카 취급 당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 뿐이었다.



◆◆◆




"야마가타=상? 야마가타=상? 손님이 오셨사와요" 게이샤의 목소리. "아이엣!?" 오래된 꿈속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액션 스타는 의자 위에서 몸을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쿵푸・카라테의 자세를 취했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방송에 대비하여 맛사지를 하고 있던 미용사 게이샤가 놀라 허리에 힘이 빠져 쓰러졌다.



"후욱, 꿈이었나" 야마가타는 숨을 고르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용사 게이샤를 도와 일으켜 세웠다. 눈 앞의 거울에는 완벽하게 메이크업 된 낯선 얼굴이 있다. 화려한 스테이지에 설 때에는 메이크업이 두껍다. 그런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은 일이다. "대기실까지 손님이 오셨다구?" "야사키=상 이시와요"



"잠깐 자리를 비워 주겠어?" "유명한 분 이옵니까?" "아아" 야마가타는 의자에서 일어나 마중하러 나섰다. 게이샤와 서로 자리를 바꾸듯, 낡은 갈색 가죽 블루종을 입은 연상의 남자가 들어선다. 야마가타와 야사키는 웃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도-모" "도-모" 야사키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늘어 있었다.



"이번에 은퇴하기로 되었어. 네 덕에 폐업이다 이거야" 야사키는 웃었다. 그는 신인 시절의 목표로 삼았던 라이벌이었던 남자다. 성공한 리메이크 영화 『타케시콥・맛포리벤지』의 인상 깊은 악역, 암살자 도우젠은 야사키=상의 최대 대표 역할이었지만, 그 뒤에는 젯트・야마가타가 단숨에 제쳤다.



"정말로?" 야마가타는 한숨을 토했다. 가혹한 세계다. 성공한 사람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기묘한 우정이 존재하는 법이다. 야사키는 야마가타의 등을 두드렸다. "나를 제친 남자가, 그런 기운 없는 얼굴을 해서야 쓰나. 늘 하던 독설은 어쨌어? 리우=베이 처럼 도발적으로 손짓해 달라구."



"좋지" 야마가타는 무자비한 리우・베이의 얼굴로 순식간에 변하여, 몸을 회전하듯 크게 휘두른 후 까닥까닥 손짓하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오는군. 암살자 도우젠의 카라테의 명성도 땅에 떨어졌단 말인가?" "하, 그런 말을 했겠다" 야사키는 대담하게 웃으며 카라테의 준비자세로 들어서서 스탭을 해보였다. 야마가타는 상태를 살폈다. "어이, 진심으로?" "그래, 해보자고"



"하이얏-!" "이얏-!" 마치 영화의 원 씬을 방불케 하는 주고 받기! 대기실은 드넓고, 다른 출연자는 누구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어이, 이 다음엔 내가 출연할 차례라고?" "멍이 생긴다면, 그 여자 같은 화장을 좀 더 두껍게 하면 될것을!"



"핫! 핫! 하이얏-!" 의자를 뛰어 넘고 화환을 쓰러뜨리며 원・인치 거리에서 주고받는 공방. 팔꿈치의 일격을 서로 펼치며 막아낸다. "이얏-!" 야사키의 무릎차기가 명치에 꽂힌다. "끄악-!?" 눈을 부릅뜨고 뒤로 물러서는 야마가타. "이이이야아아아앗--!" 바로 그곳에 히사츠・와자를 떠올리게 하는 야사키의 돌려차기!



물론, 지금까지 야마가타는 손속을 계속 두고 있었다. 인간의 탈을 계속 쓰고 있었다. 그러나 무릎차기를 받은 그의 눈이 순간, 내면의 닌자 소울을 반영하는 것 처럼 날카로워 진다. "하이얏-!" 그는 야사키의 발차기를 블록. 붙들고서 한쪽 다리로 선 채 즉시 철퇴를 방불케 하는 손등쪽 주먹으로 적의 얼굴을 내리쳤다.



"끄악-!" 야사키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손등쪽 주먹은 그의 코 앞에서 멈춰서 있었다. "나는 리우・베이가 아닌 고로, 목숨까지는 취하지 않겠어" 야마가타는 웃었다. 그러나 야사키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컷! 컷!" 타격은 가해지지 않았는데 이 무슨?



야마가타는 즉시 상태를 살피고, 붙들고 있던 한쪽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가 닌자의 괴력으로 누른 것도 아니다. 야사키가, 늙은 것이다. 그는 벌 받은 악동같은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두드리고 웃었다. "아이테테테... 보시는 대로, 한심한 꼬락서니지. 내 은퇴는 네가 뜬것과 실제 무관계. 하반신에 한계가 온거야."



"작년, 삿쿄・라인(*)의 지붕 위에서 촬영 중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듣긴 했지만...... 그렇게나 심각했던 건가?" 야마가타는 생각지도 못하다가 쇼크를 받았다. 액션배우의 수명의 끝은 갑자기 찾아온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무자비한 현실이다. 인간인 이상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인간인 채로는.


(* 삿쿄 라인 철도 : 네오 사이타마를 순회하는 지하철 라인의 이름)



야사키는 쓴웃음을 띄우며 몸을 비틀어 허리뼈로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았다. "...... 영화 였다면, 이런 씬은 상영되지 않았겠지. 감독이 메가폰으로 이렇게 외칠거야. 『컷!』 그리고 끝. 미녀와 서로 껴안고서, 동료들에게 축복받는 화려한 엔딩. 그러나 사실은 인생은 아직도 중반. 거기서 컷 했을 뿐이야.



야마가타는 질문했다. "은퇴한 다음에는 어쩔 셈이지?" "나에게서 액션을 빼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 과거의 영광도 떠나갔지. 주차장에서 경비원이라도 할까, 아니면 추고쿠 지방으로 이사라도 갈까...... 뭐, 뭐라도 생각해 봐야지. 가족을 먹여살려야지 않겠어?" 그에게는 아이가 둘 있다. "약간이지만 저축한 돈도 있어.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 그런 것보다도?" 야마가타는 몸을 기울이며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사키는 그의 불안한 눈을 보고서 그것을 날려버리듯 크게 웃어 제꼈다. "그런 것보다도,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거지! 알겠나, 이 젠장할 놈, 너는 나를 제친 남자다! 그리고 액션스타가 되려고 하고 있어!"



"알겠나, 너의 액션!" 야사키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너의 액션에는 액션의 신이 잠들어 있어! 지저스 최신작을 시사회에서 보는 순간, 나는 그렇게 확신했어!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보다도 몇년 전에 이미! 아아, 이 녀석은 나를 뛰어넘어서 터무니 없는 액터가 되겠구나! 내 생존본능이 그렇게 경고했다고!"



야마가타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그 전 부터, 야사키와는 라이벌 관계를 뛰어 넘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프라이드가 높은 그가 이 정도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아" 야마가타는 끄덕이며 웃고서는 악수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진 남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진짜 액션 스타가 되겠어"



"당신의 몫까지 잔뜩 벌어주지"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아아, 뻔뻔하게 살아라" "그리고 야사키=상, 당신을 언젠가 내 영화에 불러 주겠어" "어떤 역할로?" "병풍 엑스트라 1" "웃기고 있네, 쓰레기 역할이잖아" "영화 출연이 싫다면 내 운전수는?" "퍽・유" 그리고 그들은 서로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야마가타=상, 이제 곧 방송에 나오셔야 하와요" 복도에서 오이란이 부르는 소리. "시간이 되었나" 야사키는 허리의 아픔이 가신듯 일어서서 쟈켓을 다시 걸쳤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은 듯. "언젠가 사케라도 하자. 나는 당분간 온천여행을 가려고 해" "언제 출발하지, 야사키=상?" "내일이다" 야사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야마가타는 잠깐 생각한 후 말했다. "저기, 야사키=상, 그렇다면 오늘 밤, 이 방송 후에 한잔 하지 않겠어? 좋은 누들 가게가 있어. 이 이벤트는 앞으로 3시간정도 있으면 끝나. 파티에는 출석하지 않는 걸로 하지" "누들 가게라" 야사키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왕년의 암살자 도우젠처럼 웃었다. "좋지, 너의 목숨도 오늘밤까지다"



두 사람은 서로 웃고서 욕설을 주고 받은 후 대기실에서 나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메이크를 다시 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한 후, 미용사 오이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메인 스테이지는 이 바로 위였나?" 야마가타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앗하이" 오이란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스미마셍, 그리고 이걸"



"좋았어" 젯트・야마가타는 오나타카미사에서 만든 최신형 사이버 선글라스를 걸치고 오이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울려?" "하이, 스고이해요" 스테이지가 가까워지자 스탭들이나 다른 출연자들과 마주치기 시작했다. 야마가타는 이번 이벤트의 게스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아직 진정한 액션스타는 아닌 것이다.



눈부신 극채색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디움 좌석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소리가 만들어내는 압력 속을 걷는다. 젯트・야마가타의 이름이 울려퍼지고, 쿨한 최신형 사이버 선글라스를 쓴 그의 미소가 후방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비추어 진다. 협찬 메가 코퍼레이션의 앰블렘과 함께. 젯트・야마가타는 손을 흔들었다.



사이버 징이 울리고, 차이나 드레스 차림의 오이란드로이드・아이돌 듀오가 스테이지에 올라 고속 리프트 수직사출 되었다. 엄청난 함성. "다음 코너는 쿵푸 해프닝, 킥으로 퐁!" 나레이터가 외친다. 2대가 야마가타를 사이에 두고 코믹하게 노래하기 시작하자 웃음소리와 환성이 회장을 메웠다.




◆◆◆




"...... 이번 분기에 올드・카메・스트리트의 땅값을 떨어뜨려 땅을 사들이고, 그 일대를 오나타카미사의 플랜트로 바꾼다. 그런 계획 아니었는지......?" 불길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자 노예 오이란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코브라・리얼에스테이트(*)사의 빌딩 최상층에는 사악한 아트모스피어가 감돌고 있었다.


(* estate, 대저택에 딸린 토지, 재산 등. 여기서는 부동산업을 하기에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벽은 금박이 씌워져 있었으며 실내에는 분수와 일본 정원, 잎이 붉게 물든 단풍 나무, 스시가 차려진 대형 테이블. 벽에는 '끔찍함(非道さ)' '코브라 부동산' '야쿠자' '뱀(蛇)' 등의 쇼도(* 서도, 서예). 하이웨이를 사이에 두고 올드・카메・스트리트를 내려다 보는 이 건물이야 말로, 이 디스트릭트(* 지역)의 만악의 근원, 독사(*)들의 소굴이다.


(* 독사는 일본어로 도쿠헤비라고 읽는다. 지난화 도쿠헤비 서클을 떠올리면 실제 옳다)



"하이, 디스포이러=상. 하지만, 보고드린 바대로 오우거 퍼피라는 닌자의 방해가 들어와......" 대형 테이블의 반대편, 또 하나의 사악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물론, 이 남자도 닌자다. 하얀 쿵푸 닌자 복장. 교활한 길게 찢어진 눈. 머리카락은 검고도 길다. 입술에는 날붙이에 의한 흉터. 양손에는 하얀 장갑.



"서펜터인=상, 그놈의 이름은 아무래도 이 몸을 불쾌하게 만드는군" 독사의 수령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이름은 디스포이러.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이자 닌자 소울 빙의자가 되어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야쿠자 클랜과 그 소유회사를 장악했다. 그 등은 불길한 4개의 페넌트(*) 군기를 서로 교차되어있는 모양새로 짊어지고 있었다.



"스틸 바이트=상의 IRC 액세스 내역으로 보아 이 닌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점과......" 서펜터인은 휴대형 UNIX를 조작하면서 말했다. 디스포이러는 사케를 들이키고 에너지 진미, 거대 지네의 통구이를 머리 부분부터 먹어 치웠다. "그 놈은 우리들 스네이크 피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 뱀의 피트기관에서 따온 이름 혹은 뱀굴을 뜻하는 영단어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인다 (유동님 의견))



"이 지연사항에 의해 오나타카미사가 주기로 한 전매가격이 떨어진 고로, 이 이상의 노력은 코브라사에 있어서 코스트 낭비 그 자체입니다" 스틸 바이트가 죽인 날부터 이미 2개월 가까이 경과한 상태였다. 이후 스트리트는 습격을 받지 않고, 주민들은 위기가 지나갔다고만 생각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네이크 피트라 불리는, 이 아마쿠다리・섹트 산하의 소(小)닌자 조직...... 그들은 어째서, 즉시 올드・카메・스트리트와 오우거 퍼피를 향한 복수를 행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수령인 디스포이러가 근처의,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여러 아마쿠다리 소닌자조직로부터 영역 문제를 둘러싼 접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야쿠자이기에 체면이라는 것을 짊어지고 있다. 디스포이러는 테리토리를 더욱 넓힐 계획을 준비하면서 주변의 소조직들을 강하게 위협해 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지배 영역 내부의 이지 태스크(* 임무)인 땅투기 건수를 실패한 것 뿐만 아니라, 소속불명의 주인 없는 닌자에게 당하여 스틸 바이트가 살해당한 것 까지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답은 명백하다. 디스포이러는 에도 시대의 워로드(* 대족장)을 방불케하는 교활함으로 모든 것을 은닉하며 두명의 부하에게 복수를 준비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리고 어제, 그는 마침내 이 성으로 귀환한 것이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올드・카메・스트리트는 이 몸의 관용의 한계를 넘어섰다. 짓밟아서 지고쿠 헬을 맛보게 하도록 하라."



"우옷-!" 갑자기 후스마 도어가 걷어차여 날아가고, 플랑베르주(*)를 든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노예 오이란이 실금! 남자는 등뒤에서 김을 피어 올리며 거칠게 숨을 토해낸다! 그 억센 육체는 병적으로 하얗고, 머리카락은 검게 물결치며 턱에는 야만스러운 긴 검은 수염. 저 세상의 바이킹을 방불케 하는 생김새다!


(* 서양 도검, 구불구불한 검신이 특징)



남자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것 처럼 발을 구르며 플랑베르주를 휘둘러 근처에 있던 멋진 단풍 나무의 줄기를 절단! "우옷-!" 거기에 더해 대형 테이블과 대리석 바닥에 칼을 내던지고도 여전히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가련한 노예 오이란의 목을 조른다! "우옷-!" "응앗-!" 사츠바츠(* 살벌)! 분수를 방불케 하며 피보라가 쏟아진다!



이 무슨 행패! 그러나 대형 테이블에 앉은 두 닌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케를 들이키며 이 남자의 행동거지를 바라보았다. "하악-! ...... 하악-! ...... 하악-!" 상반신은 알몸, 하반신은 칠흑빛 하카마로 감싼 그 광전사와도 같은 남자는 마침내 숨을 진정시키고 디스포이러의 옆 의자에 쿠당 하고 앉았다.



"마침내 돌아오셨는가, 디스포이러=상! 앞으로 하루 더 늦었다면 스트리트를 나 혼자서 폐허로 바꾸어 버렸을 터" 남자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노기가 등등하군, 화이트파이슨=상. 스네이크 피트의 의형제여." "사케를" "좋고 말고" 두 사람은 붉은 챠완(*)을 들고 서로의 팔을 엮어 교차시켜 동시에 사케를 들이켰다.


(* 다도등을 위한 그릇)



화이트파이슨도 사악한 닌자이며, 광전사로서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왔다. 닌자가 된 후 그의 순수한 반 붓다 정신은 변질되어 도쿠헤비・서클의 사람들을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의 지배하에 있는 블랙 메탈리스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인 전투 훈련을 부여받아 악기 연습할 시간 조차 없다.



"병사들의 보충과 훈련은 끝난 것인가?" 디스포이러가 묻는다. "물론이오, 형님. 전원 석방되었을 뿐더러 신병도 늘었다구." 화이트파이슨은 고개를 끄덕인 후 서펜터인에게 말했다. "전투 드러그와 무기를 그 전보다 5할 늘려서 보급해주게" "전투 드러그는 희귀해, 시세가 올라가 있는 상태야" "품질은 좀 떨어져도 상관없어"



"오늘밤에야 말로 우미가메・템플을 불태워 버리겠다! 나도 나간다! 그 오우거 퍼피인지 뭔지 하는 놈이 나타나면 목을 날려서 죽인다! 언제 시작하면 되오, 형님!" 화이트파이슨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뱀이 바퀴모양을 이루고 있는 문신이 새겨진 두 팔은, 근육이 지금 당장에라도 터질것만 같다. "서펜터인=상, 설명해 주게" 디스포이러가 말했다.



"이미 이야기는 다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서류도 제출했고, 섹트 내부의 신청도 수리(受理)가 되었습니다. 오늘 밤, 우미가메・스트리트를 포함한 4개 구획에 전력공급이 사고로 인해 멈춥니다." 서펜터인은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광전사는 사케를 들이켰다. "야음을 틈탄 습격인가? 하! 뱅뱅 돌리는 귀찮은 짓을!" "뭐, 일단 들어보게, 형제..."



"정전의 어둠은 우리들의 작전을 덮어, 은폐하는 대에 도움이 될 터. 올드・카메・스트리트의 저소득층 놈들이 정전을 틈타 약탈을 시작하여, 그것이 대규모 방화로 번졌다...... 라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 입니다." "마음껏 죽이고 태워도 되는 거겠지!? 가난뱅이들의 인과응보로군!" 화이트파이슨은 껄껄 웃었다.



"계산이 빠른 네가 준비한 건수다, 정전 계획을 세운 것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터." 디스포이러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하이, 땅투기 건수 이상의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펜타인은 시간을 보았다. "어떻게 흘러가던 올드・카메・스트리트의 수명은 앞으로 2시간.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쥐어짜도록 하지요."




◆◆◆




'실제 저렴함' '니하오' 'TAKESHI 술' 수상한 다중 전자 마이코 음성이나 네온 간판이 중금속 산성비로 물든다. 시장 가판대에는 흰색, 검은색, 청록색, 형광녹색 등 바이오 사과가 즐비하고, 거리에는 이와 닮은 컬러풀한 LED 우산이 합성수지로 된 꽃을 피우며 주변 배수로에는 쉴새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증기가 피어 오른다.



포장마차 거리에는 소바 가게나 운명 쿠키 가게가 물물교환을, 위법 증축 맨션의 창문에는 핑크색 유체 형광 한자 타투를 새긴 마이코가 또 오늘 밤에도 빨래를 말리지 못하게 되어 한숨을 내쉬며, 그 아래에는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젊은이들이 해커 도죠에서 단련에 몰두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란한데다 사람이 한가득...... 그러나 주민들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어째서 일까? 여기에는 오래 전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왔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윽한 신앙심을 계속해서 지켜왔기 때문이다. 유카리퐁도 마을 중심에 있는 육각형으로 된 거대한 건물, 우미가메・템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기 전, 그리고 밤에 언제나 같은 시간에 아버지와 교대한 후 예불을 드리러 온다.



피어오르는 증기 속에서 사람들이 오간다. 이 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은 씩씩한 장사꾼의 혼을 지녀, 때로는 서로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템플에 향할 때 만큼은 그러한 것들을 모두 잊는다. 이미 밤임에도 템플 안은 아직 떠들썩하고 사람도 많다. 많은 주민들은 아침에 일하기 전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붓다에게 예불을 드리는 것이었다.



템플 중심에는 마스코트인 살아있는 우미가메가 씩씩하게 헤엄치는 어항이 놓여, 푸른색으로 조명이 비추어 지고 있다. 그 뒤에는 큰 붓다 좌상. 벽에는 낡은 TV 모니터가 몇개쯤 놓여 있어, 노인들이 가라오케에 흥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번쩍이지는 않아서 템플 안에는 편안한 밤의 어둠도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유카리퐁은 모니터 중 하나에서 우연히 젯트・야마가타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오나타카미사에서 만든 사이버 선글라스를 끼고 눈부시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수 km 떨어진 스타디움 라이브 회장에서 네코네코 카와이이의 음악 이벤트에 게스트 중 한명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나, 야마가타와 결혼하는 거야......?) 유카리퐁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제, 최근 2개월 동안 야마가타는 실로 바쁜 상태라 그녀의 누들 가게에도 방문하지 못했다. (그 날, 그 일은 역시 꿈이었던 걸까?) 스타나 셀럽은 사이버 파파라치에 의한 도청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전화나 IRC 따위는 언어도단이다.



하지만 그녀의 뉴런에는, 그 밤의 광경이 분명하게 새겨져 있어서 몇번이고 피드백 된다. ...... 꿈이 아니다. 완고한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허니문은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아이는 뭐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 생각지도 못하게 웃음이 흘러 나온다. (아이야-, 아는 사람에게 목격되면 큰일이야...... 분명 엄청 이상한 얼굴 일거야)



유카리퐁은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행복함을 밀어내고, 평소처럼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큰 붓다상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심호흡하며 손을 겹치고 기도한다. 그러나 매일 되풀이하던 챈트는 잡념에 휘말려 흘러가 버린다. (붓다님, 야마가타는 나와 정말로 결혼하고 싶은 걸까?) 큰 바다거북 조각상 위에 앉은 큰 붓다는 조용히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나, 누들하고 후라이드 라이스 밖에 못만들어. 야마가타가 정말로 액션스타가 된다면 발목을 잡는 것 아닐까? 오키나와에 같이 갔다가 사진에 찍혀서 창피한 일이 생기면 어쩌지......?) 유카리퐁의 뺨이 점점 붉어져 간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한숨을 토했다. (아이야-, 결혼하면 가게는 어쩌면 좋아?)



(그건 정말 큰 문제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붓다님!?" 유카리퐁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러나 그것은 붓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옆에는 돈복을 불러온다는 붓다상을 로프로 등에 동여매어 짊어진 쇼우가 기도하고 있었다. "아이에에에...... 나, 생각하던 걸 입으로 말한거야?" "나는 귀가 엄청나게 밝거든." 쇼우는 윙크했다.



그 날, 누들 가게 '타케'에 있던 쇼우는 그 날 벌어진 일을 옆에서 듣고 있었다. 이 스트리트에서 유카리퐁 이외에는 오직 그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유카리퐁은 주변을 둘러보고서 쇼우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 야마가타의 이름을 말하진 않았어?" "아아, 괜찮아" "무조건, 누구에게던 비밀이야?"



"바카같은 소리 마" 쇼우는 장난스레 웃으며 귀띔했다. "나는 귀가 엄청나게 좋지만, 입은 또 엄청나게 무겁다고. 설령 신문사나 TV 방송국에서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도 결혼식 당일까지는 반드시 비밀을 지킬거야." "부탁할게, 진짜로." 결혼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유카리퐁은 다시 웃음을 감출 수 없게 되어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누들도 후라이드 라이스도 먹을 수 없게 되는 건......" 쇼우가 말하던 순간, 갑자기 스트리트 전체을 대규모 정전이 덮쳤다. 어둠 속에서 술렁거림이 일어난다. 그것은 한순간 이었다. 곧바로 건물 안의 전기는 복구되어 가라오케도 다시 시작되고 우미가메는 우아하게 푸른 어항 속을 헤엄쳤다.



"뭐야 방금...... 정전인가?" 같은 시각, 시장에 서있던 갈색 가죽 블루종을 입은 남자도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야사키였다. 쓸데없는 스테이지에 싫증이 난 그는 한발 앞서서 회장을 떠나 야마가타와 만나기로 한 누들 가게를 확인해 보려고 올드・카메・스트리트를 찾아왔던 것이다.



야사키는 주변의 전기가 드문드문 복구되기 시작한 것을 눈치챘다. 예비전원인가? 하늘을 나는 체펠린의 대형 모니터 속, 야마가타의 웃는 얼굴 옆으로 '네오 사이타마 동부의 토리츠 구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는 소식' 이라는 문자가 버라이어티 TV 방송 끝부분에서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글자로 흘러가고 있었다.



안타이 부디즘・블랙 메탈리스트와 죽음의 도검류를 가득 채운 검게 선탠된 밴이 몇대 올드・카메・스트리트의 시내에 살인적 스피드로 들어섰다. 빌딩의 지붕 위에서 사악한 닌자가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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