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은 거 아는데, 나는 솔직히 노가다가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특히 아직 20대 젊은 애들이 현장에 나와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하는 거 보면 딱하다 불쌍하다 이런 생각 보다는 어쭈 이새끼 좀 남자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거든. 솔직히 군대 다녀와도 아직 학교 다니고 그러면 애티 존나 나는데 새벽 5시 막 이럴 때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한다는 거 자체가 나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함. 나 솔직히 예전에 공부도 좀 했고 인물도 좀 잘났고 어렸을 때 아무튼 그랬는데, 일하기 전에는 개 병신이었거든. 집에 빚이 2억 넘게 있던가 그래서 등록금 번다고 택배 상하차 하다 돈 좀 더벌자 배타려다가 어찌어찌 노가다를 시작한 건데. 노가다 하기 전에 내 모습 생각하면 그거보다 세상에서 끔찍할 수가 없었단 말이야. 밤새 ㅅㅍ 게임이나 하고 안자고 날밤 깠는데, 아버지가 새벽에 출근하면서 벌레처럼 나를 바라보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살든 어떤 일 하든 진짜로 중요한 게 내가 번 돈으로 내 인생 사는 거 아니냐. 서른 넘었으면 모를까 솔직히 20대 중 후반까지 돈 100만원 못 벌어보고 아직 집에 빌붙어 있는 애들 존나 많잖아. 존나게 관점의 차이인게 젊은 나이에 현장에 나와서 잡부라도 뛰고 있는 마인드면 솔직히 자기 또래들에 비하면 상위 50프로에 나는 충분히 들어가는 거 같은데. 인생에서 솔직히 제일 중요한 숙제가 어찌됐든 내 힘으로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가는 거고, 그 다음이 내 힘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먹여살리면서 사는 거라고 나는 생각함.

  공부해서 대학 갔으면 어쩌고 하는 애들 가끔씩 있고, 노가다하면서 열심히 사는 애들 비하 존나게 하는 애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00학번이거든. 직업으로 해본 일은 스무 살부터 룸살롱 웨이터, 동네 학원 국어 주임, 군대다녀와서 노가다 데모도 5년 정도 하다가. 호프집 매니저 잠깐. 중국에서 무역 회사 실장 반 년, 노가다 기공 생활하다 화장품 회사 공무팀장인가 한 4개월. 그리고 다니 노가다인데. 거의 대부분 노가다를 했으니까 경력은 20년 좀 넘고. 이거 진짜 존나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노가다말고 다른 일이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공무원 이런 거 하면 쉬울 거 같고 학교 선생님하면 재밌을 거 같고, 은행다니면 편할거 같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냐. 내가 대기업 회사 생활은 못해봤어도 솔직히 우리나라 웬만한 일반 회사 생활들 존나게 힘들다 진짜. 대기업 같은데 가기만 하면 엄청 좋을 거 같지. 좋지 좋은 건 맞는데. 내 동생이 지금 KT에서 과장이거든. 대기업 일반 직원 평균 퇴직 나이가 49인가 그런 건 혹시 알지? 마흔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어떻게든 안짤릴려고 대학원가서 공부 존나게 하고 있음. 회사 생할 힘드니까 애기도 아직 못가지고 있고. 무엇이든 남의 돈 받고 일하는 게 노가다뿐만 아니라 쉬운 게 아니고, 장사쪽 하는 친구들은 솔직히 몸땡이도 우리보다 더 힘들면 더 힘들지 쉽지가 않아. 가게 매출 1500올려도 니네 보통 인부들 만큼 인건비 밖에 거의 안 남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는 말 있잖아. 완전 관점의 차이임. 몸이 편하지. 대가리 존나게 아프고 스트레스 개 많이 받음. 회사원인데 월급쟁이로 우리 보다 잘 번다? 최소 우리 보다 스트레스 5배 정도라고 보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노가다가 최고다. 이런거는 절대 아니지. 나는 그냥 다른 일이랑 똑같은 당당한 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니네 지금 내 인생이 어쩌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너무 주눅 들고 자기 비하 안 했으면 좋겠다. 니네가 노가다 시작하기 전에 딱 집에서 그 모습 있지. 거기서도 못 벗어난 애들 세상에 존나게 많음 진짜.

  응원한다. 화이팅. 올여름만 어떻게 좀 일단 잘 넘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