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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7-10-18

[일반] 본인 영화감상 연합동아리 활동했던 썰앱에서 작성

dd(106.101) 2023.03.14 16:29:03

조회 10458 추천 56 댓글 39

영화 동아리 어떻냐는 질문 가끔 있길래 올려봄

내가 활동했던 동아리는 무려 서류, 면접까지 치고 들어가는 꽤 네임드 동아리였음

신입기수 20명 이상, 기존 기수 10명 이상이 같이 활동하는 대규모 인원이었고, 시험기간 아니면 매주 정기활동도 일 있는 사람들 빼고 항상 20명 내외는 참석했음

한 학기마다 한 기수씩 선발하는 시스템이었으니 읽는 데 참고 바람

1. 남자애들 절반은 영화 관심 없고 여자 만나러, 술 마시러 온 애들이었음

첫 한 달 이내에 고백했다가 까이거나 해서 탈퇴하는 케이스가 좀 있었음

언제 한 번은 내가 회장(몇 기수째 활동하고 있는 사람)한테 서류, 면접까지 보는데 영화에 관심 없는 애들은 왜 뽑냐고 했더니 너무 딥한 영화광들만 있으면 동아리 제대로 안 돌아간다고 하더라

수긍되는 말이었다

2. 여자애들 상당수는 화면 예쁜 영화, 기분 좋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날것의 비주얼을 담은 영화,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영화는 반응 안 좋았음

그것도 취향이긴 한데 더 딥한 영화 감상 나눌 줄 알고 동아리 들어온 사람으로서는 아쉬웠다

3. 물론 그 사이에서도 초영잘알 4~5명 정도는 있었다

얘네랑은 밤새 술 마시면서 영화 얘기만 할 정도였는데 재밌었음

4. 영화를 좋아한다기보다 영잘알처럼 보이는 자신에게 도취된 듯한 남자애 A가 있었음

당시 아이리시맨이 아직 안 나온 시점이었는데 스콜세지 필모 얘기하다가 아이리시맨 얘기에 '걸작'이라고 하는 데서 의심하기 시작함

다른 영화랑 헷갈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다른 감독 얘기하면서 또 제작 중인 영화를 '좋다'라고 말하는 거 보면서 더 이상 얘를 신뢰 안하게 됨

5. 여자애 B는 영화에 관해 아는 것도 엄청 많고 자기 주관 확실하고 듣도보도 못한 B급, C급 호러영화까지 줄줄 꿰던 영잘알이었음

그런데 얘가 특이한 점이 영화윤리에 관해서 카메라의 윤리, 재현의 윤리 이런 걸 따지는 게 아니라 범죄자가 주인공이면 범죄미화라고 비판했음

오션스 시리즈도 범죄미화라고 하는 거 보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얘가 본 영화 중에 윤리적으로 문제 없다고 할 수 있는 영화가 몇 편이나 될까 궁금해지더라

6. 남자애 C는 여자애들 여러 명한테 따로 만나자고 추파 던진 게 알려져서 쓰레기 취급 받고 탈퇴함

SKY 다니는 애였는데 인스타에 책 읽고 나서 남성권력 어쩌고 이런 글 올리던 애여서 충격적이었음

7. 남자애 D는 잘생긴 건 아닌데 다정하고 화법도 상대방 기분 좋게 해주는 화법이라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음

어느 날 여자애 E가 D한테 고백을 했는데 D가 거절함

그런데 이때부터 D의 동아리 내 평판이 급격히 안 좋아짐

'안 좋아하면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지', '지금까지 여자애들한테 다 어장 친 거였다' 등등...

내가 봤을 때 D는 그냥 매너 좋고 교양 있는 사람일 뿐이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러고 얼마 뒤 D가 탈퇴함

8. 나는 내 기수 하고 내 다음 기수 활동하다가 중간에 탈퇴함

내 다음 기수에서 래디컬한 애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언제부턴가 영화 얘기가 전부 여혐이냐 아니냐로 흘러감

성차별적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가 차별적 대사를 뱉는데 영화가 분명 그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에도 그 캐릭터와 대사 자체를 가지고 여혐영화로 규정하는 식이었음

나랑 비슷한 시기에 남자애들 대거 나갔고 소수의 남자애들만 남았었는데 나중에 인스타 보니까 6명 정도 활동하는 동아리로 쪼그라들었더라

결론: 영화 동아리에 들어갈 생각이면 영잘알이 가득할 거란 환상을 버리고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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