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외전모음] [외전] 폭풍우 속의 집보기 (1권 이전)

ㅇㅇ(14.37) 2020.09.22 13:36:18
조회 293 추천 7 댓글 3
														

이건 내가 여동생의 비밀을 알고, 온갖 소동에 휘말리게 되기 1개월 전의 이야기이다.





5월, 고등학교 2학년 봄의 끝이 가까워지고, 하복으로 갈아입는 여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가족 전원이 모인 저녁식사에서 어머니가 이런 말을 꺼냈다.


"쿄우스케, 내일모레부터 아빠랑 둘이 후쿠시마 숙부네에 제사로 잠시 다녀올거야."


"에? 몇일 정도?"


"아빠 일도 있으니까, 하루 묵고 바로 돌아올 생각이지만."


"흐-응, 그럼 그 동안 밥은 어떻게 할려고?"


"그 정도는 스스로 어떻게 해. 돈은 키리노에게 주고 갈께."


"에? 왜 키리노에게 주는건데?"


보통 이런 때는 장남에게 주고 가는게 당연한거 아냐.


"너희들, 부모가 없을때 정도는 도와가며 지내렴."


"...아니, 그거.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잖아."


정말 쓸때없는 참견이라구요.


내가 무슨 말을 더 할려고 하자, 거기서 아버지가 위엄 있는 말을 덧붙인다.


"쿄우스케, 엄마가 말하는대로 해라."


"......네."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어버리면, 그 시점에서 끝이다. 나는 크게 불만을 가지면서도 얌전히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된장국을 마셨다.


역시나 고등학생이 되니까, 몇일 부모가 비우는 정도로는 쓸쓸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


슬쩍, 옆을 본다. 거기에는 내 여동생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내 여동생의 이름은 코우사카 키리노. 옅은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실로 요즘 또래의 여중생이다. 나올때는 충분히 나온 것이 무척 어른스럽게 보인다.



어머니가 키리노에게 말한다. 



"그렇게 됬으니까, 2일간 집보는거 잘해줘, 키리노. 뭐라도 선물 사 가지고 올거니까---오빠(お兄ちゃん)랑 잘 지내야해."


"그만해, 정말---이제 애도 아닌데, 괜찮아."


"아하하,그러네. 뭐, 엄마도 너는 걱정하지 않으니까."


어머니여. 나로는 마치 불안한 듯한 말투이십니다. 돈은 동생에게 주고.


밝게 웃는 동생은 마치 그림에 그린 듯한 [착실히 지내는 딸]로 아이들만 남겨두고 집을 비우지않으면 안되는 부모도 이걸로 안심하고 출발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이 여동생과 몇일간 둘만 집에 있을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식사중, 나와 동생은 시선은 한번도 마주치는 일 없이, 한 마디의 말도 주고 받는 일이 없었다.


사이가 나쁘다고? 아니, 그 이전의 문제로. 일체 교류가 없었으니까.


싸워봐야 소용없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것이곘지.


그래. 나와 여동생의 관계는 쭉 오랫동안 심각한 냉전상태였으니까.





일요일 아침, 나와 키리노는 집을 나서는 부모를 배웅하러 나왔다. 사실은 동생과 함께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말씀 잘 따라두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럼, 다녀오마."


"선물 사 가지고 올께"


콰당(문 닫히는소리)


문이 닫히는 순간, 무거운 공기가 현관을 채워간다. 


"......................."


"......................."


키리노는 몸을 휙 돌려, 거실쪽으로 걸어간다.


그 등을 향해 말을 건다.


"야."


하지만 동생으로부터 대답은 없다. 확실히 들리고 있을터이다.


콰당. 말없이 거절의 의지를 드러내듯, 거실의 문이 닫혔다.


"...칫"


뭐야, 저 태도.


남매라는 건, 어느 집도 다 이렇지 않냐. 이런 건 우리집 뿐인가?


뭐어, 저 녀석을 타인처럼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정도로는 열받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그렇지만, 이렇게 얕보여서는 한 마디 정도는 해주고 싶어진다.


말해야할 용건도 있고말이지.


나는 키리노를 쫓아서 거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은 채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대답 정도는 하라고. 들렸잖아."


그러니, 소파에 몸을 묻고 다리를 꼰채, 시선만 돌린채로.


"...칫....짜증나."


"뭐어?"


"................"


그리고 또다시 왕무시. 말 그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상대할때와는 완전 다르다.


진짜...제대로 상대를 해줘도 열받는데, 이건.


이러니까, 이 녀석과 단 둘이서 집보는 건 싫었다고. 지금처럼 반드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만들어지니까.


뭐, 불평해도 소용없지. 빨리 용무를 마치도록 할까.


"너 오늘 밥은 어떻게 할거야?"


"............."


"대답은 하라고. 귀 멀었냐?"


적의를 한가득 담은 말투로 되돌려주자, 겨우 불쾌한듯 대답이 돌아온다.


"시끄럽네....밖에서 먹을래. 친구랑."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대충 단어만 내뱉는 형태로 대답한다.


이 정도의 대답이 돌아온 것만해도 그나마 다행이다.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담아 다시 말했다.


"저녁은?"


"집"


"그럼 돈 줘. 슈퍼에서 반찬거리라도 사올테니까."


"뭐어?"


"[뭐어] 같은 소리하네. 너 친구랑 놀러 나갈거잖아. 그래서 노는데 정신 팔려, 장보지 않고 돌아오면 곤란하다고."


손잡이를 잡은 자세로 그대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키리노는 탁, 천엔 지폐 2장을 테이블 위에 짓누르듯 던지고는, 그대로 이쪽을 향해 온다.


"----방해야.----비켜."


".........칫."


동생은 내 옆을 스쳐지나가듯 지나가, 계단을 올라간다. 자기 방에 올라가 외출준비를 할려고 하는 것이겠지.


"켁, 짜증나는 건 누구인데?"


계단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이걸로 알아주겠지. 덧붙여서 지금의 험악한 대화조차 1년에 1번 정도 있을까말까한 레벨의 일이다. 평소에는 좀더---서로를 무시하고, 서로를 없는 셈치고 있으니까. 



핫...웃을라면 웃어도 된다고? 지금 한 것이 우리들이 한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이었으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동생이 정~말 싫다고.


저런 녀석과 함께 사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안들어서 미칠것 같다.


분명히 여동생이라는 건 다 저 모양이겠지.


"........하아."


한숨이 나올 법도 하다고.





그 뒤, 장보러 갈때까지의 시간을 소꿉친구의 집에서 보냈다.


동생이 나갈때까지의 조금의 시간 마저도, 같은 지붕에 있는 것 마저도 싫었으니까.


"읏차, 그럼 반액 세일할 시간이네. 슬슬 갈께."


내가 허리를 들어올리자, 안경을 쓴 소꿉친구는 "받아." 제물을 바치듯이 우산을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 지금은 맑지만, 비가 온다고 했으니까."


"그래. 땡쓰."


고맙게 받아서, 나는 저녁밥을 하기위해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저녁 7시. 나는 동생과 같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슈퍼에서 적당히 사온 야채와 흰밥, 인스턴트 된장국이라는 식단.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손을 마주잡고 합창한 뒤, 젓가락을 집는다.


왜 둘이 밥을 먹고 있는가라고 생각하지? 



...학습이란 건 무섭다고. 부모가 없더라도 우리 남매는 통금을 지켜서 언제나처럼 식탁에 앉아, 서로 싫어하는 상대와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키리노는 이 집에 나와 단 두명이고 달리 보는 사람도 없는데도, 살짝 옅게 화장을 해, 그게 또 우리들의 거리를 상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뭘 보는거야?"


".....가족 앞인데도 화장을 하는 구나, 너."


무심하고 차갑게 말을 하자, 키리노는 한순간,


"......엣....."


하면서, 순간 멍해졌지만, 그뒤 바로 혐오의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내 마음이잖아? 불만이라도 있어?"


"..............별로."


찌릿, 나는 슬쩍 고개를 돌린다.


.....정말, 외모만큼은 예쁜데.


"..........야채, 적당히 사왔는데, 이걸로 괜찮을까."


"......................."


왕무시다. 진짜 열받았나보네.


"....................."


"....................."


그뒤로 TV도 틀지않고, 담담히 식사를 계속해가는 우리들.


곁눈짓으로 보면, 흐뭇한 광경일지도 모르지.


사이 좋은 남매가, 사소한 걸로 싸워서, 서로 삐져, 고집을 부려서 무시하고 있는--- 혹은 그런 식으로 보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니라고.


우리들은 정말로 상대방을 싫어하고 있어.


꽤 오래전부터 서로를 무시하고 있어--- 위선이 아닌, 진심으로 이런 녀석 따윈 어떻게 되어도 내 알바 아냐라고 포기하고 있으니까.


".......잘 먹었습니다."


키리노가 자신이 먹은 식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후우, 한숨을 내쉰다.


이윽고 거실에는 물 흘러내리는 소리와 달까닥달까닥거리는 식기 씻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로 싫은 소리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들려오는 식기 닦는 소리가 그렇게 들려온다.


"아아,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집에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 나빠."


---가족과 사이가 험악하게 되어 그때에 나는 가사의 소리. 그 짓누르는 공기. 



그거입니다. 



"....아, 진짜. 언제부터 우리들이 이렇게 되어버렸지."


물론 이렇게 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 꼬마였을 때는 사이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지금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잘 모르겠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뭐, 지금에와서 말해봐야 소용없겠지."


만약의 이야기로.


사소한 걸로 싸움이 벌어져, 화해할 기회도 잃어버려, 그대로 몇 년이 지나버려.


싸움의 이유조차, 잃어버려서.


그 결과---지금과 같은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설령 우리들이 진짜로 사이 좋은 남매였다라고 해도.(빨간색은 원문에서 강조됨)



결국은 마찬가지. 나도 키리노도 서로를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이제와서 사이좋은 남매로, 돌아가고 싶다고해도 무리인 이야기인거다.


그래, 지금의 관계가 혹시 변한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무시해왔던 오랜 시간과 필적할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계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형편 좋은 사건 같은거 일어날리가 없잖냐.



"후아...조금은 시원해졌다."


목욕하고 나온 나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향했다.


우유라도 마실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에 내 방에 들어가서 공부라도 하고 난 뒤 얼른 자버리자. 그렇게하면 동생과 단둘이 집보는 것 같은 재미없는 시츄에이션은 끝나버리니까. 그런 걸 생각하며 문을 여니까--


"?!....윽..."


어째서인지 키리노가, 네가 들어온 순간 허둥대며 TV를 끈다.


"엉?"


엇차, 이 녀석이 있었구나. 무슨 일인가 했다.


보니까 소파에 앉아 있는 키리노는 TV를 향해 리모코을 든 자세 그대로, 실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칫, 뭐야."


"...그렇게 허둥대며 끄다니, 무슨 프로그램 보고 있었냐?"


이 녀석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지만,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탓에 물어보았다.


키리노는 작은 목소리로.


"...뭐하던 상관없잖아."


"뭐, 그건 그렇지."


바로 한 발 물러났다. 동생이 무슨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간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내 동생이 오빠가 들어왔다고 해서 보고 있던 TV을 끄거나 할까?


...안 하겠지. 보통의 이 녀석이라면,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간에 당당하게 켜고 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싫어하니까, 그것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짜증나, 나가."


...설마, 이 녀석 추잡한 거라도 보고 있던 건 아니겠지.




동생의 모습이 수상하기는 했지만, 공교롭게도 추궁할 정도로 열의도 호기심도 가지지 않았기에, 나는 재빨리 나가서 내 방에서 만화를 읽으며 뒹굴거렸다. 


그렇지만 매주 재미있게 읽고 있던 주간소년만화잡지도 오늘 밤에 한해서는 조금도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 저 녀석과 이야기한 탓이야."


이제 두번 다신 저딴 동생과 상관하지 않는다. 다시금 결의를 다졌다.


그렇지만.


[오늘]은 내 결의를 조롱하는 듯이 아무일 없이 끝나주지 않았다.


창 밖에서 번쩍하고 빛난다고 생각하자---


"!"


우르릉 쾅! 엄청난 뇌성이 울려퍼진다.


이어서 파직! 싫은 소리와 더불어 세계가 암흑으로 휩싸였다.


"우왓...! 가까운데?!"


아무래도 지금의 벼락으로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쾅! 또 큰 것 한방이 떨어진다.


이어서 쏴아~ 강한 폭우가 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어이어이어이어이......골치아픈데 이거."


그러고보니 점심 때, 마나미가 비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회중 전등이라도 켜볼까."


이래보여도 나란 녀석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를 해두는 타입이다. 서랍에서 회중전등을 꺼내, 솜씨 좋게 빛을 확보했다. 


차단기를 올리기 위해, 방에사 나와 1층으로 내려간다. 집 안은 완전히 어두웠다.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 옆의 벽을 회중 전등으로 비추고, 차단기를 올린다.


"읏차."


딸깍. 


하지만 차단기를 올렸는데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현관의 조명등이나 거실의 형광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내려봐도 소용없다.


휘이이잉~ 하고 들려오는 바람이 집에 부딪치는 소리가 암흑과 어울려 공포심을 자아낸다.


"우오..."


한심하게도 쫄아버린 나였다. 하지만 이럴때 일수록 해야할 것은 알고있다. 


"창문, 이대로라면 곤란하겠지...이런 제길"


젖을 각오를 하고 거실의 창을 연다.


"우왓."


강한 폭우가 실내로 들이친다.


"하아...하아... 왜 꼭 부모가 없을 때 이런 트러블이 일어나는거야."


울먹이며 덧문을 닫는다.


"...후우"


할 일을 다 마친 뒤에는 옷이 흠뻑 젖어버렸다.


폭우가 치는 밤. 어두운 집에 혼자---


삼류 공포영화보다 훨씬 쫄아버릴 시츄에이션이었다.


"아아, 그래......혼자가 아니었지."


그녀석, 방에 있는 건가. 거실에 없다는 것은, 그렇다는 거겠지.


슬쩍 [상황을 보러 갈까?]라고 하는 선택지가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고개를 흔들어 지워 없애버렸다.


"왜 내가 저딴 녀석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눈썹을 찌뿌린다. 피부에 달라붙은 옷이 꽤 불쾌했다.


"전기가 들어올 기색도 없고, 미리 타올도 준비해두는게 좋았을 것을..."


의연하게 뇌우로 겁먹을 일 없이, 밖에 들려오는 굉음이 내 신경을 긁는다. 


"좋아"


거실에서 복도로 나와 현관을 경유해서 탈의실로 향한다.


제일 먼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 싶다.


탈의실의 문을 열자, 회중전등의 빛을 안으로 들인 순간---


"꺅...누, 누구야?!"


욕탕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우엣?!"


"누,누누누구야?! 거기 있는 사람 누구야! 드---들어오지마 변태! 죽일꺼야!?"


엄청 혼란에 빠진 것 같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엄청 필사적이고 절실한 으름장에 나는 허둥대면서도 목소리를 냈다. 


"에?! 키---키리노냐?!"


"에엣? 아---"


불투명 유리 저편에서 키리노는 목소리의 톤을 푸욱 내렸다.


".........뭐야, 너였어...하아..."


혼이 빠저나간 듯한 목소리.


"저, 정말~~~~~~~~~~~~! 놀라게 하지마!"


"미, 미안해."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나도 키리노도 서로 놀란 나머지 여유가 없어져버린거겠지.


상대를 몇년이나 계속 무시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 조차도 한순간 잊고, 어느새 평범하게 말을 나누고 있었다.  


"모, 목욕탕에 들어오니까....가,갑자기 새까맣해져서..."


"그, 그러냐."


입욕중에 정전이 되어버린 것 같다라는거군. 타이밍 안 좋은 녀석이구만.


겨우 사정이 파악이 되자, 저쪽에서 가는 목소리로 답하기 어려운 걸 물어본다. 


"전기...... 안 들어오는 거야?"


".............."


"..............진짜, 거기 없는거야? 있는 거지?"


여느떄와 변함없이, 차갑게 잘라버리는 음색.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조금 떨고 있었다.


"차단기를 올려봤지만, 보는대로다. 아직 집안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그럼, 언제 들어오는데?"


"알까보냐."


전력회사에 물어보라고.


"...밖, 바람이 심하네...창 같은거 괜찮을까?"


"덧문을 닫아놨으니까, 괜찮겠지."


"그, 그래."


"아아."


대화가 끊긴다. 무언의 시간이 흘러간다.


변명을 해두자면...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나도 어딘가 앙양되어 있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평소에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을 입에 담았다.


"헷...지금 너, 무섭지?"


"뭣---"


키리노는 한순간 숨을 멈추고,


"그럴리가 없잖아!"


"그러냐? 지금 생각난 거지만, 너 꼬마일때 벼락으로 정전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지. 그거 지금도 낫지 않은거냐?"


"..............."


대답이 없다. 화내고 있는 걸까.




---어째선지, 그리웠다.




회중전등의 빛만 존재하는 어둠에 다시 침묵이 떨어진다.


바람이 창을 흔드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나도 동생도 언제나처럼 조용히 있는채로, 언젠가처럼 함께 있었다.


둘이서 집보기에, 천둥이 울리고, 정전이 되어서---


그때는 울보에 칭얼거리는 동생을 진정시키느라고 힘들었었지.


".............."


...응?


그때, 발끝에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뭔가해서 집어드니까,


...뭐야? 입욕제의 박스?


회중전등을 가까이하니까, 그건 캐릭터물 입욕제 같았다. 핑크 머리 여자아이의 일러스트가 박스에 그려져 있다.


하앙? 애들용 TV 프로그램인가, 하는 건가? 우리집에 이런게 있었나?


입욕제 박스에 대해서 사고를 진행시킬려고 하니까,


"저기...아직, 거기에 있지?"


"응, 어어."


엇차. 내가 여기에 있으면, 이 녀석이 나올 수가 없잖아.


여동생이 목욕하고 있는데, 탈의실에 있는 것도 기분 나쁘고.


"키리노, 회중전등 켜둔채로 여기에 놔두고 갈테니까."


"으,응..."


동생으로부터 대답을 들은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의실의 문에 손을 뻗었다.


그러니 그 등 뒤로 몽롱한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저, 저기...자, 잠깐만."


"엉?"


발을 멈추고, 뒤돌았다.


암흑 속에서...불투명유리를 통해 여동생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저, 저기말야..."


"뭔데?"


묻는다.


그러니, 키리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잠시 시간을 두고---




"-------어줘."




뇌성이 울리고, 동생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깜빡깜빡하고 형광등이 빛나고, 실내의 빛이 되돌아왔다.


지금까지 휘이이이잉하고 불어대던 바람도 지금에는 조금 잦아든 것 같다.


"...뭐라고?"


"아---아무것도 아니라고! 목욕탕 나갈거니까 빨리 나가버려!"


".........."


내가 여동생을 진짜 싫어하는 이유를, 겨우 알았다고 생각했다.


칫! 크게 혀를 차고 손잡이를 돌린다.


"...야! 아직도 있는거야?"


"네에네에네에네에---방해했습니다."


휙. 상자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나는 재빨리 탈의실을 뒤로 했다.


나중이 되어서야 생각한 거지만, 이건 무슨 니어 미스였던거지. 


(near miss : 비행기끼리 서로 접근하여 비행하는 것)


내가 그 캐릭터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때로부터 1개월 뒤의 일이 된다.




그리고 1개월뒤 현재---나는 동생과 거실의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애니를 보고 있었다.


[스타더스트☆위치 메루루] 라고 하는 키리노가 정말 좋아하는 마법 소녀 애니 DVD다.


"그런가. 1개월 전 네가 보고 있었던 건 메루루였었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당황하면서 끈 거구만. 그리고 입욕제도."


"뭐? 무슨 소리야?"


"지난달에 말야. 벼락으로 정전이 되었을 때--- 부모가 없다고 해서, 네가 거실의 TV로 메루루 DVD 보거나, 메루루 입욕제를 써서 목욕한 거 말하는거다."


"아---, 그거말이지. 그게 뭐 어쨌는데."


"그때 나, 조금 네 비밀을 깨달았구나. 라고 생각해본 것 뿐이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힌트 투성이라고나 할까, 빈틈 투성이잖아.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라고. 숨길 생각이라고 말한 주제에 말이지.


"흥, 그래서 뭐?"


"그때 너 말이야, 나에게 무슨 말할려고 한거냐?"


"이,이제와서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런거."


키리노는 코를 울리며 고개를 돌린다.


실은 키리노의 비밀은 작은 계기로 언제라도 들킬 수 있었다는 것으로---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한심함이 지적당한 것 같아 분하잖아.


"그런 것보다, 이제 6시 넘어갔잖아. 밥 해줘."


"에? 내가 하는거야?"


"당-연하잖아? 아님 뭐야? 여동생이 손수해주는 요리가 먹고 싶어?"


"장난하냐."


"아, 그래. 그럼 자~ 빨리, 만들어."


..............


해설하면, 오늘 밤도 아버지, 어머니는 제사로 집을 비워서 나와 키리노 둘이 집보기를 하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나는 한숨지으며 일어서며,


"할수없네, 볶음밥이라도 되냐?"


"바보 아냐, 그런거 칼로리 높으니까 먹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나 독모라고. 독자모델. 알아? 저기요?"


"시리얼이라도 처먹어!"


진짜....이 녀석도.


요 근래, 인생상담이라는 명복으로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난, 동생이 싫다고. 부끄러워서 그러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저기, 빨리해. 밥 먹으면 목욕하고, 그러고나서 신작 에로게를 할꺼니까."


"헤-에, 그거 대단하네. 역시나 키리노님, 훌륭하신 예정이시네요."


"뭐어 그렇지. 덧붙여서 [진매대섬 시스칼립스]라고 해서 지금 초유행하고 있는 대전액션게임이야! 오늘 밤도 사오리와 대전하기로 했어! 아까까지 계속 연습했으니까, 오늘은 절대 안질꺼니까! 그 빙글빙글 안경에게 진짜 제대로 복수할거야!"


하이텐션으로 말하기 시작한 키리노. 에로게를 자랑할때 특유의 그 표정이 나왔다.



나참, 비꼬는 것도 전혀 효과가 없잖아, 이 여동생님.


"그 뒤로 말야, 지금 남말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너도 하는거야. 또 노트북 빌려줄테니까."


"왜?!"


"인생상담, 아직 있다고 했잖아?"


"....으아악~~~~~~~~~~~~진짜였냐...."


뭐, 이렇게 된거다.


보는대로, 나와 키리노의 관계는, 1개월 전보다도 한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사이가 나빠졌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768 일반 내가 씹덕이 된지도 10년이 되었구나.. [6] ㅇㅇ(119.193) 20.10.04 156 0
767 일반 쿠로네코 아야세가 최초 1:1 스케일 등산대 피규어 아니냐? [2]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03 140 0
766 일반 쿄스케 피셜 내여귀 세계관 외모 투탑 [4]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03 345 2
765 일반 오늘이 내여귀 10주년이래 [6] ㅇㅇ(14.37) 20.10.03 845 15
764 일반 다들 추석은 잘 지내냐 [1] ㅇㅇ(14.37) 20.10.03 54 0
763 일반 이 특전 혹시 아는사람 있어? [3] ㅇㅇ(14.36) 20.10.03 148 0
762 일반 내여귀 입덕한지 8년차인데 이제 라노벨 9권 읽는중 [8]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02 146 0
760 일반 알라딘 내여귀 15권 왜 안팔아요? [1]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01 121 0
759 일반 일본여친에게 부탁해서 내여귀 이모티콘 받았다 ㅎㅎ [2] ㅇㅇ(39.7) 20.09.30 199 0
758 일반 15권 감상 [2] teut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30 167 0
757 일반 내여귀보면 추억존나돋는듯 [3] ㅇㅇ(175.223) 20.09.29 129 1
756 일반 케이온이 뭐냐 [5] ㅇㅇ(110.14) 20.09.28 148 1
755 일반 역내청도 이제 틀딱픽이네 [1] ㅇㅇ(14.37) 20.09.28 122 0
754 일반 난 케이온이번에봐씀 [3] 카노(223.38) 20.09.27 83 0
753 일반 이 애니 1기는 봐줄만한데 2기부터는 존나막나가네 ㅋㅋㅋ [2] ㅇㅇ(175.223) 20.09.27 169 0
752 일반 아라가키 아야세 짱짱 [2] ㅇㅇ(39.7) 20.09.25 785 9
751 일반 키리링 대승리에 대한 실드... [5] ㅇㅇ(39.7) 20.09.25 236 1
750 일반 포터블 생각보다 재밌네 [2] teut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5 203 0
749 일반 결말 다 좋은데 [3]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4 179 0
748 일반 아야세는 차이고 엔딩까지 안나오던데 맞지? [5] ㅇㅇ(39.7) 20.09.24 215 0
747 일반 내여귀 이제야 봄 [2] ㅇㅇ(39.7) 20.09.24 134 0
746 일반 아야세엔딩 애니판있음? [1] 무기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4 207 0
745 일반 "아야야 아야야" [1] ㅇㅇ(211.36) 20.09.24 122 1
744 일반 갑자기 왜 글이 많아짐 [1] 오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4 92 0
743 일반 내여귀는 나한테 고마운 작품이다 [2] ㅇㅇ(14.37) 20.09.24 161 3
742 일반 난 1년전에 씹덕됐는데 [2] 하카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3 123 0
740 일반 일본어 읽을줄 아는 놈 있냐? 이거 좀 읽어줘봐라 [7] ㅇㅇ(14.37) 20.09.23 204 1
737 일반 입덕하면서 첨본 애니 3개가 [2] 시포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3 86 0
736 일반 이걸로 입덕한 애들 신기하네.. [3] ㅇㅇ(117.111) 20.09.23 190 0
735 일반 보닌쟝 입문작 [2] ㅇㅇ(223.33) 20.09.23 83 0
734 일반 내여귀만 아니었어도 씹덕은 안됐을텐데 [3] ㅇㅇ(121.163) 20.09.23 100 1
733 일반 쿠로네코 if 도착함 [6] ㅇㅇ(14.37) 20.09.23 248 2
732 일반 이걸로 입덕하고 그림도 그리기시작했음 [3] 카노(223.62) 20.09.23 93 3
731 일반 결국 여동생이랑 계속 만나는거임? [2] ㅇㅇ(223.39) 20.09.23 181 0
730 일반 8년전 그때 입덕작 [5] 카노(223.62) 20.09.23 123 2
729 일반 아니 뭔대 외전 나옴? 아니 [11] 카노(223.62) 20.09.23 142 0
728 일반 내여귀 진엔딩 [2] 하카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3 219 1
727 일반 케갤에서 왔읍니다 [5] NAS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3 97 0
726 일반 외전게이 감사 [1] 토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3 91 0
725 일반 ㄹㅇ 외전 잘린거 드디어 다 추가하고 하나 새로 찾아서 올렸다 [1] ㅇㅇ(14.37) 20.09.22 184 2
724 외전모 [외전] 10년만의 재회 (엔딩 이후) [3] ㅇㅇ(14.37) 20.09.22 1129 11
722 일반 진엔딩....jpg [3] ㅇㅇ(14.37) 20.09.22 1183 17
721 외전모 [외전] 한 때의 해후 (엔딩 이후) [3] ㅇㅇ(14.37) 20.09.22 857 8
720 외전모 [외전] 흑발의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2 (if 스토리) [1] ㅇㅇ(14.37) 20.09.22 409 6
719 외전모 [외전] 흑발의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1 (if 스토리) [1] ㅇㅇ(14.37) 20.09.22 669 6
718 외전모 [외전] 어느 메이드 카페에서 (5권 같음) [1] ㅇㅇ(14.37) 20.09.22 362 7
717 외전모 [외전] 발렌타인의 추억 (4권) [4] ㅇㅇ(14.37) 20.09.22 243 7
716 외전모 [외전] 타천성의 추억 (2권) [7] ㅇㅇ(14.37) 20.09.22 261 8
715 외전모 [외전] 내가 오빠한테 인생상담같은걸 할 리 없어! (1권) [10] ㅇㅇ(14.37) 20.09.22 427 7
714 외전모 [외전] 폭풍우 속의 집보기 키리노시점 (1권 이전) [14] ㅇㅇ(14.37) 20.09.22 297 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