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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포도차 우산 - 나츠메 이로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2 0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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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기반이라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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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낭독극, 그것은 어느 나그네의 이야기


나그네는 떨고 있었다

누군가 우산을, 누구라도 좋으니까, 망가져 있어도 좋아

누군가 우산을, 우산 좀 줘

여행자의 발자국은 모두 씻겨나간다


아무도 없는 가도에 외쳐봐도 돌아오는 것은 떠들썩한 빗소리


비를 맞은 나그네 이야기

슬픔에 젖은 나그네 이야기

외톨이 나그네 이야기


그것은 ―――――




뭐야 이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 좀 해

이쪽은 안 그래도 추운데




―――――




세찬 비가 내리는 늦은 밤 나는 서류 정리에 바빴다.


요즘은 출장이 잦았다. 레드윈터 자치구에 출몰한 거대 곰의 조사. 백귀야행 자치구에서는 말하는 저택의 조사 같은

평상시엔 그다지 들어오지 않는 현장 업무를 차례로 해 온 것이다.

당연히 그사이에 처리할 수 없는 서류(보고서, 허가서, 의뢰서, 시말서 등등)는 쌓여갔고... 

책상 위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이 이쪽을 무겁게 노려보고 있다.

벌써 몇 캔을 마셨는지 모르는 블랙 캔 커피를 홀짝이는 지금의 참상을 학생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선생님,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몸이 망가져요!

으헤~ 아저씨는 좀 걱정되는걸, 좀 쉬자구?

거의 시체 상태인 선생님이 계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큭큭. 할 거 같아 할 거 같아"


밤샘 중이라 망가진 걸까, 뇌와 입이 따로 놀고 있다.

심야의 샬레 본관. 낮에는 학생들로 북적거리지만, 폐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진다. 

여느 때 같으면 이 고요함도 기분 좋았겠지만, 

쌓인 서류, 바닥과 벽의 무기질 한 흰색, 빗소리, 낮의 학생들 목소리와 얼굴, 

여러 요소가 모여 질량을 가지고 나에게 쏟아진다.




역시 싸늘하다




덜커덕. 『싸늘함』을 깨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상하네, 폐관 시간은 지났을 텐데...


"이런, 업무 중이셨나요. 기세가 좋으시네요."


그곳에는 게헨나학원 2학년 나츠메 이로하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습기 때문인지 이로하의 몸집만큼 풍성한 머리카락의 볼륨이 평소보다 더해 보였다.


"이로하? 벌써 폐관 시간은 지났는데..."


"휴게실 안마의자에서 낮잠을 자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아차, 잊고 있었다.

평소에는 폐관시간 30분 전에 내부를 순찰하고 남아 있는 학생에게는 귀가를 재촉하지만, 

오늘은 서류 일에 쫓겨 완전히 잊어버렸다. 

게다가 안마의자는 휴게실 구석에 있고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어 눈치채기 어렵다.

휴게실을 이용하던 학생은 아마도 자고 있는 이로하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미안, 이로하 순찰 깜빡했어. 그때 제대로 깨웠으면 됐을 텐데"


"신경 쓰지 마세요. 늦잠 자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기에"


"고마워"


"별말씀을"


그러고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 비닐봉지에서 작은 초코 파르페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이로하의 포근하면서 달콤한 꽃 같은 냄새가 비강을 간지럽히고 부드러운 졸음을 유발한다.

마음 깊이 가라앉는 듯한 향기다.

이러면 안 되지 안돼.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펜을 들어 서류와 마주하고 있으면 옆에는 이로하가 있다.

역시 누군가 있으면... 어라?


"이로하? 안 돌아가?"


"비 때문에 전철도 멈췄어요, 애초에 막차도 끊길 시간이고. 새삼스럽지만 오늘 밤은 샬레에 묵어도 될까요?"


"이번에는 내 책임이니까, 물론 좋아. 그렇구나... 그런 것도 확인을 안 하고 있었네..."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비하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나요?"


"괜찮아, 신경쓰지마."


갑자기 이로하가 일어나 초코 파르페를 뜬 숟가락을 내밀었다


"여기, 아~ 하세요."


"어?"


"피곤할 때는 역시 단거죠. 아~"


"아... 아~"


이렇게까지 권유받으면 거절하기 힘들다. 입을 벌리고 숟가락을 맞이하니 강렬한 단맛에 혀와 뇌가 깜짝 놀라 신음한다.

초코 브라우니의 진한 달콤함, 초코 푸딩의 감싸 안는 듯한 부드러운 맛, 바삭한 아몬드의 고소한 맛.

텅 빈 몸에 스펀지처럼 당분이 흡수돼 가는 것이 느껴진다. 커피에 지배된 신체에는 약간 자극이 강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달콤한 유혹이 싹튼다. 


"한 입 먹었더니 더 먹고 싶어지네. 초코파르페 아직 남았어?"


"제 몫뿐이에요, 참고로 샬레 지점엔 재고가 없거든요?"


"일부러 이 빗속에 사러 가는 건... 하지만, 으..."


"사러 가실 거면 저도 같이 갈게요."


이로하의 초코파르페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초코 파르페... 초코 파르페인가. 마지막으로 이런 거 먹어본 게 언제였지? 엄청 맛있었어, 

난 양과자보다 전통과자파인데... 일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 괜찮아, 괜찮아. 참는 건 좋지 않고, 저거 먹고 남은 일도 끝내야지. 

이로하도 피곤할 땐 단거라고 말했고, 조금은 욕망에 솔직해져도 괜찮겠지.


어느새 다섯 글자는 갈색 디저트로 모습을 바꾸어 둥실둥실 떠돌았고, 그대로 흐린 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정했어. 저 초코 파르페, 먹자.


"좋아, 지금부터 나간다, 이로하도 간다고 했지?"


"네, 혼자 기다리는 건 쓸쓸해서요."




―――――




나는 죽은 듯이 걷고 있었다.

조금 전에 파르페를 한입 먹었을 때의 행복은 비에 모두 씻겨버렸다. 왠지 이 비가 너무 슬프다.

왜 그런지 이 비는 나를 몹시 우울하게 만든다. 비닐우산에 툭툭 부딪히는 빗소리가 유난히 귀에 울린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까지 나를 괴롭히는 걸까


편의점으로 가는 길에 이로하와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이로하 나름의 배려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일까

나 스스로 말할 기력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입을 연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말을 내뱉을 수 없다. 몸속 깊은 곳에서 나온 말이 목에 걸려 소리로 나오지 못한다.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잠깐 기다려. 전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로하에게 무슨 말을 하지? 뭘 전하려고 했지? 애초에 전하려 했던가? 할 말이 있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빗소리가 시끄럽다. 갑갑하다 갑갑하다 갑갑하다!




"위험해요."




불쑥 팔을 끌어당겨져 정신을 차린다.

지금 나는 빨간불을 건너려고 하고 있었다. 

눈앞을 차가 달려가고 빨간불이 반사되는 웅덩이를 타이어가 스치면서 붉은빛 물이 요란하게 튄다.


『얼마 안 남았었는데』


붉은빛이 말을 걸어오고, 진땀이 흘러 시야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보다 못한 이로하가 「여기요」 하고 손을 내민다. 떨리는 손으로 작은 손을 나약하게 움켜쥐자,

거기에 있는 사람의 온기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갈게요."



그 후에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그저 이로하의 손을 잡은 채 마치 꾸중을 들은 아이처럼 터벅터벅 걷는다.


한심하다. 비참하다.

아주 조금 힘을 주니, 희미하게 반응이 온다.

거기에 말은 없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과 말이 되지 못한 소리.

이것을 무어라 불러야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




무사히 물건을 사서 귀로에 오른다. 비의 기세는 조금 전에 비해 약해지고 가랑비가 되었지만 

그런 일로 지금의 내 기분이 풀리지는 않는다. 샬레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이 우울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편의점으로부터 샬레까지 10분 정도,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그 10분이 몇 시간, 몇십 시간으로 느껴졌다.

조금 전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한 횡단보도에 접어들었을 때, 돌연히 이로하가 입을 연다. 수십 분만의 대화.


"엄청난 비였네요."

"응."


무미건조한, 정말로 무미건조한 회화. 그런데도 지금의 나는 그런 대답밖에 할 수 없지만.


"같은 기분이 되어야 할까요..."


갑자기 이로하가 우산을 접고 비를 맞기 시작했다. 얼굴, 교복, 머리가 순식간에 젖어간다. 

사람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 닥치면 굳어버린다는데,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아아 이거, 싸늘하네요."


그 한마디에 비로소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이해하고 이로하를 내 우산으로 들인다.


"감기 걸려."


"그겁니다."


"뭐...?"


"그게 지금의 선생님에게 필요한 거에요."


멍한 내 얼굴을 보고 이로하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




한 우산에 둘이서 들어가는 이른바 연인 우산으로 샬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로하는 우산을 들고 있는 내 팔에 「안심되네요」하고 껴안고 있다.

이로하의 냄새와 체온에 마음이 따듯해지며 이제야 컨디션이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알고 계시나요? 비 올 때의 우산 밑에서 내는 목소리가 제일 예쁘게 들린대요. 

빗방울에 목소리가 반향되기 때문이라나 어쨌다나."


"그렇구나. 몰랐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미안, 걱정을 끼쳤네."


이제는 놓지 않겠다는 듯 껴안는 힘이 세진다. 정말 미안한 일을 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이로하가 말했던 『필요한 일』이라는 게 무슨 뜻이었어?"


"네? 아, 아아. 그건 물건에 대한 비유라고 할까, 조금 천천히 걸을까요?"


물을 걷어차는 보폭이 된다.


"뭔가 괴로운 일이라도 있었나요? 요즘 계속 험악한 얼굴이었어요."


"역시 그랬겠지."


요즘 계속 속이 안개가 낀 것 같은 상태였다. 행동이나 표정에는 나타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로하나 다른 학생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큰 불안은 무엇이 발단인지 짐작은 간다.

그때가 떠올라 생각조차 꺼려지지만 여기서 심정을 전하지 않으면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한 달 전쯤일까, 어떤 학생이 다쳤어. 상대의 강함을 잘못 본 것도, 총기 불량도 아닌. 바로 내 지휘 실수 때문에."


"...그렇군요."


"그 아이는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며 살짝 웃었어. 어깨와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채로."


"......"


"그 아이는 이제 상처도 다 나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어. 열심히 하고 있었어..."


다른 학생은 그 사실을 모르고 나에게 웃어준다. 

설령 길을 잘못 들더라도 지켜야 할 학생들의 행복한 일상은 변함없이 돌아온다는 잔혹한 사실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은 하게 하지 않아. 슬픈 미소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아'


그러고 나선 실수 하나하나를 극단적으로 신경 쓰게 되었다. 남들이 신경 쓰지 않을 조그만 실수조차...

생각해보면 크게 헛돈 것이다.


쿠르릉, 바로 근처에서 천둥소리가 나고 조금 전까지 약해졌던 빗발이 다시 강해져 간다.


"천둥, 일까요..."


"......"


"선생님? 왜 그러세요?"


"천둥소리를 듣고 이 비를 보며 왠지 모르게 알게 됐어. 내 마음 같다고" 


학생이 다치고 천둥이 친다. 처음에는 가랑비가 내리는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아아, 그래. 이건 『자책의 비』야. 지금 내리는 비는 내 자책감을 구현한 거겠지. 아니라면 이렇게 괴로울 리가 없다.

몰아치는 물보라가 행복의 경치를 플래시백 하게 만드는 동안 

학생들과의 여러 기억이 싸늘하게, 그러면서도 다정하게 쏟아진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추억들은 이런 우산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갑자기 몸의 힘이 빠져 무릎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 우산을 들 힘조차 없어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이로하는 자신의 우산을 쓰고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감기 걸려요."


"내 우산, 이런 우산으로는... 괜찮아 이로하. 차라리 흠뻑 젖어서 이대로..."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선생님처럼 독선적인 노력을 한다면... 뭐 자업자득이죠."


"......"


"선생님은... 괴로우신가요? 슬프신가요? 화나시나요?"


전부. 괴롭고 슬프고 그런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 선생님은 항상 앞장서서 학생을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주고 일상생활에서 곤란한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와 주는...

당신은 마치 우산 같은 존재입니다."


"우산..."


"그런데 역으로 선생님은요? 당신을 지켜주는 우산은 어디에 있죠?"


"나는 매일 학생들에게 지켜지고 있잖아."


"아닙니다. 총알이나 폭탄으로부터가 아니라 슬픔과 괴로움, 나날의 고난에서입니다.

선생님은 지키기만 하고 지켜지지 않았어요."




"당신은 처음부터 우산 같은 건 쓰지 않았어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메마른 웃음. 

뭐야, 나는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거였나... 아주 간단한 거였잖아.

어른이 아이처럼 땅에 엎드려 꼴사납게 오열을 터뜨린다.

앞으로도 혼자일까, 앞으로도 이 비를 맞아야 하는 걸까... 상상만 해도 고독감에 짓눌린다. 

곁에 사람이 있어도 「힘들다」는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다. 어딘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이래서야 마치 내가 학생을 믿지 않는 것 같잖아.

누군가 우산을 씌워줘, 혼자는 괴로워, 누군가...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




갑자기 비가 그쳐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로하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이, 로하"


"그래서 말했잖아요. 『필요한 것』이라고"


"아아... 그런 거였나..."


"학생의 우산에 의지해주세요. 저는 이렇게 힘들어하는 선생님을 보고 싶지 않아요."


이로하는 몸을 웅크리고 심하게 젖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녀는 눈물 흘리면서도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제가 당신의 우산이 되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신 것처럼"


구원의 한마디였다. 흐린 하늘을 가르는 한 줄기 햇빛처럼 보였다. 

이로하의 손을 잡고 '고마워, 고마워' 작게 중얼거린다.

지금은 그것밖에 할 수 없다. 큰 감사를 작게 쥐어짜는 것밖에는


바로 옆에 도와줄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한다』는 행동 자체를 잊어버렸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동시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 밖에도 우산을 씌워줄 학생은 많이 있어요, 다들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니까"


"아아, 그래, 그렇구나... 그랬었지..."


"힘들 때, 그렇지 않을 때라도 주저하지 말고 사용해주세요. 계속 곁에 있을게요. 저는 당신의 학생이니까."


"이로하..."


"후훗... 여기요, 손수건. 적어도 얼굴 정도는 닦아주세요. 모처럼의 얼굴이 망가지니까."


"...고마워"


"그럼 돌아갈까요?"


이로하가 손을 내밀고, 부드럽게 움켜쥔다. 완전히 차가워진 내 손에 천천히 이로하의 체온이 전해진다.


"우와 차가워... 이건 돌아가면 따듯하게 해줘야겠네요."


아주 조금 세게 잡자, 확실히 반응이 돌아온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지켜온 것,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

거기에 말은 한마디도 없었지만 말이 넘쳐흐르고 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샬레에 도착한 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게 

곧바로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이로하와 함께 초코 파르페를 먹었다.


"아,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아..."


"사 오길 잘했네요."


"...두 개째네 그거"


"레이디에겐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는 법이에요. 한밤중에 단 것 한두 개쯤은 먹고 싶잖아요."


"뭐 그렇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쓸쓸함이 가득했던 샬레 본관이 이제는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로하가 없어도 똑같이 생각되겠지. 여전히 쌓인 서류는 그대로지만.


"어찌 됐든, 다행이에요. 정말"


"고마워, 덕분에 눈이 뜨였어."


"별말씀을"


"그럼, 슬슬 일을 재개할까..."


커피를 내리고, 펜을 잡고, 서류와 마주한다. 매우 상태가 좋다. 펜이 춤추는 것 같다.

작업 속도가 올라갈 줄 알았지만 역시 그런 편리한 일은 없었다.

현실은 비정한 것인가. 문득 이로하를 보니 왠지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일할 테니까 이로하는 자도 괜찮아. 수면실 침대 써도 되니까."


"아니, 그런게 아닌데요?"


이로하가 장난감을 조르는 아이 같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나름대로 짐작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나쁜 일이 아닐까.


"낮이었으면 모르겠는데 밤중이고... 진짜로 좋지 않아."


"네? 자주 밀레니엄 학생이나 총학생회 사람들이나 도와주잖아요."


"그건 자발적으로 돕는 거라고 해야 할까... 으음..."


"선생님."


"응?"


"우산, 써보시지 않으시겠어요?"


그 말은 너무 치사해, 이로하도 알고 있겠지 그런 말을 들으면 거절할 수 없잖아

그런데 이런 것도 연습일까...


"...알았어, 그럼 이 서류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도장 찍기만 하면 되니까."


"후훗, 감사합니다."




『인생은 항상 비가 내린다』고 누군가의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실로 그러했다. 싫을 정도로 이해했다.

나는 어른으로서, 선생님으로서 학생의 우산이 되어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매우 기쁜 일이겠지. 푸르게 물든 경치가 바래지 않도록 평생을 지켜내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 하늘 아래 울고 웃고 억울해하며 살고 있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결여된 무언가가 있어서 얻는 기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다.

오늘 여기에서 우산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 소중한, 아주 소중한, 사랑스러운 우산을.






"선생님 라디오 들으시네요. 취미인가요?"


"오늘뿐이야, 작업이 진척될까 봐"


"...낭독극인가요?"


"응, 근데 왠지 어두운 얘긴데. 비에 젖은 나그네라고... 

왠지 아까의 나 같아서 부끄러워지네... 끌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해피엔딩일 지도 모르죠."



지금의 선생님처럼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낭독극, 그것은 어느 나그네의 이야기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우산 가게가 벌게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우산 가게가 벌게

오, 거기 여행하시는 분. 너무 젖었는데, 뱀눈 우산 하나 필요 없으신가?


그럼 하나, 아무래도 추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


                                    적갈색

추천은 이거네. 색깔은 포도차에 칠흑, 뼈대는 가볍고 튼튼한 요도지방 대나무, 

그리고 화지를 붙여 기름칠한 놈이야. 자네한테 어울릴 것 같군.


 적갈색

포도차입니까, 그거 괜찮겠네요. 

오오 안심되는 좋은 색입니다.


전부 감싸줄 것 같은, 비를 맞은 것도, 슬픔에 젖은 것도, 혼자였던 것도.

그건 이 우산을 쓰기 위해서였을지도 몰라


이것은 비를 맞았던 나그네 이야기.

이것은 슬픔에 젖어 있던 나그네 이야기.

이것은 외톨이였던 나그네 이야기.


 적갈색

포도차 우산과의 만남 이야기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76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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