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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21.138) 2021.07.26 14:38:43
조회 30 추천 0 댓글 0

폭풍우가 치는 어느 날 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한 마차가 진흙 위를 달려나간다.


"저기... 정말 이런 일만으로 보수를 주는겁니까...?"

"뭐? 쫄은거냐? 시체가 그리도 무서우면 먼저 돌아가. 대신 보수는 나 혼자만 받겠지만."

"겨우 좀비따위가 뭐가 무섭겠습니까, 저는 그저..."


벼락이 근처의 나무를 강타하며 뇌명이 울려퍼진다.

번갯불이 그렇게 밝음에도 불과하고, 마차 안에는 한줄기의 빛조차 들어오지 못한다.


"...꺼림찍하단거죠. 보수에 비해 이렇게까지 쉬운 조건이면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의심해봐야 돈 한 푼 안나와. 우리 할일은 두가지. 무덤을 파고, 거기에 이 영혼을 집어넣는다. 우리는 그냥 닥치고 할 일만 끝내면 돼. 다른 쓸데없는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돌로 된 상자를 집어든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정육면체. 기괴한 모양의 뚜껑으로 덮여 보통 방법으로는 열 수조차 없다.

각 모서리가 마모되어 언뜻보면 그저 돌맹이 조각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다가갈수록 불쾌한 기운을 내뿜어 무심코 얼굴을 찌뿌리게 한다.

다른 한 남자가 긴장한듯이 침을 삼키고 있을 때, 마부석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한 묘지 근처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로브를 쓴 두 남자가 각각 삽을 한자루씩 들고 마차에서 내린다.

둘은 묘지 깊은 곳의 한 묘를 향해 걸어가더니, 삽으로 묘를 파내기 시작한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관의 뚜껑이 열린다.

관에 누워있는 시체는 금발의 소녀, 이미 2년은 넘게 부패되어 끔찍한 냄새가 올라온다.


장발의 남자가 상자를 꺼내든다.

불길한 기운이 피어올라 다른 한명의 표정을 썩게한다.


"대체 여기에 뭐가 들어있는걸까요..."

"응? 영혼이 들어있다 했잖아. 설명도 제대로 안들은거냐?"

"그걸 누가 모릅니까... 누구의 영혼이길래 이런 기운을 내뿜는지, 누가보면 마왕의 영혼이라도 있는줄 알겠습니다."

"잘 알고있구만, 대체 왜 물어본거냐?"

"네?"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는 이미 상자속의 무언가를 시체에 부었다.

한명은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다른 한명은 창백한 얼굴로 시체를 쳐다보자 서서히 시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시체는 어려지기라도 하는듯이 조금 줄어들며 피부에 점점 생기가 돌아온다.

곧이어 배가 살짝씩 움직이며, 호흡을 시작한다.


"보고있을때가 아니에요? 저게 깨어나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구요?"

"흥. 이 꼬마가 우릴 해칠 수 있다? 웃기는 소릴 하는군. 그것보다 위험한건 묘지기다. 요즘 도굴꾼놈들이 설쳐대서 날이 서있어. 위병을 부르기 전에 빨리 돌아간다. 따라와!"

"저...저기..."

"또 뭐야?"

"이거... 눈을 떴는데요?"



*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빗방울들이 정신을 깨운다.


몸을 일으키자 아무리봐도 수상한 2인조가 날 쳐다본다.


"사령술인가, 귀한걸 봤군. 빨리 와!"

"네..."


멍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자 그들은 천천히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몸을 내려보자 난생 처음보는 육체가 보였다.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묘들이 여럿 보인다.


'정보가 부족하다...!'


뭔가 알것같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어 마법을 사용했다.


라이트닝 볼트, 전류를 내뿜어 상대의 움직임을 막는 마법이다.


특히 이런 비오는 날에는 더욱 효과가 좋다.


위력이 낮은 비살상용 마법이니 아마 죽지는 않고 몸이 마비되어 쓰러질 것이다.


그랬던 것이-


'나오질 않아?'


마법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한때 마왕이라 불렸다. 그만큼 많은 전투를 겪었고 마지막으로 나를 봉인한 용사는 마법을 봉쇄하는 능력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 감각은 다르다. 몸 안에서 마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마력이 없다고 싸우지 못한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런 빈약한 몸으로는 용사는 커녕 고블린 하나조차 이길 수 없다.


내 몸을 더듬어보자 또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나를 덮쳤다.


'여자다!'


심지어 시선을 보아하니 아마 십대 초반쯤 되는 몸이다.


아까 그들은 뭐지? 이런 소녀를 묘지에 방치한건가?


아니, 아까 그 남자는 사령술이라 했었다.


아마 이 소녀의 시체에 내 영혼을 집어넣은것이 분명하다.


안간힘을 써서 파여있는 무덤 바깥으로 나오자 내가 누워있던 묘의 묘비가 보인다.


에이프릴 에인즈워스.


'이 이름은!'


에인즈워스.  나를 봉인한 용사의 가문이다.

"앳취!"


재채기와 함께 오한이 느껴진다.


아무리 용사의 후손이라 해도 이런 몸으로 빗속에 있다가는 감기에 걸릴것이다.


일단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


"애..앳취!"


너무 춥다!


마침 나에게로 누군가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그는 꽤나 독특한 인상의 인물이였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시체같은 피부, 초점없는 눈.


좀비다.


...


상황을 정리해보자. 마법을 못 쓰는 십대 소녀, 비바람치는 묘지, 좀비 한 마리.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우워어!"


"꺄아악!"


마왕은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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