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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서정주의 안 유명한 시 읽기 (50)

ㅇㅇ(118.217) 2023.10.19 23:28:46
조회 381 추천 12 댓글 2
														



 서정주의 안 유명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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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술도

  음식도

  어떤 사랑 노래도

  불쌍해 불쌍해 견딜 수 없는 날은

  비라도 주룩주룩 왔으면 하련만

  하늘도 제 얼굴 가리지 못하고

  파랗게 파랗게 파랗게만 질려

  할 수 없는 장미꽃 또 한 송이 피우네.

  이 어쩌자는 잔인고

  또 한 송이 피우네.



- 『문학사상』(1977.12.); 『미당 서정주 전집 11: 나의 시』(2017)




-




서정주 전집의 산문 편에는 기존 시집에 수록되지 않았던 「숨 쉬는 손톱」 「통영의 미더덕찜」 「내 주민등록증」 「잔」 「난초」 등 다섯 편의 시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당시 문예지에서는 시인이 시와 함께 그것에 대한 짤막한 산문을 덧붙여 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중 「숨 쉬는 손톱」과 「난초」는 각각 『서정주문학전집』과 『떠돌이의 시』에서 퇴고를 거쳐 「기억」과 「바위와 난초꽃」으로 실려 있다. 「통영의 미더덕찜」과 「내 주민등록증」은 여행 후의 감상을 담백하게, 조금 박하게 말하면 심심하게 표현한 것이다.


위의 다섯 편 가운데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작품은 「잔」이 아닌가 싶다. 덧붙인 산문에서 시인은 맑은 가을날 뜰 앞의 장미나무에 핀 꽃을 보고 그것을 '생명의 술'을 담는 잔에 비유해 보았다면서 생각만큼 잘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의 주제는 「풀리는 한강가에서」의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그려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시에서 장미는 토속적 이미지에 상대되는 외래적 이미지의 전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는데 이 시에서도 그 점이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를 먼저 언급해놓고 뒤에서 '잔'으로 귀결시킴으로써 축축하게 비 오는 하늘을 정제된 한 잔에 담긴 술로 압축시키는 이미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덧) 어찌어찌 50편을 채운 기념으로 한 2주 정도만 쉬도록 하겠다. 100편을 채우는 게 목표인데 될지 말지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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