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작 애니처럼 일상물 테이스트 살린 부분들이었음

쉽게 말해 외전격으로 각각의 내행성 전사들이 고입 준비 기간 동안 있던 소동들을 보여주거나

어린 아이로 전생한 호타루가 오렌지족 쌍둥이 태닝녀들이랑 치비우사 두고 기싸움 벌이거나

미나코랑 레이가 여학원에서 보빔 테이스트 풍기거나

말 그대로 세일러문의 전신격인 코드 네임 V 느낌을 되살린 일상 에피소드들은 딱히 호불호 갈릴 것 없이 꿀잼도르들이었음

근데 구작 애니가 재밌던 것도 결국 그거였음, 캐빨을 살리면서 익살스럽게 전개하는 일상 에피소드들 확 늘려준 거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기도, 전개에 이입하기도 좋았고 일단 다 떠나서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재밌었던 거임

어찌 보면 원작자인 나오코도 그런 구작 애니의 지향점 같은 재미를 못 살리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준 거임

실제로 애초에 세일러문 프로젝트가 외전과 비슷한 스타일의 코드 네임은 V에 영감을 얻고 토에이가 제안하면서 시작된 거기도 하고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오코는 원작 세일러문의 방향성이 마법소녀식 파워레인저 풍으로 가는 게 그닥 마음에 안 들어서

앞서 말한 일상 소녀만화풍으로 되돌리고 싶어했지만 결국 편집자와의 조율에 밀려 현 원작식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는데

오히려 애니가 나오코가 바랐던 여아용 일상물 느낌을 잘 살려 명작이 됐지만

원작은 철저하게 처절한 에픽 서사물로 가서 호불호가 갈리거나 구작 애니보단 좀 급이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 되어 버림

원작자가 외전 등으로 할려면 충분히 구작 애니 스타일의 재미를 살릴 수 있다는 역량을 보였지만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고 이전 세대의 마법소녀물과는 차별화된다는 세일러문만의 특징을 고수해야만 하다

뭔가 어정쩡해진 것 같기도 함

정작 나오코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바라던 지향점을 극한으로 잘 살려냈다 할 수 있는 구작 애니는

자신의 원 설정이나 의도에서 여기저기 벗어난 게 많다 보니 은근 맘에 안 들어 했다는 것도 좀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