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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성경의 욥과, 과녁의 엽을 비교해보자.

David Hong(210.113) 2021.06.11 16:58:47
조회 1410 추천 24 댓글 2

신학 공부한 사람인데 자꾸 주변에서 이거 추천해줘서 오늘 다 정주행하고 몇 글자 끄적여봅니다.


삶이 그토록 원만하고 아름답고 매끄럽지 않았던지라 <욥기>에 관심이 많았고, 덕분에 <당신의 과녁> 또한 반나절만에 정주행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급하게 정주행하느라 잘 이해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 감안해주세요.


-


1)성경 욥기의 내용.


성경 <욥기>에는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깔려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면 <인과응보>에 기반하여 복을 받고, 경외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성경 전반적인 사상이에요. 그런데 <욥기>에서 하나님은 사탄과 등장하여 서로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온갖 삶의 저주가 가득함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요? 사탄은 없다고 말하고, 하나님은 <욥>이란 인물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간단합니다. <욥>은 자신에게 닥친 저주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까닭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태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면 욥과 친했던 세 명의 친구는 욥이 겪고 있는 저주를 관찰한 끝에 <저주의 까닭>은 결국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음>이라고 단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중반부 대다수의 내용이 세 명의 친구가 던지는 <까닭없이 저주가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과, 욥이 반복적으로 굽히지 않는 <내 삶의 저주는 까닭없는 저주다, 또한 나는 여전히 저주에도 불구하고 까닭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있다>는 주장의 대립입니다.


대화가 끝날 무렵 갑자기 신이 등장하더니 욥에게 묻습니다. 세상을 창조한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더 나아가 가장 절정인 악과 고난의 상징인 리워야단과 베헤못의 비밀에 대해 묻습니다. 욥기 과연 이 세상의 창조원리와, 악과 고난의 이유를 알고 있냐고, 더 나아가서 알아야 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욥은 신의 그 말에 수긍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고난의 <이유>를 그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함에도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해왔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유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까닭 없는 하나님 경외>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는 신의 말에 수긍하고 대충 <내가 여태껏 귀로만 신에 대하여 알았지만 이제는 눈으로 신을 봅니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삶의 태도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시간은 얼마인지 성경은 말하지 않습니다.) 세 친구는 신의 꾸중을 듣고는 욥에게 용서를 빌고, 욥은 신의 <옳다> 인정을 받고 세 친구를 용서합니다. 그리고 욥의 삶은 이전의 삶으로 회복됩니다.


2)공통점


공통점은 욥과 엽이 <까닭 없는 저주>를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욥과 엽에게는 각각 세 친구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욥과 엽의 말을 보면 신께 실망하고, 세상에 실망하고, 타인의 삶에 의구심을 품는 태도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유사합니다. 더 나아가 세 친구가 여전히 욥과 엽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늬앙스도 유사합니다.


3)차이점


하지만 욥기는 욥과 세 친구의 논쟁 속에서 기존에 인과응보에 답습한 하나님-경외에 대한 논리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묘사하는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더 나아가 욥은 단 한 번도 하나님 경외를 놓치지 않고 <까닭 없는 하나님 경외>에 충실하고 끝끝내 신의 <옳다> 인정을 받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욥기는 <까닭 없는 고난>을 겪은 이후 결국 에는 신의 <옳다>인정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은 까닭 없는 고난, 저주에도 불구하고 까닭 없이 하나님을 계속 경외할 이유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반면 과녁의 엽은 신에 대해 냉담하며 때론 저주합니다. 뿐만 아니라 욥기의 신처럼 직접 나타나서 말을 거는 부분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세 친구와의 대화는 세 친구를 비롯한 또 다른 세 명의 동료(경찰, 기자, 동생)과 함께 복수를 계획해나가며 그의 삶을 수긍하는 서사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과녁>에서도 신은 은연 중에 그 빛을 나타냅니다. 최요한이란 친구를 통해서도 나타나지만, 말미에 있는 엔딩 속에서도 어렴풋이 신의 존재는 나타납니다.


-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공통점을 말하자면 <욥기>나 <과녁>이나 삶의 고난과 저주에 대해 뚜렷하고 명쾌한 해답을 신이 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신은 절대타자라서 직접 인간에게 해명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충분히 거리가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다만 욥이나 엽이나 신의 해명을 듣고자 했던 태도는, 시간에 의해 누그러트려집니다. 그리고는 해명을 듣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납득해서, 이전의 삶으로 복귀하는 엔딩으로 귀결됩니다.


작가님이 <욥기>를 매우 충실히 읽으셨고, 매우 현대적으로 잘 해석해내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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