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생각나서 쓰는 글을 누가 읽어주니까 기분이 묘하다. 읽어줬으면 하고 글을 쓰는건 맞지만, 정말로 읽어줄거라는 확신을 하고 글을 쓰지는 않거든.

  그래서, 아나타에 대해 대강 글을 써보려고. 내가 삘받았을때만 글을 쓰다보니 다음 글이 언제일지 나도 모르겠거든. 내 기분따라 설정도 바뀔지도 몰라. 그냥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해줘.

  아나타는 왠지 우리의 분신같은 녀석이니까 그냥 터무니없이 약하고 모자라고 찌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 그래서 레이무랑 며칠을 같이 보내면서도, 예쁜 여자를 보면 그냥 '에이 남친 있겠지'하고 넘어가버리는 우리내 모습을 투영해서 그냥 쿨한 척, 관심 없는 척 매일을 보냈을거야.

  환상향 밖은 원래 환상이 메마른 곳이어야 정상인데, 역으로 환상이 넘쳐 흐르는 곳이야. 환상 과다라고 하면 될 것 같아. 우리 사는 세계랑 똑같지. 우린 현실이 척박하고 아무런 환상도 없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AV하나에도 수많은 로망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있지. 치마 속은 어떨까 라는 별 괴상한 환상까지 간직할 수 있는 세상이야. 그러다보니 오히려 환상의 격이 떨어져버렸어. 기발한 아이디어는 다른 기발함과 경쟁하고, 특출난 소년소녀들은 넘쳐나지.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는 보다 잘 그리는 아이에게 밀려서 자신이 가진 환상이 얼마나 대단한건지도 몰라.

  아나타도 그래. 뭔가 특출난 점이 있었겠지. 남들 못지 않은 재능이랑 열정이 있었겠지. 하지만 나이가 찰 수록 그런건 별 의미가 없어졌을거야. 단지 머리속에 막연한 환상만 남아서 방금 일진 패는 상상함 같은거나 하고 있었겠지.

 그나마 아나타는 집이 가난하거나, 성적이 너무 안좋거나 하진 않았어. 친구도 없잖아 있었을거야. 최악은 아니었던 거지. 아나타보다 더 최악은, 환상조차 말라버린,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이들일 테니까. 물론 아나타가 그런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리 없고, 더군다나 감사할리도 없지. 그냥 그렇게 머릿속이 환상으로 가득한, 텅 비어버린 사람이야, 아나타는.

  열심히 살아보려고 생각은 했을거야. 잘 해보려고도 마음을 먹었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게 진심이어도, 그걸 이뤄내는건 별개의 문제야. 나 자신을 이긴다는건 정말 힘든 일이지. 정말로 확실한 계기 없이는 사람은 바뀌지 않아. 아나타도 그걸 알고있어. 그래서 더욱 바뀌지 않지.

  그런 아나타가, 어쩌다보니 환상향에 왔어. 레이무랑 만났지. 그렇게 귀여운 소녀를 보고도 선뜻 친해지려고 하지도 못하고 그저 레이무에 대한 환상만 꽃피우던 아나타는 어느새 환상향에 녹아들기 시작했지. 환상향에서조차 환상을 하는 아나타야말로 거기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것도 바뀌어야지. 언제까지나 환상만 할 수는 없어.

  마음먹은 일은 해야 하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되는 일도 그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마음 먹은 일을 해내기 위해선 커다란 계기가 필요해. 이를테면, 세계 최강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 정도의 계기 말이야.

  그게 내가 쓰고싶은 아나타의 모습이야.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서 레이무를 되찾고, 이변을 해결하는 아나타. 하지만 내심 옛날부터 가졌던 환상중 하나가 바로 그런 거겠지. 누군가를 구해내는 영웅같은거 말야. 해야 할 일을 등 떠밀려서 하게 되는, 그리고 그 결과가 완벽한 그런 환상 말야. 결국 떠밀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인 거겠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 그냥 생각이 났거든. 그냥 이야기가 생각나는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걸 누군가 재밌게 읽어주는 것도 말이야.

  말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무말이나 할게.

  사쿠야는 패드란다.

  그리고 나는 YM을 가장 좋아하고 순애파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