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또 불을 피우셨네요 - 텍스트게임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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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연재] 주인님? 또 불을 피우셨네요앱에서 작성

ㅇㅇ(119.203) 2020.07.22 00:34:45

조회 4048 추천 25 댓글 11

"응"

"따뜻하네요"

레이센은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았다

"주인님"

"응"

"아니에요"

"..."

"뭐 구워먹을거라도 좀 가져올까요?"

"괜찮아"

"가져올게요"

레이센은 풋사과를 가져왔다

"사과를 구우면 생각보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별걸 다 구워먹네"

"그러게요"

레이센은 사과를 작게 자르고 막대기에 꽃은 뒤 모닥불 옆에 세웠다

"..."

"요즘엔 괜찮으셨는데"

"그러게 이래봐야 변하는것도 없는데"

"산다는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니까요"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사는게 그런거죠"

"가끔은 다 불타버렸으면 좋겠어"

"저도요?"

"너는 아픈거 싫어하잖아"

"토끼는 외로우면 죽어버려요"

"뜨거운것보단 외로운게 낫지"

"외로운것보단 뜨거운게 낫죠"

"귀에 불붙으면 그런 소리 못할텐데?"

"잘라내죠 뭐"

"최후의 만찬은 토끼귀 구이인가"

"고소하다고요?"

"저번에 나한테는 토끼먹는다고 아주 난리를 치더니만"

"말이 그렇다는거죠 말이"

당신과 레이센은 의식이 흘러가는대로 대화를 나눈다

"사과 드실래요?"

"작은걸로"

"여기요"

"앗 뜨거"

"식혀 드셔야죠"

아삭, 적절하게 그을린 껍질과 따뜻한 과육 평소에 먹던 사과가 생각나 묘한 느낌이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맛에 당신은 세상에는 신기한게 많구나 라고 생각한다

"누가 사과를 구워먹을 생각을 했을까"

"사람의 호기심이란 끝없는 법이니까요"

"나쁘지 않은 시도였어"

"생각보단 괜찮네요"

"자두같은건 터져버리겠지"

"수분이 많으니까 별로일거같네요"

"수박은...더 별로겠다"

"차라리 당근이 나을거 같은데요?"

"난 당근 싫어"

"전 좋아요"

"요리에 당근 안넣으면 안될까?"

"그러면 주인님이 요리 해주실래요?"

"그러면 좀 줄여줘"

"생각해 볼게요"

당신은 아까보다는 작아진 모닥불에 장작을 몇개 던져넣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가지고 불장난을 친다 레이센은 사과를 갉아먹으며 그런 당신을 바라보고 어린애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침에 이불빨래가 안나오면 좋겠네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불장난 하면서 그런소리 하셔도"

"너도 하고 있으면서"

"저는 사과를 굽고있을 뿐이에요 불장난이 아니죠"

"그래 네가 맞아"

"그렇죠?"

"두들겨 맞는다고"

"그러면 내일은 당근밥이에요"

"안때릴게"

여전히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는 둘은 끝이 새빨간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쥐불놀이 비슷하게 빙글빙글 돌리거나 별모양을 만들거나 하며 놀았다

"옆으로 가도 돼요?"

"안돼"

"왜요"

"옆 말고 이리 와"

당신은 자신의 허벅지 위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더운데"

"오지마 그럼"

"또 또 심술부리시네"

레이센은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앉았다

"이따 추워지면 거기로 갈게요"

"나는 추워"

"저는 아직 괜찮아요"

"쌀쌀맞네"

"요즘은 이런게 유행이라고요"

"시덥잖네"

"유행이란게 다 그렇죠 뭐"

둘은 어깨를 기대고 모닥불의 온기를 느꼈다 풀벌레 소리는 약간 시끄러웠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주인님"

"응"

"아직도 답답해요?"

"아까보단 좀 낫네"

"사과 맛있었죠?"

"사과 좀 사놓을까?"

"좀만 더 있으면 사과철이니까 그때 사요"

"아직 철이 아닌가?"

"아직은 비싸더라고요"

"그럼 저거는 어디서 난거야?"

"누가 주더라고요"

"몰래 따온거 아니지?"

"..."

"들키지 않게 조심해"

"하지 말라는 말은 안하시네요"

"사람 사는게 다 그런거지"

"그렇네요"

레이센이 작게 키득댔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틈새에서 모닥불은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운듯 활활 타올랐다

ㅡㅡㅡ

미국 남북전쟁때 먹을게 없어서 사과를 구워먹었다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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