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sf 좋아함. 클라크 하인라인 아시모프 3대장 글 다 좋아하고, 특히 아시모프 스타일 굉장히 좋아한다. 최후의 질문이 인생소설 중 하나임.
그렇다고 스페이스 오페라나 사펑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 블레이드러너, 은영전, 나이트런, 스타워즈 등등 그냥 sf장르면 세부장르 안가리고 다 좋아하는 편이야.
철수를 구하시오 같은 느낌도 잘 읽고, 우주천마같은 신장르면 진짜 재밌게 읽기도 함.
근데 그거랑 별개로 작가로서 sf 장르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해. 특히 웹소설 판에서 더 그렇고.
사실상 국내 웹소설 시장에서 sf장르로 대중에게 거부감이 최대한 없이, 유의미하게 sf감성을 최대한 살려서 흥행에 성공한 건 우주천마 3077랑 사상최강의 보안관, 추가로 철수를 구하시오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겜판을 sf에서 제외할 경우 이야기임.) 특히 우주천마는 초창기 흥할때는 sf는커녕 무협도 잘 모르는 여성향 커뮤니티에서도 간간히 언급될 정도였고.
그리고 그중에서 우주천마는 단순히 필력 차력쇼로 찍어눌러서 흥한 작품이라기보다는, sf와 무협 특유의 감성을 잘 살리면서 독자 진입장벽을 (비교적)낮춘 작품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함.
사상최강의 보안관도 엔딩 호불호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는 사이버펑크 분위기를 되게 잘 살린 (웹소 판에서)의미있는 작품임. 엘리시움 표절 문제가 좀 있긴 한데, 잘못은 잘못이지만 sf 쪽은 지겹도록 자주 나오는 소재라서 엄청 거부감이 들진 않더라. 근데 sf 좀 읽은 사람이 보기엔 좀 너무 뻔하게 느껴지긴 할거임.
철수를 구하시오도 당시 돌풍을 일으킨 다크호스지만 이쪽은 진짜 웹소 문법이고 뭐고 다 씹어먹고 필력 차력쇼로 올라온 케이스임.
(우주천마 지표가 좀 박살나긴 했지만 그건 작가가 군대 때문에 연재주기가 월간연재로 박살나서 그랬던 거니까 작품 외적인 요인 때문에 박살난 케이스라고 봄. 연재주기 감안하고 보면 여전히 미친 지표야)
물론 우주천마도 sf감성보다는 무협 감성에 더 치중한 느낌은 드는데, 의외로 잘 보면 sf팬만이 느낄 수 있는 sf 특유의 주제의식이랑 감성도 간간히 들어가있는게 보여서 일단 sf로 분류함.
여튼 우주천마 사최보 같은 예외 케이스 빼면 sf가 흥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를 두가지 정도 생각해 봤으니 sf를 써보고 싶은 친구들은 참고해줬으면 좋겠다.
1. 카타르시스의 근본적 괴리.
알다시피 웹소설에서 제 1 가치는 재미, 그중에서도 카타르시스임. 흔히 뽕맛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지.
근데 sf는 이 뽕맛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 sf하면 생각나는 건 보통 우주전함, 안드로이드, 가상현실 등인데, 전부 주인공에 이입해서 뽕맛 느끼기엔 부적합한 소재들임.
독자들은 주인공이 짱짱맨인 걸 원한다. 평소엔 아니더라도, 최소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인공이 뽕을 채워야 함.
근데 이것들은 세계관 자체의 매력이지 주인공에 종속되기가 힘들거든. 그나마 우주전함 쪽이 주인공에 종속되기가 편한데, 문피아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마이너 글인 함장물이 이런 케이스임. 문제는 필력도 필력이지만 너무 마이너한게 문제지.
이런 것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면 독자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세계관 자체에 이입하게 만들어야함. 그리고 웹소 시장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잠깐 앞에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주천마의 궤도폭격 씬이 이 카타르시스의 주체에 따른 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함.
칼 든 개인과 도시를 소거하는 궤도폭격의 대비는 분명 sf팬으로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연출이었지만, 적잖은 독자들은 주인공의 독보적인 강함이 훼손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호불호 구간으로 작용하게 되더라.
덧붙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오마주 같은 우주선 추격전이나 스타워즈 오마주 같은 레이싱 파트 초반에서도 호불호가 여럿 갈렸었음. 주인공에 포커스가 덜 갔거든.
암튼 sf는 특유의 뽕맛을 추구하기에 웹소설 독자들과는 근본적인 괴리가 생긴다는 게 이 생각의 요지임. 좀 노골적이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이 세다는 느낌을 못 줌"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
2. 설정에 대한 집착.
sf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포커스를 맞춘 장르라 필연적으로 설정을 세밀하게 파고들 수밖에 없음. 그나마 sf중에서도 설정의 비중이 덜한 스페이스 오페라도 쓰는 입장에선 끝도 없이 설정을 파고들게 되지.
그리고 그게 곧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됨. sf가 대역이랑 같이 퍼거 소리 듣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웹소에서 설정놀이, 속된 말로 설정딸은 금기에 가까움. 웹소의 제 1 가치가 재미인데, 설정딸은 작가와 극소수의 독자에게만 재미를 느끼게 하고 대부분의 독자들에겐 지루함과 짜증, 그뭔씹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거든.
근데 sf는 장르의 성격으로 인해 그 설정놀이에 대단히 관대하고,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하지. sf가 웹소 시장에 와서도 유독 설정에 집착하는 걸 끊지 못하는 게 바로 근본적인 장르 속성 때문임.
독자들은 세계관 설정 따위가 아니라 사건의 전개를 원함. 그래서 글을 쓸 때 저 설정놀이를 필수적인 부분만 빼고 최대한 들어낼 수 있느냐가 sf 장르로 웹소를 쓰는 관건임.
@@@ 그래도 꼭 sf를 쓰고 싶다면?
우주천마를 연구해라. 현재로서 존재하는 유일한 성공사례다.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말한 단점들을 최대한 희석시킨데다 대중 진입성도 최대한 낮추고(여전히 진입장벽이 높긴 하지만 둘다 진입장벽 만만치않은 sf + 무협 장르라는 걸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낮음), 그나마 웹소 문법이랑 비슷하게 쓰는 글이라 그런거임.
사최보도 성적은 충분히 좋지만, 사최보는 웹소 문법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을 필력 차력쇼로 멱살캐리한 케이스라고 생각함. 작가 네임밸류 보정도 어느정도 있을 거고.
반면 우주천마 쪽은 필력 차력쇼인 면은 동일하지만 사최보보다는 웹소 문법에 어느 정도는 맞추는 편임. 의외로 결기승전도 자주 보이는데다 주기적으로 뽕 주입 구간을 내놓기도 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쪽은 작가가 무료글만 연재하던 신인이라 네임밸류도 없으면서 군대 디버프 크리 쳐맞고 월간연재로 1년 넘게 끌던 글인데 저 성적이 나오는거임.
암튼 우주천마는 연구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웹소로서의 단점들을 최대한 희석시킨 케이스라는 걸 알수있다.
우주천마는 자세한 설정은 작가의말로 쭉 빼고 본문은 대충 몰라도 뉘앙스로 넘어갈 수 있게 쓰면서 필수적인 설정만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언급함.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도 자주 쓰고.
이 작가의말 tmi가 진짜 신의 한수인 게, 꼭 읽지 않아도 글 읽는데는 별 지장 없고, 단순히 설정을 늘어놓는 것 뿐만 아니가 간간히 유머도 섞어서 추가설정 자체를 재미있게 만듦. 일반독자와 설정덕후를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매력적인 세계관에 일반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일종의 연결다리인 셈이지.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매 화마다 쿠키영상이 있는 거임.
보다보면 독자들 중 작가의말 추가 설정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정말 많은 걸 알게 되는데, sf 설정놀이에 저정도 호응을 얻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임. 물론 세계관이 매력적인 것도 한몫하긴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방식도 배울만 함. 우주천마는 무협과의 장르적 융합이라는 특수성으로 sf의 매니악한 카타르시스를 무협의 주인공 집중적 카타르시스로 대체해버림. sf팬으로서는 좀 아쉬운 면이 있는 부분이긴 한데, 그거랑은 별개로 웹소설 시장에선 충분히 써먹기 좋은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천마의 경우는 순수한 무협 사이드를 대변하는 주인공과 대비시켜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적들에게 한두가지씩 sf요소를 첨가함. 사이보그나, 로켓펀치나, 이퀼리브리엄 오마주나 그런거.
개인적으로는 이게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무협의 카타르시스로 대체되어버린 sf의 캐릭터성을 주인공이 아닌 적에게 부여함으로서 시너지를 내며 sf뽕을 끌어올림.
쉽게 말해 "매우 강력한 주인공에게 도전하는 강력한 sf전사"의 구도인 거지. 이게 무협의 카타르시스와 sf의 매력을 동시에 살리는 조합임. 물론 우주천마는 먼치킨 성향이 강해서 원사이드하게 정리되는걸 필력으로 커버치는 경우긴 하니 그대로 따라하는 건 좀 무리가 있긴 하다
우주천마에서 sf뽕을 주입하려다 반발을 얻은 케이스는 그 궤도폭격 씬이 가장 대표적인데, 소수의 sf성향 독자들은 거부감이 별로 없는 반면 무협 성향이거나 일반적인 웹소 성향 독자들한테는 강한 반발을 얻었음. 주인공이 초라하게 보이는 상황 자체가 웹소에서는 용납되기 힘들거든. 특히나 그게 먼치킨 뽕을 치사량으로 뽑던 주인공이면 더욱 그렇고.
우주천마 같은 경우는 작가가 해당 부분을 강행하면서(군대라 수정을 못한걸수도) 어떻게든 넘어가긴 했는데, 호불호 심한 구간으로 손꼽히기도 하고 일종의 놀리기 밈이 되어버림. 특히 장갤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부러 작가가 해당 파트를 강행하지 않았나 싶음)
여튼 이 에피소드는 웹소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전개를 알려줌. 특히 sf쓰려는 애들은 거대한 세계관에 주인공의 비중이 밀려나는 연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거지.
갤에 sf떡밥 올라온 김에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적었는데, 잘 보면 의외로 배울만한 부분이 꽤 많으니 sf장르를 쓰거나 퓨전 세계관을 쓰는 거에 관심이 있는 칭구들은 우주천마를 한번쯤 분석해 보길 바람. 앞에서도 말했지만 웹소로서는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니까.
필력이 받쳐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지도 등으로 나름 남는 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sf관심없는 칭구들은 그냥 재미로 보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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