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656

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은평구 주민들의 발이 되는 서울버스 ***번 버스 운수종사자 xxx입니다.

아는바 배운바 부족한 저도 할 말이 있어 용기를 내어 이렇게 두서없이 처음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졸속행정’에 너무 힘들고 괴로워

아래와 같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제가 몰고 있는***번 버스는 원래 은평구 구산동을 출발해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까지 가는 노선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1월부터 노선이 연장되어 서초구 교대역까지 운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선번호도 ***번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제가 운전하는 ***번 노선은 기존에 연장되기 전에도 자그마치 50km에 달하는 장거리 노선이었습니다.

‘장거리 노선’은 버스를 몰아보시지 않으시더라도 느껴지시겠지만 다른 노선보다 운전피로도가 높고 휴식시간 보장도 어려우며 여러 가지로 근로자가 근무하기에 쉬운 여건이 안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원래부터 장거리 노선이라 이미 근로조건이 열악한 이 노선을 대책도 없이 10km를 더 늘려버렸습니다.

여러분. 저는 시민 분들께 늘 친절히 봉사하고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싶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겨우 10km 늘리는 게 뭐가 힘들다고 하소연이냐”고 생각하실 수 도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제가 은평구 구산동 종점에서 출발해서 서초구 교대를 갔다가 다시 종점으로 돌아오는데는 원래 3시간짜리 노선이 이제는 5시간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아시겠지만 도로정체도 빈번한 서울 시내교통 상황에 어쩔때는 기약도 없이 도로에 서있습니다.

작은 승용차를 타도 5시간 동안 운전을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거라는 것은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겠지요.

그래도 이게 저의 생업이니, 저도, 제 동료 운전자도 여러분들께서 꿋꿋이 생업에 종사하시는 것처럼 버티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을 추진한 동작구 지역 정치인들과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들 사이에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추진한 사람은 적어도 대안이라도 제시해줬어야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현장의 이런 어려움을 수렴이라도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무런 대안 없이. 또 사전에 합리적인 절차 없이 “행정명령이다 해라.”라는 서울시의 구시대적인 졸속 행정으로 인해 그 피해는 다 저희 운전기사들과 은평구민들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니네들 편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으실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여러분. 편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휴게시간과 근로여건은 곧 저희 차에 탑승하시는 승객분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노선연장을 결정하신 높으신 분들게 묻고 싶습니다. 도로에 한번 나가면 5시간이 넘는데 화장실 같은 인간의 기본권은 시에서 지켜줍니까?

못 배운 운전기사라도 사람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황제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 사람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또 정작 시민 여러분들은 편해지셨습니까?

요즘 제 차에 승차하시는 시민 분들은 짜증내시고 화내시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왜 이렇게 차가 안 오냐?”, “운전 좀 똑바로 해라 하루 종일 기다렸다.”

욕이라도 안하시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노선 연장 때문에 배차간격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봄이라서 그래도 덜하죠. 이제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겨울이나 오면

이런 시민 분들의 불만은 분명 더할 겁니다.

높으신 분들의 잘못된 결정에

제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합니까.

요새 감정노동자라는 말 많이 쓰시죠?

맞습니다. 제가 감정노동자입니다.

하루 왠종일 운전대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집에 가서 잠도 안 옵니다.

제발 청원합니다.

저희가 인간답게 일하고, 밤에 퇴근하면 편히 잘 수 있게

명령만 내리시지 마시고, 대안도 함께 제시해주세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또 저희 근로자들의 근로여건과 기본권 보장을 위해

그 행정명령을 취소해 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버스운수종사자 xxx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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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이거 대안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