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1. 무사는 군인이 아니다.

무사는 군인이 아니여. 전국시대 무사들은 어디까지나 칼밥으로 자기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뛰어다니는 프로페셔널한 싸움꾼이었지 무슨 국가나 거대한 이데올로기로 뭉쳐진 조직의 일원이 아니었단 말이야. 당대 무사들의 마인드는 철저하게 '공명'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전장에 나아가 적을 물리치고 공을 세워 그것으로 주군의 후한 은상을 얻어 사회생활에서 출세하는 것이 모든 무사들의 지상과제였어.

그래서 전장에 나아가는 무사는 어디까지나 주군의 가신으로서 '참진'하는 것이지 '주군의 부대원'이나 가문 군단에 '종속된 일원'으로 출전하는 게 아니었어. 감히 주군이라 할지라도 '마, 니 무조건 말이나 타라!' 이런 명령은 함부로 내릴 수 없었다는 거지. 어디서 어떻게 싸우고 같은 커다란 아웃라인은 그려줄 수 있을 지언정 철저하게 무사 개개인의 의지를 짓누르고 그네들을 군인 다루듯이 할 수는 없었어. '주군이 말 타라고 했다... 으찌라고? 나는 두 다리로 달려가 이 므찐 창으로 공을 세울 거신디!'

이유 2. 부대 지휘는 누가하고?

일본은 이미 나라-헤이안 시대 때부터 '말을 탈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사회적 룰로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었어. 무사계층은 대표적으로 '승마'가 허용된 계층 중의 하나였지. 당연한 것이 옛 고위무사들은 기마전을 벌이는 기마무사들이었으니까. 이 엄격한 룰은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전국시대까지 와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어. 말을 구비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해서 말을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그런 재력에 더해 사회적인 지위까지 필요했지.

그래서 전국시대 무사들 중에 '기마무사'라고 하면 비싸디 비싼 군마를 여러 마리 구비할 수 있을 정도로 재력을 갖춘 어느 정도 지위에 있는 높은 무사를 가리키는 것이 돼.

당연히 그 정도 되는 무사는 전장에서 핫바리 종자 한두 명을 이끌고 뛰어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수십 명 이상의 소부대를 이끄는 부대의 장이 되는 사람들이었지. 때문에 감히 주군이라고 해서 이 사람들만 뚝 떼어다가 "야, 느네끼리 해쳐모여서 기마부대 만들어!"가 될 수가 없는 거야. 아니 현장 지휘관들 싹다 모다 꼴아박아버리믄 말단 부대 지휘는 누가합니꺼? 니가 할래요?

이유 3. 무사와 휘하 부대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것이다.

전국시대 무사들의 지상목표가 '공명'에 있다는 것은 이미 말했어. 근데 이 전장에서의 혁혁한 공이 각각의 무사 개개인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야. 무가의 오랜 법도에 따라 전장의 공명은 '주종의 공명'이라고 해서 부하가 세운 공은 곧 그 주군이 되는 무사의 공으로 인정되었어.

이는 겐페이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구한 규칙으로, 위로 주군을 받드는 무사는 설령 제일 밑의 핫바지 말단 무사라 할지라도 감히 그 공을 빛내면 그것이 곧 주군의 이름 또한 빛내게 되는 원리였지.

이러니 부대원들은 어떻게든 주군의 싸움에 한가닥 힘을 보태어 주군의 공명을 드높이고 그것으로 주군의 인정과 은상을 받으려 달려들었고, 그 주군 되는 무사 또한 부하들의 힘까지 받아 전장에서 빛나는 무공을 세우기 위해 종횡무진했단 말이야. 이렇게 상하일체 운명공동체나 다름없는 사병집단에서 지휘관을 함부로 뚝 떼낸다? 아니, 주군! 어디서 개아리를 틀고 있소?

물론 전장에서 개별무사들이 때로는 무리지어 기마전을 벌이는 예는 많았고 제법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예도 많아.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장상황 속에서 임의로 이루어진 임시모임이었을 뿐. 그게 '기마부대'가 될 수있는 상황은 애초에 불가능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