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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번역) 라익스가드 - <1장 - 1>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19 2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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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어-


라인하르트 영지, 서부 라이클란트.


제국력 252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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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오른쪽!


경고를 들은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는 안장에 엎드렸다. 


비스트맨의 어설픈 휘두름이 델마어의 머리 위를 스쳤다. 


젊은 귀족은 뒤로 검을 휘둘러, 비스트맨의 머리를 잘라냈다. 


놈은 뿔 뒤에서 검은 피를 울컥이며 덤불 속으로 쓰러졌다.







델마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감히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깊은 숲 속으로 말을 달리면 적의 무기에 맞아 쓰러지는 것보다, 낮게 드리운 나뭇가지에 부딪혀 낙마하거나 산허리에 충돌할 가능성이 더 컸다. 


계속 말을 달리며, 비스트킨들을 숲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어떤 놈도 탈출해선 안 됐다.








숲은 붉은 석양빛으로 타올랐고, 델마어는 부하들이 비스트킨 부족의 생존자들을 쫓는 것을 언뜻 보았다. 


각 분대마다 위치를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불어댔지만, 적에게 맹세를 뱉거나 욕설을 뱉을 만한 짧은 여유조차 없었다. 


델마어도 지친 상태였고; 그의 말, 하인리히도 땀에 흠뻑 젖었지만, 델마어는 더욱 거세게 말을 몰았다. 


이 살인자들을 모조리 쓰러뜨려야만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다른 마을들도 에덴부르크 꼴이 날 것이다.








또 다른 비스트맨이 덤불에서 튀어나와 델마어의 진로에서 머뭇거렸다. 


피할 기회조차 없어, 하인리히는 괴물을 쳐서 땅에 쓰러뜨렸다. 


델마어는 밑에서 하인리히가 거의 넘어질 뻔하며 그를 앞으로 내던지는 것을 느꼈고, 하마터면 안장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는 반대편으로 힘껏 몸을 젖혔으며, 하인리히는 간신히 발을 딛고 다시 섰다.








델마어는 하인리히의 고삐를 잡아당기고, 즉시 안장에서 내려왔다. 


다리가 마치 물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직 말을 듣긴 했다. 


검을 빼든 그는 조심스레 덩굴과 썩은 통나무를 넘어 비스트맨이 쓰러진 곳으로 돌아갔다. 


놈은 움직임이 없었다.







이것은 다른 것들보다 작았으며, 거의 인간과 비슷했다. 


창백하고 마른, 움푹 들어간 눈과 숱이 적은 머리칼을 가진 것. 


놈의 가슴팍은 창상의 덩어리였다. 


아직 살아있긴 했으나, 정말 간신히였다. 


호흡은 옅고 귀에 거슬렸으며, 상처에서는 피가 배어나왔다. 


죽음이 임박해 보였지만, 델마어는 이 돌연변이들이 강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경한 신들이 내린 행운으로, 놈은 치료되고 탈출한 다음, 더 강력해져서 다음 학살에 돌아올 수도 있으리라.








델마어는 주저하지 않았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야수의 머리통은 몸에서 떨어졌다. 


죽은 눈이 잠시 부풀더니 그대로 멈췄다. 


델마어는 몸을 돌려, 에덴부르크의 시장과 피범벅인 멧돼지 창을 든 그의 사냥분대가 뒤따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경고해 주셔서 고맙군요, 시장님.’ 델마어의 목소리는 피곤했음에도 침착했다. 


좋은 일이다.






‘경을 따라잡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시장이 대답했다. 


‘제가 평지에서 달리는 것보다도 이 숲에서 훨씬 빠르게 달리는군요.’






‘하인리히는 좋은 말이죠.’ 델마어가 말을 진정시키려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팔이 주변에서 다시 들려왔다. 


델마어는 조용히 이를 악물고, 다시 안장에 올라탔다.





‘경.’ 시장이 단언했다. 


‘이미 밤낮으로 말을 달리셨습니다. 적은 박살이 났어요. 충분히 하셨습니다.’






델마어는 다시 시장에게 돌아섰다. 


파란 눈은 피로로 빛났지만, 얼굴에 담긴 결심이 대답을 대신했다. 


시장은 그 표정을 알아보았다; 청년의 아버지의 것과 같았다.






델마어는 하인리히의 옆구리를 발로 툭툭 치고는, 둘은 다시 나팔소리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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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다음날 아침까지 델마어를 보지 못했다. 


밤 중 어느 시점에, 델마어는 에덴부르크였던 곳으로 돌아와 마을의 장벽 옆에 쓰러졌다. 


시장은 그가 숨겨져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하인리히는 여전히 곁에 서서 그를 지켰다.





델마어는 심지어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검게 피가 눌러붙은 검을 쥔 채로 앉아서 잠을 잤다. 


시장은 무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그를 깨우는 게 신중하리라고 생각했다. 






델마어는 의식을 되찾으려 몸부림쳤는데; 본능적으로 일어서려다, 다시 덜그럭거리며 주저앉았다. 


시장은 그에게 물이 든 조롱박을 건네주고는 그 옆에 앉았다.


‘경의 모친과 조부님께 안전하시다는 소식을 보냈습니다.’ 






델마어는 여전히 꾸벅꾸벅 졸면서, 약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조롱박을 받았다.






‘지그마를 찬양하라.’ 시장이 말했다. 


‘에덴부르크를 위해.’ 그리고 건배했다.






델마어는 조롱박을 꿀꺽 한 모금 마시고는, 나머지를 얼굴에 철벅이며 갈색 머리칼을 눈에서 뒤로 빗었다. 


그는 눈을 깜빡여 물을 닦아내고는 불에 탄 집들을 응시했다.






‘지그마를 무진장 찬양하라.’ 델마어가 피곤한 듯 대꾸했다. 






에덴부르크의 주민들은 벌써 일어나, 집의 잔해를 샅샅히 뒤지고 있었다. 


해질녁에 지붕 아래서 잠자고 싶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리라.






‘오래 전 배운 겁니다.’ 시장이 말했다. 


‘마을은 건물이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구한 이들 말입니다. 당신께서 구한 이들 말이죠, 경.’





그들 앞에서, 에덴부르크의 작은 지그마 성당의 종이 울렸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비스트맨 부족은 지난 겨울 깊은 산 속에서 내려왔다; 놈들은 이미 여름 흉작으로 흔들리고 기근 직전에 놓인 지방에 가해진 또 다른 타격이었다. 


국방군들은 이미 북부의 전쟁에 동원되었기 때문에, 맞설 만한 병사들이 없었다.






비스트킨들은 동쪽으로 향하며, 진로에 놓인 모든 것을 공격하고, 어른들은 학살하고 아이들은 끌고 갔으며, 귀중한 가축들을 약탈했다. 


맞선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죽었고, 도망친 이들은 추적당했으며, 숨은 이들은 은신처째로 타 죽었다.





비스트맨들은 식량을 위해, 재미를 위해 살육했다. 


허나 그들은 에덴부르크에 도착했다







‘운이 좋았어요.’ 델마어가 대답했다. 


‘상황이 훨씬 나쁠 수도 있었죠.’





비스트맨들은 전날 밤 공격해 왔다. 


에덴부르크의 주민들은 지그마 성당에 방책을 쌓고, 비탄의 종소리를 울렸다. 


몇몇 비스트맨들이 방책을 공격하는 동안, 나머지는 거리를 헤집으며 날뛰었다.


놈들은 금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어떤 종류든 음식이나 고기는 강탈했다.


식음료를 가득 쟁여놓은 마을의 선술집이야말로 돌연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표였다.







놈들은 벌꿀주나 맥주 몇 통을 기대하며 에덴부르크 선술집의 저장고를 열어젖혔다. 


허나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장고에는 마을뿐 아니라 도시에도 공급하기 충분한 양의 포도주와 술 선반이 늘어서 있었으니까.


발견의 소식은 놈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더 많은 비스트맨들이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기 때문에 거리는 텅 비게 되었다.






‘운이라 하셨습니까, 경.’ 시장은 델마어를 부드럽게 훈계했다. 


‘이번 기회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성당의 주민들은, 방책을 두드리는 소리가 느려지다가 완전히 멈추는 것을 들었다. 


함정인지 두려웠던 그들은 해가 떠서 비스트맨들이 떠났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허나 비스트맨들은 떠나지 않았다. 놈들은 자제라고는 모른 채, 하룻밤 사이에 찾았던 것을 마구 마셔댔다. 


처음으로 나와 본 주민들은 괴물들이 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멀리, 사방에서, 이웃 마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사를 모은 민병대가 도착했다.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가 그들과 함께했다. 


라인하르트 영지의 모든 주류들을 꺼내어 에덴부르크 저장고에 운반하도록 한 이, 그리고 밤을 새며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며 민병대를 무장시킨 이도 델마어였다. 






비스트맨들은 잠에서 일어나 숲의 차가운 그늘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제 놈들은 무시무시한 부족이 아닌 가냘피 우는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했다. 


놈들은 그로텐펠 절벽에 갇혀 학살당했다.






‘경께서 대체 얼마를 지출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저는 경께 모든 것을 갚으리라는 베레나의 맹세를 하겠습니다.’





만약 시장이 그토록 진지하지 않았더라면, 델마어는 웃음을 터뜨렸을지도 몰랐다. 


그 포도주와 주류들은 가문의 저장고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몇 세대나 걸쳐 쌓아올린 수집품이거니와 그 가치를 제쳐 놓고 보더라도, 아버지께서 그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것은 재정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가문을 보존할 저금이었으며, 마지막 숨결이었다.


마을의 시장으로서는 갚을 수 없었다.






‘동전은 아껴 둬요, 시장. 뭐가 됐든 간에, 이게 저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이었어요. 


우리 주민들은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안전해졌죠. 


그보다 가치 있는 게 뭐겠어요?’








‘방법을 찾을 겁니다, 경.’ 시장은 딱딱하게 대답했는데, 경이든 아니든 간에 손해를 보증하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갑자기 주민들이 잿더미가 된 집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델마어는 잠시 적들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주민들은 겁에 질린 게 아니라 흥분해 있었다. 


그는 일어나 주민들을 따라갔다.





또 다른 기수가 마을에 들어섰는데, 마을 공무원이나 전령은 아니었다. 


전사였다. 


기사. 


붉고 하얀 의복을 입고 월계관을 둘러쓴 해골의 상징을 두른 기사.






기사 나으리!’ 시장이 그를 환영했다. 


전투를 찾아오신 거라면, 너무 늦으셨습니다만!


시장은 델마어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는데, 놀랍게도 귀족의 얼굴은 경탄으로 환해져 있었다.








그리스마이어!’ 델마어는 기쁘게 소리쳤다.





델마어가 아버지의 옛 전우를 마지막으로 본 적도 8년이나 지났다. 


물론, 그리스마이어는 기억하는 것보다 늙어 보였다. 


그의 검붉은 머리는 젊은이처럼 짧게 잘라져 있었고, 군데군데 희끗해져 있었다. 


얼굴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허나 진정한 변화는 기사가 아니라, 그 자신에게 있었다. 


그는 소년에서 남자로 자라났으며, 이제는 기사보다도 머리 반 개 정도가 컸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스마이어 경처럼 대단한 사나이를 내려다볼 수 있다니.






기사의 복귀는 우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두 달 전 즈음, 조부께서 정신이 맑으셨던 때에 기사단에 델마어의 복무를 추천하는 편지를 쓰셨고, 확실히 그리스마이어가 그 답장을 가져 온 것이다. 


델마어는 질문하고픈 욕구에 타올랐지만, 라익스가드 기사에게 대답을 요구할 위치가 아니었다.






황제에 대한 봉사 때문에 불규칙적이긴 했지만, 그리스마이어는 라인하르트 영지에 자주 들렸었다. 


허나 8년 전부터 완전히 발길이 끊겼다. 


어머니께 이유를 여쭤 보아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리스마이어의 이름조차 듣기 싫어했고, 델마어는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


허나 그때는 기껏해야 막 소년이 된 참이었다; 이제는 사나이가 되었다.







저택 안뜰로 말을 몰아 가면서, 델마어는 그리스마이어의 목적이 뭐든지 간에 이번엔 갑자기 떠나지 못하게 하리라고 맹세했다.





‘랜스와 망치여. 델마어, 정말 많이 변했구나. 영지는 그대로다만.’ 그리스마이어가 자갈 위를 달각거리는 소리 너머로 말을 걸었다.





‘여기는 하나도 안 바꿨어요. 8년 전, 아니 20년 전부터.’ 델마어는 피로는 잊고 말에서 뛰어내렸다.





‘오세요.’ 델마어는 가문의 하인을 부르며 말을 이었다. 


‘편히 지내세요. 안장은 제가 넣어놓을게요.’






그리스마이어는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았으나, 곧 델마어의 머리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다, 얘야. 슈로데르호프에 숙소를 마련했어. 거기서 하루 묵고 내일 다시 오마.’






‘슈로데르호프에요?’ 델마어는 어리둥절해졌다. 


‘아버지의 옛 친구분들을 위한 방은 차고 넘치는걸요. 여기 묵으세요.’






그리스마이어는 다시 위를 힐끗 바라보았고, 델마어는 반쯤 돌아 무엇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보았다. 


어머니가 육아실 창가에 서서 그들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스마이어의 어조가 진지해졌다. ‘너의 아버지였다면 –모르시여 안식을 내리소서- 어른 말 들으라고 하셨을 거다.’


기사는 안장 가방에 손을 넣어, 봉인된 양피지를 델마어에게 건넸다. 



‘옛다. 오늘 내 할 일은 이걸 건네주는 것 뿐이다.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고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내일까지 시간을 주마.’








델마어는 양피지를 내려다보았고; 흥분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인장은 라익스마샬이자 라익스가드 기사단장 쿠르트 헬보르크의 것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델마어가 바라마지않던 그 편지였다.






‘그리고 하나 더...’ 그리스마이어는 다시 안장 가방에 손을 넣어, 라익스가드의 상징색 검집에 들어 있는 검을 꺼냈다.





‘아저씨 검인가요?’ 델마어가 물었다.





‘아니란다.’ 그리스마이어가 말을 돌리며 대꾸했다. 


‘네 아버지 것이었고, 이제 네 것이야. 검날은 늘 날카롭게, 젊은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여. 머지않아 라익스가드에게도, 너에게도 필요하리.’







그리스마이어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델마어는 기사가 영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물론 그리스마이어의 적절한 퇴각에 감사하긴 했다만.






집안 사람들이 라익스가드 대기사단이 조부의 추천서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스마이어가 보았더라면 델마어가 부끄러워 죽었을 정도로 가족, 친구, 하인 할 것 없이 기뻐하고 슬퍼했다.







델마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했다만, 할 일이 많았다. 


어머니께서는 외아들이 아버지의 길을 따라갈 날을 수 년동안이나 준비하고 있었다.





영지의 청지기는 노련하고 현명한 사람이었고, 지역에 평판이 자자했다. 


델마어가 들은 그의 조언은 즉시 주변 마을 시장들을 불러 회의를 열라는 것이었다.






시장들은 재빨리 모여 델마어의 성공에 성원을 보냈다. 


많은 아들들이 이미 전쟁으로 떠난 후였다. 


이제 비스트킨의 위협은 사라졌으며, 주군께서 그들과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델마어가 라인하르트 가문에 대한 충성 맹세를 다시 확인하자, 시장들은 선뜻 가문에 충성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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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그리스마이어가 돌아왔을 때엔, 델마어는 이미 말에 짐을 싸고 의무를 다한 뒤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제 놀랐다니까요, 경.’ 델마어가 알트도르프 대로를 따라 말을 몰며 말했다. 


‘저는... 전령이 올 줄 알았어요. 기사님이 직접 오셔서 전언을 전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죠.’





그리스마이어는 천천히 말을 몰며, 맨머리로 햇볕을 즐겼다. 


델마어는 기사가 스쳐 왔던 부드러운 전원, 나무 위의 꽃들, 들판의 만발한 조화들을 들이켜마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스마이어 경?’







기사가 그에게로 돌아섰다. 


‘실례, 델마어. 길고 혹독한 겨울이었어. 제국에 아직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는 걸 되새길 수 있어 기쁘구나.’






델마어는 이틀 전에 흘린 피를 떠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전투 같았던 그것은, 북부에서 벌어지는 군대와 군대의 충돌에 비하면 척후병들의 싸움보다 약간 큰 수준이었다.






‘기사단은 보통 이런 임무에 기사를 보내지 않아, 아무렴.’ 그리스마이어가 말을 이었다. 



‘특별히 자원한 거다. 몇 년 동안이나 이쪽으로 여행하고 싶었는데, 의무가 방해하더구나. 


허나 라인하르트의 아들을 라익스가드에 입단시킬 기회라면,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느냐?’







델마어는 뿌듯함이 가슴을 채우는 것을 느꼈지만, 진짜 목적을 잊진 않았다. 


‘아저씨의 의무가 여기 오지 못하게 한 건가요?’






‘그래.’ 그리스마이어가 대답했다. 



‘난 황제 폐하를 따라 어느 지방이든 여행하고, 어느 마을에서든 식사하며, 어느 들판에서든 잠을 자겠노라 맹세했다. 


사람들은 그분께서 나이를 먹고 둔해지리라고 떠들던데,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카를 프란츠 황제 폐하 앞에서는 하늘 위에 걸린 태양도 둔해질 것이라고 반박하지!’





‘의심의 여지가 없죠.’ 델마어가 맞장구쳤다.





‘조부님께서 건강해지신 걸 보니 기쁘더구나, 저번 겨울에 무척 편찮으셨다고 들었다.’





‘몸은 추스르셨죠. 최소한 몸은.’





‘다른 점은 어떻느냐, 좀 나아지셨나?’ 그리스마이어가 물었다.





델마어의 마음 속에 어젯밤 조부님이 스쳐 지나갔다. 


기뻐하셨으나, 아기 같은 기쁨이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셨고; 그저 축하연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델마어는 그에게 대화를, 작별을 전하려고 했는데, 자신의 출발이 한때 위대했던 사내의 불길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랬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델마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고, 조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돌려주었다. 


손자가 떠났다는 것을 알긴 하시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어 슬프네요, 경. 


몇 년 동안은 그분의 정신이 온전해질 수도 있다고 희망을 가졌었으나, 이제는 결코 돌아오실 수 없다는 데에 타협했어요.’






‘참으로 유감이로다.’ 그리스마이어가 말했다. 


‘그분과 함께 싸우는 영광은 누려본 적 없네만,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마다 최고로 칭송받는 분이시지. 아들이 그러하였듯 손자도 그러하리라고 내 확신하네.’






순간, 델마어는 아버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마이어와 아버지가 함께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8년이 되었다. 


허나 8년간의 기다림 끝에, 델마어는 질문하기 망설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신 그들은 이틀 동안 말을 달리며, 그것 말고 다른 모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스마이어는 자신이 보지 못했던 델마어의 인생을 물어왔고, 또한 기사는 8년 동안 있었던 제국의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트도르프의 전경이 들어온 후에야, 델마어는 아버지의 마지막 원정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그리스마이어는 잠시 침묵했다. 


처음으로 그리스마이어의 만족스런 표정이 사라졌고, 델마어는 뒤에 숨겨진 비탄을 볼 수 있었다.






노기사의 어조는 침울했다. 


그는 매우 상세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헬보르크와 선제후 사이의 논쟁, 노르틀란트의 실패한 공세, 라익스가드의 돌격과 비탈 너머로 흩어진 것, 그리고 젊은 귀족들의 멍청한 공격을 말이다. 


델마어의 아버지, 라인하르트 형제는 그와 가장 가까웠다. 






그는 망설임 없이 스케일링 무리에 뛰어들어 젊은이를 땅에서 끌어냈다. 


그리스마이어는 라인하르트의 말이 달리는 것과, 의식을 잃은 노르틀란트의 아들이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와 형제 기사들은 라인하르트가 아직도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스케일링들을 돌파하려 했으나, 충분치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야만인 전사들 발 밑으로 사라졌고, 기사들은 몸을 돌려 퇴각하는 게 고작이었다. 








델마어에게 남은 아버지의 기억은 희미한 것 뿐이었다. 


델마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가 준 장난감을 가지고 논 것과,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기사가 돌보던 모습 뿐이었다. 


어머니가 초상화를 간직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얼굴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마어는 아버지의 무용이 자랑스러웠으며, 유일하게 슬펐던 점은 알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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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도르프 대로는 라이크 강의 서쪽 둑까지 이어졌고, 그곳서부터는 제국 대도시까지 강을 따라갔다. 


강은 나룻배와 마린부르크를 오가는 상인들, 페리선과 교통편들, 뭐가 됐든 떠다니는 것들, 알트도르프에서 상류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델마어는 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여행을 택한 이들이 아닌, 농부, 덫꾼, 주민들이었다. 


난민.






‘분명.’ 그가 그리스마이어에게 말했다. 


‘라이크 강이 위협받을 정도로 전쟁이 남하하진 않겠죠?’






‘모르겠다.’ 그리스마이어가 델마어의 근심을 되새기며 말했다. 



‘아마 며칠 동안 들어온 새 소식이 있겠지. 


적의 대군세는 북부 국경에 있다만, 제국은 놈들의 동맹과 추종자들로 가득하다. 


숲 속의 비스트킨들, 산 속의 그린스킨들,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배를 몰아 갈 수 있는 약탈자 무리들, 이제 우리 군대는 분산되었어. 


현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을만한 두툼한 성벽을 찾는 때란다.’







그들은 느릿하게 움직이는 나룻배들을 뒤로하고 알트도르프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강은 더욱 지독해졌다. 


알트도르프 시민들에게 있어 라이크 강은 무역로일 뿐 아니라 하수구이기도 했고, 버린 쓰레기들이 둑을 따라 밀려왔다. 


그리스마이어는 강을 빠져나와 서쪽 관문으로 향하는 대로로 향했다. 


숲을 통과하는 한 시간 정도의 여정 끝에,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


델마어는 수도에 가본 적 있었으나, 아주 어릴 때 일이었다. 


그리스마이어처럼 사내가 된 지금은 도시가 작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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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도르프 시는 마치 신이 온 지방에서 마을을 가져와 켜켜히 쌓아올린 것처럼 숲 위로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방어를 위한 거대한 성벽이 주변을 둘러싸고 세워졌으나, 그 안의 건물들은 아주 오랫동안 성벽보다도 훨씬 높았다. 


뭐가 됐든 간에 남는 땅이 있다면 그 위에는 건물이 세워졌고, 마침내 성벽 안에 남는 땅이 사라지자, 알트도르프는 건물 위에 건물을 지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견고히 방어 태세를 갖추고 망치를 든 감시자-그리핀 석상 두 개가 나란히 지키고 선 서쪽 관문을 향해 다가갔다.


관문은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상인들과 난민들, 마차로 꽉 막혀 있었으나, 그리스마이어의 휘장과 제복은 한 번 보는 것 만으로도 경비병들을 비켜서게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델마어는 숲의 것보다도 훨씬 대단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늘은 우뚝 솟은 건물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도시의 북적임, 소음, 악취는 정말이지 강렬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있었다. 


라인하르트 영지의 주민들은 기근을 버텨냈지만, 다른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지난 여름 흉작이 찾아왔을 때, 사내들은 가족을 이끌고 할만한 일을 찾기 위해 배고픈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위대한 제국의 수도, 알트도르프는 이제 자포자기하고 죽어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고기통이 되어 버렸다.








델마어는 하인리히가 행상인, 품삯꾼, 매주와 거지들을 밀치고 지나갈 때마다 말을 자주 달래주었다. 


그는 침착하게 말을 몰며, 최대한 가까이 그리스마이어에게 붙어 있으려고 했다. 






라익스가드 지부에서 멀지 않았을 때, 앞에서 트럼펫이 울렸다. 


많은 행인들이 흩어지며 건물에 바짝 붙었다. 


라익스가드 기병대대가 거리를 울리며 나타난 것이다. 


델마어는 옆으로 비켜섰으나 그리스마이어는 인사를 올렸고,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자가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스마이어 형제.’ 지휘하는 기사가 명했다. 


‘제 시간에 돌아왔군. 침략이 시작되었으며 황제 폐하께서 우리의 검을 필요로 하신다.’





‘예, 원수. 바로 가겠습니다.’








원수라고? 


델마어는 거의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라익스마샬이잖아! 


눈 앞에 서 있는 사내는 쿠르트 헬보르크 그 자신이었다. 




델마어는 무시무시한 회색 말을 탄 기사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그리스마이어를 마른 편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강인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눈빛은 엄하고 단호했으나, 무엇보다도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굉장한 콧수염이었다. 


마치 깃장식처럼 두툼하고 얼굴 너비보다 두 배는 큰 데다가, 정확하게 두 쪽으로 말려 올라갔다. 


의심할 바 없이, 손에 들린 무기만큼이나 적을 겁주는 무시무시한 콧수염이었다.






‘이 자는 누구지?’ 헬보르크는 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물었다.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 우리 수련기사들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델마어는 그리스마이어가 라인하르트의 이름을 말했을 때, 헬보르크가 살짝 면식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허나 만약 그랬다고 해도, 원수의 눈빛 속 그것은 빠르게 사라졌다.







‘이는 중추부(이너 서클) 문제일세, 그리스마이어 형제. 수련기사는 제 길로 보내게나.’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스마이어가 대답했다. 





헬보르크가 박차를 가하자 일행은 자리를 떴다.








‘지부 회관이 어딘지 아나?’ 그리스마이어가 물었다. 





델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서 이름을 대거라. 기다리고 있을 게야.’




그리고 그리스마이어는 말을 달려 그들을 따라갔으며,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다시 거리 중앙으로 몰려들었고, 델마어는 길을 나섰다. 







--------







라익스가드 대기사단의 지부 회관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곳은 알트도르프 안에 자리잡은 또 다른 성이었으며, 


도시의 나머지가 함락된다고 한들 수백의 훈련받은 전사들이 방어해낼 수 있도록 성벽과 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시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성벽 주변의 건물들은 2층 정도로 낮게 유지되었으며, 성벽보다 결코 높아선 안 되었다. 


엄격한 도시 법령이 이를 제한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경우에는 라익스가드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화포가 법령을 집행했다.






델마어는 지부 회관의 거대한 검은 성문이 빗장을 걸고 잠겨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위에서 수하가 들려왔다. 


델마어가 위를 바라보자, 황제 빌헬름 3세의 대관식을 묘사한 화려한 장식띠 옆에 서 있는 경비병이 보였다.






‘서한을 받아 왔습니다. 기사단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요.’






‘아이고 그러세요? 두고 봅시다.’ 경비병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속 가시오. 들어가실 곳은 다음번에 있는 하얀 관문이오.’







무례하긴 했으나 델마어는 그에게 감사한 다음, 계속 움직였다. 


다음 관문은 좀 더 작고 샬리아의 작은 조각상으로만 장식되어 있었으나, 엄중히 닫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비병이 다시 수하를 보냈다. 





델마어는 시끄러운 행상인들보다도 더 크게 소리질렀다. 


‘전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입니다. 수련기사에요.’






‘거기서 기다리십시오, 라인하르트 경.’ 경비병이 소리쳤다. 


‘벌써 사람이 오고 있습니다.’





델마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인리히를 길가 가장자리로 몰았다. 







거기 너! 말 탄 놈! 움직이지 마!


델마어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성벽에서 들려온 게 아니었다. 


돌아서자 군중 속에서 총잡이가 총을 꺼내 자신을 겨눈 것이 보였다.






움직이지 마!’ 총잡이가 다시 소리친 다음, 총을 쏘았다.






총알이 하인리히의 머리 위로 날아갔고, 델마어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깜짝 놀란 하인리히는 기수의 곤란을 감지하고 뒷걸음질 쳤다.


하인리히가 뒤로 물러서자 델마어는 균형이 잡히는 것을 느꼈고, 안장에 붙어있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근처에 있던 알트도르프 시민들은 격렬히 움직이는 말발굽을 피해 물러났다.


하인리히가 주저앉자마자 델마어는 고삐를 끌고 말을 돌려, 뒷다리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델마어는 고삐를 잡고 안장에서 뛰어내려 공격자를 찾았다.







총잡이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무기를 장전하거나 심지어 도망가지도 않았다. 


놈과 주변 여자들은 깔깔대고 있었다!







화가 난 델마어는 하인리히를 앞으로 끌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밀치며 나아갔다. 


길거리 계집들은 오직 시끄러운 일에만 관심이 있었고, 뺀질거리는 총잡이를 내버려두고 뒤로 물러섰다.


델마어는 기계적으로 상대를 가늠해 보았다.





확실히 시시한 알트도르프 참수는 아니리라: 그의 옷은 검은 색이었고, 호화스럽게 만들어져 붉은 안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자는 가장 예쁜 계집에게 친절하게도 선물로 주었기에, 맨머리였다. 


환심을 사는 건방진 미소를 짓는 데 더 익숙할 마른 얼굴은 짜증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인마!’ 델마어가 목을 움켜쥐자 총잡이가 소리쳤다. 






‘너 뭐야?’ 델마어가 물었다. 


‘지그마의 이름으로 대체 뭔 짓을 하는거야?’






‘내가 뭘 하고 있었냐고?’ 총잡이가 델마어의 손을 비틀었다. 


‘그럼 너는 내 사선에서 뭘 하던 건데?’






‘네 사선이라고?’






총잡이가 델마어의 머리 뒤편을 가리켰다. 


델마어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총잡이의 탄에 맞아 아직도 빙글빙글 돌고 있는 풍향계가 눈에 들어왔다.



‘구라가 아니라.’ 총잡이가 다시 으르렁거렸다. 


‘내가 널 노렸으면, 벌써 죽었어. 난 쏘고싶은 놈만 쏴...’






총잡이는 델마어의 손아귀에서 몸을 비틀어 돌더니, 도망가던 계집에게서 모자를 낚아챈 다음, 망토를 뒤로 젖히며 허리춤의 검을 드러냈다.


‘... 그리고 네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좀 더 나은 기수였더라면, 분명 안전했다고 보장하지.’






델마어는 하인리히의 고삐를 놓고, 손을 검 자루로 가져갔다.


‘이름을 모르는데, 나으리.’






총잡이의 손이 레이피어를 향해 조금 더 가까이 움직였다.



지브레히트 폰 마츠. 만약 네가 나를 검으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머저리라면.’ 


지브레히트는 왼손 새끼손가락을 들고,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보이며 말했다. 


‘내 인감에 뽀뽀나 하려무나.’








지브레히트는 만족한 듯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으나, 델마어는 이미 검자루를 쥐고 있었다. 


지브레히트도 재빨리 자신의 것을 움켜쥐었다. 


허나 채 뽑기도 전에, 관문이 쾅 열리더니 두 번째 기병대대가 달려나오는 탓에 방해받았다. 


군중들은 말의 진로에서 빠져나오며 두 결투자들을 갈라 놓았다. 


델마어는 뒤로 밀려났으나, 곧 사람들을 밀치며 상대를 찾았다. 







지브레히트를 본 찰나에, 다른 기사가 앞을 막아섰다.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린 데다가, 다리 중 하나는 나무말뚝이었으며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없었다.


‘델마어 폰 라인하르트? 지브레히트 폰 마츠?’






델마어와 지브레히트는 조심스레 검에서 손을 떼며, 동시에 ‘예’ 하고 대답했다.







‘수련 기사들, 들어오도록. 나는 페라크커 형제다. 라익스가드에 온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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