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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빈 찬합이라...더 살아 무엇하리!!"

농후한까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3 18: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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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괴문서]썼던 거 모음집
· [괴문서]썼던 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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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레찌!! 그리웠어!!!"

황금 같은 연휴가 끝난 다음 날. 트레이닝실로 들어서던 VVV팀 트레이너는 다짜고짜 날아드는 강렬한 충격에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아야만 했다.

"놔라 비블로스. 고작 며칠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엄살은..."

"고작 며칠이라니!! 비행기 타고 바다까지 건넜는데!!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었잖아!!"

"고향 두 번 돌아갔다간 실종 처리되겠군..."

자기 덩치는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달려들어 꼬리를 마구 흔드니 받아주는 것도 일이다. 간혹 대형견이 자기가 아직도 쬐끄만한 강아지인 줄 알고 앵겨드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

"...비르시나 씨. 왜 그렇게 노려보는 거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여간..."

그리고 옆에서 여동생에겐 뭐라 하기 싫으니 대신 트레이너에게 언짢은 시선을 던지는 비르시나.

허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숨기지 않는 것은 실수일까 고의일까. 아마 그 정답을 알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고, 고향은 잘 다녀오셨나요...?"

"오냐. 슈발 너도 잘 쉬었고?"

"네에..."

그나마 얌전한 것이 슈발 하나뿐이라니. 평소엔 옆에서 지켜보면 좀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이럴 때는 또 기특하기도 하다.

"그런데 또레찌 왜 빈손이야! 우리가 분명 돌아올 때 맛난 거 사오라 했잖아!!"

"설마...잊으신 겁니까?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블로스가 '특별히' 주문했던 간단한 부탁을!?"

"누굴 치매 노인으로 아나...당연히 가져왔다. 어제쯤 이쪽에 택배가 도착했을 텐데?"

"택배? 아..."

트레이너의 말에 뭔가 깨달은 듯. 슈발은 작은 탄성을 흘리더니 갑작스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슈발?"

"아...아뇨...어제 제가 받아서 들여놨는데..."

"잘했다. 우리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이니까, 상하기 전에 먹어야겠지."

"또레찌 마마가? 직접!?"

잠시 트레이너는 슈발의 미묘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였으나, 그보다 더욱 텐션 높게 끼어드는 비블로스 탓에 자연스레 대화의 화제는 트레이너의 부모님과 관련된 것으로 이동하였다.

"필요 없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또 잔뜩 싸주셔서 말이야. 하여간 아직도 내가 돌도 씹어먹던 어린애인 줄 안단 말이지."

"에, 또레찌 어렸을 때 돌 씹어먹었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부모 눈에 자식은 언제까지고 어린애라잖냐."

"흠, 확실히 그렇죠."

"비르시나 씨. 당신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왜 공감하고 있는 건데..."

"트...트레이너 씨 어린 시절은...저도 좀 궁금하네요..."

"별거 없어. 그냥 철없던 애송이 하나의 이야기일 뿐인데."

"헤에...또레찌도 어렸을 땐 철이 없었구나?"

"철이 없었으니까 고향 떠나 바다 건너서 여기까지 왔지."

"앗...그럼...두바이에 가겠다는 내 꿈도 설마...?"

"크흠...꿈을 향한 원대한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다. 나쁜 거 아니니까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

"또레찌..."

"...비르시나 씨. 얼굴에 구멍 뚫리겠는데 그만 좀 째려보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째 대화만 나눌 뿐인데도 기운이 빠져나가는 묘한 느낌.

이따금, 슈발 그랑이 자매들 사이에서 키에엑거리다가 트레이너에게로 도망쳐 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새하얗게 불타버린 모습의 슈발이 실로 의문이었는데...이제는 이해가 된다. 고작 잠깐 대화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힘든데 평소에도 같이 지낸다면 대체...

"자, 이야기만 하다간 밤새우겠다. 다들 맛 좀 보라고."

트레이너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방구석에 다소곳이 놓여있던 상자들을 번쩍 들어 그녀들에게 내밀었다.

"으...그...저..."

"왜 그러지 슈발?"

"그...그러니까...!!"

뭔가 말하고 싶은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슈발. 하지만 좀처럼 입은 열리지 않았고, 트레이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좀 진정하고 말해라. 시간은 넉넉하니까."

"그러니까...그게...!!"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트레이너는 굳이 그녀를 다그치는 대신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으나, 어째 슈발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 움직임이 거세지기만 하였다.

"묵직하다...이것이 어머님의 사랑..."

"으흐흥~또레찌의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음식~"

그러는 사이, 비르시나와 비블로스는 각자 상자 속 찬합을 꺼내어 입맛을 다시기 바빴으니.

"으어...어버버..."

동시에 슈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것도 연관이 있을까. 슬슬 트레이너도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순간.

"...또레찌? 이거 빈 찬합인데...?"

비블로스의 허탈한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는지 바닥이 반짝거리는 빈 찬합에 그의 얼굴이 되비칠 지경이었다.

"트레이너...그리고 어머님...이러실 필요까진 없으셨습니다..."

"어으으...우우아아..."

이어서 허탈한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리는 비르시나의 눈동자엔 이슬이 맺히고. 어째 슈발의 부들거림은 그 진동을 실시간으로 더해가니.

"또레찌...아니지...? 호, 혹시 내가 너무 어리광부려서 화난 거야...?"

"하...하하...트레이너 씨께서 더는 우리가 필요 없으시다는 구나! 더 살아서 무엇하리!!!"

트레이너는 바라보기만 해도 두통이 심해지는 둘을 잠시 외면한 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슈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슈발아. 빨리 자수하고 광명 찾자."

"그...죄송해요!! 제가 먹었어요!!!"

그리고 슬프게도, 언제나 좋지 않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대체 언제?"

"어제...그냥 언니가 시킨 도시락인 줄 알고...마침 출출하고 냄새도 좋아서..."

"슈발슈발아..."

"이...이건 역시 셋푸쿠 안건!! 배를 가르겠습니다아아아아!!!!!!!"

"급발진 멈추고 좀 얌전히 있으렴..."

"넴..."

"자, 다들 들었지? 슈발이가 배고파서 먹었댄다. 설마 귀여운 슈발이가 배고파서 먹었다는데 꼽줄 녀석은 없지?"

함께한 세월이 제법 쌓인 덕분일까. 트레이너는 익숙하게 슈발의 급발진을 멈춰 세운 후. 멘탈 나간 채 울부짖던 다른 두 말딸을 향해 슈발을 앞장세우며 상황 정리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럴 리 없잖습니까! 저는 언니니까!!"

"우우...그래도...또레찌 마마 밥...먹고 싶었는데..."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납득하는 비르시나와 달리, 비블로스는 미련을 끊지 못하며 울먹였고. 그럴수록 더더욱 땅바닥으로 향해 거의 지면을 파고들 정도까지 치닫는 슈발의 고개.

트레이너는 그런 비블로스를 살살 달래듯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울지마라. 집에 더 많이 있으니까 금방 가져다주마."

"정말...?"

"어르신들은 대개 애들 먹이는 데에 진심이시지. 사실 이건 나 먹으라고 싸주신 거고, 너희 몫은 따로 있어. 말딸들이 많이 먹는 건 유명하잖아?"

"한데 트레이너 씨. 그럼 당신 몫을 왜 저희한테..."

"나 혼자 처리하기엔 너무 많았거든. 나이 먹으니 위가 줄어들어서 말이야. 그러니 비르시나 씨와 여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 거지."

"그렇습니까...하지만 손이 많이 가셨을 텐데..."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어머니도 기쁜 마음으로 신나게 만드셨으니까. 감사히 먹는 것이 도리어 제대로 된 감사다."

"...어머님."

혼자 멋대로 감동하는 비르시나와 그저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 신난 비블로스. 어찌 이리도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화할 수가 있을까. 트레이너는 그것이 참으로 의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상황은 진정되었다. 이제 적당히 말딸들을 다독이고 좀 먹이면 이 소동은 완전히 가라앉으리라.

트레이너가 그리 안심하며 마음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크윽!! 또레찌의 마마가 또레찌를 위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맛볼 기회였는데!!! 슈바찌 혼자만 맛봤어!!!!!!!"

꽈아악!!!

갑작스레 비블로스가 슈발의 배때기를 한 움큼 꼬집어 당기며 그리 외쳤고. 슈발은 당황하면서도 차마 매정하게 떼어놓지 못하고 갈 곳 모를 손만 이리저리 휘적거리고 있었으니.

"크아악!? 무, 무슨!!?"

"슈밧치에게 주는 벌이야!! 당장 배를 까서 이리 내놓도록 해!!!"

"그러언...! 트레이너 씨 앞이잖아!! 차라리 나중에..."

"우왓...!? 이 무슨 탄력...실제 부드러움!! 언니!! 또레찌!! 한 번 만져봐!!"

"비블로스. 슈발이가 부끄러워 죽으려 하잖니. 비르시나 씨도 좀 말려야..."

"흠흠..."

"......"

은근슬쩍 스리슬쩍 비블로스 옆에 딱 붙어서 슈발의 뱃살을 주무르는 비르시나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또레찌도 얼른 만져! 이거 완전 말랑해!!"

"사양하지."

"아앙!? 지금 우리 슈발이의 뱃살이 만질 가치도 없다는 겁니까!!!? 만져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언니...제발..."

열심히 고개를 저으며 애원하는 슈발과 어서 만져보라는 듯 히죽이는 비블로스, 여동생 자랑에 눈이 돌아간 비르시나까지.

트레이너의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대1. 더 수가 많은 쪽의 손을 들어준다. 그것이 후폭풍을 최소화할 방법일 터이니.

그런 변명 아닌 변명을 속을 되뇌며, 못 이긴 척 손을 들어 슈발의 배에 살포시 얹는 것이었다.

"......!!!!!!!!!!???????????"

"호오...진짜 포동포동하군."

"그쵸? 우리 슈발의 뱃살은 최고죠!?"

"애기 뱃살같이 말랑해서 꽤나 기분 좋아."

"슈밧치! 또레찌가 슈밧치 뱃살 기분 좋데!!!"

"우리 슈발의 뱃살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일!!!!!!!!!!"

다만 트레이너의 잘못이 하나 있다면, 슈발이 얼마나 허접 개복치인지에 대해 잘 알면서도 그걸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그르륽..."

"슈...슈밧치가 뿅가 죽었어!! 이게 그...'복상사'인가...!?"

"슈발!!!!!!!! 정신차려 슈바아알!!!!!!!!"

결국, 트레이너의 마무리 일격에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린 슈발.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오열하는 비르시나와 비블로스.

"우아아아앙!!!!! 슈밧치!!!!!! 죽지마!!!!!!!"

"여동생의 원수...하이쿠를 읊으세요!!!"

"가지가지하는군..."

그 모든 광경을 그저 지켜볼 따름인 트레이너까지.

연휴가 지나도 언제나처럼 단란하게 여물어가는 가 족처럼 화목한 VVV팀의 하루.

겨울이었다.


++++++++++

크악

크아악 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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