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올린글에 여왕폐하(hms) 율리시즈호 소설 댓 있길래 책 내용 일부 올려봄.
브금을 재생하고 읽어보자
07시 02분. 블루 레인저는 어뢰 폭격을 받았다. 율리시즈는 항공모함의 우현에 있었다. 함교에 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2발의 폭발충격을 몸으로 느끼자 굉음이 새벽을 정적을 부셨고, 새빨간 불기둥 두 줄기가 블루 레인저의 함교와 그 뒤쪽에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신호병이 무슨 말인지 큰소리로 외치고 앞뒤를 계속해서 가르키는 것이 보였다. 어뢰였다. 그것은 항공모함의 꼬리를 스치고 선단 뒤쪽으로 창백하고 기분 나쁜 흔적을 남기면서 북극해의 암흑으로 빨려 들어갔다.
버렐리 함장은 전성광에 고함을 쳐 항공모함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20노트 이상의 함속으로 급선회를 지시했다.
함대는 심하게 기울이면서 바뀌었다.
중략...
율리시즈는 150피트도 떨어져 있지 않은 불타는 항공모함과 병행하여 선회했다. 그것은 새벽 어스름속의 처절한 사투였다.
굉음과 함께 타오르는 불기둥에 물든 뭉퉁한 연기 덩어리였다. 기함 율리시즈가 이탈해 갈 즈음, 비행갑판은 휙 기울어져 탑재한 그루만과 콜세어가 꼴사납게 바닷속으로 우르르 떨어져갔고, 경악한 사나이들의 얼굴에 얼음같은 물방울을 쏟아냈다.
중략...
블루 레인저의 운명은 거의 다했다. 배는 오른쪽 뱃전으로 큰 경사를 이루며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탄약과 연료탱크가 차례로 날아갔다. 갑자기 울리는 일련의 둔중한 폭발음이 해면에 울려퍼졌다. 함교 구조물 전체가 빙글 옆으로 기울어 지는가 싶더니 순간 정지했고, 그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의지가 있는 것처럼 거대한 쇳덩이는 검디검게 빛나는 바다속으로 넘어져갔다. 철제 벽 속에 갇혀서 몇몇 사나이가 북극해 바닥 깊숙히, 쇳덩이와 함께 가라앉았는지 알 길이 없다.
불의 바다였다. 몇 백 톤이라는 연료가 흐르는 해면은 조용하고 평탄하며, 이글이글 뒤틀리며 타오르는 불꽃의 카펫이었다. 언뜻 버렐리가 본 것은 그것이며 그뿐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갑작스럽게, 그리고 심장이 멈춰버릴 정도의 충격으로 그는 다른 것을 보았다.
불타는 바다는 발버둥치며 헤엄치는 인간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한 떼 혹은 수십 명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몇백 명이나 되는 인간이 물에 빠져 죽고 불에 타서 죽는다는 잔혹하리만큼 상반된 죽음의 방식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절규하고 발버둥치다가 숨이 끊어져 가는 것이었다.
바닷속의 인간에게 기름은 악마와 같은 물체이다. 기름은 팔다리의 움직임을 구속하고 눈을 태우며, 폐를 눌러 붙게하고 끝도 없는 구토의 발작으로 위를 찢어발긴다. 그러나 불이 붙은 기름은 훨씬 더한지옥이며, 고문이다.
물에 빠지고, 몸이 타고, 질식에 의한 숨막히는 그리고 비통한 죽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뼈까지 얼리는 북극바다에서조차도 얼어죽는 은총을 앗아간다. 기름으로 뒤범벅된 몸뚱이는 물과는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빈사상태의 인간을 영겁의 고문대에 올려놓고 고통의 마지막 마무리까지 정중하게 보존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든 것을 버렐리는 알고있었다.
그는 또한 불타는 항공모함의 윤곽을 드러내고 율리시즈를 정지하는 것은 자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 또한 전방의 해면에서 발버둥치는 사내들을 피할 시간과 공간은 있더라도 여기서 우현 급선회하는 것은 귀중한 몇분을 허비하고 유보트에게 선단을 향해 화력을 준비할 여유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었다.
그도저도 버렐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무겁게 그를 덮쳐 누르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적 감정이었다. 좌현 함수의 앞에서부터 블루 레인저에 이르기까지가 기름이 가장 짙고 불꽃이 가장 격렬하며, 헤엄치는 자가 가장 밀집해 있었다.
어깨 너머로 당직사관 쪽을 돌아보았다.
좌타 10도!
좌타 10도!
타 중앙.
타 중앙.
10, 15초, 율리시즈는 항로를 그대로 유지하고 일종의 원시적인 자기 방어 본능으로 수백 명의 안간이 한덩어리를 이룬 지점을 향해 불타는 바다를 똑바로 가르면서 나아갔다. 그들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부리치는 커다란 덩어리로 변해 각자가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죽어가는 자의 광란으로 울부짖고 있는 것이었다. 이내 한가운데에 거대한 마그네슘 백열 섬광과도 비슷한 화염의 거대한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빛은 어떤 사진용 감광판도 재현하지 못할 명료도와 지속성을 지니고, 그 자리의 광경을 함교에 있는 사나이들의 가슴과 뇌리에 각인시켰다.
불이 붙어서 인간 햇불로 변해 옷과 머리칼과 피부를 핥고 태우는 불길을 미친 듯이 두드려 끄려는 자가 있었다. 물에서 거의 온몸이 튀어 올랐다가는 다시 몸을 활처럼 뒤로 벌렁 젖혀 떨어지고, 보기 민망하게 경련하면서 불에 타며죽어가는 자가 있었다.
한면 전체에 기름이 흐른 평원에 드문드문, 작고 눈에 띄지않게 아무런 특별한 것도 없이 기름투성이가 된 구릉처럼, 물속에서 숨이 다해 누워 있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율리시즈를 보고 다음에 닥칠 운명을 알고 공포로 정신이 돌아서 인간의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일그러뜨리고 죽어서 편안해지기 전에 단 몇초라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늘려줄 안전지대를 향해, 죽어가는 자의 발광으로 발버둥치는 자도 있었다.
우타 30도! 버렐리는 목소리는 낮아서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으나, 그런데도 너무나도 충격이 큰 나머지 적막해진 함교에 크게 울려 퍼졌다.거의 동시에 흔들리는 배 옆구리 전체가 화염의 한가운데, 거의 죽게 된 사나이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곳으로 파고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순간의 고맙고도 자비심 깊은 말살이었다. 처참한 충격과 압력파는 그들의 목숨을 짓누르고, 그들을 익사라는 훌룡한 망각의 늪 깊이 내동댕이쳤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가라앉았다가 또다시 거대한 4개의 스크루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함 율리시즈의 사나이들에게는 이미 죽음과 파괴가 현실의 구체적인 모습이 되었고, 그것은 예의 무감동과 자조가 섞인 냉담으로 받아들여왔을 터인데도. 지금 그런 사나이들이 휘두를 데도 없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불쾌하고 헛된 저주의 말을 몇번이나 토해내고, 이제 어디랄 것 없이 아이들처럼 울고 있는 것이다.무참히 불탄 얼굴, 얼굴, 얼굴이 율리시즈를 올려다보고 기쁨과 희망이 빛나지만, 다음 순간 밀려드는 공포의 표정으로 굳어졌다. 그때마다 그들은 울었다. 율리시즈에 짓밟히기 직전에 증오에 가득 찬 사나이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고 욕설을 퍼부으며,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뚝뚝 떨어지는 기름 사이로 새하애질 정도로 단단히 틀어쥔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그들은 울었다.
아직 젊은 병사 2, 3명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신호를 보내다가 스크루의 커다란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갔을 때에도 울었다.
특별히 가슴을 도려냈던 것은 마치 쇠꼬챙이에 찔려 바베큐가 된 것처럼 아직 살아있는게 이상할 정도의 사나이 한명이, 그게 입이였으리라, 뻥하는 검게 열린 구멍에 흐물흐물하게 타버린 한쪽 팔을 가져다가 무한한 감사의 표시로 함교에 키스를 던질때 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반드시 있기 마련인 익살꾼 하나가 모피 모자를 머리에 단단히 쓰고는 정중하게 최대한의 경례를 하다가 그 모습 그대로 죽어갔을때 이상하게도 그들은 가장 크게 울었다.
- 알리스테어 매클린저, HMS 율리시즈호, 7장 수요일 밤 내용중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