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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미국 독립전쟁의 흔한 속설 중 하나.rifle앱에서 작성

ㅇㅇ(125.186) 2020.04.03 23:38:04
조회 4279 추천 4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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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적"인 유럽 전열보병 전술에선 장교는 쏘지 않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었는데, "신사들의 고상한 놀음"에 어울리지 않은 대륙군 민병들은 그딴 관행 씹고 장교를 저격해서 거센 비판을 얻어먹었지만, 대신 유연하지 못한 레드코트를 누르고 독립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1. 장교를 안 쏘는 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프로이센군 장교 Ernst von Barsewisch의 1760년 리그니츠 전투 경험을 보면 아님.

"(전략) 나는 소대에 배속된 두 명의 엽병(Jaeger)에게 명령했다.

"엽병, 저 말에 탄 연대장을 저격하게!"

두 사람의 엽병이 소총을 들어 총구로 그를 좇고 발포하기까지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적 장교는 낙마했고, 기수 없는 말은 줄행랑쳤다. (후략)"

Barsewisch, C.F.R. von. Meine Kriegs-Erlebnisse während des Siebenjährigen Krieges. p. 113.



보다시피 잘만 쐈음. 물론 퍼거슨이 워싱턴을 쏠 기회가 있었는데 물러섰다는 미담? 같은 이야기들도 간간히 있지만...



#1.1. 대륙군도 저격이란 메타에 마냥 흥분하지만은 않았음.



대륙군 소총병 John McCasland의 회고를 보면,

"우리는 집에 다가갔고, 안뜰에 덩치 큰 헤센 용병 하나가 보초를 서고 있는 걸 보았다. 일동의 만장일치 결의에 따라, 우리 중 가장 뛰어난 사격실력을 지닌 맥코먼 소령 또는 나, 둘 중 하나가 초병을 저격하기로 작심했다. 제비뽑기 결과 내가 당첨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를 살인할 만큼 냉혈한이 못 되었기에, 적의 허벅지를 쏘기로 마음먹고 소총을 엉덩이에 겨눴다. 적은 바지 뒷주머니에 양철 담뱃갑을 넣고 있었는데, 총탄은 담뱃갑에 되튀어 허벅지에 명중했다."

- Dann, J.C. The Revolution Remembered, p. 156

이렇게, 그냥 당시 사회상 자체가 저격을 싫어하는 분위기었음. 하긴, 생각해 보면 현대라고 다를 것도 없겠구나 싶고. 저격수 = 살인자 마인드는 세계대전 때까지도 팽배한 심리였으니깐.



#2. 영국군은 "신사적으로 고상하게" 전열전술을 고집했다?



"(전략) 그치들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명사수들이라고 뻐겨대지만, 보통의 사냥감은 수석총과 총검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걸 망각했나 보오. 반란군의 지도자들이 이 불쌍한 무지렁이들에게 뭐라 주입해 놓았는지, 원! 자기네들이 어릴 때부터 총질하며 자라났으니 최고의 병사감이라 자신하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단순히 명사수인 것만이 정예병의 요건은 아니리라 한 수 배웠을 거라 믿소. 나 자신도 얼마 전, 이들이 프로그넥(Frogneck)[1]에서 패배하는 걸 목격했다오.

내 중대와 근처의 다른 중대 하나, 이렇게 두 부대가 내 지휘하에 있었고, 약 백오십에서 이백즈음 되는 적 소총병들은 그들이 으레 선호하는 거리인 이백 야드(183m) 거리 떨어져 일곱 시간 가량 교전에 응했다오. 적은 방앗간과 건물, 낮은 벽 따위에 잘 엄폐되어 있었고, 우리는 수목밖에 없는 데다가, 우리가 적을 채 찾기 전에 선제공격당한 고로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소. 나는 내 병사들에게 나무와 바위 뒤에 몸을 숨기라 지시한 이후, 경보병들 중 자원자를 차출하여 적과 보다 가까운 덤불로 향하여 소총병들과 교전할 것을 지시했소.

이렇게 간헐적인 총격은 산발적으로 지속되었고, 아군은 단 한 명도 상하지 않으면서 적병 몇을 해치는 데 성공했소. 개울을 사이에 둔 우리 경보병들과 적 소총병들은 이틀, 사흘 동안 싸웠는데, 적 장교 하나를 더불어 몇 명을 사살하는 동안 아군의 피해는 끝내 나오지 않았소. 그리하여 지친 적은 마침내 포기했소.

이 일은 일반 수석총으로 무장한 냉정침착한 보병은 쉬이 소총수를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오. (후략)"

- 1777년 1월 10일, William Dansey 중위가 집으로 부친 편지 中.

[1] 편지 저자의 오기로, 1776년 10월 뉴욕 쓰록스넥(Throgsneck) 전투를 이름.



물론 이건 수천 통의 편지 중 단 한 통이고, 댄지 중위가 소총 싫어하는 틀딱꼴통 장교였을 수도 있긴 함. 하지만 이런 경우는 독립사례가 아니었고, 아예 영국군 내 지침도 전열보병의 경보병식 운용을 장려했음. 제71보병연대에게 내려진 지침을 예시로 들면,



"대대가 삼림에서 교전할 시, 각 중대의 앞에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분대(Section)가 차출되어야 할 것이다. 분대는 장교의 지휘를 받아야 하며 적의 방향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 수풀, 바위, 틈새, 울타리, 벽, 간단히 말해 모든 종류의 엄폐물을 기용하여 몸을 숨겨야 할 것이다. 전투 신호가 내려지면 분대의 모든 병사는 그의 정면에 있는 가장 적절한 표적에 총을 겨누고, 장교의 지령 없이 임의로 사격을 개시할 것이다. 장전, 조준, 사격의 과정은 전투 중지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방해받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분대를 지휘하는 장교들은 각각의 분대가 잘 산개하여 있는지, 그리고 분대원들이 적절한 엄폐물 뒤에 안전히 몸을 숨겼는지 각별히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병사들에게 어느 방향이건 이동 명령이 내려지면 그들은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날렵하게 움직이며 계속해서 장전, 사격을 이어 나갈 것이다. 적군의 와해가 확인되면 착검 후 돌격 지시가 허가된다."

- Order Book, Standing Orders of the 71st Regiment. p. 8-9.



또한 영국군은 장전이 느린 오합지졸 민병대를 카운터칠 최적의 전술을 알고 있었음.



국왕의 군대는 롱아일랜드의 적에게 '재빨리 다가섰고(briskly marched up to)', 채터튼 언덕을 '재빨리 등정했으며(briskly ascended)', 브랜디와인에서는 '겁 없고 신속하게 진격(advanced fearlessly and very quickly)'하는가 하면 베미스 고지에선 '경보(quick step)'로 진격했다. 클린턴에서는 '지면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속도로(with as much velocity as the ground would admit)' 약진했고, 몬머스에서는 '아주 빠른 행군 후 재빨리 다가가(after a very quick march moved up briskly)' 적과 교전했다.

가장 구체적인 표현으로, 카우펜스 전투에 참전한 한 반란군 민병은 나중에 '영국 전열은 일종의 재빠른 속보로 진격하며 큰 환성을 질렀다'고 회고했으며 다른 이들은 왕의 군대가 '승리를 확신한 듯 신속하게' 다가왔다고 증언했음.

위의 괄호는 전부 다 전투 참전자들의 실제 증언임.

- Spring, Matthew. With Zeal and With Bayonets Only 中.



#3. 영국군의 고위 장교들이 대거 죽어나가고 영국군이 그걸로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한 부대의 사령관급이 저격당한 사례로 유일하게 '알려져' 있는 건 1777년 새러토가 전투, 버미스 고지 공방전 중에 영국군 Simon Fraser 준장이 대륙군 Daniel Morgan 대령의 지시를 받은 소총병 Timothy Murphy 하사에게 저격당했고, 곧이어 달려나온 연락장교이자 프레이저의 수석부관이었던 Francis Clerke 경도 저격당했단 거임. 이 프레이저 저격이 성공적인 장성 저격의 유일한 사례.

문제는 이 썰이 처음 돌기 시작한 게 1835년, 머피가 자연사한 지 17년이나 지나서였단 거. 저격이었다는 근거가 전무할 뿐더러, 설령 저격이었어도 모건의 라이플연대는 저격으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음. 당장 버미스 고지 공방 직전의 프리먼 농장 전투에선 똑같이 프레이저가 이끄는 영국군 24연대에게 밀려난 일도 있었는지라.

뭐, 장성급 숫자야 원체 적었으니 그렇다 쳐도, 그러면 영관급 피해는 컸을까? 를 살펴보면 그 또한 글쎄올시다임. 오히려 한 익명의 헤센 용병은 대륙군 소총병의 기량을 폄하했음.



"독일제와 비슷한, 하지만 총신이 극단적으로 긴 소총으로 무장한 아메리카 소총병들은 장장 마흔 시간 가량 우리에게 쏘아댔고, 도노프의 예거들은 크로아티아인들마냥[1] 배를 납작 깔고 기어다녀야 했다. 적은 이천 발의 총탄을 쏘아대었지만, 아군으로 말하자면 고작 열두 명이 상했고 엽병 한 명이 전사했을 뿐이었다."

- Atwood, Rodney. The Hessians, p. 65.

[1] 오스트리아 국경지대의 그렌저(Grenzer) 유격병을 말함.



미국 독립전쟁에서 죽은 영국 장교들이야 당연히 꽤 있긴 있었는데, 그건 어느 전쟁이던지 다 있었음. 나폴레옹 전쟁쯤 되면 장군들도 여럿 죽어나간 망정에 뭐 이 정도면, 그리 특별히 지휘관에 피해가 치중되어 발생했다 말할 정도는 아님.



요약 :

1. 미국 독립전쟁의 "사냥꾼 출신 저격병이 레드코트 쳐바름 ㅎ" 신화는 대단히 과장되어 있다.

2. 영국군도 7년 전쟁 때 구르면서 유격전 산병전 요령 다 습득한 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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