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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진짜 존나 무서운 게 맞다

ㅇㅇ(121.127) 2023.09.14 17:38:33
조회 22523 추천 4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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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소변 검사에서 니코틴이 검출됐을 만큼 간접흡연에 시달린 혐연자다.


성인이 되어서 부류연 냄새에 거부감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혹시 난 이미 중독자가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확인해 보고 싶어서 뭐 비스틱?인가 일회용 하나를 샀다. 길고 긴 간접흡연 경험으로 니코틴 상성이 강할 거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그보단 호기심이 컸다.


지금 생각하면 참 병신 같다. 7초 내에 니코틴 1mg이 들어가야 효과가 나는데 그것도 몰랐으니까.


처음 빨았을 땐 목에 싸한? 청량한? 고통에 기침 조금 나오고 별 느낌 안 들더라. 그래서 '뭐야, 나 진짜 이미 중독된 건가?' 하고 두세 번 더 빨았다. 이때 불안감은 최고조에 도달했고 당장 나가서 편돌 할 때 많이 팔리던 마쎄 곽을 하나 사 왔다.


근데 연초는 확실히 다르더라. 어릴 적 시골에서 맡았던 쓰레기 탄 냄새에 목 뒤의 쓴 내, 텁텁함, 쩍쩍 마르는 입은 말할 것도 없고,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한 기침에 내 몸에 실시간으로 독극물을 주입하고 있다는 그 공포감이 급이 달랐다.


두 모금 만에 바로 냅다 버리고 가려던 찰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한 개피를 더 태워서 기억에 각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땐 두 번째라 속담이 살짝은 가능했다. 그마저도 기침으로 다 뱉었지만.


그때 흡연자들이 말하는 싸한 타격감과 상쾌함, 순간 술에 취한 듯한 어지럼증과 함께 잡생각을 못 하게 강제로 밀어내는 느낌이 들었고 "이게 '스트레스 해소'의 역할이구나"라고 느꼈다. 굳이 비유하자면 쓰레기 태운 독한 연기를 목캔디와 함께 넘기는 느낌이다. 물론 당연히 머리 아프다고 정강이 때리는 격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 없다.


아무튼 내 유일한 흡연 경험은 매우 끔찍했고 다 합해 8모금 남짓 빤 꽁초와 남은 담배를 미련 없이 집 밖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혹여나 눈에 다시 들 않도록.


근데 그 이후부터 나도 모르게 후~ 하고 긴 숨을 뱉고 자꾸 담배를 입에 물고 빠는 내 모습이 상상 됐다. 거기에 더불어 희미하게 허전한 입의 감각과 "다음 번이면 커피처럼 쓴 맛을 넘어 그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쓸없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는 시가를 피우는 꿈까지 꿨다. 이건 진짜 소름 돋았다. 차라리 진짜 호불호 강한 음식이었다면 별 생각 없이 도전하거나, 그냥 안 맞더라 하고 넘기지 않겠는가.


더 무서운 건 이게 진짜 피고 싶은 건지, 한 번 시도해 보고 생각보다 별거 아니란 느낌에 마음 속 장벽이 사라진 건지, 아님 그토록 혐오하는 담배를 호기심 하나 때문에 입에 댔다는 강렬한 기억과 죄악감 때문인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었다. 이걸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닌가?


이게 진짜 딱 3분 정도 지나면 싹 사라지더라. 근데 그냥 불안감인지 흡연 충동의 완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근데 또 한참 시간을 보낸 후에 정적이 오면 여러 잡생각과 함께 이따금 담배 생각이 몰아쳤다. 피고 싶다? 라기 보다는 진짜 말 그대로 담배라는 개념과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금단 증상이 줄어든 건지 마음이 편안해진 건지, 더 이상 담배 생각이 들지도 않고 들어도 별 감흥이 없다.


다행히 지금은 몸으로 배운 '모르는 게 약이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목숨 걸고 죽어도 피지 않을 거라 다짐했고, 주변에도 얘기해 놔서 내가 무너지더라도 담배를 물었다간 능지처참을 당하는 처지라 다시는 입에 물 일 없겠지만, 흡연 장면을 보면 그저 눈살이 찌푸려졌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별 감흥이 없다. 마음 속에선 나도 이미 동류라고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담배를 있는 그대로 혐오하던 지난 날과 달리 '필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내가 묘하게 슬프다.


주위 친구들도 '죽기 전에 그냥 뭔지 딱 한 번의 경험 정도는 괜찮잖아. 그러고 안 피면 되지.'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 경험이 있고 반 갑을 피우고도 역시 안맞다며 아무렇지 않게 편안히 사는 놈들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나 또한 음주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본가에도 술고래가 많지만 딱히 즐기지도 않고 찾지도 않는다.


뭐 각자 배경이야 다르겠지만, 난 꼴랑 2개피다. 그 마저도 거의 피우지 않았다. 나보다 몇 배는 고통스러워하는 금연러들은 코웃음 치며 호들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 역시 그러길 바라지만, 약물 중독과 불안감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 내 마음인가 머리를 싸매는 당시엔 얼마나 오래 갈 지 몰라 매우 고통스러웠다. 평생을 이 몇 모금 때문에 금연과의 싸움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고, 눈물도 났고 괴로웠다. 게임은 세이브 로드라도 있지 이건 현생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몇 모금으로도 멘탈이 박살나는 나와 달리 금연을 하는 여기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결론은 절대 피우지 마라. 궁금해하지도 마라. 하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꼭 금연, 금주 성공하고 행복한 현생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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