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YOASOBI의 신곡 [다이쇼 로망]의 원작 소설입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신곡을 듣기전 원작소설의 내용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후딱 번역해왔습니다.
모쪼록 재밌게 봐주세요.
※ 소설을 의역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공식 번역이 아닙니다. 오역이 있을수 있습니다.
※ 오역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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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요코
잘 지내? 나는 오늘 막 기말고사가 끝났어. 이제 여름방학을 기다리고 있어.
치요코는 분명히 "기말고사가 뭐야? 그 시대의 여름방학이란건 무슨느낌이야?" 하고 흥미진진하겠지?
학교에서 배운 걸 얼마나 알고 있는지 시험보는게 기말고사야. 이번 범위가 에도시대까지였으니까, 가을부터는 치요코가 사는 시대도 배우게 될거야.
여름방학은 한달정도라서 숙제도 많고 동아리도 있고 하니 꽤 바빠지려나. 뭐 친구랑 노는 게 가장 재밌지만!
그러고 보니까, 내 이름 읽는 방법을 모른다니 이제와서 너무 새삼스러운데?ㅋㅋㅋ
토키토 라고 읽어.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마음에 들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수험생인 나에게 치요코의 편지가 많이 도움되고 있어. 정말 고마워.
토키토가
2023년, 여름.
몇개월 전부터 나는 다이쇼시대에 사는 여자아이와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편지가 어떻게 전해지는건지 자세한 방법은 모르겠지만, 나는 진짜로 그녀가 다이쇼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은채 조금이라도 일본사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계속 쓰고있다.
...아니, 사실 진짜 이유는 그녀와 대화하는게 재미있기 때문이지.
그녀의 편지는 남학교에 다니는 나에겐 정말 근사하다.
그녀가 적은 단어들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상냥하다.
첫사랑이 다이쇼 시대의 여자아이라니.
뭔가 엄청 로맨틱 하잖아? 이게 다이쇼 로망인건가? 그건 아닌가.
이 얘기는 믿어줄리가 없으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쪽도 그런것 같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니, 그녀로부터의 편지가 더욱 기다려졌다.
토키토에게
편지 고마워.
미안미안, 이름 읽는법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니까.
토키토 라고 읽는거구나. 무척이나 멋있게 들리는걸.
기말고사도 여름방학도, 내가 궁금해하는걸 전부 알아줘서 기쁘다.
여름방학 공부 힘내. 나도 토키토의 편지 보고 힘내서 집안일이랑 동생들 매일매일 잘 챙길게.
가을부터 배운다는 내 시대의 얘기 나도 알고 싶어. 그렇지만 알아버린다면 앞으로 인생이 재미 없어지겠지?
머릿속으로 미래와 토키토의 시대를 상상하면서 기대하고 있을게.
오늘은 있지, 엄청 꾸민채로 친구랑 긴자 거리에 놀러갔다 왔어.
새빨간 입술연지를 바른 예쁜 언니들이 많아서 '나도 몇 년 있으면 저렇게 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예뻐진채로 토키토를 만나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면서.
치요코로부터
그녀가 내게 편지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들었었다.
그녀는 느닷없이 백년 후 도쿄의 길거리나 문명에 대한 것들이 떠올라서 이것저것 상상을 부풀리며 종이에 써 본듯 하다.
볼일이 있어 자리를 뜨니 종이가 사라져 있었다고.
누가 이면지로 썼나 하고 별로 개의치 않아하며, 그 일에 대해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백년 후의 미래로부터 답장이 오기 전까지는.
수신인도 송신인도 적혀 있지 않은 종이가 책상에 놓여 있었다.
펼쳐보니 '백년 후'라는 제목이 보이고 아래에는 뭔지 잘 모르겠는 내용들이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동생이 장난으로 적었나 싶었지만, 백년 후라고 써진것 치고는 이미 있는 것도 적혀 있어 ("원하는 대로 옷이 빨아지는 기계가 생겼다"는건 분명 세탁기를 말하는 걸거다) 도무지 목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쎠져있는 내용들이 재미있었기에 나는 그 종이 뒷면에 지금 존재하는 것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답변하듯이 써내려갔다.
그게 또 어느샌가 시대를 뛰어넘어 다이쇼 시대까지 전해졌다는 것이다.
치요코
어른이 된 치요코는 예쁠것 같아. 우리도 이제 5년이 지나면 어른이네.
미래는 벌써부터 알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내가 보낸 첫번째 편지때문에 앞으로 발명될 물건들을 다 알아버렸네ㅋㅋㅋ
오래오래 살아서 세탁기 써보면 분명 감동받겠어.
그보다 치요코가 엄청 오랫동안 살게 되면 어릴때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도쿄에 살고있으니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잖아?
나도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보고 싶다.
토키토가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만나고 싶어. 좋아하니까.
그러나 마지막 문장은 뱉어내지 않고 삼켜냈다.
순수하게 시대를 뛰어넘는 편지에 흥미를 가져 나에게 편지를 쓰는 그녀에게 그런말을 전해버리면 분명 나를 기분나빠 할테니까.
편지는 언제나 쓰고나서 딱 10일이면 그녀에게 도착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아무리 빨리 답장을 쓰더라도 도착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편지 말고 그녀에게 스마트폰을 전해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매일매일 연락 할 수 있는데다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화면 너머로 웃는 얼굴을 볼 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니 그녀는 여러 기계들의 발명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에 대해서만은 이해도 상상도 전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었지.
어쩌면 당연한가. 매일 사용하는 나조차도 구조를 전혀 모르니까,
토키토에게
편지 고마워.
정말로 이제 많은걸 알게 돼버렸네.
세탁기도 써보고 싶고, 에어컨이랬나?
그런게 있다면 집에서 안나가게 돼버릴것 같아.
미래에 생기는걸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지만 아무도 믿지 않겠지? 좀 분한걸.
토키토와 만날수 있을때까지 반드시 오랫동안 살아있을게. 약속이야.
토키토를 만나면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이제 여기에 써도 될까?
토키토, 좋아해.
너무 너무 보고 싶어.
토키토와 손을 잡고 도쿄의 거리를 걸어보고싶어.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느 시대더라도 가고 말거야.
미안 갑자기 이런말 해서. 기분 나쁘지?
이런 편지는 버려도 돼. 답장도 억지로 안 써도 괜찮아.
그저 전하고 싶었어.
치요코로부터
그녀로부터 그런 편지가 와서 너무 기뻐 절규하다가 엄마에게 혼난 것은 여름방학 마지막 날의 일이었다.
초등학생 동생이 산더미 같이 쌓인 숙제 때문에 조용하다보니 내 고함소리가 더 크게 들렸을 것이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어느덧 여름이 끝나간다.
그날 밤, 나는 저녁을 다 먹고나서 아빠가 보고 있는 뉴스 방송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슬슬 방에 돌아가서 내일을 준비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서려 할때,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내 머리속은 완전히 새하얘졌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날로부터, 내일로 100주기를 맞습니다.]
관동대지진. 일본사가 젬병인 나조차도 알고 있는 초유의 대재해다.
당황하며 스마트폰을 꺼내고, 관동대지진을 검색한다.
1923년 9월 1일 발생. 사망자 대략 10만 5천명, 여기 도쿄는 7만명.
...괜찮아, 아직 그녀가 사고에 말려든게 아니잖아.
그렇게 믿어보려 할수록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어딘가로 멀리 도망가라고 편지를 쓰자.
지금은 고백답장이 중요하지 않았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 1분 1초라도 빨리 이 편지가 그녀에게 전해지길.
도착까지 열흘이나 걸릴 필요 없잖아요. 하느님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할테니까요.
치요코에게
부탁할게요.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먼곳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주세요.
내일 믿을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지진이 도쿄를 덮칩니다.
진정되었다면 다시 편지를 보내주세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습니다.
토키토가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완전히 겨울이 되었다.
그 이후 그녀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오지 않는다.
몇번인가 편지를 써봤지만 보내는것은 더이상 불가능했다.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일본사 문제집을 푼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그날 이후로 이 연호를 잊어버린적은 없다. 그런다한들 더이상 아무 쓸모없지만.
어째서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나는 몇번이고 나를 책망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장마도 막 끝나가던 어느 비 내리는 날, 나는 반에서 친해지게된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
친구의 집에 가니 상냥해보이는 할아버지가 마중 나와주셨다.
[친구인 토키토야. 시간(토키時)을 뛰어넘다(토翔)라고 써. 이름 멋있지?]
친구의 소개에 이어 실례합니다, 하고 가볍게 인사하니,
[토키토...어서오렴, 편히 있다 가거라.]
라고 조금 놀란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돌아갈때 즈음,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한장의 종이를 건네받았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길가에서 우산을 쓴 채 종이를 펼치니, 거기에는 낯익은. 내가 줄곧 기다리고 있던 글씨가 있었다.
빗소리가 멀어진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그때의 여름으로 돌아가 있었다.
토키토에게
그땐 편지 고마웠어요. 저는 재해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지금 이렇게 오래 살아갈수 있게 됐습니다.
지진 재해를 당하고 몇주후에 집이 있던 장소에 가보니 토키토의 편지가 떨어져있었어요. 다른건 다 타서 없어졌는데도요. 불이 꺼지고 나서 도착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를 도와주려고 해줘서 고맙습니다. 토키토의 편지를 읽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전 제 마음을 그렇게 맘대로 내뱉었었는데도...
바로 답장을 썼지만 더이상 그쪽 시대에는 편지가 닿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아들이 토키토를 만나게 될 기적을 믿고 이 편지를 보냅니다.
그러고 보니 세탁기도 에어컨도 모두 이 눈으로 볼수 있었어요. 세탁기는 세상 누구보다 내가 먼저 구상한거라고 혼자서만 생각하지요. 그 밖에도 토키토가 말했던 많은 기계덕분에 생활이 풍족해졌습니다.
저는 병으로 곧 세상을 떠납니다. 다음 달에 80살이 되니까 그때까지는 힘내보고 싶네요.
토키토, 우리 미래 어딘가에선 만날 수 있겠죠?
기대하고 있어요.
치요코로부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날과는 다른 따뜻한 눈물이었다.
살아 있었다. 그녀는 그 지진 재해를 뚫고 그렇게나 동경하던 예쁜 언니가 되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나를 떠올려내 편지를 써 주었다.
스마트폰과 같이 본인들조차 구조를 전혀 모르는
편지의 왕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여러 장소의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여러 시대의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기회가 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문득 떠올리며 나도 그녀처럼 미래의 일에 대한 이런저런 상상을 부풀려 본다.
나도 오래오래 살아서 여정 이야깃거리 잔뜩 가지고 갈 테니까 기다려 줘, 치요코.
그렇게 다짐하자 그녀가 미소를 지어준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이제 올해도 여름이 시작된다.
나는 우산을 접고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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