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3

위의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

-지난 이야기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나가이 고 센세의 프로덕션에서

답장이 올 기미가 안보이길래

다시 한번 직접 메일을 넣어봤지만,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나가이기념관에서 메일이 한통 왔는데

전신마괴의 광고를 나가이 고 센세가 그렸다는

기록이, 보관소에 저장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걸 읽은 순간 느낌이 싸 했다.

저번에 캥거루쉑이 알려준 스캔본의 기억은

가디언즈의 설정이 아닌

전신마괴의 설정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까..후..시팔..

이 쉑한텐 고마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본의 S에게서 드디어 답장이 왔건만

설상가상으로 인스트럭션을 공개하거나 팔 생각이 없다는

답장이었다.

하긴 이해는 한다.

그 높은 가치가, 세계 유일한 정보이기에

책정되는 것 일테니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진 않을테다.

글이 길어질까봐 적지는 않았는데

그 이외에도 쓸모없는 수확이나 오지 않는 답장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근데 진짜 쓸모없는 것들 뿐이다.

예를들어, 의외로 팬아트가 많다는 정보 같은 것 말이다.

이제 남은건 게메스토(잡지)에 실린 정보 뿐이다.

지난번 일본국회도서관을 확인 했을때

159호가 결본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이였다.

어느 중붕이의 댓글 덕분에

159호를 입수할 가능성이 생겼다.

매우 감사.

2013년부터 시행된 일본도서관 디지털화가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원격으로 자료를 신청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는데

그게 또 아무나 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모교였던 대학의 문헌정보팀에게 부탁을 해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접열람 외에는 금지된 자료라서

신청이 불가능 하다는 답장만 날아왔다.

팀장님은 몇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른 방법을 알아봐 준다고 했었다.

결과가 안좋아도 친절함에 기분이 좋았고

아무튼 다른 방법이 있긴 했기에 괜찮았다.

그건 친구 H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이게 좀 부담스러웠던게

H는 네리마구에 거주했기에

도서관 왕복과 자료열람을 포함하면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게다가 도서관이 개같은 코로나 탓에

주간예약추첨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하여튼 이래저래 미안한 부탁이었지만

H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그리고 2주일.

드디어 결과물들이 도착했다.

왼쪽이 157호고 오른쪽이 159호다.

보글보글2 부터 철권, 록맨 파워배틀, 킹오파 등

온갖 레전드 게임들이 즐비한 시대이기에

읽는 것만으로 시간가는 줄 모를 뻔 했지만

아무튼 목표물은 그게 아니니 빠르게 자료를 확인했다.

위의 페이지가 지난 글에 말한 157호의 자료다.

일본의 Y가 반프레스토에서 취재하고, 정보가 거의 없어서

자신의 플레이 경험 위주로 수록했던 그 칼럼이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 건질만한건 이것들 뿐이었다.

-길리언 젤브스토(썬구리/길리언 엘다인은 틀린 이름)

가디언즈의 리더이자 최강의 전사.

오른손에 달린 건 바이오메탈

-젤디아(천사)

날개를 단 전투 바이오로이드

-진레이(닌자)

공아류인술 최후의 전승자

카게히사(닌자도)와 마령으로 싸운다.

-류 텐메이(도사)

선술을 사용하는 수수께끼의 중국인.

-흑기사(금발 눈나)

다채로운 발기술을 사용한다

-P.벨바(로봇)

가디언즈에 배치된 최고성능의 대인전투 자동보병

-털스크 도르만(근육맨/털스크는 풀네임 아님)

특수훈련으로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은 남자

-스컬뷰레(괴물)

싸우기위해 만들어진 전투생물.

온 몸을 무기화 하여 싸운다.

길리언 엘다인(좆무위키 및 세간에 퍼진 정보)가

틀린 이름이라는 것과

닌자의 공아류라는 설정 빼면

사실상 건진것은 없다.

이게 끝이다.

그리고 다음 159호는, 전혀 생각치 못한 자료가 나왔다.

이전 글의 시니어 G가 말한 또 하나의 스캔본의 설명과

대략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아마 이것을 지칭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계 지성이 세계를 관리하는 시대.

"포덤" 이라고 불리는 중추체와 동화를 통해

세계 지배를 꾀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구 최강의 실전부대

가디언즈가 싸운다.

게임은 12월 말에 출시되었지만

11월부터 출시 예정을 잡고 있었다는 것 정도.

그래도 큰 스토리를 알아낸 것만으로

충분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류비, 책 값, 수고비, 배송비 등으로

돈을 생각보다 꽤 썼는데도

결국 1차 목표인 인스트럭션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끝나버렸다.

좋은 정보들을 얻긴 했지만

아무튼 미완성인채로 이번 모험은 끝나게 되었다.

원래 이렇게 끝날 것이란것을

조사 막바지에 예견하고 있었다.

분명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잡지가 도착하기 까지

약 2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었기에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한

굉장히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해 보았다.

바로 개발자의 신상을 특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번 글에 말했다시피

익명을 쓴 사람과 하꼬들만 모인 제작진을 찾는 건

역시나 불가능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작인 전신마괴의 제작진을 특정해 보려고 했다.

전신마괴에서 그나마 신상특정의 가능성이 있는 두명이 있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참여한 개발자 A와

마리오 시리즈에 참여한 개발자 B.

몇번의 시도 끝에, A의 신상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의 커리어는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분명, 94년도에 퇴직한데다가

95년에 발매한 가디언즈의 개발자 목록에 이름이 없는데

A는 가디언즈에 참여한 것 뿐만 아니라

기획 및 디자인 등, 게임 제작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사실상 이 사람이 대장이라는 의미다.

많은 궁금증을 껴안고

메세지를 보내고 하염 없이 기다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26년전에 만들어진 미완성의 게임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게 며칠뒤, A에게서 답변이 왔고

나는 A와 실시간 메신저로 약 2시간 가량 대화했다.

그리고 A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진실을 꺼내놓았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세계최초로 공개되는 이야기다.

때는 1989년.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A는

연이 닿아 윙키소프트에 게임 디자이너로 들어간다.

그리고 슈로대나 히어로 전기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하며

짬밥 좀 먹은 A는, 반프레스토에 자신의 기획이 통과 되어

디자이너에서 기획가로 직책이 변경되고

최초로 자신이 기획한 게임, 전신마괴를 제작하게 된다.

이후 전신마괴의 제작이 끝나고, A는 다시 한번

동인들을 모아 전신마괴2를 제작하는데 착수한다.

그리고 동시에 고스트 체이서 덴세이(전신마괴 이식판)또한 제작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전신마괴의 퍼블리셔는 반프레스토였는데

제작 당시에는 제작에 거의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전신마괴가 개쪽박을 찬 성적을 들고 오자

반프레스토의 생각은 180도 변하게 된다.

전신마괴2에 기대를 걸고 투자하기 어려워진

반프레스토는, 직접적으로 게임제작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A가 말하길 납득 할 수 없는 조건들의 연속이였다고 한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것은

프로젝트의 백지화였다.

전신마괴가 개판이기 때문에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반프레스토는, A의 팀에게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길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까지 존재했던 상세한 설정들은 싸그리 삭제되었다.

즉, 나는 유령을 쫒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전신마괴2는 "가디언즈"라는 타이틀로 변경되고

전신마괴와는 완전히 다른, 개별의 게임으로 제작된다.

쉽게 말해서 전신마괴의 후속작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게임을 갈아엎음과 동시에

캐릭터 디자인의 권한을 퍼블리셔가 가져가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제작할 것을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전작의 주인공인 덴세이와 히로인 이요는

완전히 삭제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길리언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리잡게 된다.

또한 다른 캐릭터들도 외관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분명 반프레스토는 게임을 갈아 엎는다고 했다.

A는 길리언이 주인공이 된 것은 타이틀과 큰 관련이 있다고 했다.

충격적인 결론부터 말하면, 전신마괴의 길리언과 가디언즈의 길리언은

동일인물이 아니다. (애초에 성이 다르다.)

(ギルリアン（前作BOSSと同一個体ではない。）)

본래 마괴에게 지배당한 1작의 길리언이

지배에서 벗어나 조력자로 출현한게 2작 길리언이라는

느낌으로 출시하려고 했지만

싸그리 갈아 엎어지고, 전혀 다른 인물로 만들어지게 된다.

중핵체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

가디언즈의 리더라는 설정으로.

이밖에 흑기사나 젤다인, 벨바도

비슷한 이유로 전작과 동일인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헷갈리게 전작의 요소를 넣어놨을까?

모션, 이름, 디자인 등 비슷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대한 이유로 A는 존나 짧은 납기일(약 5개월로 추정)과

존나 짜디짠 예산 때문이라고 했다.

게임을 한번 갈아 엎은데다가

납기일은 짧고 예산은 없고

게다가 전신마괴2를 만들고자 했던 개발자들의

반발심까지 합쳐져서

전작에 있던 것들을 일부 가져오게 된 것이다.

94년 중순, 그렇게 게임은 미완성인 채로 납기된다.

사운드나 설정, 엔딩 등 디테일한 것들을 채우지 못한 채.

이를 기점으로 A는 윙키소프트에서 퇴사하게 되었고

가디언즈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지 지난, 95년 12월에서야

반프레스토는 이 미완성의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A는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결정이었다고 후술했다.

A를 비롯한 개발자들은 이러한 행태에

불만을 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20대의 젊은 피는 납득하지 못할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A처럼 스스로 개발자 목록에서 이름을 빼거나

당시에 유행했던 익명을 사용한 크레딧을 이용해

사운드 담당의 익명인 "똥 싸지르기~(의역)" 같은

게임을 모욕하는 듯 한 행동을 취했다.

그런데, A가 말하길

해외에서 전신마괴2로 불린다는 것과

한국판이 존재한다는 것은

발매가 끝나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한다.

이는 어찌된 일인 걸까.

분명 윙키소프트에서는

한번도 공식적으로 전신마괴2라거나

전신마괴의 후속작이라고 칭한 적 없이

"가디언즈" 라고만 언급했다.

(좌 : 꿀단지곰 블로그 / 우 : 네이버 구닥동)

그런데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아케이드 매니아들은

전신마괴2, 혹은 전신마괴 : 가디언즈 처럼

전신마괴의 후속작으로 알고 있고

타이틀도 그렇게 발매 된 걸로 알고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자체의 정보가 거의 없기에

개발비화를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전작의 요소와 비슷한 점을 통해 그렇게 추측하고

그게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결정적으로 못을 박아 버린 타이틀이

바로 한국판의 "전신마괴2" 라는 타이틀이다.

한국엔 북미판이 전신마괴2 라고 알고 있고

해외에선 한국판이 전신마괴2 라고 알고 있다.

조사를 해본 결과, 전신마괴2의 타이틀이 나타나는건

100% 한국판으로 지칭되는 것들 뿐이었다.

아마 누군가가 해킹판을 만들면서

전신마괴2라는 타이틀을 비공식적으로 삽입한게

스노우볼이 굴러서 이렇게 된 듯 하다.

그런것과 더불어 이런저런 소문이 와전되고

뼈가 생기고 살이 붙어나가면서

용량 문제니, 저작권 문제니, 뭐가 문제니 하며

다양한 소문들이 마치 정설인 것 처럼 돌아다니게 되었다.

비록 1차 목표인 가디언즈의 인스트럭션 확인은 실패했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정보를 얻어내고

세상에 퍼진 거짓된 정보들을 수정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튼 이번 모험은 성공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2021.01 세계최초 중붕이 탄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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