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xxviii 해석

마술사의 발톱처럼 길게 뻗은 손가락이 상처 입은 책들을 샅샅이 살피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창백한 살갗은 잉크로 젖는다. 아흐리만은 다급한 표정으로 집중하는 중이다.

신더만과 마우어, 그리고 기록관은 팽팽한 어둠에 휩싸인 채 두려움 속에서 지켜본다. 마치 잉크가 뚝뚝 떨어지는 책들에 대해 아흐리만이 부검이라도 집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신더만이 속삭인다.

"무엇을 배우고 계십니까?"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네, 키릴 신더만."

올려다보지도 않은 채, 아흐리만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충분치가 않군."

먹물이 뚝뚝 떨어지는 두 손을 들어올린 아흐리만은 섬뜩한 눈빛으로 제 손을 응시한다.

"예언이 현혹당했군."

아흐리만이 입을 연다.

"미리 쓰여지고 예견된 모든 것들이 새로운 의미 속에 뒤틀려 있네."

"호루스의… 소행입니까?"

신더만이 묻는다.

"간접적인 영향이겠네만."

마술사가 답한다.

"그의 위업, 그의 행위, 그리고 재앙의 손이 미친 게지. 운명이 정한 것들이 탈선한 걸세."

아흐리만의 목구멍에서 부드러운 으르렁거림이 흐른다. 살갗 아래 비치는 뼈가 고동친다.

"우리 우주의 역사는 이미 결정되어 있네."

아흐리만이 말한다.

"이미 전부 기록되어 있지. 하지만 그 역사는 우주가 멈추거나 부자연스럽게 왜곡되는 일 없이, 본래 쓰여진 길을 따라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네."

"무-무슨 뜻입니까?"

마우어가 묻는다.

"그러니까, 그 자연스러운 흐름이 멈췄다는 걸세. 행간의 흐름이 멈췄네. 따라서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좌절되었지. 예언은 어둠의 왕을 담았네. 하지만 시간이 없이 그 예언은 빗나갔다네. 어긋나 버린 거지."

"그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마우어가 덜덜 떨며 입을 연다.

"자네에겐 그럴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아흐리만이 답한다.

"자네의 정신은 계몽된 바 없지. 자네는 돌을 던질 때, 던지고 나면 어디에 떨어지는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바탕으로 돌을 던질 걸세. 하지만 시간이 멈춘다면, 그 돌은 자네가 의도한 곳도, 예측한 곳도 아닌 다른 곳에 떨어진다네. 목표를 빗나가 다른 곳을 맞히는 게지. 예언도 마찬가지야. 정확한 예측은 지속적인 연속성에 바탕한 조건에 의존하네. 이러한 조건들이 변화하면, 지금의 경우는 현실의 물리적 법칙이겠지, 그대로 예측의 정확성이 달라지네."

"아니면… 그저 무효화되거나 말입니다."

신더만이 말한다.

"슬프게도, 그건 아닐세. 시작된 일은 여전히 이어질 게야. 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겠지. 시간이 없는 시간 속에서, 예언이 성취된다 해도 그 결과는 일전과 같지 않다네. 아마 일전에 주어진 조건 속에서 관찰하거나 가정을 했던 사람들은 예측하지 못한 결과겠지."

아흐리만이 갑자기 팔을 휘둘러 독서대 위의 책들을 모조리 쓸어내린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행동에 셋은 모두 두려움에 뒤로 물러선다. 버려진 책들은 탁자 옆의 바닥에 날고기 조각처럼 떨어진다.

아흐리만은 제 길쭉한 육신을 휘감은 검은 붕대 속으로 손을 뻗어 진주빛의 작은 상자를 꺼낸다. 상자가 저절로 열린다. 아흐리만의 손이 그 안에서 타로 카드 한 벌을 꺼낸다.

"그러니, 새로운 조건을 전제로 한 관점으로, 지금을 다시 읽어봐야만 하겠네."

그의 벌어진 손 사이에서 카드가 저절로 섞인다. 아흐리만은 카드를 집고, 하나씩 탁자 위에 늘어놓는다. 그가 카드를 뒤집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