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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8:xvi 파편들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3 1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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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xvi 파편들 (2)



테르웰트 이카사티가 반역자의 검을 튕겨낸다. 그리고 그의 검이 그대로 적의 가슴에 꽂힌다. 치명적인 일격이지만, 이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은 죽음을 거부한다. 투구 필터로부터 피를 뿜으며 반역자가 포효한다. 그대로 놈은 비틀대며 이카사티의 어깨와 머리를 검의 자루와 자루 끄트머리로 내리찍는다. 블러드 엔젤 군단병의 검은 꽂힌 채 움직이지 않기에 뽑아낼 수조차 없다. 하지만 이카사티는 검을 놓지 않는다. 닥쳐드는 맹습을 피할 생각조차 없다.


마침내 뒤엉킨 칼날이 뽑힌다. 하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해방이기에, 이카사티는 피로 젖은 갑판 위로 미끄러진다. 등으로 넘어진 이카사티를 향해, 그가 일어서기도 전에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이 피투성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어 그를 꿰뚫으려 한다.


다음 순간, 볼트탄이 놈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랄도론이 이카사티의 다리에서 시체를 걷어차 떨쳐낸다.


“살아 있나, 생귀너리?”


최선임 중대장이 으르렁거린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이카사티가 일어서며 대꾸한다.


공기는 연기로 가득하다. 모든 곳에 혈흔이 가득하다. 참혹한 전투는 이제 거의 끝났고, 대 아트리움은 마침내 그들의 손에 떨어진다. 생귀니우스가 아나바시스 강습에 선발한 블러드 엔젤 군단의 중대원들은 이 공간을 장악했다. 압도적 다수를 점한 워마스터의 최정예를 상대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아트리움은 폐허가 된 껍데기나 다름없다. 전사자들의 시체가 가득 쌓여 있다. 이카시티는 놈들을 모두 죽였는지, 아니면 제9군단의 맹습을 직면한 놈들의 일부가 도망쳤을지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


이카사티는 솔직히 경탄을 금치 못한다. 아트리움은 폐쇄된 살육의 공간이었고, 적의 수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블러드 엔젤 군단이라 해도, 1개 중대로 승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승리를 거뒀다.


이카사티는 승리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절박함이 빚어낸 단순한 계산이다.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도, 후퇴하지도 않았다. 상황이 더 유리해진 시점에 다시 싸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심을 내렸고, 죽음이 그들을 막아세울 때까지 싸웠다. 다른 날이 없기에, 결코 없을 것이기에.


하지만 뼛속까지 지치고 수십 개의 상처를 입은 이카사티는 그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품은 우려가 모든 영광을 가린 채다. 그는 랄도론 역시 마찬가지 심정임을 알고 있다.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강제로 개방했던 내부 해치는 생귀니우스가 통과하자마자 다시 굳게 닫힌 상태로 남아 있다. 불굴의 검은 아다만틴 해치가 그들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뜯어내!”


랄도론이 퓨리오와 그의 휘하 터미네이터들에게 소리친다.


그들의 주군이 그들을 떠나 통과한 지 얼마나 되었던가? 5분? 10분? 1시간? 시간은 이제 완전히 형체를 잃은 채다. 이카사티는 이 피투성이 공간에서 평생을 싸운 것처럼 느낀다. 끝없는 학살의 연옥을 거친 것 같다. 생귀니우스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모두에게서 단절된 채 혼자 있었던 것인가?


랄도론은 해치가 뜯기자마자 그 너머를 조사하기 위해 중대를 소집한다. 최소한, 살아남은 중대원들을 말이다. 방패벽 너머, 강습 분대들이 즉각 출격할 준비를 갖춘 채다.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이카사티가 입을 연다.


“열릴 거다.”


랄도론이 쏘아붙인다.


“하지만 만약에-”

“밝은 천사께서 여셨다, 이카사티.”


랄도론이 대꾸한다.


“열 수 있다.”

“우린 밝은 천사가 아닙니다, 중대장님.”


이카사티가 아주 침착하게 답한다. 다른 이들이 전투, 혹은 긴박감 속에서 흥분해 있을 때, 냉철한 지혜를 제공하는 것은 늘 그의 역할이었기에.


“저 해치는 주군을 마주하고 열렸다가 그대로 닫혔습니다. 마치 자기 의지가 있는 것처럼.”

“함정이라고?”

“이 함선 전체가 함정입니다.”


이카사티가 대꾸한다.


“제 주인만큼이나 속임수에 능하고, 주인의 사악한 의지에 순종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의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다른 길이 있다면-”


랄도론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인다.


“사크레와 마헬다론의 수하들에게 다른 출입구를 찾도록 이 공간을 샅샅이 뒤지라고 했다. 우리에게서 도망친 빌어먹을 선 오브 호루스 자식들이 어딘가로 빠져나갔을 테니까.”

“제 말이 그겁니다, 최선임 중대장님.”


이카사티가 말한다.


“지금 이 함선은 우리의 전장일 뿐 아니라, 우리가 맞서야 할 상대이기도 합니다.”


랄도론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 뒤이은 충격이 그들 아래의 갑판을 뒤흔든다. 피어오르던 연기가 소용돌이친다. 분명히, 이것은 맹렬한 사이카닉 힘의 역류다.


그리고 그 역류 속에서, 그들은, 저 멀리에서 들리는 황제의 부름을 듣는다.


그들이 이 함선에 오른 이래 황제가 여기 존재함을, 더 나아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첫 번째 단서다.


“그분께서 우리를 부르신다.”


랄도론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분이 부르셨다면, 우리를 필요로 하신다는 뜻이다.”


다음 순간, 이카사티는 랄도론의 팔을 붙들고 퓨리오의 수하들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검은 해치를 가리킨다. 굳게 닫힌 것은 여전하지만, 아다만틴 문이 결합한 틈새로 희미한 푸른 빛이 내비친다.


“당장 열어라!”


랄도론이 고함을 치며 앞으로 달린다.


“지금 당장 뜯어내라고!”






그녀의 이름을 항상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갑자기 꿰뚫듯 닥친다.


킬러는 숨을 헐떡이며 지기스문트에게로 쓰러진다. 그가 그녀를 붙든다. 저 멀리서 터진 폭발의 물결처럼 뒤엉킨 빛의 물결이 나아오던 순례행을 휩쓴다. 그 빛이 사막의 갈라진 구릿빛 대지에서 먼지를 휩쓸어내고, 머리 위를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타오른다. 빛이 지난 순간, 난민의 강에서 길 잃고 추방당한 수천의 영혼들이 통곡하며 울부짖기 시작한다.


그들의 곁에 있던 지-멩조차 강직성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더 이상 울 수 없는 그의 눈이 눈물을 쏟아내려 한다.


지기스문트는 저 뒤에서 울부짖고 애통해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무시한 채, 킬러를 들어 가장 가까운 장갑차량의 궤도 덮개 위에 눕힌다. 킬러의 육신은 부들부들 떨리고, 눈꺼풀은 사정없이 펄럭인다.


“당신께서도 들으셨습니까?”


킬러가 약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랬소.”


지기스문트가 답한다.


“그분께서 부르셨고, 그리고 조용해지셨어요.”

“그랬소.”


지기스문트가 입을 연다.


“도움을 청하셨소.”


위로하고 싶지만, 그는 위로하는 방법을 모른다. 장갑을 두른 건틀렛 너머,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 자신조차 위로할 수 없다. 중요한 전투가 있고, 중요한 순간이 있는데, 이리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다니.


이런 소외감을 느낀 바가 없다.


순례행의 선두에서 선도 호위대를 이끌고 있던 허스칼 아르톨룬(Artoluln)에게서 신호가 온다. 고개를 든 지기스문트는 바이저의 배율을 높여 빠르게 확대한다.


순례행의 길을 막으려 드는 병력들이 모여들고 있다. 2킬로미터 밖, 울퉁불퉁한 호박색 메사 기슭이다. 사막의 안개에 반쯤 가려져 있지만, 최소한 여단 규모의 병력이다. 그 힘이 순례행을 인내심 속에, 그리고 자신감 속에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순례행의 수가 많더라도, 멈춰 세우고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반역자 아스타르테스로 구성된 군대다. 지기스문트의 시선이 황무지의 바람에 휘날리는 놈들의 외설적이고 기다란 군기를 마주한다.


데스 가드 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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