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하다! 2025년 종합 1위 축하합니다!

담당 편집자한테 소식을 듣고, 내가 아니라 히로무 씨한테 해야 할 말인데, 전화를 잘못 거신 거 아니냐고 되물었을 정돕니다.

히로무 씨의 치토세 군은 라무네 병 속에도 과거에 1위를 한 적이 있으니까 말이죠.

패배 히로인이 1위 맞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정말 예상도 못했던 일이라서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애니화 덕분에 많은 분들이 패로인에 주목해 주셨고, 원작소설도 읽어주신 게 이 결과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자 눈에는 패로인 애니가 어땠나요?

근사한 작품이었습니다. 영상으로 그렇게까지 섬세한 감정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재감상을 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어서 방영 중에는 시청자들의 해석이나 제작진의 해설을 기대하며 살았습니다. 감독님이나 제작진의 토크쇼도 있으면 좋겠네요. 화면 만듦새나 성우들의 연기가 진짜 대단했어요.

그런 패로인의 탄생 경위가 궁금합니다. 아마모리 타키비 선생님은 유소년기에 어떤 작품을 접하셨나요?

초대 기동전사 건담입니다. 아이치 현에서는 자주 재방영을 해서 어릴 적부터 봤죠. 처음에는 멋있는 로보트가 싸운다는 이미지였는데, 서서히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동전사 Z건담, 기동전사 건담ZZ 순으로 차츰 건담 시리즈에 빠지게 됐습니다.

소설은요?

중학생 무렵에 로도스도 전기나 슬레이어즈, 은하영웅전설을 정말 좋아했죠. 특히 로도스도 전기를 비롯한 그룹 SNE 작품에 푹 빠져서 로도스섬전기 컴패니언이나 소드월드RPG도 친구들과 플레이 했습니다. 물론 던전&드래곤즈도 했죠.

다만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친구들이랑 모일 기회가 줄어들어서 TRPG를 하던 경험을 살려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TRPG 시나리오를 통해 창작을 시작하셨군요. 그럼 당시에는 판타지를 쓰셨나요?

네. 모험중에 적이 나타나고, 물리치고, 동료가 사로잡히고, 구하고, 뭐 그런 단순한 이야기였죠. 대학생 때는 문예부에 들어가서 부지에 단편을 썼습니다. 그 무렵 판타지랑 청춘 코미디 장편을 써서 신인상에 두 번 응모한 기억도 나네요. 사회인이 되고나서는 문예부 시절 친구랑 동인지를 만든 적이 몇 번 있을 정도고 창작과는 멀어지게 됐습니다.

다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

만화나 소설을 읽는 일이 거의 없어졌는데, 어느새 로도스도 전기를 처음 읽기 시작한 무렵의 아버지 나이랑 지금의 내 나이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즉 남은 인생이 얼마 없었죠. 그렇다면 젊은 시절의 꿈에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년에 세 편씩 써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 응모를 결심한 이유는요?

가가가 문고가 청춘 러브 코미디에서 SF, 다크 판타지까지 폭넓게 커버 하는 점, 독자층이 다양하다는 점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근데 패로인을 처음에 응모한 건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이 아니에요. 사실 처음에는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겁을 먹고, 1차 심사에서 낙방하더라도, 평가를 해주는 다른 신인상에 응모했죠. 거기서 받은 지적을 바탕으로 원고를 고쳐서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에 응모했습니다. 다른 소설도 썼으니까, 그 해에만 다섯 작품 정도 응모했을 겁니다.

패배 히로인들의 연애 사정을 부감해서 그린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달링 인 더 프랑키스라는 애니메이션에 파란 머리 패배 히로인(이치고)이 있어요. 주인공의 소꿉친구에 반장 캐릭터에 무뚝뚝하고 몸집이 작고 슬렌더한데, 그야 말로 패배 히로인 요소의 집합체였어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토리에서도 메인 히로인한테 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소꿉친구가 이기는 소설은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근데 소꿉친구가 이긴다는 사실은 다른 여자애가 패배 히로인이 된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그러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패배 히로인한테만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를 만들자,고 생각한 게 패로인의 발단입니다.

패배 히로인 중심의 이야기라는 착상을 얻고나서, 고향이신 아이치 현 토요하시 시를 무대로 작품을 쓰셨죠.

패배 히로인이라는 소재가 살짝 메타적인 시선이니까 무대를 실제 장소로 설정해서 리얼리티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에 내가 청춘을 보낸 토요하시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그리고나서 패배 히로인을 세 명 등장시키는 걸 결정하고, 한사람씩 메이킹을 하고 중심이 될 패배 히로인으로 매듭을 짓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소꿉친구 계열 패배 히로인 야나미 안나가 탄생했죠...

당초에는 아직 소꿉친구 설정만 있었죠.

그때는 아직 먹보는 아니었어요.(쓴웃음)

메인 캐릭터니까 정통파 히로인답게 세련되고 MZ한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쿨 카스트도 높고, 언뜻 청초해 보이는 소녀로 쓰기 시작했죠. 다만 쓰다보니 이녀석 많이도 먹네?라는 생각이 들었고...아예 먹보 캐릭터로 만들자고 생각하고 그 속성을 야나미한테 부여했죠.

사실 야나미는 투고 당시의 이름은 이로하였어요. 그냥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가가가 문고에 '이로하'니까 담당 편집자가 지적을 해주셨고, 제대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웃음)

그래서 스쿨 카스트가 높은 그녀를 키운 가정의 부모가 지어줬을 법한 예쁜 이름으로 안나를 떠올렸습니다.

야키시오 레몬의 탄생 경위는요?

까맣게 탄 기운 찬 아이한테도 패배 히로인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상, 야나미가 어느 정도 머리가 좋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다른 히로인은 천연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운 찬 야키시오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은 햇빛에 까맣게 탔으니까 성에 焼자를 넣고 싶었어요. 야키시오라는 성이 실제로 있는 성이거든요. 그리고 익힌(焼) 것에는 레몬을 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야키시오 레몬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코마리 치카는요?

야나미랑 야키시오를 만들고, 후배 캐릭터라는 전형적인 패배 히로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선배를 짝사랑하는 코마리가 탄생했습니다. 선배를 짝사랑하려면 뭔가 부활동을 해야 한다는 역산을 통해서 누쿠미즈 일행이 문예부에 소속되는 전개가 생겼습니다.

성은 난감하다(코마루)랑 어감을 중시했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이름을 불리는 일은 거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성은 귀여운 걸로 짓자고 생각해서 코마리로 지었습니다.

키타무라 감독님 말씀으로는 누쿠미즈 카쥬에 대한 애착이 굉장하시다고 하던데요?

카쥬, 너무 좋습니다.(웃음)

패배 히로인들은 좋아하는 상대가 있으니까 누군가 누쿠미즈 군을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근데 여동생이니까 절대 맺어질 일은 없고, 아무리 누쿠미즈를 편애해도 상관 없죠. 패배 히로인들은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느껴지게 쓰지만, 카쥬는 리얼리티 라인을 내리고, 뻔한 캐릭터로 구성했습니다.

패로인의 매력 중 하나가 패로인들이 주인공한테 반해서 하렘이 되는 전개가 아니라, 주인공 누쿠미즈 카즈히코가 패배 히로인들의 연애 사정을 관측하는 스토리 구성입니다. 이런 구성은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누쿠미즈 군은 패배 히로인 세 명을 만들고 난 다음에 떠올린 캐릭터입니다. 어떤 남자라면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해 봤을 때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구성이 떠올랐습니다.

누쿠미즈 군은 수돗물의 맛에 깐깐하죠.

반에 녹아들지 못하면 시간을 죽이는 법을 찾아야 하거든요. 나도 친구가 없었던 고등학생 때는 어디서 쉬는 시간을 때우고, 어느 타이밍에 교실에 가면 되는지 계산하며 살았습니다. 그 기술을 아낌없이 누쿠미즈 군에게 맡기고 있습니다.(쓴웃음)

1권 서두에 누쿠미즈 군이 물을 먹고나서 교실에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에 반 친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목격하죠. 거기서 게시판을 보게 되는 것은 내 자리에 앉은 누군가한테 '비켜줄래?'라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주변이 술렁거리면 불편하니까 현실도피를 해버리자,는 결과입니다. 그 일련의 동작은 누쿠미즈 심정과 싱크로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5권 라스트는 이 캐릭터는 여기서 반드시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장면입니다.

카쥬의 키스신 말이군요.(웃음)

네.(웃음)

카쥬가 누쿠미즈 군 뺨에 키스를 하는데, 이건 편집자랑 시나리오 미팅 때는 아이디어조차 없었던 일이었어요. 근데 쓰다 보니까 이건 키스를 하겠구만...싶어서 마감 직전에 그 장면을 끼워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편집자가 곧바로 이미기무루 선생님한테 일러스트를 발주해주셨죠! 근사한 한 장이 이 세상에 탄생했습니다.

현재 패로인은 어디까지 구상을 끝내셨나요?

가능하면 졸업까지 그리고 싶습니다. 근데 얼마나 계속 나올 수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의 지지에 달려있으니 모쪼록 앞으로도 응원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8권부터는 누쿠미즈 군의 친구도 계속 늘어나고, 러브의 파동도 조금씩 생겨납니다. 그 모습을 리얼타임으로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츠와부키 고교를 세계 최고의 맘모스 고교로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