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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낭만0 캠퍼스 (1)

legaldru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4 23:52:37
조회 394 추천 17 댓글 1
														

1


개강 첫날, 1학년들은 전부 무학과였기에 난 일반고 출신 모임 개파에 갔다. 어차피 우리 고등학교에선 나 말고 입학한 학생도 없어서 입학 전에 일반고 톡방에서 주로 농담하면서 놀았고, 개강 전에 학생 식당에서 만나서 얼굴을 튼 정수영과 함께 1차 장소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파란만장한 대학생활의 원흉을 만났다.


"옆에 앉아도 돼?"


"응."


둘이서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한 여학생이 다가와서 물었고, 미리 만나기로 한 다른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바로 대답했다.


"난 박하윤이야. 이름이?"


"아, 난 정수영."


"이주연."


"너넨 어디서 왔어? 난 서울에서 왔는데......"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무슨 과 생각하고 있는지, 이번에 무슨 과목 듣는지 등 궁금한 게 많았던 터라 이야기는 1차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어느덧 1차가 끝나고, 선배들이 2차 갈 사람과 돌아갈 사람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수, 2차 가나?"


"글쎄, 가도 되고, 안 가도 되고."


"하윤이는?"


"응? 넌 가?"


"난 갈 건데."


"그럼 가지, 뭐."


그렇게 2차에 가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고, 수영이가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2차가 끝나기 전에 먼저 빠져나왔다.


"야, 정수, 괜찮나?"


"아, 괜찮다니께."


"안 괜찮잖아!"


"하하하하."


다행히 스스로 걸을 힘은 있어 보여서 비틀거리는 수영이의 팔짱을 끼고 연행하듯이 학교로 향했다. 제대로 걷고는 있지만 아까부터 웃음을 멈추지 않는 하윤이도 딱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야, 너 기숙사 몇 호야?"


"으음..... 1234호......."


"뭔 소리고, 호수가 왜 4자린데?"


"4자리 맞는데....."


"니 설마 B관에 사나?"


"응....."


"그걸 왜 지금 말해!"


여자 신입생은 다 A관에 살지만 기숙사 신청 시기를 놓쳐서 추가신청을 한 경우 B관에 배정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A관은 정문과 멀리 떨어진 학교 북측에 있고, B관은 남측에 있는데 A관에 와서야 그 말을 했다는 것이다.


"아, 하윤아, 넌 먼저 들어가. 난 얘 좀 B관에 던져두고 갈 거니까."


"아뇨, 저도 같이 갈게요."


".....그러시든가."


"헤헤헤헤."


"너 그냥 이대로 기억을 잃어라. 내일 니가 기억하면 내가 패고 싶어질 거 같으니까."


'이 와중에 얜 왜 나한테 존댓말이야. 얘도 슬슬 정신을 놓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불길하다......'


다시 정문 쪽으로 내려가서 수영이를 B관 1234호에 던져넣고 B관을 나왔다. A관으로 올라가는데 다행히 하윤이는 정신을 놓은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라고 생각했는데.....


"으윽...... 난 그렇다 치고 너한테까지 민폐네, 저 인간은."


"주연님, 좋아합니다."


"그래, 정수영 개샊..... 어?"


하윤이는 어깨를 툭 치던 내 손을 붙잡고는 나를 똑바로 보고 뜬금없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억양이 세 보이는 사투리 섞인 말투, 친구고 뭐고 빡치게 하면 던져버린다느니, 팬다느니 하는 더러운 성질, 흑발의 생머리..... 장발이면 더 제 취향이지만 아무튼. 게다가 더러운 눈매에, 아까 취한 수영이를 볼 때의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이라든지, 전부 제 취향입니다! 밟아주세요!"


'이 미친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걸까. 침착하자. 고등학교 때 나한테 고백했던 남자애랑 다를 것 없이 상처 입지 않게 자연스레 거절......은 무슨!'


그대로 손을 뿌리치고 A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주연님, 같이 가요!"


뒤에서 쫓아오는 하윤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 내가 더 빨랐다. 변태한테는 약도 없다.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다. 꽤 거리가 벌어져서 다행히 저 변태가 내 기숙사 호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빨리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개강 첫날의 월요일, 내 인생 최고의 변태를 만났던 것이다. 제발 화, 목요일 수강하는 기초 과목 중에 저 인간과 같이 수강하는 과목이 없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2


'인생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지, 하하.'


화요일 9시에 시작하는 일반물리실험 수업에서 수영이를 기다리며 폰을 보는데 맞은편에 갈색 단발의 여학생 한 명이 앉는 게 슬쩍 보였다. 설마 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하윤이였다.


"안녕."


"......안녕."


"실라버스에 오늘은 OT라고 되어 있던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게. 조만 짜고 끝나지 않을까?"


"같은 조 됐으면 좋겠다."


'절대 같은 조는 아냐. 절대 같은 조는 아냐. 절대 같은 조는 아냐.'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넉살 좋게 대화하는 하윤이를 보며 속으로 얘랑 같은 조만은 되지 않기를 빌었다.


"오, 왔네, 정수."


그러고 있는데 수영이가 도착했고, 내가 앉아 있는 자리 바로 앞에서 바닥에 무릎 꿇었다.


"뭐하는데?"


"진짜 진짜 죄송합니다. 그..... 나 어제 돌아온 기억이 없는데...... 혹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거나 널 때렸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안심하고, 나중에 얘기하자."


"넵....."


시간이 되자, 조교님이 들어오셨고, 레포트 채점 방식과 제출하는 법 등을 공지하셨다. 다행히 이 조교님은 프리렙이나 퀴즈 없이 레포트만 채점할 거라고 하셨다.


"조는 지금 앉아 있는 조 그대로 해도 괜찮죠?"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가 아는 친구와 같이 와서 앉아 있었고, 굳이 자리를 옮기거나 하기도 귀찮아서 반대하는 학생은 없었다.


'X바아아아알!'


속으로 절규했지만 이 분위기에서 반대할 수 없었고, 그렇게 나와 수영, 하윤은 3조로 같은 조가 되었다. 그렇게 OT가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비어서 하윤이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 불편해 죽을 것 같았지만 하윤이는 계속 말을 걸었다.


"화요일 9시 일물실이라곤 어제 들었지만 같은 반일 줄은 몰랐네."


"......그러게."


"혹시 1시 일반화학 최민수 교수님 수업이야?"


"아, 교수님 성함 까먹었다. 잠시만...... 맞네."


핸드폰으로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교수님 성함이 같았다.


'아, 안 돼..... 내 평화가......'


"오, 그럼 화요일엔 일물실 수업 끝나고 일화 수업 같이 들으러 가면 되겠다."


"수영이도 같이 들으니까 다 같이 가면 되겠네."


'둘이서만 갈 순 없지.'


기숙사에 도착해서 들어가지 않고, 하윤이의 손을 잡고 기숙사 뒤쪽으로 끌고 갔다.


"주연아?"


"잠시만, 물어볼 게 있어서. 너 어제 일 기억하나?"


"뭘?"


"어제 좋아한다고 했던 거!"


아침부터 하윤이를 보자마자 불안했는데 태평하게 되묻는 걸 보니 화가 났다.


"하앗, 화내는 모습도 너무 좋아."


"미친, 변태가......"


"더 욕해주세요!"


"누구세요? 꺼져주시죠?"


"아앗, 다른 사람들 앞에선 변태같은 소리 안 할테니까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내가 왜?"


"음......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기숙사 다른 사람 명의 도용해서 혼자 쓰고 있지?"


"윽. 어떻게 알았는데?"


모르는 사람이랑 룸메하기 싫었던 나머지 일반고 모임에서 알게 된 선배랑 거래해서 그 사람 이름으로 같이 기숙사를 신청한 다음 기숙사비+사례금을 입금하고, 2인 1실을 혼자 쓰고 있었다. 기숙사비가 매우 싼 편이라 이렇게 해도 혼자 자취하는 것보다는 돈이 덜 들고, 실제로 몰래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 거였는데 이 녀석한테 들킬 줄은 몰랐다.


"어제 술자리에서 룸메 이름을 물어봤는데 더듬거리길래 혹시나 했더니 진짜였나 보네~."


"사감쌤께 말할 거가?"


"아뇨, 그냥 평소엔 친하게 지내면서 저를 주기적으로 밟아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주기적으로 얼마나?"


"제가 원하는 만큼이요?"


"이 변태 자식이 장난하나?"


욱해서 하윤이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히익, 너무해. 하지만 이것도 좋네요. 좀 더 죽일 듯이 멱살을 잡아 들어올려주시면......우왓!"


징그러워서 멱살 잡은 것을 놓으며 밀쳤다.


"아, 알았으니까. 남들 앞에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렇게 말하고는 기숙사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징그러워서 더는 듣고 있기 힘들었다.


'아아, 내 평화로운 대학 생활이 사라져 간다......'


룸메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방바닥에 엎어져 드러누웠다. 1시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뭘 할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내 대학 생활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


각잡고 약빨고 쓰려고하니까 병맛이 안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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