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거 좋아해서 보이는대로 모은다
중복 주의
타오르는 해변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타오르는 해변이 슬프다는 생각으로 변해 가는 풍경,
우리들의 잡은 손 안에는 어둠이 들어차 있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걷고 있었다
| 황인찬, 기념사진
이 생을 버리고 꿈에 영영 갇혀도 좋다.
내 꿈에서는 부디 흐려지지 말아라.
| 서덕준, 몽사
좋아, 네게 기꺼이 빠져보도록 하지.
달갑게 투신해볼게.
깊이조차 알 수 없는 너에게
나, 영영토록 가라앉아보도록 하지.
| 서덕준, 잠수부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 장이지,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언젠가 우주가 다시 태어나도
쏟아지는 별들 속에서도
다시 또 너를 찾아내
완벽한 그 순간에 네게 인사할게
| 랄라스윗, 완벽한 순간
당신은 봄볕 하나 주지 않았는데
나는 습한 그늘이었는데
어찌 당신을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이렇게 꽃을 틔웠습니까.
| 서덕준, 물망초의 비밀
나는 너에게 한 번도 피어라 한 적 없는데
왜 너는 내 온몸에 가득 꽃을 피워놓고
이렇게 나를 아득하게 해 왜.
| 서덕준, 꽃병
너는 나비처럼 웃는다
웃는 입가가 나비의 날갯짓 같다
열흘 쯤 웃다 보면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가는지 잊어버린다
| 문정영, 열흘 나비
너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초승달이 담긴 눈웃음으로 나의 밤을 황홀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고 어깨를 토닥이는 것으로 내 온 몸이 지진나게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너는 알아야 합니다.
| 지은, 우울한 편지
해변을 걷다 보면 달이 뜨고 달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나는 그것을 조약돌이라고 착각했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마다 너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약속 시간은 곧, 이었다
| 양안다,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있겠어?
달의 커튼이 휘황거리는 이 새벽, 너를 따라 얼른 꿈으로 달려 들어갈게
해가 뜨기 전까지 너와 내가 주인공인 노트 속 그 비밀정원에서 만나.
| 서덕준, 노트 속 비밀정원
만약 그리움이라는 지명이 있다면
비 내린 소금사막에 비치는 구름 근처일 것이다
끝없이 피어올라도
다시 피어오를 만큼의 기억을 간직한 구름
| 이은규, 소금사막에 뜨는 별
당신을 생각하며
한참 뭇 별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손가락으로 별들을 잇고 보니
당신 이름 석 자가 하늘을 덮었다
| 서덕준, 별자리
어쩔 수 없다.
마른 목 속으로 천천히 별 물을 들이켜고 말았다.
그때부터 손바닥에도, 손바닥이 스치는 뺨 위에도,
틈나면 묻어 나오던 별의 기적을 어쩌나.
너 든 가슴을 또 어쩌나.
| 정윤천, 별 물
너를 보면 가슴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고
캄캄한 밤바다에 등대불이 반짝인다
너를 바라보면 광활한 우주가 다가오고
너는 커다란 지구를 굴렁쇠처럼 굴린다
| 박원자, 소년 너를 보면
소년 너를 보면 맑은 하늘에도 무지개가 뜨고
사막에도 푸른 초원의 빛이 온다
너를 생각하면 한겨울에도 봄이 오고
영롱한 아침 이슬이 강물되어 흐른다
| 박원자, 소년 너를 보면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 서혜진, 너에게
"저 달에 가주세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환했고
따뜻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 권대웅, 달에게로 가는 택시
온 우주를 다 돌아도
숨 차지 않을 것 같아
고개를 돌리면 네가 있을 테니
다른 시공간이라도 난 다시 반할 것 같아
어떤 모습이라도 널 찾을 테니
| 스웨덴 세탁소, Why are you so cute?
보내지도 않은 그대의 답장을 읽는 밤
나는 또 하룻밤 안에
사계절을 다 살아 버린다
| 김혜순, 병
사랑스러운 네 눈빛 내게 닿으면
영원을 살고 싶어진다
네 눈동자는 이름 없는 어느 행성이 되고
나는 그 곳의 유일한 존재가 되어
| 향돌, 어느 행성
어쩔 수 없다.
마른 목 속으로 천천히 별 물을 들이켜고 말았다.
그때부터 손바닥에도, 손바닥이 스치는 뺨 위에도,
틈나면 묻어 나오던 별의 기적을 어쩌나.
너 든 가슴을 또 어쩌나.
| 정윤천, 별 물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 이정하, 저녁별
겨울에 떠난 것들이 겨울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뭐라고 불러줄까 생각하면서
낡은 것은 새것으로 새것은 낡아가고
모르는 것은 아는 것으로 아는 것을 모르게 되고
봄에도 그러겠지
<봄꿈, 유계영>
유난히 달이 밝고 둥글다
아마 네가 소원을 빌었나 보다
나는 달에게 말을 건다
네가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나는 또 너의 꿈을 이뤄주러 가야겠다
너는 모르겠지
달과 내가 같은 속셈이란 걸
| 김준, 달과 나의 속셈
나의 사랑은 여름에 내리는 눈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합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습니다
/재교, 거울
결국 사라지고 말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사랑을 증오한다
너를 사랑해서 정말 미안했다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 강태민,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네 이름 첫 자음인 ㅂ을 적으면
별, 바람, 밤하늘, 봄비 같은 것들이 문장 위로 떠다닌다.
무슨 말을 쓸까. 너는 무슨 단어가 필요할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낱말을 너에게 주겠다.
원고지에 나를 다 쓰겠다.
| 서덕준, 우주행 러브레터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 서덕준, 상사화 꽃말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 장강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 이정하, 저녁별
망가지는 것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조용히 오래오래 망가져간다
다 망가지고 나서야
누군가에게 발견이 되는 것이다
<손아귀, 김소연>
하나의 벽은 다른 벽을 해명하는 데 일생을 걸지만. 벽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아니,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벽. 벽은 의도가 없고. 벽은 간이 붓고 싶고. 벽은 늘 위독해. 벽은 믿을 수 있는 만큼 아프고 믿을 수 있는 만큼 헤어진다.
<벽, 문보영>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마음속에 바다를 갖게 되는 일이야.
사랑이 두려워 도망가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바다라는 건 평생을 퍼내도 다 퍼낼 수가 없는 거잖아.
바닷물을 퍼내기보단 내 안의 바다에 충실하자고 생각했어.
| 정현주, 사랑에 물들다 中
만약 네가 값비싸거나 휘황찬란한 가짜라면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 넘어가 주마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 주마
| 정유희, 함부로 애틋하게
사실 나는 본래의 나 자신보다
너의 눈에 비친 내가 좋았다
너는 언제나 나를 좋게 봐주었다
너의 눈에 비친 건 실제의 나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말이다
네가 좋아서 나는
정말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 정현주, 거기, 우리가 있었다
그 마음 장전해 이 가슴에 겨눈 총구
그대 얼굴 보며 방아쇠를 당기니
나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 향돌, 총을 겨눈 사냥꾼
당신이 의식하지 않는
소소한 배경으로
천천히,
나를 소멸해 가겠습니다.
| 천서봉, 과잉들
너무 일찍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무조건 몸을 맡기지 않기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를.
|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자주 마음이 바뀌어도 네 자리를 대신하는 마음은 없어. 반성 같은 건 안 해.
밤이 하얗게 번지는 사이 우리가 언제 둘이었던 적이 있었어? 아니, 우린 빗방울이야.
| 김하늘, 나쁜 꿈
당신과 내가 하나 되는 문장을 위해서
내 모든 생애를 바쳐 시를 쓰는 밤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 서덕준,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 전윤호, 수몰지구
내 영혼은 비상구가 없어
그럼 당신의 기억은 어떻게 처분하나요
내 영혼에 글씨를 쓰지 마 나는 별을 꿈꿔
| 박지우, 나뭇잎과 청소부
단 한 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너에게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너에게 향한 것이었다.
| 나희덕, 푸른 밤
결국 사라지고 말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사랑을 증오한다
너를 사랑해서 정말 미안했다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 강태민,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 서덕준, 가로등
엄마, 별을 비추기 위해
인간의 눈동자가 만들어졌다는 시구를 믿을래
| 이은규, 아직 별들의 몸에선 운율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스치면
흩날리는 씨앗들이 내려앉아
또 다시 어여쁜 꽃을 피우죠
당신의 스침 한 번에 제 마음은
몇 번이나 가꿔야 하기에
오늘도 당신 생각에 저의 속은
그대로 가득한 꽃밭이 되었네요
| 이문교, 스침
그들은 네가 이 우주의 전부라고 선언해.
너무도 환상 같아? 꿈처럼 느껴져?
이것은 바로 너로 인해 시작되는 이야기,
너는 내게 있어
거짓 같은 환상이고, 찬란한 한 편의 꿈이야.
| 서덕준, 판타지 소설
사랑스러운 네 눈빛 내게 닿으면
영원을 살고 싶어진다
네 눈동자는 이름 없는 어느 행성이 되고
나는 그 곳의 유일한 존재가 되어
| 향돌, 어느 행성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 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 서덕준, 도둑이 든 여름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
| 미야베 미유키, 모방범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면 어때요
당신에게 꽃길만 걷게 해줄 텐데
길가에 휘날리는 낙엽이면 어때요
지난 날을 추억하는 낭만을 전할 텐데
| 민감성, 당신의 계절
보내지도 않은 그대의 답장을 읽는 밤
나는 또 하룻밤 안에
사계절을 다 살아 버린다
| 김혜순, 병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신의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텅스 블루, 사막
우리는 서로 밤마다 멀어졌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견디는 법 색없는 구름들이 우리를 지키고 마른 잎사귀들이 우리를 덮고 우리는 흙이 되고 우리는 서로를 가두고 우리는 우리의 전부가 되고 우리는, 우리는 목 놓아 운다
| 김선재, 하루의 연보
당신의 숨소리에 섞인
음성의 사금을 몇 줌 훔치다가
그 목소리에 내 주파수를 맞춰도 보다가 문득,
이 목소리로 내 이름 한 번만
나긋하게 불러주면 나는 더 바랄 것 없겠다고,
내가 다 침몰해도 좋겠다고.
| 서덕준, 세이렌
도망칠 것도 없이
이번 생은 망했다
그러니 여기서 망가진 꼬리나 쓰다듬어야지
골목은 저렇게 아프고
아프지 않은 것들은 돌아앉았으니
지붕을 베고 힘껏 잠들어야지
당신이 떠난 봄날에
죽은 듯이 누워서
사랑한다는 문장이나 핥아야지
|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中 묘생2 - 이용한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 박준
그 뻔한 패션을 나는 다시 볼 수 있을지,
정신을 잃을 만큼 습하고 더운 올 여름을,
소월길의 안개와 승강장의 바람을,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계절을 주고 싶다.
날씨를 주고 싶어.
그건 내가 아는 최고의 선물
| 여름, 스피드 - 김봉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살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신령이 지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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