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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마지막 정리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9 1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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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역 괴담사례 - 괴담 사이트_1


ㅇㅇ역 괴담사례 - 괴담 사이트_2


ㅇㅇ역 괴담사례 - 탐사 유튜버 인터뷰


ㅇㅇ역 괴담사례 - 비공개 라이브영상


ㅇㅇ역 괴담사례 - 언론 보도 


ㅇㅇ역 괴담사례 - 인터뷰 녹취록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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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역 괴담사례 - 방안 논의


ㅇㅇ역 괴담사례 - 1차 답사


ㅇㅇ역 괴담사례 - 3월 9일 녹음파일 中 + 유기자의 잡다한 메모_1


ㅇㅇ역 괴담사례 - 추혼사자


ㅇㅇ역 괴담사례 - 인터뷰 녹취록_3


ㅇㅇ역 괴담사례 - 2차 답사


ㅇㅇ역 괴담사례 - 분석


ㅇㅇ역 괴담사례 - 유소은 기자 일기장


ㅇㅇ역 괴담사례 - 도깨비 설화


ㅇㅇ역 괴담사례 - 탐사보도


ㅇㅇ역 괴담사례 - 한담


ㅇㅇ역 괴담사례 - 再封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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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시 모인 것은 나흘 뒤였다. 응급실로 실려간 후 그대로 입원한 도사 외에는 다들 가벼운 몸살을 앓는 정도로 그쳤다.


"설마 저까지 몸살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도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맥주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가볍게 한 잔 하자고 모인 자리였지만, 분위기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뛰어다니기도 했고. 우리가 계속 지켜줄 수도 없었고."


보살이 평소와는 다른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날 이후로 계속 우울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도사님은 괜찮으시데요?"


술을 못한다는 무녀는 술 대신 사이다로 채운 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괜찮을리가 있나. 미련한 놈이 안해본 짓을 하려다 힘줄까지 다 베어버렸으니."


그러면서 속상하다는 듯이 맥주를 들이켰다.


"멍청한 놈. 제 명을 깎아서 뭐하러 그런 짓을 해?"


계속 침울하게 말하는 보살을 다독이며 법사가 말한다.


"생각이 있으셨겠죠."


"그놈이 보던 걸 나는 못 보고."


자책일까? 왠지 그렇게 보인다.


---


병상에 누워있는 늙은이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심지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기에 더더욱.


"야이 미련한 놈아. 뭐한다고 거기에 신을 떼놓고 와."


미안한 마음에 괜히 면박을 준다. 신력이 없다 놀린게 괜히 마음에 더욱 걸린다.


"제자가 어찌 장군님의 뜻을 거스르겠나. 하하."


"...그게 장군님의 뜻이었다 할지라도, 이미 왜놈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신장이야."


그는 보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보게, 춘덕이. 한일세, 한."


"무슨 말이야."


"원한령이든, 지박령이든. 신령이든 신장이든 자기 욕심에, 자기 한에 남게 되는 거라고."


"이 미친놈이 이제 자기 신 없다고 막말을 하네."


"난 항상 궁금했어. 왜 허주잡신이 있을까? 왜 잡귀들 따위가 신들의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걸까?

아니, 애초에 신이란 뭐지? 조금만 돌아다녀도 하느님, 알라신, 부처님이 있다는 세상에서 우리의 신이란 무얼까??"


"..."


"결국 한일세, 한. 민족을 지키겠다는 한. 터가 무럭무럭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한. 후손이 잘되길 바라는 한.

조국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한. 우리는 그저 그 한을 풀어주는 존재일 뿐이야."


"노망났냐?"


"조국을 지키겠다 나섰지만, 탄금대에서 허무하게 죽은 장군님의 원이 어느 정도겠나?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그 이름이 치욕스럽게 남아서 입에 오르내리는 한이 어느 정도겠나?

북쪽에서 떨치던 위세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치욕은 어느 정도겠나?"


노인의 얼굴에 깊은 피로감이 덧씌워진다.


"그 젊은이가 내게 자문을 구하러 왔을 때, 내 마지막 신통력이 발휘된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 하더라도 신력만 남겨두고 오면 되는 일 아니었나?"


"역시 우리 보살님 총기가 다 떨어졌구만. 예전처럼 예리하지 못한 것 보니까.

물론 들어보니 정발 장군께 목숨을 잃은 악귀인 듯 보이긴 했지. 그럼 거기서 백청이에게 희생하라 할 것인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하는게 맞는거야. 장군께서도 원했고, 나도 원했고."


그러면서 병실을 둘러봤다.


"이게 무슨 호화인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내 돈으로 지랄하는거니 신경 꺼. 남은 생이라도 편하게 보내야지."


"그냥 자주 들러서 말벗이나 되어주면 좋고."


"시끄러."


---


보살은 낮에 병문안을 다녀오며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 말에 백청 또한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하였다.


"정신이 반쯤 나가있기는 하였지만, 어쩌면 강신된 상태에서 순순히 끌려나올 수 있었던게 도사님의 그런 의지 덕분이 아닐까요."


"일영이의 주장이야. 결국 누구의 한이 더 크냐의 싸움인데, 오래전에 잊혀져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과

계속 역사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며 치욕을 당하는 장군 중에서 누구의 한이 더 크겠냐고."


"이름조차 잊혀진 영가에게 한 또한 사치죠. 받아줄 이가 없으니."


무녀가 조용히 보살의 말을 받았다.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유기자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래서, 그건 뭐였나요?"


그녀는 캠코더에 찍힌 영상을 보자마자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보기에는 마치 파묘 같았어요."


"갑자기 파묘가 왜 나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보살의 말에, 옆에서 재훈이 대신 대답해준다.


"영화요, 영화. 진짜 파묘 말고. 거기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그러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나중에 한번 봐야겠네. 그러니까 장수의 시체를 철주 삼아서 박아넣었다? 그걸 오행으로 풀어냈다? 재밌네."


"영화에서는 결국 죽인걸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다시 봉인시켰다고 들어서."


"다시 봉인시켰지. 그건 죽이지 못하는거야."


보살이 다시 술을 들이키더니 결국 빈잔을 만들고는 탁자에 내려놓는다.


"한잔 더 시켜줘. 그건... 일영이의 음모론을 말하긴 싫지만, 일본의 원한령이 씌인 도깨비야."


"그게 가능합니까?"


법사가 의아한듯이 물었다. 어떻게 신적인 도깨비에게 한낱 원한령이 붙는단 말인가.


"방법은 몰라. 우리의 방식이 아니니 모르지. 일본애들은 그런걸 많이 한다며. 귀신을 부려서 화복을 다스리려는거.

몇백년 동안 그런걸 해본 놈들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엮었겠지."


"일본의 방식이라고요?"


"대면해본 일영이의 말이야. 도깨비지만, 원한령과 흉하게 얽혀있는 도깨비였다고. 때문에 봉인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던거지."


"보살님이 느끼시기엔 어땠습니까?"


"방식이나 장난질이나 도깨비인데, 그 한스러움과 기운은 도깨비의 것과 달랐단 말이지. 그래서 나도 이게 뭔지 전혀 몰랐어."


"도사님은..."


도현이 입을 뗐다.


"역이 폐쇄된 이후 커뮤니티에 ㅇㅇ역과 관련된 글이 올라온 것 자체가 의심된다고 하셨습니다."


"도깨비는... 배우거든. 과거에 머물러있는 존재가 아니야. 배우고 진화하여서 민초들의 삶에 녹아드는 존재이지."


"그럼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흥미를 유발한 것이 그 일본 귀신에 씌인 도깨비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역을 제멋대로 제물을 바치는 구조로 바꾼건 일반적인 원한령의 짓이 아니지."


"사람들을 홀려서 다른 곳으로 보내기도 했고요."


그러자 유기자가 핸드폰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안그래도 그거에 관련해서 인터뷰 한 것이 있어요."


"인터뷰? 누구?"


"그 쪽 구간 전담 팀장. 이제는 전임이라고 해야할까요. 일단 들어보세요."


핸드폰을 조작하자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온다.



-...였으니까요.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근처에 있다는걸 느꼈지만, 동시에 인식하지는 못했어요.


-이해가 안가는군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방이 있는지를 말로 확인했었죠. '거기에 있나?' 이런 식으로요.


-처음에 그랬다는 말은?


-나중에는 안그랬다는 이야기지요. 그 빌어먹을 조건들...


-조건들?


-어디서는 벽에 붙어야하고, 어디서는 기어야하고, 어디서는 말을 해서는 안되고.


-그걸 어떻게 다 파악하셨죠?


-환상이 보였어요. 아마 우리보다 먼저 왔었던 사람들이었겠죠. 그들이 어떻게 죽는지가 보였습니다.


-혹시 이런걸까요? 영화에 보면 홀로그램으로 어떤 상황이 중첩되어 보이는거?


-어, 뭐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만 희미하게 보여요.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듭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거기서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모두 이상한 미로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해요.

팀장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다른 차원에 있었던 것 같다고."


"도깨비 장난질이지."


"도깨비의 장난질에도 이유가 존재합니다. 하다못해 재미로 장난치더라도요. 이 경우는 무엇일까요?"


법사의 질문에 다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양기를 탐한다던가. 쉽게 죽이면 양기를 뺏어오기 힘드니까."


보살이 대답을 하면서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습이다. 추측뿐이니 그럴 수 밖에.


"아까 도깨비는 배운다고 하셨잖아요. 그거에 관련해서 팀장이 한 말이 있는데, 나중에는 '거기에 있나?'라는 말도 흉내냈다고 해요.

거기에 잘못 대답한 사람은 두번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고 하고요."


"그래. 도깨비는 배우는 존재지. 그런데 그건 도깨비가 아니었단 말이지. 어떻게 악령이 도깨비 흉내를...

아니, 됐다. 어차피 이해도 못할 거. 거기는 막기로 한거지?"


"네. 어제부터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우회로의 입출구 모두 막아버릴겁니다."


"윗대가리들이 순순히 따랐네?"


"아무래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니, 이정도로 해결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제야 보살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래. 한달 정도만 있으면 굳이 제단도 있을 필요가 없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놔두라고 하더군요. 필요하면 제사도 지내라고. 하하."


그러자 법사의 고개가 갸웃한다.


"그건 의외군요. 바로 철거할 줄 알았더니."


"혹시라도 문제 생기는게 싫은거겠죠. 사실 제가 이렇게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다 그 덕이죠."


"기자님은 어떻습니까? 범인은 잡힐 것 같습니까?"


그 질문에 유기자의 얼굴이 밝아진다.


"네. 형사님 말로는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해요. 확실한 증거들이 튀어나와서 이게 왜 여태 묻혔나 의아했다고 하네요."


좋은 소식이었다.


"우리 중 가장 똑부러지게 일 했구만."


"얼마 전에 자료를 정리하다가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굿하는 도중에 피해자였던 정하윤 씨가 했던 말 중에서요.

'늦기 전에 데려가서 얽매어야한다'하는 말이 있었거든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보살이 안주를 뒤적이다가 대답한다.


"거기에 있던 존재들은 어차피 다 악귀... 뭐라해야하나. 악귀에 씌인 도깨비라고 해야하나. 다 그것의 제물이니까.

언젠가는 먹힐 처지라는걸 알았겠지. 원귀는 그런 법이야. 자기가 사라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하는 사람을 데려와야 해."


"그런데도 순순히 성불했네요?"


"그걸 성불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차사님이 눈 앞에서 잡아다가 강제로 끌고 간거지. 이승에 남은 원을 기자님이 늦게라도 풀어주고 있는거야."


"아..."


잠시 침묵이 돌았다.


"그런데 그 악령인지 도깨비인지는 왜 그런 되도않는 왕릉 흉내를 내고 영가들을 잡아먹었을까요?"


"악신이라도 되고 싶었던 모양이지. 도깨비랑 억지로 얽혔어도 결국에는 그냥 잡귀고 원귀일 뿐이니까."


---


술자리가 오래되면서 취기가 그들의 몸을 채운다.


"근데요오... 신기하단 말이죠... 저 시체도 무서운 것도 싫어하는데... 어쩌다가 이런 사건에 호기심이 동해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유기자의 말이 조금씩 늘어진다. 애교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모습에 법사가 오래 전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니 옛날 어떤 일이 생각나네요. 혹시 홍대 저주인형이라고 아십니까? 꽤 유명한 사건이었는데."


법사의 말에 보살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젓는다.


"간추리자면... 홍대의 뒷골목에 저주가 담긴 인형이 널부러져 있었죠. 누군가 그걸 인터넷에 올렸고.

그런데 심령 촬영을 전문으로 하던 어떤 촬영팀이 그걸 보고 한국의 애나벨을 생각했었다나봐요.

그래서 그걸 자기들이 회수해서 촬영하려고 하다가 크게 봉변을 당했다고 하죠."


흥미로운 이야기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결국엔 자기들이 알고 있는 영험한 무당에게 부탁해서 풀어냈는데, 무당이 처음에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처리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앓아누웠다는 것을 보면 정말 독한 저주 인형이었나봅니다."


"근데 그게 왜요?"


"만약에 그 저주 인형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군가가 만져서 그 사람들도 봉변을 당했을까요?"


"어..."


"하하. 아마도 신령님이 점지한 청소부가 와서 치웠겠죠. 그리고 별 탈 없었을겁니다. 세상이 다 그런겁니다."


법사는 다 떠들고 맥주를 들이켰지만, 아직 다들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보살이 부연해서 설명해주었다.


"뭘 돌려서 이야기해. 그냥 사람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야. 순리대로 흘러가면 맡게 되는 역할.

기자님은 지금 이 이야기에서 원한령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인거고. 청소부는 그 저주인형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역할인거지."


"아하...."


"잘 살아. 그렇게 덕 쌓으면서 잘 살면 복 받을거야."


"그런데... 보살님이나 무녀님 표정은 왜 안좋으세요?"


모두가 궁금했던 질문이 이제서야 나왔다. 잠시 표정이 어두워져서 입을 다문 보살 대신 무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본격적으로 무업을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왜, 일본 명부라도 들고 오게? 됐어. 무녀님은 할 만큼 했어. 차사님 부르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데. 괜찮아."


"그럼 보살님은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세요?"


그러자 다시 보살의 입이 닫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맥주를 쭈욱 들이키더니 얕은 트름을 하고는 서서히 입을 뗐다.


"나는 과연 순리대로 산 것일까. 내가 순리를 어그러뜨려서 저 늙은이가 저런 큰 일을 치룬 것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도사님 수술이 잘 안되었나요?"


"수술의 문제가 아니야. 무당이 평생을 신과 함께할 수는 없지만, 보낼 때도 절차가 있고 법도가 있어. 저렇게 강제로 떼어진게 뭘 의미하겠나?"


아무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기 남은 생을 떼어서 준거야. 어쩌면 다음 생의 생까지 가불했을지 모르지.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그런 선택을 한걸까? 내 역할은 과연 여기까지였을까?"


보살의 취기어린 고백에 다들 숙연해진다. 그러자 재훈이 덩달아 사과를 한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때는 그게 순리인 줄 알았지. 내가 조금 안좋아져도 살 사람을 살리는게 순리인 줄 알았지."


천신을 막아섰기에 반작용이 돌아왔다고 했던가.


"그런데 어쩌다가 누름굿을 하셨어요?"


"저놈 조상이 어찌나 빌던지. 단 몇년만이라도 미뤄달라고. 그래서 그랬지. 너무 애절해서.

그리고 신병 도져서 군대에 가봐야 미쳐서 나올건데. 딱 그때까지만 미뤄달라고 간청한거지.

신들이 의외로 속이 좁은 면이 있어서. 이해하면서도 그냥 투정부리시는 거지.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고는 하지만, 내키면 공짜로도 해주는게 신의 변덕이니까."


---


밤이 깊어간다. 술자리의 금액은 계속 쌓이고, 술집 주인은 매상 생각에 기쁘다가도 언제 마감을 쳐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그만 둘거라고?"


"네... 뭐... 이정도면 할건 다 했다 생각하고...요. 제가 더 뭘 할 수 없으니... 이제 그만하려고요."


"거 아깝네. 그것도 공무원 아닌가?"


"그래도 겪은 일이 많다보니... 위나 아래나 절 고깝게 보기도 하고... 이젠 그만 해야죠... 질립니다, 이제."


"그래. 마무리 잘 하고. 식은 언제 올릴건가?"


"...에? 무슨 식이요?"


"응? 아직이야? 아닌가? 아이고 천기를 누설했나? 음, 그정도는 아닌 것 같네."


"무슨 말씀이세요?"


"뭐 그런게 있어. 이만 파하지. 무녀님은 술도 안마셨으면서 왜 졸아. 자네는 기자님이나 챙겨.

재훈아, 법사님 부축해라. 집으로 가자. 너도 오늘 자고 가라. 죄송하다고 기도나 올려야겠다.

사장님, 여기 계산서 주세요. ...뭐야? 뭘 이렇게 많이 쳐먹었어?"


"저희가 오래 있기는 했죠."


"아니, 이렇게 많이 마셨다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거 참."


"..."


"뭐라고? 뭐라는거야 이놈."


"...술 좀 줄이세요..."


"...? 술 먹고 뻗은 놈이 뭔 헛소리하는거야. 재훈아, 얼른 얘 부축해서 나가라니깐. 사장님, 여기 택시 좀 불러주쇼."


"어어, 손님. 실내흡연 안됩니다. 금연입니다, 금연."


"에이, 니미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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