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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6)-슈거 마운틴(하)

에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7 22:47:38
조회 2533 추천 46 댓글 28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search_head=40&page=1(1~100,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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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애~!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는데! 페로로가 한가득이라고오~!"

양팔을 붕붕대면서 앙탈을 부리는 이부키.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 바로 내일이건만, 이로하는 좀처럼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부키, 이건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위험해서 안 돼."

"하지만 페로로가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보내줘~!"

하지만 이로하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부키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 돼. 안 보내줘. 보내줄 생각 없어."

"우우우!!!"

소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자신을 페스티벌에 보내주지 않는 이로하에게 온 몸으로 서운함을 표출한다. 이부키의 원망이 서린 샛노란 눈동자를 마주하자 마음이 너무나 아파오는 그녀였다. 하지만 선배로서, 그리고 언니로서 이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거절해야만 했다.

'마음같아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보내주고 싶지.. 이부키가 얼마나 기대를 하며 기다렸는지 알고 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무 꺼림칙해.'

샬레의 이름으로 행해진 총학생회 테러, 키보토스 각지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발광 현상. 감쪽같이 사라진 선생. 무엇 하나 신경쓰이지 않는 요소가 없었다. 테러리스트의 마인드로 생각해봤을 때, 지금 이 시기만큼 무언가를 터트리기 좋은 때는 없다.


'여기에 페로로 페스티벌이라고? 만약 내가 선생이라면 여기에 제대로 터트려버리겠지.'


물론 그저 기우일 수도 있다. 소녀가 이부키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니 그만큼 호들갑을 더 크게 떠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길한 미래가 그려지는 지금, 그 안으로 이부키를 던져넣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

"선배들도 가만히 있지 말고 이부키 좀 설득해 주시죠?"

이로하의 시선이 곧바로 백발머리 소녀와 분홍색 머리의 소녀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이부키 역시 이 두 소녀에게로 고개를 옮기는 것이었다.

"뭐하는 건가, 사츠키! 어서 이야기하지 못하겠냐!"

"여, 여기서 나한테 토스를 한다고?! 마코토 짱!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아?"

"시끄러워! 학생회장의 명령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 명령 불복종을 범할 셈이냐!"

고양이 목에 방울.. 아니, 이부키 목에 방울 달기다. 그리고 마코토는 땀을 삐질거리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평소에 이로하와 일을 넘기는 것처럼 아주 능숙하게 사츠키에게 손가락질하며 일을 떠넘겼다.

"사츠키 선배..?"

"........"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부키의 그 순수한 눈망울에 기대가 가득 차있다는 걸. 하지만 지금 그녀가 내뱉어야 할 말은 그 기대를 완전히 박살내버려야 하는 그런 말이었다.

"그~ 이로하 짱? 아무래도, 난~ 음. 이부키 짱에게 차마..."

"선~배?"

이로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그녀도 알지만, 그래도 이부키한테 그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것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로하를 악당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이게 이부키를 위함인데.

"저, 이부키 짱? 페로로 페스티벌에 가는 건.. 아무래도 안 될 거 같거든? 이번만~ 이번만 넘어가 주면 안될까~?"

억지로 산뜻한 미소를 짓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이부키를 달래보려는 사츠키였지만, 소녀의 우울한 표정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었다.

"........"

이부키의 슬픈 표정을 보자 사츠키는 가슴이 절로 아파왔지만 선배로서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물론 같이 가기로 한 약속을 어기게 된 건 미, 미안하지만. 그건 우리가 잘못했어. 하지만 그... 이로하 짱이 아무 이유 없이 그러는 건 아니야. 이건 전부 이부키 짱을 위한 거니까. 응?"

".........."

말이 없다. 사츠키는 알 수 있었다. 아마 마음 속으로 깊이 실망하고 있었겠지. 이부키는 선배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고 또 밝은 아이였지만, 가끔씩은 선배들보다 더 의젓한 모습도 보이는 소녀였지만 이제 고작 11살의 아이일 뿐이지 않은가.

'으...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만약 울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만약 이부키가 서러움을 버티지 못하고 울어버린다면, 과연 자신은 그 모습을 보고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사츠키 선배 미워!"

라고 대답하는 순간, 그녀의 정신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아마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만마전에서 이부키의 미움을 받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아오...! 왜 제일 중요한 시기에 일이 이렇게 되는 거야?!'

"알았어."

"어, 이부키.. 그래도. 응?"

순간 잘못 들었나 눈을 깜빡거리는 사츠키였지만 그녀가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이부키의 다음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가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안 가야겠지?"

"어, 어?"

사츠키는 당황스러웠다. 이부키가 그토록 기다렸던 축제가 아니었던가. 이 소녀 입장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 몇 시간은 장장 걸려서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이부키는 너무나 빠르게 자신의 의사를 철회한 것이었다.

"어... 이부키 짱? 왜? 괜찮겠어?"

순간 당황스러워서 오히려 되묻는 그녀. 그리고 이부키는 살짝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을 해줬다.

"이부키는 선배들하고 같이 놀러가는 게 좋지만... 선배들이 이부키때문에 곤란해하는 건 싫어. 내가.. 떼를 쓰면 선배들이.. 곤란하겠지?"

"......."

이부키는 그녀들의 생각보다 더 의젓한 소녀였다. 그리고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 애써 웃는 표정까지 지어보이고 있었다.

"미안해, 투정 부려서. 그치만, 같이 놀러가고 싶어서 그랬어... 그냥, 그거뿐이었어..."

아, 이 얼마나 어른스러운 소녀란 말인가. 슬픔을 숨기며 애써 기쁘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너무나 안쓰러운 기분이 드는 사츠키였다. 마음같아선 이부키에게 당장 OK 사인을 내려주고 싶은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이로하를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했다.

".....안 돼요!"

이로하 역시 차마 이부키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착한 소녀 앞에서 이런 말이나 해야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릿해오고 있었다. 

"이부키는.. 괜찮으니까!"

"윽!"


만마전의 모두는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안 괜찮을 것이다. 저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에서, 입술이 파들거리는 게 그녀들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부키의 눈망울에는 이슬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그, 그럼 이부키는.. 혼자서 놀고 있을게!"

그리고 이부키는 당황해하면서 소매로 눈을 닦고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우는 모습을 결코 선배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소녀의 착한 마음씨였다. 

"어.. 잠깐!"

그리고 그 때, 사츠키가 이부키의 소매를 붙잡아 버린다. 모든 일이 해결되었지만, 왠지 이부키를 이렇게 보내면 안 될 것같다는 생각에 행동이 먼저 나가버렸다.

"...선배?

이부키의 고개가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사츠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모르게 급하게 붙잡긴 했지만, 뭘 해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어... 어쩌지?'

이부키가 슬퍼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축제에 다시 보내준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축제에 보내주지 않으면서도 이부키를 행복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낸다.

"이부키 짱! 이걸 봐!"

"?"

사츠키가 선택한 건 [NK 울트라 계획]이었다. 


"자 이걸 봐라~ 이부키 짱은 행복하다, 전혀 슬프지 않다~"

실에 매단 동전을 좌우로 흔들며, 슬퍼하는 이부키를 행복하게 바꾸어보려고 했다. NK 울트라 계획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해진다~ 행복해진다~"

".......선배?"

"이부키 짱은~ 행복해..."

"뭔 짓거리냐?!"

-빠아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마코토의 손바닥이 사츠키의 뒤통수를 강렬하게 내려쳤다. 그리고 "얽"하는 소리와 함께 사츠키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무리 이부키가 슬퍼한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쓰려 하다니! 정녕 미친 거냐 사츠키!"

그리고 순간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그녀는, 이내 자신의 행동을 자각했던 것이었다.

"아으으..그래, 맞아. 마코토 짱. 아무리 그라도 이건 아니었는데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봐. 고마워."

".....? 선배들 싸워?"

그리고 그 순간, 둘은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말하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왜 싸워?! 우리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 그치, 마코토 짱!"

"물론이다! 우리 만마전은 키보토스의 그 어느 단체보다도 끈끈하지. 싸우긴 왜 싸우겠나?! 키히힛!"

밝은 표정까지 지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려든 둘이었고, 이부키는 그 모습을 보더니 대답했다.

"그럼.. 이부키도 좋아."

그리고 이부키도 웃어보였다. 하지만 마코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부키를 그 누구보다도 제일 아끼는 사람인만큼, 이부키의 웃음에 씁쓸함이 묻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헤헤..."

기쁘지 않은데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건 안 된다. 이부키에게 저런 거짓 감정이나 연기하게 만드는 게 하누마 마코토인가. 그녀로서는 결코 이부키가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어선 안 되었다. 그녀는 이부키가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부키."

"왜.. 그래, 마코토 선배?"

이부키의 마음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심사숙고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사고방식이 너무나 단순했다는 게 문제였다.

"축제에 가도 된다."

"어...?"

이로하와 사츠키가 뜨악하며 마코토를 쳐다보았다. 곧바로 이로하는 마코토를 쳐다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지만, 마코토는 이부키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이로하를 보지 못했다.

"이 내가 그런 거 하나 못해주겠어! 전혀 걱정할 필요없다! 페로로 페스티벌이고 모모프렌즈고 다 데려가 줄테니까. 그러니 우울해하지 마라!!"

"어.... 진짜?"

"물론, 이 위대하신 하누마 마코토님은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이부키의 미소는 그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만 어떤가. 이부키가 환하게 웃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마코토였다.

"키히히히힛!!!"

"아이고 머리야...."

그리고 이 환하게 웃는 두 명을 보고, 이로하는 머리를 부여잡아버렸다.


***

한편 한창 진행 중인 정상회의에서는 어느새 아비도스가 끼어들었다. 시로코를 시작으로 어느새 화면에는 나머지 4명까지 모여들었다.

"응, 그래서 중간에 사고가 터져서 이렇게 됐어. 그래서 이제 수습해야 하거든."

꾀꼬리가 울린 지난 밤, 그녀들이 겪었던 이야기와 실제로 벌어진 일, 그리고 오해들. 이 모든 것에 관해 길고 긴 설명을 방금 전에 막 끝마쳤다.

"그래서 일단 히마리 씨는 우리들의 적이 아니라는 거에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믿어주셔야 해요."

아야네는 트리니티에게 믿음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인연이라면 꼬여버린 상황속에서도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소녀들은 그런 희망을 품었다.

"음.. 여러분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코에게서는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믿어주는 게 비정상이고 안 믿는 것이 정상인 상황에서 비정상을 기대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러분들은 트리니티에 계속해서 모욕을 가하고 있습니다. 선생과 우리들을 엮는 것은 물론이고, 숨겨주고 있다는 소리까지 태연하게 하고 있군요."


이어서 나온 나기사의 말은 쐐기나 다름없었다. 아비도스가 직접 나와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도 그녀들은 믿어줄 생각이 없었다.


"응, 그럼 대장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 히후미 선배! 선배는 우리 믿어줄 거지?"

하지만 아직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다. 수영복 복면단의 리더인 파우스트라면 믿어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라면 믿어줄 것이다.

"누구세요?"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그녀들에게 보여지는 건 너무나 태연한 표정으로 연관성을 부정하는 히후미의 모습이었다.

"응, 대장. 이러면 안 되지. 우리가 함께 한 추억들을 전부 잊은 거야?"


그리고 대장의 꼬리자르기에 부하 2호는 곧바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죠?"

"우리 같이 은행도 털고, 우리가 트리니티에서 막 도와주고, 또 뭐냐 아비도스에도 찾아오고 막 그랬잖아!"

"은행?"

왠지 들리면 안 될 것 같은 소리가 들려 히후미를 쳐다보는 나기나기사였지만, 소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하하하... 모르겠는데요?"

그래, 히후미가 은행을 터는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잡념을 떨쳐낸 나기사는 이내 아비도스의 소녀들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아무튼, 이번은 넘어가드리겠지만 한 번만 더 이런 식의 언행을 반복한다면, 그때는 강경대응을 할 것입니다."

아비도스도 세뇌가 완료됐을 것이라 여겼다. 밀레니엄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의심에 의심에 의심을 더한다. 그것이 꾀꼬리가 울린 뒤 품어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당부했으니까.

히마리도 아비도스도 너무나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가드를 높게 올리면 말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다.

이런 진전 하나 없는 너무나도 답답한 상황에, 세리카가 소리를 높여본다.

"아 다들 의심암귀 들렸어?! 적당히 좀 해!"

"푸웁!"

홍차를 마시려던 나기사는 급작스럽게 입에서 홍차를 뿜어냈다. 아, 그 단어. 나기사의 잊고 싶었던 과거가 다시 한 번 덮쳐왔다.

"쿨럭! 쿨럭, 쿨럭... 무, 무슨 소리를."

그리고 세리카는 이제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들이받기 시작했다.

"뭐 우리도 그랬던 마당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건 이해하겠는데! 상식적으로 우리가 막 당할 거 같으면 먼저 연락을 했겠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당할 사람들이었으면 그냥 단체로 선생님 따라갔지 학교에 남았겠어?!"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트리니티 쪽에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밀레니엄의 아케보시 히마리라면 1%의 '혹시'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어, 소녀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응, 후배 말이 맞아. 세뇌도 안 당했고 우리는 100% 맨정신이지. 우리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좀 믿어보지 그래."

"얘들아, 우리 이 전화 그냥 끊을까? 귀 아픈데 말이야."

미카가 핸드폰에 손을 가까이 하려 하자, 시로코의 말이 점점 커지며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끊지 말고 우리 이야기 들어. 너희들이 직접 본 것도 아니잖아. 예를 들어 너희들 학교에 스파이가 숨어들었는데 의심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학시켜버릴 거야? 그건 아니잖아."

"크헙!"

시로코는 그냥 하나의 예시를 든 것뿐이지만, 나기사에게 내상이 실시간으로 입혀지고 있었다. 물론, 시로코는 보충수업부에 대한 이야기는 몰랐다.

"그, 그, 그게 무슨 말일까요."

"영화같은 거 보면 알 거 아냐? 자신이 의심했던 대상은 사실 무고하고 착한 사람이었고 정작 자신하고 가장 친한 사람이 배신자였다는 뭐 그런 내용."

"......쿨럭! 쿨럭, 쿨럭. 쿨럭."

나기사가 사레가 들렸는지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로코는 보충수업부와 티파티에 관한 내용같은 건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나기사가 왜 저러고 있는지 시로코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카 역시 움찔거리며 시로코를 바라보았지만, 시로코는 그냥 이게 먹힌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믿어야 할 사람을 믿지 못해서 사단이 일어나는 건 막아보자는 거지."

아주 심한 내상을 입은 듯 나기사는 이미 실신 직전이었다. 하나코를 제외한 보충수업부는 모두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셋은 화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속닥거리고 있었다.

"쟤, 쟤가 저걸 어떻게 알아? 히후미 너 저거 쟤네들한테 얘기했었어?"

"아뇨, 딱히 이야기할 만한 내용도 아니잖아요..?"

"..통찰력이라도 있는 걸까?"

그리고 시로코는 이내 한 명을 지목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도 잘 설득해서 쟤를 아비도스로 데려온 거잖아. 우리도 너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어?"

코하루가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깜빡이자, 시로코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믿음으로 친구를 선생님에게 데려왔던 것처럼, 우리도 지금 똑같이 여기 자칭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 씨를 전해주려고 하는 거뿐이야. 만약 이게 거짓말이라면 난 지옥에 가도 상관없어."

한 명이라도 설득시켜야 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여기서 제일 여린 마음을 가진 코하루가 제격이라고 시로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의 눈이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는 게 보여지고 있었다.

"우릴 믿어줘. 부탁이야. 응?"

진심 어린 호소. 마지막 승부수, 여기까지 와서 안 먹히면 소용이 없다.

"아니요, 아까부터 계속 이야기하지만 여러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여러분들은 증거도 없잖아요. 우리를 의심할 증거가. "

하지만 하나코에게서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 역시 실패한 것일까하고 낙담하려던 찰나, 하나코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모든 일에는 '증거'가 필요하죠? 심증같은 건 아무 의미 없어요. 말 같은 것도 아무 의미 없고, '행동'이 중요하죠. 인 그런가요?"

"!"

너희들을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달라는 말. 시로코가 똑같은 방식으로 히마리한테 썼던 방법이기에 그녀는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응, 행동과 증거라. 행동은 바로 보여줄 수 있는 데 말이지."


"네?"

그리고 시로코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백발머리 소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었다.

"싫어, 안 해. 절대로 안 할 거에요. 제가 왜 해요. 저리 가요!"

"저 녀석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해야만 해. 한 번만 더 찍자."

그 말에, 히마리는 빼액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니 눈을 부릅 뜨면서 온몸으로 거부의사를 표현하였다.

"싫어! 내가 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또 할 바에는 혀 깨물고 죽을 거야!"

"하고 싶은 대로 다 시켜줬는 데 안 됐잖아. 별 수 있어?"

"안 한다면 안 해! 나한테 다가오지마! 그런 표정도 짓지 말고! 저리 가! 훠이!"

트리니티 쪽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저들이 대화하다 말고 자기들끼리 뭘 하는 건지 기이하기만 했다. 하지만 하나코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같았다.

"그 행동이 뭔지, 정말 보고 싶긴 하군요. 우리에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으로 보인 신뢰 비스무리한 표시에, 시로코는 히마리가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붙잡으며 말했다.

"자, フトスト!"

"가긴 뭘 가! 난 안 해! 배 째! 사태 해결이고 뭐고 그건 안 할 거라고!!!"

"이제 와서 더 떨어질 바닥도 없는데 그냥 하는 것도 상관없잖아."

"닥쳐어어어어어어!!!!!"

"아유.... 그러지 말고... 잠만, 울지 마. 울면 어떡해."

"끄흑, 안 할 거라고! 왜, 왜! 내가 이런 고생을 또 해야만 하는데! 안할, 끅, 안 할 거라고오.... 싫다고오오오!!!"

소녀의 절규 어린 비명이 아비도스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아비도스 인원들은 이를 삐질대며 못 볼 꼴을 본 듯 고개를 돌려 피해버리고 있었다.

"안 할 거라고오오오!!!! 싫다고오오!!!!"

"어휴."

갈수록 난장판에 나머지는 당황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만은 태연하게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코는 이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얼이 빠지지 않은 채 아비도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로코 씨. 그 믿음을 주는 행동이라는 거, 시로코 씨가 한 번 직접 해볼 수 있겠습니까?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거죠?"

"아, 그거? 여기 이 쪽이 안 해도 되려나?"

"....히마리 씨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니, 뭐 나도 할 수 있어. 얍."

그리고, 정확히 5초 뒤.

"와."

"사, 사, 사형!? 너, 너, 너 뭐하는 거야!!"

하나코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이를 쳐다보고 있었고, 코하루는 고양이 눈이 된 채 시로코를 쳐다보며 손가락질했다.

"...................."

"...................."

그리고 아즈사와 히후미는 그저 눈을 깜빡거린 채로 시로코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우왓! 나기 짱! 정신 차려봐!"

"나, 나기사 님?!"

나기사는 시로코의 '그 행동'을 보자 실신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 새끼손가락과 엄지 손가락, 그리고 혀로 이루어진 성스러운 창이 너무나도 거룩한 탓에 그것을 버티지 못한 것인지라.

"응, 자극이 셌나? 음... 나한테 감사해, 내가 한 번 살려준 거야."

"......흐끅."

그리고 시로코는 다시 한 번 화면 너머에 있는 트리니티의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믿겠어?"

"....어.. 조금은요?"

진지하게 시작했지만 끝은 성스러운 창이라. 이것이 아케보시 히마리의 설득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후기-


블갤에서 진행한 투표와 노벨피아를 합산한 결과 2번, 히나 외전이 압도적인 투표수를 보인 채 뽑히게 되었습니다. 다음 외전은 이것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원래 블아 애니 보면서 참고할 거 없나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전투씬하고 대화도 참고하려 했었는데... 이야, 저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만 배우고 갑니다. 셀프숭배는 진짜 상상도 못했네요, 우와 어떻게 저딴 대사를 짤 생각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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