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XX년 XX월 XX+120일 09:45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샬레 업무 구역
전면전 개시 H-2시간 15분
"........ 이게 뭐람."
선생이 떠난 뒤, 텅 빈 샬레를 지키는 것은 '행정 사무원' 시라누이 카야.
(대체 뭐죠. 모모톡도 안 되고, 전화라곤 유선전화 뿐에....)
비록 총학생회장 자리에 앉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카야였지만, 그것이 곧 그녀의 커리어 전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감독으로는 JOAT이지만 선수로서는 GOAT'소리를 듣던 수많은 운동선수들과 동치되는 느낌이랄까.
탁월히 유능하다는 소리까지는 듣지 못해도 적어도 무난하게 일처리를 해오던 방위실장의 경력과 경험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 예사롭지 않아요.)
다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건 첫 번째 문제, 방위실장이라는 권위의 부재.
적어도 방위실장 시절에는 총학생회장이 일신 상의 사유로 부재할 때 SRT의 통제를 맡는 등 대리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FOX 소대와의 인연 역시 그 과정에서 맺어진 것이고.
다만 지금 그녀는 샬레 직속 부대를 움직일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았다. 어쨌든 그럴 명분이라 함은 선생의 유고 뿐인데, 지금 상황은 비록 통신이 두절되었으나 유고로 보기엔 어려웠다.
가뜩이나 카야에 대한 묵은 감정이 남은 SRT를 생각할 때 인정에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
그리고 이건 두 번째 문제. 먹통이 된 통신.
그녀에게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비난한다면 그녀는 다소 억울할지도 모른다.
이미 트리니티, 게헨나와 샬레 사이 핫라인을 이용해 상황을 파악했고, 선생에게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
[중립 경비 구역 내의 핫라인은 초소에 국한됩니다.]
[보육원 내부로는 비무장 출입이 원칙이라서...]
[초소 쪽으로 연락을 넣어는 놓겠지만, 아마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소극적으로 나올 겁니다. 그 점은 인지해주셔야 합니다.]
[통상적인 연락이요? 그야... 핸드폰이 있으니까.... 아니 그보다 지금이 전시도 아닌데...]
~~~
(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요... 대체 이 놈의 학교들은 전시 통신 전자 운용 지시라는 게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전쟁통에도 모모톡으로 지시 내릴 셈이냐는 항변을 해보지만 정작 그녀 역시도 각종 업무 지시는 물론 지난 쿠데타 당시에도 모모톡과 일반전화로 각종 통신을 했음을 생각하면 양심에 퍽 찔릴 일이다.
예상치 못한 통신불능 상황에선 그녀가 섭외했던 PMC를 비롯한 예비전력의 동원도 요원한 것이었다.
이미 협상을 끝내놓은, 카이저의 잔당을 포함해 용병 일로 연명하는 중, 소규모의 PMC들은 아마 이 상황을 알지도 못하겠지,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잠시 발로 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조치 후보고'는 기본 소양.
그러나 카야가 없으면 샬레로 오는 전화를 대신할 누군가가 없다. 제 아무리 직할부대가 할 일이 없다 한들 손으로 셀 수 있는 아리우스 스쿼드와 SRT의 주요 전력은 한 명만 빠져도 심각한 손실이었음을 모르지 않는 그녀였다.
(이래서 애매하게 중요한 역할이 싫었어요...)
"하아아......."
이리저리 생각해도, 가능하다는 결과값이 나오진 않았다.
그 결과는 머리를 쥐어뜯어도 보고, 핫라인 상대방에게 험한 소리를 하기도 하다가, 이내는 지금처럼 한숨만 푹푹 내쉬는 모습으로의 3단 진화였다.
- 톡 토톡 톡 톡...
혹여나 싶어 모모톡을 보내보지만 여전히 단 한 칸도 올라오지 않는 주파수와, 전송 실패를 뜻하는 X자 표시 외에 다른 변화는 없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요.....)
- 벌컥
"뭐야, 카야 쨩이잖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닌 FOX 소대와 RABBIT 소대였다.
".... 누가 카야 짱입니까."
"아니 암튼, 지금 여기 통신은 터져?"
오토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묻지만 카야는 고개를 젓는다.
"확실히.... 여기서도 데이터 통신은 먹통이군요,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아요."
"네네, 여러분 후배가 말하는 대로에요. 여기 있는 유선 핫라인 빼고는 모두 먹통입니다."
"다른 학교도?"
"뭐, 그렇겠ㅡ"
- 띠리리리리리리....
"샬레 행정사무원 시라누이 카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무어라 말하려는 쿠루미에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언성을 높이지 말 것을 부탁한 카야는 그 뒤로 한참을 전화 너머의 상대와 통화하는 데 소모하였다.
- 털커덕.
"무슨 일이지. 방금 핫라인은 밀레니엄 같다만."
"네네 밀레니엄 맞고요. 조만간 화상회의를 복구할테니 대기해달라네요. 이 쪽은 유선이라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그냥 켜두면 알아서 들어올거라는데요?"
"내가 할... 어라? 미유?"
사키가 빠르게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미유가 모니터를 켜고 마이크를 조절하고 있었다.
"ㅇ, 응.... 아까부터 이쪽 모니터에 뭐가 깜빡거려서..."
"후배들 일에 왈가왈부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대원이 뭐 하고 있는지는 관심 가져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선배 그건...."
"그, 저기.... 아무나 오셔서 한 분 앉아주셔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뭔가 무서워보이는 분이.... 흐에....."
"에휴, 보나마나 밀레니엄의 빅 시스터일텐데, 제가 앉아있을테니 이쪽을 좀 부탁합니다."
카야가 자리에 앉자 화상회의에 등장해있던 밀레니엄 측 화면의 음소거 표시가 꺼진다. 이내 마이크의 높이를 살짝 올린 리오의 목소리가 업무 공간을 메운다.
[여기는 밀레니엄. 음성, 영상 수신 양호한지?]
"여기는 샬레. 수신 양호하다 알립니다. 당소 음성 양호하신가요."
[응. 잘 들려. 일단 선생의 위치는.... 알다시피 현재 추적하기 어려워. 다만 스케줄표를 감안할 때 아직 '에덴보육원'에서 봉사활동 중일 가능성이 높아. 샬레 직할 부대의 출동을 의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렇다는데요?"
모에를 향해 물어보는 카야였으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난처한 표정을 짓는 모에.
"어음.... 그게 말이지... 이게 항전장비들도 전부 메롱이라서....아무튼, 그렇게 되었다는 말씀."
"아예 못 뜨는 상황이라는 거군요. 뭐 시계 비행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말입니다."
"그 정도 수준의 파멸은 사양할게. 나 혼자도 아니고 12명이 타고 갈 헬리콥터를 한 방에 날려먹고 싶진 않다고."
(뭐... 차라리 잘 됐네요. 문제가 없으면 바로 출동을 요구할텐데, 제 권한 밖이기도 하니...)
농반진반으로 너스레를 떠는 모에를 보며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이크를 켠 카야였다.
"...... 전파방해가 항전장비 쪽에 문제을 일으켜서 헬기를 띄우기 어렵다고 합니다. 설령 뜰 수 있다고 해도, 승인권자인 선생님의 권한이 이 쪽으로 오지 않은 터라, 아마 총학 쪽에 연락을 넣어보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 유우카, 총학생회 쪽은 아직이야?]
[허어어어억.... 허어어어억.... 몰라.... 지금 몇 번째... 오르내리는 건지도..... 허억.....]
[안 되겠어요 유우카 쨩. 코유키 쨩이랑.... 아니, 저랑 교대해요. 코유키 쨩은 바쁜 모양이네요.]
리오의 물음에 밀레니엄의 다양한 백색소음이 들린다. 누군가 심하게 헉헉거리는 소리, 타자를 치는 소리, 각종 인터페이스가 번쩍이며 내는 알림음, 어딘가 가끔씩 스파크 튀는 소리 등이 뒤섞였다.
"어....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 도우면 되죠?"
[..... 일단 샬레 쪽에서 알고 있는 정보가 필요해.]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유선 빼고 모든 통신이 먹통인거랑, 샬레 보안도 전자식은 무력화되었고요. 그리고ㅡ"
"잠깐, 저거 뭐야?!"
"뭐ㅈ..... 어?"
[무슨 일이지? 화면 송출이 이상한 것 같은데. 빨갛다가 초록빛이다가....]
"제대로 송출되고 있는 것 맞습니다."
"저긴 게헨나 쪽입니다. 그렇다면.... 저 신호는...."
"들은 적이 있어. 전 학생의 복귀 명령, 이라고."
거의 동시에 같은 결론을 낸 미야코와 니코였다.
[잠깐, 게헨나가 먼저 움직였다고?]
"뭐, 확답을 드리기는 애매하지만 저 방위에서 저 정도 규모의 신호탄을 일거에 터뜨릴 만한 학교는 게헨나 말고는 없네요."
[.... 일단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상황 유지를 위해 회선은 이대로 열어두기로 할게.]
말을 끝내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마이크를 음소거하고 자리를 뜨는 리오. 그녀를 보는 카야 역시 내색은 않았지만 슬슬 상황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 하필 그 사람이 없을 때 이런 일이라니, 누군지 몰라도 심각한 악취미를 가지셨군요.)
~~~
같은 시각, 밀레니엄의 시점.
황급히 화상회의석에서 물러난 리오가 다시 한 번 상황을 체크한다. 여전히 무선, 데이터 통신은 불능. 핫라인은 이제 겨우 트리니티 쪽에서 OK 사인을 받은 상태이며 게헨나는 자체적으로 비상을 걸어서인지 핫라인이 잠잠한 상황. 뚜렷하게 긍정적인 신호라곤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 유우카. 노아가 돌아오면 게헨나 측과 연결을 다시 시도해달라고 말해줘. 선도부든 만마전이든 먼저 연결되는 쪽하고 연락하는 게 맞겠어."
"리오. 급하지 않으면 이 쪽에서 하나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 유우카? 화상회의 자리를 좀 부탁할게."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유우카가 자리에 앉아 카야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리오가 히마리의 곁으로 다가간다.
"......... 지금 현상을 비유하자면, 하늘 위에 반사경을 여러 각도로 박아놓았다. 에요. 전리층*의 전자 배열을 무작위로 바꿔버리면서 무선 통신을 교란하는 거죠."
* 전리층: 대기권에서 태양 에너지에 의해 대기 분자가 분리되는 공간, 주파수가 낮은(기준: 30MHz) 단파, 공중파 등은 반사되고, 그보다 높은 주파수는 통과한다.
"위성 통신까지 막힌 이유는 그럼..."
"당신 말대로 정말 '이름 없는 신'들의 기술이라면, 전리층 아래에 다른 에너지 층을 만드는 기적 같은 일은 충분히 가능하겠죠. 주파수 대역은 아직 분석중이지만 색채 에너지의 파장과 비슷한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어요."
"..... 색채를 자유자재로 이용한다는 거야?"
"정확히는 에너지지만요. 대상을 반전시키는 그 속성 자체까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냥 짐 싸서 피난가는 게 나을테니 그런 가정은 안 하느니만 못하고요. 현재로썬, 네. 그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이름 없는 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에리두까지 만들어낸 리오였지만 색채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바.
"...... 히마리, 어쩌면..."
"그만. 리오. 그거 아니에요. 부정적인 말 회의적인 말 안 될 것 같다는 말 금지에요."
".........."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알지만 당신이 꺼낼 말은 아니에요."
"그... 나는 그저..."
"당신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와 별개로 밀레니엄의 회장은 당신이에요. 당신부터 무너지면 우리는 이미 몇 수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요. 적어도 제가 그 꼴은 못 봐요."
"방법이....."
"있어요. 한 가지."
심각한 표정의 히마리가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인다.
".....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영역이지만, 생텀타워의 권한을 활용해서 정지 궤도에 떠 있는 우리 쪽 위성에 초고주파를 쏘아 올리면 색채 에너지층과 전리층을 뚫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직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요."
"가능한거야 이론적으로?"
"도박수죠. 그쪽 대역을 실제로 써본 적이 없으니, 하지만..... 어떻게든 지금은 해내야 할 상황이잖아요? 그럼 하늘에서 인공위성을 떨어뜨려서라도 해결해야죠."
평소와는 다른 기세의 히마리를 마주한 리오 역시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수는 없었다.
"..... 알았어. 치히로. 총학 쪽 통신은?"
"지금 시간대로라면 차라리 총학까지 야전선 뭉지를 들고 뛰어가는 게 더 빨라. 총학 쪽 유선에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회로 검사부터 말썽이야.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단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여튼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총학이 제일 오래 걸려."
치히로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리오뿐만 아니라 히마리 역시 치히로의 X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총학과의 통신은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했다.
"치 쨩. 산술적으로도 뛰어가는 게 더 빠른 건가요?"
"굳이 계산을 돌리지 않아도 어디가 단선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를거야. 다만 총학까지의 거리가 꽤 되다보니 사람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인데...."
"하필 체력적으로 제일 열세인 밀레니엄에게 이런...."
"유우카, 시라누이 카야라면 비선 라인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
"응? 아, 응! 그, 전 방위실장! 혹시 총학하고 연결 돼? 지금 아무래도 둘 중 한 곳이 밀레니엄으로 선을 끌고 와줘야 할 것 같은데!"
[잠시만요. 총학..... 일단 제가 방위차장과 쓰던 라인이 연결 자체는 되어있는데..... 지금 보니 대기 중인 사람이 없네요. 저 쪽도 전쟁통인 건 매한가지겠죠. 가뜩이나 제 일을 죄다 떠맡은 것도 방위차장이고요.]
이쪽의 상황을 들은 유우카가 다급하게 외쳐 묻지만, 화상회의 너머에서 들려오는 카야의 목소리로 보아 총학생회에서 이 쪽으로 오는 방법도 사실상 불가능.
결국 밀레니엄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C&C를 부를게. 더블 오라면 해낼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 회장. 어쩌면 상대가 노리고 있는 쪽이 이 쪽일지도 몰라."
"에이미...."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했을걸. 밀레니엄의 사실상 유일한 무력을 빼냈을 때의 이득과 손해를 모두 판단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타개한 것은 백색 소음 속에서 들려온 히마리의 단발마.
".......... 아!!"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히마리 선배?
"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죠?! 노아? 노아 있나요?"
"노아라면 게헨나 쪽 선을 연결하러 올라갔습니다. 지금 남는 손이라면 마키가 있긴 합ㅡ"
"마키!!!"
"ㅇ, 으에?!"
"절 좀 도와줘야겠어요."
"나? 갑자기? ㅁ, 뭔데...?"
코타마에게 지목당한 마키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히마리가 한 가지 지시사항을 내린다.
".......... 스미레 씨를 불러와줘요."
"스미레라면.... 그 트레이닝부?"
"빨리요!"
"아, 알았어! 선배들... 그 부탁할게?"
치히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하레가 마키의 패널도 같이 붙잡는 것을 확인한 마키가 뛰어나간다.
다수의 그래피티 경력이 보증하는, 베리타스의 유일한 운동신경 보유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
20XX년 XX월 XX+120일 09:57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트리니티 티파티 상황실
전면전 개시 H-2시간 3분
"..... 미카 씨에게 아직 연락은 없는 건가요."
"아시다시피 유선을 제외한 모든 회선이 먹통인지라.... 원인 파악 중입니다."
"밀레니엄 측 핫라인은요."
"지금 화상회의로 전환 중에 있습니다. 회선을 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동기화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구체적으로 얼마 걸리는지 확인해서 다시 보고하세요."
이 상황 속에서도 겉으로나마 가장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키리후지 나기사일 것이다.
특히 아직 밀레니엄에 남은 미카의 이슈가지 고려할 때 트리니티는 양면전선을 펼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다년 간의 호스트 경력을 고스톱 쳐서 따지는 않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능숙하게 티파티의 임원들을 부린다.
"너무 걱정은 않아도 될 겁니다 나기사. 우리 모두 미카를 잘 아니까요. 우리가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느냐의 것보다도 그녀가 무슨 일을 벌이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으신건가요?"
"미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녀가 가만히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어디든 이야기가 새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완벽한 진실은 없는 것처럼요."
확실히 세이아의 말은 정론이었다. 대기권 밖에서 운석을 떨어뜨릴 정도의 능력을 가진 미카였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해결의 스케일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학교에서 사실상 최고급의 의전을 받고 있는 '요시찰인물'이 무언가 일을 벌인다면 아무리 무선 통신이 먹통이 된 지금이라고 해도 어디선가 이야기가 샜을 것.
"세이아 씨."
"네, 나기사."
"이런 상황에서까지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 싶지만..... 세이아 씨의 그 감이나, 꿈도 괜찮습니다. 혹시 이런 일에 대한 전조 증상을 느끼셨는지...."
"글쎄요. 일단 적어도 미카에게 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고, 느끼는 바에 따르면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은....."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오늘 선생님의 공식 일정이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합동 일정인데, 그 쪽과의 연결이 닿지 않는 데에 있겠군요."
"......... 이런 상황에서 힘을 빌리는 것은 어떨까 싶지만... 세이아 씨가 뭔가 느끼거나, 보았거나, 그런 류의 것들이 말해주던 무언가가 있었던가요?"
"여태 제가 입을 열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는 일인 상황에서 제가 한 마디 실수라도 한다면 그 때는 돌이킬 수 없어지니까요."
세이아의 심각한 표정에 나기사 역시 위화감을 느꼈다. 에덴조약을 앞두고도 저 정도로 심각한 표정을 짓진 않았다. 예지 능력을 잃고 그저 '감이 좀 더 좋은' 수준이 된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 아는 대로 다 말해주세요. 대체 무슨 일인가요. 미카 씨인지, 선생님인지도 확실히 해주셔야 합니다."
나기사의 다그침에 침묵하던 세이아가 조용히 펜을 꺼내어 앞에 놓인 냅킨에 글을 쓴다.
'S'
그것이 Schale의 S인지 Sensei의 S인지는 세이아 본인만이 알 것이나, 적어도 그것이 지목하는 대상이 하나임은 나기사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나기사의 반응을 확인한 세이아 역시 냅킨을 촛불에 그을려 태워버린다.
"건강 상태에 관한 것인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까진 확신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보았던 것은 큰 병원에 환자들이 쉼 없이 밀려들어오는 것이었기에....ㅡ"
"알겠습니다. 비서실장 있나요?"
"ㄴ, 네 나기사 님! 무언가 분부하실 일이라도..."
"츠루기와 방위군단장을 불러주세요. 지금 즉시요."
"아,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복잡한 표정의 나기사를 세이아가 달랜다.
"저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과잉 대응을 했을 겁니다."
"세이아 씨는 제가 무슨 대응을 할지 이미 다 알고 계시군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가진 흔한 고질병이죠."
얼마나 지났을까, 땀에 약간 젖은 머리와 흙이 묻은 제복, 그리고 약간 지워진 화장이 인상적인 방위군단장 학생이 들어온다. 일반적인 티파티 제복에, 옥색의 견장과 지휘관 배지를 잘 갖춰입은 모습.
"티파티 방위군단장이 호스트를 뵙습니다.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현재 정보 자산 중 가용한 것들은요?"
"유선으로 작동하는 감시장비는 전부 작동합니다. CCTV, EOD, 등 드론을 제외한 모든 감시 자산이 가동 중입니다."
"신호 정보는 못 잡고 있죠?"
"그렇습니다."
"경계를 보강하세요.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나기사 님. 다른 지시 사항은 있으십니까?"
"현재 가용한 화력 자산을 알려주세요."
"현재 군단은 선생님의 에덴 보육원 일정을 고려하여 화력대기태세 C+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포병여단 내 1개 대대를 즉각대기임무부대로 편성하여 그 중 1개 포대가 포상대기 중, 1개 포대는 증원 포대로 영내대기 중입니다."
* 포병의 대기태세 수준을 의미하며 상황에 따라 알파벳으로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A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포병부대가 명령 즉시 임무 수행을 위한 대기에 들어가며, 요망 수준은 대개 상황 발생 이후 5분 내 초탄 발사를 기준으로 한다.
"......... B로 격상하여 유지하세요. 사유는 현 상황 관련으로 하겠습니다. 부대별 유선 통신 다시 한 번 점검하시고, 무선 통신 전자 운용지시는 별도 조정 없이 복구되는 대로 준용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B로 격상하여 즉각대기임무부대로 지정된 A포병대대 전원이 대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방위군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정의실현부의 켄자키 츠루기 역시 도착한다.
"정의실현부장이 티파티의 호스트를 뵙습니다.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현재 선생님과 함께 있는 정의실현부원이 어떻게 되죠?"
"나카마사 이치카 양 등 총 5명입니다."
"이치카 씨에게 별도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요."
"송구스럽지만, 네. 그렇습니다."
"중립 경비 구역은 정의실현부의 책임 구역이죠?"
"맞습니다."
"정의실현부 자체 연락망을 총동원해서라도 이치카 씨에게 연락이 닿도록 하세요. 권한이 부족한 일이라면 제 이름을 대시고 강행하세요. 게헨나 측에는 제가 일러둘테니 충돌에 관한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기관총을 쏘아대듯 긴 문장을 한 호흡으로 뿜어낸 나기사가 훅, 하고 숨을 내쉰 뒤 남긴 말은,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합니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
이번 한 주도 고생많으셨습니다 여러분
편안함 밤 되시고 다음 한 주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