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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냥 때가 되었나보다 싶지앱에서 작성

창백 2023.04.24 08:12:15
조회 66 추천 0 댓글 0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이리도 와닿을 때가 없다. 괜찮아진 듯하면 다시 찾아오고, 잊을 만하면 또 스멀스멀 생겨나는 게. 연에 한 번씩은 꼭 거쳐 가는 지독한 감기. 아무리 살펴 봐도 보이지 않는, 현미경으로도 안 보일 만큼 작은 건지 너무 거대해서 눈에 담지 못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몸과 마음의 고통이 일치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고통이 시작된다. 굶고, 토하고, 깨물고, 커피와 담배와 불면. 일련의 숙달된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마음에 몸이 꼭 들어 맞는다. 남이 보기엔 그렇게 다른 모습도 아니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지만. 지난 상처는 보기 어렵지 않은 곳에 옅은 흉터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부끄럽고 창피해서 매번 후회하지만 가끔 빛 아래서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이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겁쟁이라 이정도로 끝난 거지, 하는 생각. 딱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만, 흰 속살이 많이 보이지 않고 쩍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그러면 답답한 속이 따끔한 맛에 모두 파묻혔는데. 요즘엔 왜 이리도 충동이 심한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도 외로움만 해소될 뿐 얘기를 나눌수록 다른 문제들이 벌떡 일어나 눈을 마주치고 머리는 복잡해진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아무리 곱게 빗어도 태생이 곱슬이라. 비가 오고 땀이 나면 잘 정돈된 결 사이로 굽슬굽슬 신경을 바짝 세우는 머리카락이 내 모습같다. 분명 즐거웠는데 말이지. 쉴 새 없이 웃으며 속이 텅 빈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말이지.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정신 없이 웃었는데 정신은 내 흐릿한 마음에 또렷이 박혀서 힘들고 피곤하고 지친다는 생각을 쉴 새 없이.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언제 마음이 꽉 차서 복에 겨워 죽었을까. 즐겁긴 한데, 그것이 행복은 아니고. 웃음이 나오는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겹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이. 우스갯소리로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음을 던져놓는 일이. 신기할 따름이다. 무얼 위해서? 어떤 미래에서 어디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살아가는지. 살아져서 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자신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엇도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 그럴 명분이 없다. 희미하게 맡고 있는 끝의 냄새는 평생을 가겠지. 괜찮은 마음에 맞는 몸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마음이 마음답지 못하면 잔뜩 모나고 헤져서 마음인지도 알아볼 수 없으면 그냥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되면 그러면 안 되나 마음 없이 살면 마음을 주지 않아도 되고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착각하지 않아도 되고 실망하지 않아도 되고 기쁨도 슬픔도 불안도 두려움도 어딘가에 묻어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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