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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ㅎㄱㄱ 0516 더라맨 승안존자와 어머니, 집 얘기앱에서 작성

ㅇㅇ(211.234) 2024.05.20 18:32:51
조회 550 추천 34 댓글 5

소소하게 도장판 한 판 채우는 정도로 보는 중에 플북도 못 사서 명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날따라 승안존자 행동에서 전사 관련? 어머니 관련 느낌표가 빡 뜨고 그게 아직도 안 잊혀서 써보는 개인적인 해석과 감상이 가득 담긴 후기.

비에 젖은 존버 꺼내서 빗물 짜내고 이불 덮어주는 장면이 이날 정말 좋았어. 존버 이불 덮어주고 쓰다듬어주고 마주보면서 정적을 한-참 쓰고 있더라. 거기 표정이 정말.. 표정도 표정이지만 그 정적 끝에 내뱉은 말과 행동이... 
이날 정적을 되게 많이 썼고 그게 다 너무 좋았는데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인형 이불 덮어놓고 한참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하는 말이 '미안해... 쉬어.' 였던 거. 진짜 머리 빡빡 깼음. 미안해 전의 표정도, 미안해 말하고 쉬어 사이 그 찰나의 표정도 정말 복잡해보였는데 그 정적동안의 표정이 뭐였냐 하니 그 순간 승안존자가 존버를 위해 떠올리고 행한 행동들이 어머니가 승안존자에게 해줬던 것들이랑 너무 닮았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해버린 것 같았다.

생일 넘버에서 승안존자와 어머니의 짧은 대화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승안존자 전사에서 그나마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 ‘미안해. 아, 미안해하지 말랬지. 고마워 아들.’ 그리고 아들 덕에 또 한 달 잘 넘겼다는 말.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승안존자는 별 말 없이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 짐을 기꺼이 다 짊어진 집안 가장이었을 것 같고 어머니는 아프셨던 것 같기도 함. 그래서 그런지 승안존자한테는 집이 <집으로> 넘버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마냥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스럽고 힘에 부치는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었음. <난 못해> 넘버에서 '우리 집은 원래 없었던 거야.'라는 가사가 너무 아프게 들리는 생존자거든. 마음 놓고 편하게 있을 집이란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어쩌면 승안존자가 저렇게까지 자신을 방에 가두게 될 만큼 망가진 건 가족과 집의 영향도 꽤 클 거 같고(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상황 상) 집에서 방공호로 도망쳐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고...

집도 어머니도 떠올리면 숨은 막히는데 또 그만큼 애정은 커서 떠올리기만 해도 속상한 존재였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어머니의 '미안해'라는 말을 더 싫어했을 것 같음 미안하라고 하는 일이 아닌데 왜 미안하냐는 마음,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뭐가 달라지냐는 나쁜 마음, 진짜 내가 다 포기하고 이 짐을 지고 있다는 실감 등등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에 온갖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 그걸 묻어두고 싶은데 말 한 마디에 자꾸 넘실거리니까 더 틀어막았을 거 같고...

그런데 정적 한참 쓰고 존버 바라보며 이불만 도닥이다가 나온 말이 어머니가 했던 말이랑 똑같아서 정말... 너무 놀랐다. 이런 처지가 되고 나니 나한테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해'밖에 없는 거지. 자기도 존버를 바라보며 말을 고르고 골라봤지만 수많은 말들이 결국은 '미안해'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는 걸 본인도 느낀 것 같았어. 그걸 느껴버린 순간 참 먹먹하고 복잡해서 입을 못 떼는 느낌. 진짜 자식도 아닌 존버에게도 이런데 어머니는 얼마나 더했겠어. 존버만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그 복잡한 표정에서 그게 느껴지더라

미안하다는 말 끝에 '쉬어'로 넘어가면서 자리를 뜨는 것도 너무 어머니의 말버릇처럼 세트로 튀어 나온 것 같아서 더 슬펐어 황급히 도망치는 거 같기도 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늘 그 말을 들으면 마음에 돌덩이 하나 얹어지는 것처럼 답답했는데 이제야 어머니가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버린 듯한 그 씁쓸함이 너무 너무 슬프더라. 그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말이 미웠는데 그 말이 튀어나왔다가 자기가 싫다고 했었으니까 황급히 주워담았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을 것 같고 더 슬펐을 거고 뭐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 느껴진 건 많은데 말로도 잘 표현이 안 되네

보면 볼수록 승안존자한테는 생각보다 가족이라는 포인트가 세게 작용하는 것 같아 나는 승안존자를 보면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이 시작된 우울감이 심해져서 우울증이 되고 그게 심해진 상태로 보이는데 위에도 말했듯 거기에 가족과 현실의 일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듯해. 가족을 챙겨야 한다라는 부담이 있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무거울 정도로 가지고 있는 K장녀들에게 마음 아픈 포인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전사나 상태가 자꾸 보이더라고 처음부터 승안존자한테 이유없이 마음이 쓰이고 속상했는데 이런 면이 보여서였나 싶고 ㅅㅌㅁㅇ 이래서 나랑 너무 닮아보이나 싶고ㅠㅠ...

자첫하고 힘들어서 텀 길게 두고 봤더니 후반에 볼 수 있는 회차가 너무 적게 남아서 아쉬웠어 이제야 새로운 것들이 막 튀어나오고 나한테도 보이기 시작했는데 말야... 오늘날 우리 청년들을 참 많이 닮아서 아픈 승안존자가 제발 제발 저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따뜻한, 그의 온전한 집으로 돌아가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

+ 그리고 이건 위에 <집으로>, <난 못해> 넘버 얘기 나와서 또 생각나서 덧붙임. 승안존자한테 집은 실제로 숨막히고 지치는 무거운 현실의 공간이었다면 집으로 넘버 때 존버 말을 듣고 떠올리는 집은 승안존자가 꿈꾸던 환상의 집 같아서 매번 이 두 넘버 이어질 때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펑펑 남
‘원래 우리 집은 없었던 거야’ 라는 가사 부를 때 이게 현실이잖아 내 형편에 또 무슨 헛된 꿈을 꾸는 거야 하고 자조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더라 승안존자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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