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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시고 난 후기) #1. 대홍포앱에서 작성

ㅇㅇ(117.111) 2022.03.03 02:22:18
조회 377 추천 12 댓글 10
														

* 중국차를 접해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표현에 미숙함이 많습니다. 이 점에 미리 사과드리며, 차차 밟아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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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미있게 보던 모 웹툰이 있었다.

딱 차 하면 생각나는 여러 차들— 익숙한 유자차, 얼 그레이, 현미녹차는 물론, 여러 중국 차들까지 아우르는 웹툰이었다. 

차에 관한 갖가지 옛 이야기, 조금 지난 이야기, 그리고 요즘 이야기들을 잔잔히 풀어가는 게 참 좋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웹툰으로 차에 관심을 갖게된 사람들이 꽤 있을거라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가 그랬으니까.


처음은 이래저래 무난한 홍차였다. 

아무래도 “커피 말고 차!” 하면 딱 떠오르는 현미녹차 다음이 바로 홍차였으니까. 

마리아주 프레르가 참 맛있더라. 

가격은 사악했지만, (각종 비새차, 노차 가격을 언뜻이나마 알게 된 지금 입장에선 그나마 선녀더라.) 축축한 티백이 아니라 고슬한 찻잎 그대로를 만져보는 것이 참 좋았다. 

틴캔을 열면 풍기는 향도, 다 마시고 남은 촉촉한 잎도 좋았다. 새로웠던 만큼 더더욱 빠져든 것이겠다.

“허구헌날 차를 달여 마신다”는 군소리를 들을 정도로 챙겨 마셨던걸로 기억한다. 아마 “차”라는 것이 대략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그 때 깨달은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중국 차를 접해본건, 어느덧 홍차 세 캔을 다 비웠을 즈음이었다. 

더럽게 맛없는 가지 투성이 싸구려 다즐링을 억지로 억지로 다 비운 날이었나, 문득 차는 원래 중국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여태 믿었던 인도에게 뒷통수를 씨게 맞았으니, 한 번쯤 외도도 해볼만하잖을까?’, 대충 이 정도가 그 때 들던 생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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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금훤을 우려 마셔보고 든 생각이란,


어? 맛있네?


물론 약간의 낯섬이야 있었지만, 곧 매일 우리다 못해 다기를 아예 마련하기 이르렀으니 말 다 한 셈이겠다. (저번에 적었던 개완 산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다.) 그렇게 어설프게나마 포다를 시작한 것이 바로 저저번 달. 


더 쓰자면 ‘첫 만남’의 인상이야 많지만, 이미 말머리가 이만큼이나 늘어졌으므로, 금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의 이야기는 근 한 달간 마시다가 어제 마지막으로 다 마신 대홍포. 두 번째로 만난 중국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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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첫 차가 금훤이었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며, 또한 같은 우롱차라 비슷할거란 생각 때문이었을까?

첫 인상은 “얘는 좀 쎈 스타일이네…” 였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른 건 담배. 개중에서도 마일드세븐. 

훈연향 뒤에 찾아오는 약간의 새큼함과 향에서 딱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탄배향과, 서투른 포다가 합쳐진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괜찮았다. 왠지 더 마셔보고 싶더라.

마냥 놓아버리고 싶은 맛은 아니었으니까. 처음이 세서 그렇지, 익숙해지면 또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손이 자꾸 가는 느낌.


두 어번 우려보고, 향이 입에 익으니 찾아오는 것은 나무향. 

우아하다. 부드럽게 감아드는 금훤과는 다르게, 약간은 센, 약간은 거친, 그렇지만 마냥 태우지는 않는 향.

그렇게 지나면 타닌감이 한 번 머물고, 그 다음은 약간의 꽃향이라 해야 할지, 매니큐어 향이라 해야 할지. 한 번 톡 치고 사라지는 향이 스치고 가면,

입 안에 남는 것은 깔끔한 잔미와, 숨결에 스며든 잔향, 그리고 왠지 모를 만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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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차가 기름진 음식과 어울린다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처음 금훤을 마셨을때는 그런가? 했는데, 대홍포를 마셔보니 이거구나! 싶더라. 매일 우려서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깔끔함. 

금훤이 감아든다면, 대홍포는 씻겨내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아주 박박 닦아내는 느낌은 아니고, 부드럽게 씻어내어 끝향으로 품고 가는 느낌.

같은 청차 속에 이렇게 다른 느낌이 퍽 이채롭다. 

물론 많은 차를 접해보지 못한지라, 비교할 대상이 금훤 밖에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 다른 청차들은 어떤 맛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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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은 황금빛. 

이리 예쁜 색에 이런 향이 담겨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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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마지막 찻자리. 

남은 찻잎을 전부 썼더니 끝향이 좀 더 세졌다.

다과로 약과를 곁들였는데, 사실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특별히 어울린다기보단 그냥 말 그대로 차와 약과를 같이 먹는 느낌? 조금 세게 우려졌다면 약과 단맛이 타닌에 휘감겨서 언뜻 불쾌해질수도 있겠다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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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소감이라면, 얘가 아주 막 마음에 들고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익숙해지고 난 뒤에도 ‘이거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하겠다.’ 하는 생각이 계속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다 마시고 나니까 그제서야 아쉬워지더라. 다 마신지 얼마나 됐다고? 

금훤도 거의 세 달은 마신 것 같은데, 얘는 정말이지 하루 걸러 한 잔씩은 내려마신 것 같다. 그냥 차 마실까, 하면 얘를 우리고 있다. 그렇게 막 마실만한 느낌도 아닌데, 손이 막 가더라. 참 기묘하지.

익숙치 않은 경험에, 그리 좋다만은 할 수 없는 품질의 차로, 심지어 그렇게 좋은 느낌도 아니었다면서, 이 차는 이렇더래 저렇더래 이러쿵저러쿵 늘어놓는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맞게 느끼는 건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게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이리 답잖은 후기를 장문으로 남기는 이유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한창 춥던 즈음에 함께하던 향.

겨울도 가시고, 찻잎도 다 마셔버린 요즘. 따뜻하게 내려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은은히 남던 그 잔향에 후련섭섭하기 때문일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두서없이 적고 보니 지금 떠오르는 생각만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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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있더라, 대홍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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