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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三千浦)> - 한수남

시빌런(211.184) 2025.06.11 00:56:55
조회 49 추천 0 댓글 0
														

 


 

나 스물두어 살 때 그 바다에서 죽으려 했었지,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나지만

그땐 그랬었지

 

나 어릴 적,

마당 넓은 옛 고향집 마당에서 새벽 경매를 하면

갈치, 멸치, 전어, 은빛 비늘이 번쩍번쩍하고

물메기, 가오리, 도다리, 갈고리로 찍혀 허공에서 값이 매겨졌었지


그 바다는 그렇게 비밀투성이였지

 

엄마에게 늘 비린내가 났지.

생선장수도 아니면서 머리칼에 늘 생선비늘

한두 개쯤 붙어 있던 엄마, 머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빼내고 비늘을 치고

칼질이 서투르진 않았는데도 엄마 손가락엔 종종 밴드가 감겨 있었지

밥상에는 값싼 제철 생선이 빠지지 않았고

그 바다는 그렇게 사연투성이였지

 

나 스물두어 살 때 그만 빠져 죽으려고 황혼녘 방파제에 섰지,

그땐 정말 그랬었지

 

어쨌거나 나는 바다를 닮은 여자

생선 알처럼 줄줄이 사연도 많은 여자

언제쯤 나는 고향집에 돌아가 늙은 엄마와 함께 자면서

그간의 속사정을 털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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