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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HANABI 제 3장 (3)

물붕이 2021.01.19 19:12:40
조회 1299 추천 20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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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침. 눈을 뜨면 어김없이 카스미양은 조용히 자고 있다. 나는 옆으로 누운 채가 아니면 자질 못하고, 카스미양은 언제나 똑바로 누운채로 자고 있다. 연극부 부장이었던 사람의 방에서 살고 있을 때는 일어나면 예외 없이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항상 먼저 일어나 카스미양을 바라보고 있다. 카스미양은 눈이 크고 입도 크고 목소리도 크지만, 그런 만큼 눈과 입을 닫고 조용히 자고 있으면 중학생처럼 보인다. 15분 정도 바라보고 있자, 카스미양은 시선을 느낀 것인지 살짝 눈을 떴다.


"뭐, 뭐야? 그 자애? 로 가득찬 눈은?"

"자고 있으면 중학생 같아"

"카스밍은 20살인걸. 화장도 완벽하구"

"중학생 같아. 나, 나쁜 짓 해버린거야?"

"20살이니까!"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손을 짚더니 곧바로 "차가워"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아침은 추우니까 시트 위에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패드를 깔고 있지만, 그 일부가 축축해서 손끝에 닿은 것 같았다. 어째서 그렇게 젖어있는가는 조금 말할 수 없지만, 나 때문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시즈코씨, 뭔가 차가운데요"

"그만두라고 부탁했는데 카스미양이 재밌어하면서 계속하니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카스미양은 부끄러워하며 화를 내고, 속옷 차림으로 바닥의 잠옷을 집어들었다. 내친김에 무작정 산 내 체크 잠옷을 던져줬다. 다다미 8장*짜리 침실에는 세미 더블 침대를 두고, 뒤척이다가 몸으로 감아 독점하지 않도록 두 개의 이불을 준비해 뒀다. 옷장은 반반씩 쓰기로 했지만, 이사했을 때는 내 옷이 무척이나 적어서 불공평했기에 마루이에 가서 남은 아르바이트비로 5만엔 정도 옷을 샀다. 원피스, 스커트, 블라우스나 펌프스 같은 것들이 모두 다른 시대의 옷으로 보였다. 카스미양은 오랜만에 차려입은 나를 보곤 '역시 시즈코, 시부야도 신주쿠도 스웨트 차림으로 돌아다녀 줄래?'라며 노골적으로 토라지는 것이었다.


* 약 4평


"오늘도 맑네에. 시즈코가 적신 패드 깔개, 씻어서 말리자"

"내가 아냐. 카스미양 때문"

"시즈코가 뭔가 흘리니까——!"


긴 입맞춤으로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다. 카스미양은 중간부터 눈을 감고 얌전해졌다. 침실의 벽에는 올려다 볼 정도의 높이에 동그란 창문이 하나 있었다. 모서리에 있는 방이기에 창문을 달아둔 것일 것이다. M 사이즈 피자 정도의 크기인 창문이었다. 창문으로는 하늘이 보이고 있었기에 맑은지 흐린지를 알 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침대를 배치했다. 누가 들여다보면 어쩌지 하고 조금 생각했지만, 도로에 접한 5층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밖에서는 들여다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창문에는 커튼이 쳐지는 일이 없었고 묵묵히 햇빛이나 별빛을 주워 모으고 있었다.


"전문학교 입학식, 다음주인가"

"시험 붙어서 정말 다행이네"

"진심으로 임했으니까. 시즈코는? 오늘도 연습?"

"나는 11시 즈음 돌아올거 같아. 밥도 먹고 올게"


잠옷 차림으로 거실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도 충분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딱 붙어 앉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렌지색 소파는 이사할 때 내가 산 것이었다. 침대와 합해서 20만엔 정도 했으므로 카스미양은 '그 돈, 어디서 난거야?'라고 물어왔고, 나는 일주일간 아르바이트해서 손에 넣었다고 대답했다. 카스미양은 내가 범죄에 손을 대거나 몸을 팔았다고 생각하고 겁을 먹었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벌게 해 주었다고 솔직히 대답하자 어쩐지 무서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반 년 정도에 일어난 다양한 일에 대해, 룸 쉐어를 시작한 뒤 카스미양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유우씨에게 의존했었단 것과 아유무씨에게 습격당해 머리를 잘렸던 것과 크리스마스 밤에 카스미양의 첫 키스를 훔친 것 세 가지에 대해 무덤까지 소중히 가져가기로 했다. 미스테리어스한 편이 여배우로서 좋다는 둥의 핑계도 대고 있었다. 머리는 다시 자라 겨드랑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카스미양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만지더니 심각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머리, 빨리 자랐으면 좋겠네"

"손질이 편하기도 하고, 이정도는 안돼?"

"시즈코는 전처럼 길러서 아가씨 같은 머리로 만들어. 귀여운 카스밍에게 단 한가지 부족한 '타고난 기품' 같은 건 긴 머리가 아니면 맛이 안 나거든"

"그런 건 없는데?"


있어. 카스미양은 내 볼을 쿡쿡 찌르며 "진짜 피부 좋다"라고 부러운 듯 웃음 지었다.그건 아마 우치우라에서 매일 들어가던 온천 덕분이었다. 시마씨도 30대 중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젋었다. 시마씨와 섹 스는 하지 않았지만, 몇번이고 알몸을 안아 주었으니까, 그것도 무덤에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저택에 살고 있으면서 아가씨가 아니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


카스미양은 룸 쉐어를 시작하기 전, 내가 용감하게도 본가에 돌아가 있었을 즈음, 일부러 가마쿠라를 찾아와서 내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둘이서 산다면 당연한 일이라며 상식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 집의 애완견을 같이 산책시키면서, '아가씨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짜로 아가씨인거 아냐?'라며 왜인지 자랑스러운 듯 화를 냈었다.


높이 2미터 정도의 담에 둘러싸여 있고, 소나무나 단풍나무가 심어진 정원이 있고, 문에서 현관까지 자갈이 깔려 있으니까 조금 착각한 것일 것이다. 도코노마(床の間)에 족자가 있고, 점심으로 훌륭한 초밥이 배달되고, 아버지는 겉모습만큼은 관록이 있고, 어머니는 대부분 기모노를 입고 있었으니까 조금 착각한 것일 것이다.


그런 '굉장한' 아가씨는 얼마 전 주민 등록표를 옮겨 극단 복귀를 신고함으로써 오랜만에 '주소 불명・무직'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주역은 아니지만 배역을 받아 골든 위크의 무대를 향한 연습을 재개했다. 오래된 저택에 초대된 남녀가 차례로 살해되어가는 연극으로, '이 안에 범인이 있어! 아무런 원한도 없는 우리들을 모아놓고 죽이려고 하는 살인귀가!' 라고 내가 거실에서 열심히 대본을 읽고 있으면 카스밍은 '아침부터 뒤숭숭하네'라고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 시끄러웠으니까. '아가씨한테 폐를 끼치지마'라면서"

"카스미양이 나한테 폐를 끼친 적은 없는데?"

"그렇긴 하지만! 시즈코는 겉모습부터 치사해!"

"카스미양처럼 단발로 할까?"

"그건 안돼! 카스밍에게 부족한 아가씨 성분을——"


손끝으로 입술을 막으며 카스미양의 말을 멈췄다. 세상으로부터 떠받들리며 자랐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다시 세상으로부터 떠받들리고, 그런 식으로 20살이 된 카스미양은 속보이는 연기로 다른 사람을 치켜세울 수 없었다.


"저기, 정말로 그런 이유인거야?"

"아침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그런 이유로 나는 머리를 길러야만 하는거야?"

"알았다구! 긴 머리의 시즈코 쪽이 좋으니까 그런거야!"


상대가 기뻐할만한 연기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는 나는, 겉과 속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어가며 살아 왔던 나는,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는 것 만으로도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정말로 소중히 여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도 카스미양의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첫 대면인데도 안심하는 듯한 눈치였다. 겉모습에 신용을 갖춘 나는 특수사기라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스미양의 본가는 분양 맨션으로 부모님 모두 카스미양과 비슷하게 밝은 사람이었다. 카스미양은 자신이 보낸 암흑 시대를 영원히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고, 그걸 들은 단 한 사람인 나는 그 역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지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서로 껴안을 때 '귀여워'라고 말하면 카스미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몇 번이나 '귀여워'라고 반복하면 겨우 위아래로 흔든다. 쑥쓰러워하며 웃는 카스미양은 나의 24배정도 귀엽다. 다만, 벗은 옷을 뒤집은 채로 세탁 바구니에 던져넣는 것과 아침에 갈아입은 잠옷을 개지 않고 침대에 내팽개쳐 두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좋은 아침"


아침. 주방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으면 엔진 시동이 느린 카스미양은 기분이 나쁜듯이 나타난다. 요리는 카스미양이 더 잘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내가 더 잘했다. 나는 점심 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고, 카스미양은 간호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계절은 벚꽃이 다 져버릴 즈음이었다. 4월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생일을 맞았고, 카스미양은 꽃을 모티브로 한 귀걸이를 선물해 주어서 감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나는 카펫에서 구르며 통곡했다.


아직 불안정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감동하거나 팽개쳐질 때가 있었다. 카스미양과 있는 것은 완전 기쁜 일이지만, 카스미양이 포토프레임에 담고 싶어했던 것 같은 미소는 좀처럼 지어지지 않아서 대도시에 익숙해지는 것과 병행해 당분간 마음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때부터 늘어난 사진은 여관 '토치만'의 앞에서 시마씨가 찍어준 사진과 새 집인 이 맨션 앞에서 이사 업체가 찍어준 사진, 불과 두 장 뿐이었다.


포토프레임은 침실 책장 위에 놓여 있었다. 니토리에서 산 책장을 둘이서 조립했는데 웃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 전에 살던 방에 있던 책장은 20분 정도만에 완성했는데, 비슷한 책장에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책장 조립과 맞바꾸어 처녀를 상실했던 것은 극단의 여자아이들에게는 취해 폭로해 버리긴 했었지만, 순진한 카스미양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갈 기억은 손이 넘칠 정도로 있었다.


카스미양은 책을 거의 읽지 않고, 나는 떠돌이 시절에 책을 거의 내놓았기 때문에 책장은 아직 틈이 많았다. 카스미양의 교과서, 약간의 만화책, 나의 옛 대본과 시마씨가 작별 선물로 준 문고본 정도 뿐이었다. 시마씨의 책은 내가 목욕을 하면서 읽었던 탓에 쭈글쭈글 해졌기에 준 것이었다.


"아가씨, 오늘 아침은 뭘 만들고 계신건가요?"

"야키소바랑 감자 샐러드를 넣은 콧페빵?"

"컵 야키소바를 다시 프라이팬에서 조리하고 있는 건, 어째서?"

"수고를 한 번 들이는 쪽이 맛있지 않을까 해서"


카스미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수를 하러 가고 나는 편의점에서 산 반찬인 감자 샐러드에 흑후추를 잔뜩 뿌렸다.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미소 맛 컵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전자레인지로 데운 햇반*을 던져 넣다가 '당신은 뭘 하고 있는건가요!?' 라고 진심으로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카스미양이 생각하는 요리와 내가 생각하는 요리에는 꽤나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세츠나씨의 보라색이 되는 요리보다는 무조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세츠나씨의 '자살'을 지켜본 것도 최후의 그녀와 섹 스한 것도 무덤에 가져가야만 한다고 떠올렸다.


* 원문은 サトウのごはん. 일본의 햇반 같은 즉석밥


"갔다 올게"


아침밥을 먹으면 카스미양은 배낭을 메고 학교에 간다. 공부 그 자체도 싫어하고 취직하고 나서도 힘든데도 어째서 간호사를 목표로 하는거야? 라고 묻자, 시즈코가 잘 나가지 않더라도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라고, 시즈코의 건강 관리를 하고 싶으니까 라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말은 울어버릴 정도로 기뻐서 실제로 눈물이 터져 나왔는데, 내 쪽은 '카스미양을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 들지 않고 요즘은 연습이 순수하게 즐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극단의 멤버는 '무슨 일이 있던거야?'라고 물어 왔고, 너무 많은 일이 있던 나는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다녀왔어"


내가 돌아오는 것은 거의 날짜가 바뀔 즈음이었다. 저녁밥은 같이 연습을 한 동료들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돌아왔을 때, 카스미양은 졸린 듯 깨어 있을 때도 자고 있을 때도 있었다. 애초에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지쳐 있었다. 메이드 카페에서 보통의 다이닝 아르바이트로 바꾸었고, 그쪽에서도 열심이었기 때문에 지쳐 있었다. 그러니까, 카스미양이 자고 있을 때는 조용히 목욕을 하고 조용히 이불을 덮고, 둥근 창문으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살고 있지만 공유하는 시간은 매우 적었고, 충분한 시간 같은게 주어지면 오히려 맞선을 보는 듯이 부끄러워 했다.


"시즈코, 오늘은 연습 없지? 뭐 할래?"

"뭘 할까? 오랜만에 오다이바라도 갈래?"

"좋은 생각이네. 고등학교 시절처럼 오다이바를 걸어볼까"

"그러자. 재밌겠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초급자용 영어 회화를 번역한 것 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같은 지평에 이제 막 내려섰음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었다. 아니, '나는'이라고 정정해야만 한다. 나는, 카스미양을 조금이라도 깊게 알아야만 한다. 카스미양의 흔들림 없는 생각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가볍게 보고 있던 속죄를 해야만 한다.


"카스미양은 소중하다구"

"ㅁ, 뭐야 갑자기!"


다만, 연기에서 속마음만을 여과시킨다는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나는 그 순수한 마음을 어떻게 그녀에게 전하면 좋을지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시즈코"

"왜?"

"이런거 오늘 아침에도 하지 않았나요?"

"뭘?"

"일일이 샤이한 카스밍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카스미양은 내 잠옷을 벗기면서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결코 귀찮아하거나 대충 끝내지는 않는다. 카스미양은 맡은 아가씨를 정중해 대해준다. 누구보다도 부드럽게 해준다. 공유하고 있는 컴퓨터 브라우저의 이력에 '여자 아이의 사랑하는 방법' 같은 사이트가 몇 개인가 있는것까지 알고 있다. 나만 잔뜩 소리를 지를때가 많은데도, 그녀쪽이 언제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부끄러워 한다. 표정을 점점 바꿔나가며 수줍어하고, '카스밍한테도 해줘'라며 미숙하지만 애틋한 얼굴로 요구해 온다.


내 쪽은, 일단 유우씨에게 안긴 횟수를, 마음과 몸의 기억을 빨리 덧칠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간 문제였다. 그 이유를 설명해버리면 내가 너무 탐욕스럽고 상스러운 인간으로 착각될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해 두고 싶다.


"시즈코, 연극부 선배네에 있을 때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를 냈다고 했었지"

"응"

"그거, 자존심에 상처 입었을 게 틀림없고, 시즈코에게 있어서 괴롭고 아픈 기억이라는 것도 알아. 진짜로 알아. 카스밍도 물론 알고 있어. 정말로 알고 있지만, 카스밍도 딱 한번만 듣고 싶다고 말하면, 싫어?"

"괜찮은데?"


카스미양은 무척이나 미안한 듯 하면서도 무척이나 두근두근한 소년의 얼굴로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나는 부장의 방에서 했던 것처럼 카스미양을 바라보며 "냥"이라고 고분고분하게 울었다. 카스미양은 "이거 위험해. 나쁜 버릇이 들거 같아"라며 몸을 떨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 번 뿐이라는 약속이었기에 더 이상 들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뭐, 카스미양을 위해서 울어도 마음은 상하지 않기에, 진지하게 원한다면 고양이가 되어도 좋다.


그 정도로는 특별하지만, 카스미양이 있으면 다른 무엇도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앞으로 많은 사람을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팬이 되어주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할 마음은 물론 준비되어 있다. 다만,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나의 무대 여배우 스타트 지점에서, 마치 신호탄을 쏜 스타터처럼 카스미양이 존재하고 있으면 좋겠다.


"아아, 카스밍, 시즈코 때문에 점점 나쁜 아이가 되어가네"

"나도 다음 무대가 끝나면 면허 따볼까. 드라이브 하고 싶어"

"듣고 있나요?"

"듣고 있어. '좋아해'라고 말했잖아?"

"말한 적 없어! 어디에 귀를 대고 있는거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우리는 잠옷을 입지 않고 자는 일이 늘었다. 속옷만 입고 있으니까 휴일의 아침은 그대로 벗겨서 껴안아 버리는 것이었다. 카스미양의 명예를 위해 보충하자면 섹 스를 권유하는 것은 언제나 내 쪽이었다. '두꺼운 벽으로 해서 다행이다'라고, 카스미양은 내 의도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는 순수한 얼굴로 웃는 것이었다.


골든위크의 무대 후 나는 극단의 '프레시' 팀에서 벗어나 하나 위의 팀으로 승격했다. 연극의 퀄리티가 급격히 변했다고, 움직임이 향상되고 연기가 두터워졌다고 윗 팀의 선배들이 칭찬했다는 것 같다. 10년 정도의 감정을 반년하고도 조금 더 만에 경험한 때문일지도 모르고, 카스미양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적인 연기 속에서 살아온 나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을 연기에 활용해 보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자신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자각한 지금, 그걸 최대한으로 연극에 활용하려 하는 것은 배우로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오사카 시즈쿠가 무대에서 하는 연기는, 오사카 시즈쿠를 경험한 나만이 할 수 있다.


취미인 시민 극단에 가까운 분위기였던 '프레시'에서 큰 폭으로 수준이 올랐다. 연습의 현장은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긴장감이 넘쳤고, 거친 파도가 자주 발생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파문 같은건 현실에서 경험한 불합리와 비교한다면 사소한 것이었다. 나는 연습 장소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변칙이나 충돌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연극에 넓이나 깊이를 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에 있던 팀에서는 주에 3~4일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평일의 밤과 토일에 열심히 하기 위해 나는 근처의 체인 카페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앞치마를 입고 커피를 따르고, 주에 2회는 남자 손님이 연락처를 물어 왔다. 카스미양에게 보고하자 불안한 듯한 얼굴로 나에게 달라붙는 것이었다. 간단한 연기로 조종되는 카스미양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가능한 솔직히 대하고 싶었지만, 방심하면 금세 의존해버리는 자신을 악녀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즈코는 치사해요. 아가씨고 여배우고 치사하다니 완전 최악이에요"

"미안해"

"그런 지는 꽃 같은 얼굴로 사과하는 게 치사하다니까!"

"저기, 얼굴도 최악이야?"

"무슨 말을 하게 하는거야! 정말!"


막내인데도 '언니랑 경쟁하자' '언니랑은 다른 자신이 되자'라며 몸부림치던 나는 그럭저럭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환경도 더해져 '응석부린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해 버린 것일 것이다. 처음부터 막내의 포지션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살아온 카스미양은 이미 충분히 그 메리트를 누렸으니까, 이제 와서 못되먹은 여동생을 안아 버리고 말았다고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 눈을 떴을 때 카스미양은 옆에서 자고 있었다. 하반신을 이불로 덮은 채 나는 상반신만을 일으켜 창문을 올려다 봤다. 동그란 창문 안에 딱 들어찬 하얀 달이 보이고, 그 우연과 딱맞음이 우스워서 킥킥 웃었다. 내 웃음 소리로 카스미양도 눈을 떴다. 잠에서 덜 깬 카스미양인데도 꽤나 똑바로 눈을 뜨고, 웃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좋은 아침. 시즈쿠"라며 수줍어했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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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11 126 0
582 일반 히메「작년에 있었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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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6 149 0
575 SS대 [대회마감] 25.08.03 ~ 25.10.0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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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03 155 0
581 일반 [물갤SS]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미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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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22 130 0
577 일반 [물갤SS]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시오리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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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 일반 [물갤SS] 긴코「히메의 머리 위에 의문의 숫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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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일반 돛단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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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일반 코즈카호「두고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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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13 147 2
572 장편 니지가사키 룸 쉐어 1학년편 번역 링크모음 [1]
물붕이(12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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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 일반 호노니코ss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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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SS대 [대회 마감] 25.03.06 ~ 25.06.2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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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 개그 아!!! 잊을 수 없던 하스노소라 전역식의 추억이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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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일반 별문학)겨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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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일반 시오리코「지금부터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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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일반 시오리코「지금부터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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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힐링 유우「아유무의 압이...사라졌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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