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기 / HANABI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mini/llss/64
【제 1장 상실】
―1―
까마귀 울음 소리에 눈을 떴다. '까악 까악' 하는 맥빠진 소리에는 언제나 비탄이라든가 낙담에 가까운 울림을 느껴버린다. 그렇게 들리는 것도 전부 자신의 심경에 의한 것이겠지. 밝은 오렌지 빛의, 마치 저녁 같았던, 아무 일도 없던 오후가 이제 막 끝을 내려 하고 있다. 뱃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나서, 손으로 더듬어 스마트폰의 시계를 보니 아직 3시였다. 남쪽의 바로 정면에는 주상복합 빌딩이, 서쪽에는 7층 높이의 맨션이 있는 탓에 이 방 특유의 매직 아워는 가을이 되면 무서울 정도로 길다. 태양이 모습을 감춰도 언제까지나 밝다가 난데없이 구멍에 떨어진 듯이 어두워진다. 구멍은 무척이나 깊고, 겨울이 되면 냉기가 솟아올라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가 6시부터니까 알람을 5시로 설정하고 낮잠을 잤는데, 잠을 자도 신경질적인지 대부분 빨리 일어나 버린다. 다시 자기엔 힘들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힌다. 녹색의 차광 커튼이 좌우로 열리고 투명한 유리의 저 편, 막 지어진 주상복합 빌딩의 3층 창문에는 '댄스 스쿨'이라고 비닐 테이프인가 무언가로 쓰여져 있다. 앞쪽은 불투명 유리라 어떤 댄스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저녁 7시즈음 가끔 몇몇의 사람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는 낌새가 있긴 하지만, 그게 댄스일지 어떨지는 확신이 들지 않고, 마약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뭐라도 먹어야지)
오사카 시즈쿠는 긴 머리에 손을 뻗어 조금 정리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아름답고 매끄러운 명주실 같았다. 누구나 칭찬해 주는 머릿결인만큼 바쁘더라도 손질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라면 일요일의 이런 시간은 느긋하게 소설을 읽고 있었을텐데 최근에는 순전히 살아가기 위한 욕구를 채우는 것만도 벅차서 얇은 문고본조차 펼쳐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에서 제공되는 '직원 식사'때까지 참으려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배고픔을 꺼림칙하게 느꼈다.
귀찮기는 해도 뭔가를 먹고 싶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고, 작게 나누어 냉동시켜 두었던 밥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슈퍼에서 사 둔 78엔의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로봇처럼 무기질적인 표정과 움직임으로 냄비에 물을 담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 불이 일렁여, 단 하나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 시선을 빼앗긴다. 본가에서는 커다란 개를 키우고 있었다. 개는 제멋대로 움직여주니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견 극단에 들어가 자취 생활을 시작했을 때, 1주일 정도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돌아보면 웃긴 이야기지만, 그 때의 시즈쿠는 자신의 생활력이 없음에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다. 골판지 상자나 빈 캔을 어떻게 버리면 좋을지도 모르고 있었다. 차단기가 내려갔을 때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도 몰랐다. 토마토 1개나 달걀 1팩의 가격도 몰랐다. 유통 기한을 넘긴 우유를 마시면 단번에 배탈이 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극단의 선배를 방에 초대해 충고를 받기도 했고, 니토리*에서 산 책장을 조립해 준 것에 대한 감사는 아니었지만, 19살이 되고 얼마 안되어 처음을 빼앗겼다. 책장을 능숙하게 조립해 준 것 이외에는 전혀 호감이 갈 요소가 없는 남자와 첫 경험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자취하고 있는 방에 들인다면 OK를 의미한단 건 몰랐다. 다만, 무지하고 외로움을 타는 소녀를 연기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분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구태여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어째서인지 전혀 젖지 않았기 때문에 찢어지는 듯이 아팠다. 남자는 처녀에게 상냥하지만, 아파한다 해서 행위 그 자체를 중지하진 않는다고 학습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철저하게 거부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이케아와 비슷한 일본 기업
(맛있어)
약간 소리를 내며 라면을 홀짝홀짝 마신다. 본가에서 이런 식으로 먹었다간 행동거지가 나쁘다며 주의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는 자유롭지만, 다른 많은 점에서는 부족했다. 카페의 점원과 선배들이 소개해준 단발성 아르바이트를 합쳐 월에 20만 조금 안되는 수입이 있고, 집세와 생활비로 절반 정도가 날아가 버린다. 거기에 극단의 운영비나 동료들과의 교제비를 더하고, 가끔씩은 할당된 티켓 대금도 덮쳐오기 때문에 시즈쿠의 손에 남는 돈은 고등학생 때의 용돈보다 적었다. 아침밥은 데운 밥에 후리카케나 미소 된장국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고, 연습 도중에 먹는 점심은 편의점에서 주먹밥 1개와 야채 주스 1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저녁은 대부분 패스트 푸드로 때우지만 거르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시즈쿠는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스스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마르고 앙상했다.
이웃 현에 사는 부모님이 이런 생활을 알게 된다면 다시 부르려 할 것이 틀림 없지만, 어쨌든 말싸움 끝에 '내 인생이니까 알아서 할거야!' 라고 큰소리를 치며 집을 뛰쳐 나왔기 때문에 '건강하니'라고 가끔 물어오는 정도이고 '괜찮아'라고 대답하면 얼굴을 보러 오는 일은 없었다. 기대하는 것을 마침내 포기해 준 것일 지도 모른다. 건강히 살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거겠지. 부모님 두 분 모두 꽤나 고학력에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는 사립 진학교에서 유명 대학교로 진학했기에, 시즈쿠도 물론 어려서부터 기대를 받고 있었다는 것과 기대가 교과서를 담은 가방보다도 아득히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즈쿠도 착실하고 우수한 여자아이였지만, 다양한 책을 읽고 감화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이의 의향에 따라 살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가져버리는 타입으로 자랐다. 시즈쿠는 일찌감치 자신의 인생을 '시시한 것'이라 결론짓고, 고등학생이 되자 연극부에 들어가 연극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어렸을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어린이 연극의 영향 때문이었으니까 이미 부모님의 간섭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자신에게 냉소적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배고프니까 국물도 먹자)
염분만이 가득한 국물을 들이켰다. 연극을 하면 다양한 인생을 체험할 수 있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항상 신경써왔던 시시한 인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용모가 단정하고 기억력이 좋고, 겉으로 보기에도 청초하고 품위있었던 시즈쿠는 연극부 선배들의 마음에 들었다. 당시의 부장 등은 선후배의 틀을 넘어 접촉을 시도하려 했다. 시즈쿠는 1학년때부터 메인 배역을 받았고, 그것을 큰 문제 없이 연기하는 것도 가능했다. 조금 문제가 있어도 누군가가 도와 주었다. 진짜 좌절이라는 것을 모른 채로 3년을 보내 왔으니까, 무대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오만하게 착각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우수한 딸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은 싫다.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싸워 자유를 손에 넣었다. 고액의 집세 지불이나 보증인을 부모님이 해줬다는 것 등은 모르는 채, 자력으로 독립했다고 생각했었다. 이 마을에 나름대로 오래 이어지고 있는 극단의 문을 두드릴 때 까지는 좋았지만, 금세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을 깨닫고 말았다. 다른 인생을 체험하고 싶다는 이유 같은 걸로 연극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던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모두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은 소외감과 공포심에 압도 당했다.
"잘 먹었습니다"
동결 건조된 파까지 모조리 먹은 컵에 손을 모았다.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에서는 웃는 얼굴의 산뜻한 점원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손님이 연락처를 건네거나 묻거나 한다. 아르바이트 동료인 남자들로부터는 끊임없이 식사에 초대받고, 그것으로 저녁 식사비를 아끼는 일도 많다. 사귀기 좋은 여자 아이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다 같이 마시러 가는 일도 있고 노래방에 갈 때도 있다. 분위기를 잘 타는 여자 아이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음담패설이나 연애 이야기 같은 것도 가능한 한 참가한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사교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런 인간이 되려고 하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맞춰 실컷 떠들고 첫차로 돌아온 후, 개성 없이 주변에 맞추는 자신을 카멜레온에 겹쳐 보며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시들기도 한다.
시즈쿠를 자립하자마자 비틀거리게 한 것은 극단에서 처음으로 받은 역의 대본에 '(시시한 개그를 한다)'라 써 있던 대사였다. 그게 대사가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즈쿠는 정색을 하고 선배들에게 물었다. 이건 뭘 말하면 좋은건가요 라고. 선배들 쪽이 당황해하며, 뭐든 좋으니까 개그를 하면 돼 라고 대답했다. 다만, 우리는 미리 알고 싶지 않아, 라고 덧붙였다. 시즈쿠는 다시 떠올리는 것 조차 싫을 정도로 고민했다. 이제껏 자신이 생각해야 하는 대사는 없었고, 연극 중에 애드리브를 넣어본 경험도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말장난을 하루종일 하던 선배가 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선배를 '연기해' 개그를 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 정도뿐의 일로 새파랗게 질려 연습의 흐름을 끊었다. 갓 들어온 신입이었던 만큼 주위는 너그러웠지만, 기대라는 부분에서는 연습을 할 때마다 낮아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생각난 시점에서 다음 연습에서는 다른 것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에는 결국, 그 장면에 등장하지 않는 한 선배가 놀랄 정도로 시시한 개그를 많이 생각해 주어서 시즈쿠는 그것을 말하는 것만으로 괜찮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든 시시한 개그를 입에 담는다는 것도 난이도 높은 연극이었다. 본 연극을 마치고 나서도 열등감과 수치심밖에 남지 않았다.
연기하는 것은 표현하는 것이기도 해서 배역이 된다든가 누군가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다. 뒷풀이에서 그런 설명을 들어, 시즈쿠는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러운 나머지 젓가락을 담는 종이 봉투를 손가락 끝으로 너덜너덜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 맡은 배역이 오사카 시즈쿠의 캐릭터를 담고 있는 인물 뿐이었다는 사실에 도달했다. 연극부의 선배들은 처음부터 시즈쿠의 서투름을 간파하고 있던 것이다—— 스마트폰이 메시지의 도착을 알리지 않았다면, 시즈쿠는 저녁까지 빈 플라스틱 사발을 앞에 두고 씁쓸한 회상에 잠겨 있었을 것이다.
(카스미 양 연락이다!)
달려들 정도로 외로웠다. 넘을 수도 부술 수도 없는 높고 두꺼운 벽에게 둘러싸여 있는 듯한 고립감이 계속되었던 탓이다. 고등학생 시절의 절친한 친구, 나카스 카스미로부터 온 오랜만의 메시지였다. 절친? 절친이었던걸까. 올곧게 밝은 카스미에 대해 자신은 줄곧 열린 채로 있었던 것일까. 절친 한 명 정도로는 꼽힐 수 있는 여고생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지 않을까. 금세 생각에 빠져버리고 마는 자신을 지우려는 듯이 메시지에 시선을 떨어트렸다. '시즈코, 살아있어?'. 시즈쿠를 '시즈코'라고 부르는 것은 카스미 뿐이었다. 고마운 별명은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거리낌없이 거리를 좁혀오는 그녀를 자신은 연기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부러워했다.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먹자! 리치 & 큐트한 카스밍이 한 턱 쏠게!'
그 뿐인 문장이었다. 장황하게 글을 쓸 바에는 전화를 했을 성격이다. 이전에 카스미와 만났던 것은 올해 초봄의 일. 카스미는 전문 대학을 다니고 있고, 근처에 있는 사립 대학의 아이돌 연구 동호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 신환회에 강제로 끌려간데다 서클의 남자들로부터 공주님처럼 대접 받는 그녀를 눈 앞에서 보고 잔뜩 취해버렸었다. 카스미는 문자 그대로의 '공주님'이었다. 남자 누구라도 카스미를 '귀여워'라고 극찬하고 있었다. 카스미의 얼굴은 분명 매력적인 축에 속해 있고, 그것을 오기로라도 부정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여전히 그런 노골적인 칭찬에 흡족해하는 그녀를 보고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다 생각했고, 열등감이 그만큼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인 걸까, 또 서클의 남자를 데려와 공주 티를 내려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등학교라는 시간을 공유한 동급생을 부르는 걸까. 가능하면 둘 뿐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정도로 시즈쿠는 지금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어때?'라고 흥미 본위로 묻는 것도 싫었고, 첫 대면에서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란 자기 소개를 하는 자신을 상상하면 오한이 들었다. 스무 살 가까이 되어 '귀여운 카스밍'이라고 메시지에 새길 수 있는, '귀여움'의 잣대로 달과 지구의 거리마저 재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특별한 상대가 아니면 대화 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착실히 대학에 다니고 착실히 연애나 취미를 즐기고 있는 인간과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살피듯이 '둘이서?'라고 떠보고, '둘이서!'라고 뒷 생각을 읽지 않는 듯한 대답을 받았을 때 괜히 안심했다.
※
"시즈코, 엄청 살 빠졌네? 제대로 먹고 있어? 불고기로 할까?"
"불고기가 좋겠네. 카스미 양은 괜찮아? 살 찌지 않아?"
"카스밍이 살 찔리가 없잖아!"
"그러네"
"지금 가슴 봤지? 가슴은 쪼끔 커졌으니까 걱정 마시길! 그것보다 시즈코야말로, 예전보다 가슴 없어지지 않았어? 진짜 제대로 안 먹은거 아니야?"
"먹고 있다니깐. 제대로 먹고 있어. 옷이 헐렁할 뿐이야"
시즈쿠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헌 옷 가게나 작은 극장이 많아 몰려드는 젊은이들의 경제력에 맞춰 저렴한 가게도 많았다. 식당도 마찬가지여서 바뀌는 일은 잦았지만 칼로리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곳이 비교적 많았다. 고층 빌딩과 맨션은 멀리 배경이 되어 있고 눈 앞에 펼쳐진 건물 대부분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었다. 신주쿠나 시부야는 말할 것도 없이, 고등학교 시절 매일 다니던 오다이바도 사람이 너무 많았고, 빌딩은 무서울 정도로 인공적인 압박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역사와 문화가 뿌리 내린 마을에서 자란 시즈쿠는 그대로는 안정되지 않아서 거리에 익숙해져 있는 소녀를 연기하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지쳐 있었다.
역 앞에 나타난 카스미는 봄 보다도 세련된 화장을 하고 여자아이답게 차려입고 있었다. 겨우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볼터치를 넣고, 살짝 속눈썹을 올리고 옅게 입술을 칠했다. 하얀 차이나 블라우스에 연어빛 원피스를 매치하고 갈색의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카스밍은 소재가 좋아요'라고 우기며 비교적 무관심 했지만, 대학의 아이돌 응원 서클에 적을 두고 있는 남자가 좋아할 만한, 매력적이지만 결코 비싸보이지 않는 화장이나 옷에 대해서는 공들여 연구하고 있는 듯 했다.
"시즈코는 말야,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여기까지 온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한 듯이 사과하자 "카스밍이 돋보여서 좋긴 하지만"이라며 웃었다. 거기에 거짓말은 없었다. 카스미는 음흉하다든가 소악마라 불렸긴 했지만, '요전에 그녀석 형편없는 모습으로 왔었어'라고 뒤에서 동료들끼리 비웃을만한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시즈쿠의 옷은 헌 옷 가게에서 찾은 회색의 챔피언 스웨트에 유니클로 데님이었다. 스웨트는 오버 사이즈인데다가 잠옷 같았다.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에게서 이런 저런 것을 받아 멋도 냈었지만, 지금 옷에 써도 좋을 돈은 월에 3000엔 정도라 백화점이나 셀렉트 숍 같은 곳은 대형 무대에 준비된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나와 세계가 넓어졌을 텐데도 내딛을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좁아져 있다. 자립해서야 겨우 자신이 경제적으로 풍족했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수지라든가 저금을 의식했더니 소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좀 먼 곳을 가본다든가, 조금 비싼 가게에서 먹어본다든가, 이미지가 다른 옷을 입어본다든가,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들어본다든가,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미 선배에게 책이나 CD를 빌리거나 북오프에서 서서 읽는 것으로 지식을 늘리고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살 빠졌지?"
"미안해"
"왜 사과하는건데!"
"카스미 양은 귀여운 내가 좋은거지?"
"뭐 그렇네. 시즈코는 카스밍의 다음으로 귀여우니까"
"빈말이라도 고마워"
귀엽지 않게 되면, 이상에서 멀어지게 된다면, 카스미도 이렇게 식사에 초대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벌써 다음은 없을 지도 모른다. 무서움보다는 추위를 느꼈다. 카스미는 단번에 인간 관계를 잘라내는 타입의 인간일까. 동료라는 이유로 언제까지고 상대해주는 타입의 인간일까. 그렇게까지 깊이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극단에서도 가끔 쓰는 저렴한 고깃집에 들어가자 로스터로 고기를 굽는 소리와 냄새에 배가 신나게 울어댔다. 들릴 정도의 소리가 새어나가서 예의 바르게 자란 시즈쿠는 머리를 숙이고 뺨을 붉혔다.
"진짜로 사주는거야?"
"육식 동물같은 눈을 하고 있으니까. 시즈코, 배 고픈거지? 밥을 사줘야 마땅할 카스밍이 소중한 절친에게 한 턱 쏘겠다고 말했으니까 솔직히 기뻐하라구"
카스미는 종이 앞치마를 받아 하얀 블라우스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했다. 시즈쿠의 스웨트에는 살 때부터 작은 얼룩이 있었을 정도라 무관심했다. 우설, 갈비, 로스, 안창살, 그리고 곱창과 샐러드. 머지않아 2인용 테이블이 고기를 담은 접시로 넘쳐나고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와 최근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고기를 은빛 그물에 늘어놓는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금속 집개가 떨릴 정도로 배가 고프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쨌든 불고기는 좋다. 고기의 구워진 상태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그다지 자신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니까. 소리나 연기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덮어주니까.
"그러고보니, 세츠나 선배"
카스미가 생각난 듯이 말을 꺼내, 갈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던 시즈쿠의 손이 멈췄다. 멍하니 뉴스를 바라보고 있자니 잘 아는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 것처럼, 금세 의식이 날카로워졌다. 자각할 정도로 표정도 꾸몄다. 카스미라면 신경쓰지 않겠지만, 역시 불고기라 다행이었다. 카스미는 "껍질부터 굽는다구요. 지방은 데우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왜인지 공손한 말로 곱창을 굽고 있었다. 게다가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올라 마주보고 있는 카스미의 얼굴도 모호해졌다.
"세츠나 씨가? 왜?"
"아직 아이돌 하고 있는가봐. 벌써 3년인데"
"누구한테 들었어?"
"서클의 남자애. 얼굴이 피카소 그림? 같은 느낌의"
한 학년 위의 선배, 유키 세츠나의 현재에 대해 시즈쿠는 조금 알고 있었다. 그 큰 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할 정도였으니 성적도 뛰어나고, 당연하게 어려운 사립 대학에 합격해 3학년이 되어 있는 그녀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엄밀히 말하면 수험 공부를 하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작은 사무소에 소속돼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다. 스쿨 아이돌 시절을 포함하면 '계속 하고 있다'라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다.
"조금은 팔리고 있나?"
"뭔가 같은 사무소의 애들이랑 3명이서 이미지 비디오를 낸다나봐.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도 있지만 수영복이라든가 코스프레가 메인인 것 같아. 섹시계도 아니고, 카스밍처럼 초절가련한 타입도 아닌데 말야. 그보다, 애초에 K대 사람이 그런 거에 나오거나 하는게 취업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무대에서 혼자 춤추고 있는 고등학생 시절 세츠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것에 어디까지고 열중하는 여자아이. 다만, 재능이라기보다는 노력으로 일을 이루려고 하는 타입이었다. 유키 세츠나는 '벽'을 뛰어넘을 것 같은 천재는 아니다. 범인이 '벽'을 하나 둘 부순다고 해서 뚫을 수는 없다. 자그마한 반짝임은 고등학교 시절 한정의 추억으로 해야 할 것인데도, 세츠나는 일류 대학에 들어가서도 무대에 서고 있다. 큰 무대도 아니고, 세간에서는 마이너라는 한마디로 묶이는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거니까, 좋다고 생각해"
"세츠나 선배, 그런 아이돌이 하고 싶었던 걸까나"
화제에 올리면서도 별로 흥미는 없는지, 카스미는 능숙하게 구운 곱창을 입에 던져 넣고 얻어먹고 있는 시즈쿠보다도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스쿨 아이돌을 하고 있던 때는 세츠나와 비슷할 정도로 정열적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른 환경이나 인간 관계에 놓여지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 무언가를 하지 않게 되거나 다른 것을 시작하거나 찾는 것이 당연한 성장이다. 아이돌에 계속 집착하는 세츠나도, 배우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도, 그런 점에서 성장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시즈코? 어-이, 시즈코? 시・즈・코!"
"엣? 왜?"
"너무 멍하게 있잖아. 모처럼 왔는데 방에 가도 돼? 부모님을 대신해서 애지중지하는 따님인 시즈코에게 나쁜 벌레가 붙어있진 않았나 보러 가야만 하고"
"괜찮은데? 나쁜 벌레는, 붙어있지 않으려나"
마지막으로 국밥을 주문해 나눠 먹었다. 사실은 비빔밥도 같이 먹고 싶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고, 시즈쿠는 카스미를 데리고 자취하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둘이서 걷고 있자니 멀어져가는 고등학교 시절이 살짝 떠올랐다. 콘크리트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오다이바의 명소를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거나, 관광객에 섞여서 쇼핑을 하거나, 공원에서 연극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기도 했다. 불고기는 말했던 대로 카스미가 모두 내 주었다.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왔다고 기쁜 듯이 이야기했다. 무슨 아르바이트냐고 묻자 상쾌한 얼굴을 하곤 메이드 카페라고 대답하며, 제복 차림으로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까지 보여줬다. 사진의 매상이 너무 좋아서 가게에서 보너스도 나왔다던가.
"내정도 됐고, 봄까지 뭘 해볼까나"
"내정? 어디 취직하는거야?"
"장난감 만드는 회사의 사무? 작은 회사긴 한데 면접 때 사장이 엄청 마음에 들어해서 그 자리에서 내정~ 같은 느낌으로. 뭐, 카스밍의 매력이라면 당연한 거지만"
서클에서 떠받들리고, 아르바이트에서도 떠받들리고, 전문대에 변변한 자격증도 없는데도 취직도 간단히 정해졌고, 외동에 본가에서 아무 불편 없이 지내오고, 장래에 어떤 어른이 되는 걸까. 제멋대로 구는 변변치 못한 인간이 되는 걸까. 아니, 카스미니까 웃는 얼굴로 요령 좋게 세상을 잘 헤쳐 나갈 것 같고, 벽 같은건 처음부터 막아서지 않는 것 같은 자질에 강한 질투를 느껴버린다.
※
자물쇠를 열고 원룸에 카스미를 맞아 들였다. 그녀가 여기를 방문한 것은 이사 후 정리를 도와준 이래로 처음이었다. 작은 테이블에 중간에 오면서 들른 편의점의 비닐 봉투를 올려 놓는다. 레몬 하이를 3잔 마신 카스미는 많이 취했고, 시즈쿠는 먹기만 해서 거의 멀쩡한 상태였다. 이렇게나 먹은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라, 부모님이 조금 고급의 레스토랑에 데려갔을 때보다도 얼굴이 펴져 있었다.
"이사했을 때에 비해 물건이 늘지 않았네"
"돈이 없으니까"
"본가에 있었으면 지금쯤 카스밍이랑 시부야 같은데서 '꺄아-!'하며 걷고 있었을 텐데"
"'꺄아-!' 하면서 걸었던 적 없잖아"
"여자 대학생은 말이지, 뭘 봐도 '꺄아-!'라고 하면서 걷는거라구"
카스미의 말을 무시하고 비닐 봉투에서 캔 츄하이를 꺼냈다. 카스미도 하이볼을 손에 들고 캔을 탁 하고 부딪쳐 왔다. 술을 조금 입에 대고는 카스미는 방의 구석까지 네발로 기어가 원피스의 옷자락 사이로 가는 다리를 내비치면서 사이드보드를 뒤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보여져서 곤란할건 없는 데다가 말리는 것도 귀찮아 좋을 대로 하게 두자 옛날의 대본을 몇 개인가 들고 즐거운 듯이 가져 왔다. 여기 와서 시즈쿠가 참가했던 연극은 5개였다. 대본에는 펜으로 뭔가를 적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해 두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비유해보자면 시즈쿠의 1년 반의 걸음 그 자체였다.
"나는 멘도쿠 별에서 온 나마케일 백작!"
"읽지 마"
"형광펜 부분, 시즈코 맞지? 이런 대사 했었어? 해봐!"
"오렌지는 선배의 대사니까. 연극은 라이브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 가치가 있는거야"
"학예회 같은 대사 아니야?"
"거기만 읽으면 유치하지만 백작이 현대인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서 거기에 대해 직구나 변화구인 답을 내거나 한다는, 제대로 의미가 있는 깊은 이야기야. 그건 말이지, 지구인이라면 '당연해' 라든가 '절대 용서하지 못해' 라든가 '가치가 없어' 라든가, 이미 대답이 나와 있을 법한..."
"해설은 됐어. 시즈코, 주역이었어?"
"주역은 백작과 같이 행동하는 학생인데, 뭐 히로인이려나"
'나는 멘도쿠 별에서 온 나마케일 백작!'. 카스미는 대사를 반복하고, 시즈쿠는 시선을 돌리며 캔을 기울였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단순히 대사 한마디를 입에 담기만 한 것으로도 정감이 풍부하고 충분한 카스미 쪽이 훨씬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거라 확신했으니까. 대본을 툭 하고 건네면, 기억력이 나쁜 카스미는 아마 대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대사를 잘 기억한다는 당연한 자질만으로 자신 쪽이 좀 더 잘 맞는다고 득의양양해할 정도로 단순하진 않았다.
"방금 대사를 했을 때, 카스미 양은 어떤 기분이었어? 나마케일 백작을 무언가 이미지 하거나 해? 자기가 알고 있는 외계인에게 겹쳐보거나 해?"
"그게 아니구, 백작이 카스밍에게 빙의하는 느낌? 무녀? 처럼"
"외계인인 백작이랑 만난 적 없지?"
"에-? 만난 적 있는 사람의 배역 같은거 보통 하지 않잖아?"
그러네. 시즈쿠는 고개를 떨궜다. "적당히 말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풀죽지 마"라고, 카스미는 일부러 곁에 앉아 지탱하는 듯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적당한 말은 하지 말아줘"라며, 시즈쿠는 카스미의 등에 팔을 휘감듯이 껴안았다. 뺨이 맞닿을 정도로 포옹을 받고 "진짜 말랐네"라고 괴로운 듯한 목소리를 듣고, "원래 말랐으니까"라고 강한척 하며 점점 눈물이 차올랐다. 인간이 이렇게나 따뜻했었던가. 카스미가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났던가. 문득 그런 것들을 느끼곤 이대로 잠들고 싶어졌다.
"시즈쿠. 그럼 진지하게 얘기해도 돼?"
"시즈쿠?"
"잘못 말했다. 시즈코"
"시즈쿠가 맞아. 근데, 뭘?"
"연극 그만두고 본가에 돌아가는게 어때?"
"싫어. 보러 온 적도 없는 사람한테 '돌아가'라든가 듣고 싶지 않아"
그렇네. 카스미 쪽에서 몸을 뗐다. 일단은 온기에 눌려 있었던 차가운 쓸쓸함이 마음에 돌아왔다. 극단원으로서의 시즈쿠의 무대를 카스미가 보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시절의 무대는 빼놓지 않고 보러 와 주었었다. 애초에 연극이 좋아서 보러 와 준 것은 아니다. 그 시절은 '연극부원'이 오사카 시즈쿠의 아이덴티티였을 뿐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무대에 나오는 것을 문자로 알려줄 정도였고, 티켓을 판 적은 없었으며 카스미로부터 '보고 싶어' 라고 요구해 온 적도 없었다.
"뭔가 침울해졌으니까 돌아갈까"
"미안해"
"사과하지 마. 카스밍은 있지, 사과해줬으면 하는 때에는 '사과해줘' 라고 말하니까"
"응, 알았어"
"이런거 하나하나 설명해주는거, 시즈코 뿐이니까 말야"
"응, 고마워"
역까지 바래다 준다고 말했지만 카스미는 괜찮다고 끝까지 우겼다. 힐이 있는 귀여운 카키색의 쇼트 부츠를 신고 있던 카스미를 시즈쿠의 안에 점점 쌓여가던 쓸쓸함이 불쑥 껴안았다. 친한 친구는 놀라서 굳었다가, 금세 부드러워졌다. 옷에서는 연기 냄새가 풍겨 왔지만, 베레모에서 삐져 나온 머리카락도, 과자같은 귀의 뒤편도 코를 가까이 대고 맡으면 청결하고 산뜻한, 카스미의 본질을 전해주는 듯한 냄새가 났다.
"엄청 놀랐다아"
"외로워. 자고 가지 않을래?"
"시즈코가 망가질거 같으니까 싫다구"
등으로 거절당해 몸을 뗐다. 자고 간다고 했다면, 카스미가 말하는 대로 망가졌을 것 같았기 때문에 고마웠다. 돌아본 카스미는, 반성하듯이 고개를 떨군 시즈쿠의 머리 위를 퐁퐁 하고 두번 나눠 손을 댔다. 얼굴을 살짝 들자 시즈쿠의 이마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이마를 대고, 카스미는 '미안해' 라고 조용히 속삭였다. 사과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만 사과하는 것은 치사하다는 시시한 감상을 가졌다. 카스미는 부츠를 신고 문을 열었다. 덜컥 하고 닫히는 소리와 철제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이 계단의 소리는 처음부터 싫었다. 떠나는 것을 기뻐하는 듯이 경쾌하니까.
시즈쿠는 방에 혼자로 돌아갔다. 밝고 활기찬 카스미가 없어져서, 가구나 카펫 마저도 색채를 잃은 듯 했다. 그릇을 깬 직후처럼 조용했다. 카스미가 왔던 것을 원망할 정도로 조용했다. 카스미와 다시 만날수 있을지 걱정이기도 했고 카스미와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여기는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만나고 싶다면 먼저 연락하면 되는 것인데, 카스미에 대해서는 그러려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침대에 굴러다니고 있는 스마트폰이 소리를 내서 메시지의 도착을 알렸다. 혼자가 된 방에 새롭게 누군가의 의지가 닿고, 시즈쿠는 끌리듯이 다가갔다. '타카사키 유우'. 잠금 화면에 표시되는 이름을 언뜻 보고, 그리고 쓰여있는 권유 문구를 바라보고, 침대에 올라 두 다리를 끌어 안고 앉아선 그 상태 그대로 눈을 감은 채 1시간 정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즈쿠는 카스미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하고 부끄러운 듯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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